[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19 이탈리아 - 나폴리에서의 반나절 | 미항은 아니지만 피자는 맛있다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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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에서의 반나절

2011년 12월 11일





다음날, 그 형은 결국 하루 분을 환불받고, 호스텔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나는 그래도 누나를 생각해서 남기로 했다.
누나와 이모가 간곡하게 말렸기 때문이다.

사장님 그런 성격 빼면 좋은 사람이라고,
밀라노 지점 만들었는데 안그래도 매출이 안 나와서 힘든데,
그 지점을 누굴 맡겼는지는 몰라도 인터넷 요금이 체납돼서 끊길 위기라고,
그것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서 그렇다고.
밀라노 출장 때문에 내가 출국할 때까지는 사장님 볼 일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사장님도 가면서 많이 마음이 아플 거라고.
자기 분에 못 이겨 화를 내는데, 꼭 그러고 나서 후회와 자괴에 빠진단다.
난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나 출국날까진 안 돌아온다니 남아있는다.




오늘은 숙소를 옮긴 형과 나폴리에 당일치기로 가기로 한다.
떼르미니 역에서 9시에 보기로 한다.

나폴리까진 기차로 3시간 정도 걸렸다.
이탈리아도 땅이 참 길쭉한 것이 은근히 넓다.
그 땅덩어리 반만이라도 우리나라에 들여와서 우리도 좀 넓게 넓게 살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도대체 이렇게 길게 줄 서서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폴리에 대한 첫 인상은... 날이 흐린 탓이 있는지는 몰라도 좀 암울했다.
다른 여행기를 보면 쓰레기가 산더미같이 쌓여있다는 둥,
양복을 입은 어깨 형님들이 역에 줄지어 서 있다는 둥 말들이 많았지만,
적어도 내가 갔을 때에는 없었다.
다만, 길거리에 흑인 형님들이 그렇게 많은 곳은 처음이었다.
그 형님들의 대부분이 우리의 물건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소문은
여기저기에서 너무 많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긴장도 많이 되었다.
비록 가지고 갈 만한 걸 많이 지니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나폴리를 돌기 전, 나폴리 민박집에 잠시 들르게 되었다.
먼저 나폴리에 도착한 다른 형과 만나 그 형이 체크인 한 후 돌아다니기로 했기 때문이다.
민박집은 다세대 아파트 4층이다.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런데 공사현장용 엘리베이터를 생각나게 하는 비주얼이다.
매우 투박한 느낌. 호이스트라고 하나?
문이 2중인데, 각 층의 겉문은 손으로 열고 들어가야 한다.
난생 처음 타 보는 그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그 빌딩과는 어울리지 않는 화사한 민박집에 들어서게 된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건 중국어로 도배가 된 달력.
사장님은 100% 조선족분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다들 조선족분 숙소라면 피하고 보는 분위기가 있지만, 그럴 필요 없다.
사람 나름이다. 적어도 숙소의 친절도와 편안함은 사람에 달렸지, 국적에 달리진 않았다.

그 숙소에 묵은 형 덕분에 나폴리 여행 설명은 덤으로 들었다.
당일치기로 간다면, 나폴리 3대 피자집과, 성 정도만 들르면 되겠다.
그런데 3일 묵는 형을 위한 여행 설명을 듣는데, 주변에 볼 곳들이 너무 많다!
당일치기로 나폴리를 잡았는데, 잘못해도 크게 잘못했다.
나폴리 주위에 폼페이는 물론, 아말피, 카프리, 소렌토 등 유명한 곳들이 몰려있었다!

민박집 사장님께서 물어보신다.

“왜 여길 당일치기로 잡으셨어요?”

“별로 볼 것도 없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치안이 안 좋다고 생각해서요.
여기저기 다들 여기 위험하다고 해서요.”

“에이, 그렇지 않아요. 다른 곳에 비해 좀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까지 위험한 곳은 아녜요.”

“그러게요. 다른 건 모르겠고, 주위에 유명한 곳을 못 보고 지나친다는 것에 화가 나네요.”

“적어도 여기에 4일은 있어야 나폴리와 주위 도시 돈다고 할 수 있어요.”

“남부 해안 투어 당일치기로 하잖아요. 그걸 보고, 직접 가도 당일에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통 그 사람들이 계속 나폴리가 위험하다고 소문을 퍼뜨리죠.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은 경치만 보고 빨리 떠야 할 곳으로 인식하게 만들죠.”

“그리고 그걸로 나폴리 당일치기 투어를 파는 거고요?”

“그렇죠.”

정말 공포 마케팅도 가지가지다.

나중에는 꼭 여기에 일주일을 뻗고 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거리를 거닐어보니 실제로 그렇게 마구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
다들 우리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폐지를 모아 자기 입 풀칠하느라 바빴다.








