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1_24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서프라이즈 | 에스토니아에서 생일케익 구워보기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24. 서프라이즈

2011년 5월 31일


서프라이즈 1



한 10시간동안 정신없이 잤다.
머리가 아직도 띵