디 마테오 피자집 입구





뭔 일 하는지 다 보이는 주방





이것이 진짜 레알 화덕피자의 비주얼!




먼저 버스를 타고 나폴리 3대 피자집에 가보기로 한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R2 버스를 타고 간다.

R2 버스 안에서 우리의 호주머니는 공공재다.
수시로 내 손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호주머니에 들어갔다 나온다.
호주머니엔 아무 것도 들은 것이 없어 다른 무엇들의 움직임이 내 살을 계속 건드린다.
허리와 허벅지가 간지럽다.
그것들의 의미없는 움직임도 그저 재미있다.
버스가 인간을 수송하는지 닭장을 수송하는지 구별이 가지 않는 터라
옆사람 호주머니의 움직임도 느낄 수 있다. 다
들 죽어라 번 것들 여기에서 공공재로 풀진 않길 바랄 뿐이다.

시내에 내리면 3대 피자집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그런데 운이 나쁘게도 가장 맛있다는 피자집은 닫았다.
2번째 피자집을 가기로 한다.
이름은 익숙할거라 믿는다. ‘디 마테오’다.
무려 이곳에서 기술을 배워 한국에서 그 이름 그대로 피자집을 열었으니.

명성에 걸맞게 줄도 꽤나 길었다.
줄 덕분에 피자집을 찾았을 정도니깐.
하지만, 이 줄이 다들 적응되었는지 줄이 줄어드는 속도도 빠르다.
단 10분만에 어떻게 그렇게 빨리 피자를 뽑아내는지도 신기하다.
100판은 족히 나가 우리가 주문해야 할 때가 되었다.

메뉴판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우리마냥 불고기피자, 치즈피자 이런 식으로 쓰여 있는 것이 아니라,
마가릿타같은 자기들만의 이름을 쓰기 때문이다. 마치 커피마냥.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니 그냥 가장 싼 피자를 먹는다.

마가릿타? 유럽치고 매우 싸다, 아니 한국보다 싼 것 같다.
3.5유로. 레귤러사이즈.
다만, 빵이 매우 얇아 한 판을 다 먹어도 배가 허전할 느낌이다.

가장 싼 피자답게 토핑으로는 치즈밖에 없다.
하지만, 빵과 치즈와의 조화를 느껴보면 한국 피자는 모두 가짜였다는 생각만이 들 것이다.
한국 피자의 그 수많은 토핑은
뭔가 부족한 도우와 치즈맛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랄까?








도우는 얇았지만 배는 든든하다. 성까지 걸어가면서 배를 가라앉히기로 한다.
성의 입구까지 가는 것도 일이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계속 위로 올라간다.
같이 간 형들이 지도 하나는 기막히게 보니 망정이지, 나 혼자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거대한 입구가 보인다.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꽤 올라가야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보인단다.
성의 곳곳에 짠물이 깃든 흔적들이 보인다.






이렇게 찍어보니 소금 쩐 내는 나지만 좀 미항같긴 하다







성의 꼭대기에 다다르자 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친다.
성 위는 고요하다. 날씨는 흐리다. 매우 을씨년스럽다.
우중충하고 드넓은 성 위에 우리밖에 없다.
제대로 온 건 맞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곧바로 보이는 드넓은 세계 3대 미항의 풍경에 그 의심은 접기로 했다.
사실, 날씨가 이래서 미항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한 구석, 구름이 걷힌 그 작은 틈으로 햇빛이 내리쬔 곳이 있었다.
그 자리만 반짝거린 것이 참 예쁘더라.
맑은 날에 제대로 햇빛을 받으면 보석같은 곳일 것이다.











이곳에 와서 한 건 피자먹고 경치본 것밖에 없는데, 다시 로마로 올라갈 시간이다.

이곳에 반나절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마음 같아서는 내일 다시 내려와 4일은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절대 불가능하다.






왜나면... 오늘이 유럽에서의 마지막 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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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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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여행지 정보
● Napoli, 나폴리 이탈리아
● Di Matteo, Via dei Tribunali, 나폴리 이탈리아



[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19 이탈리아 - 나폴리에서의 반나절 | 미항은 아니지만 피자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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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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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trips.teem입니다. @bryanrhee님 여행기는 제목부터 눈에 쏙쏙 들어옵니다.~ 피자도 너무 맛있어 보이고~ 다음에도 유럽에 또 방문하실 예정이신가요??(궁금합니다. ㅋ) 앞으로도 멋진 여행지 많이 많이 소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막바지네요 ㅜㅜ 과연 또 유럽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피자 먹으러 나폴리 가보고 싶은 1인 입니다~ ^^
근데 좀 무서울것 같긴 해요..

에이에이~
무서울 거 없어요! 별거 없어요!
마피아는 일반인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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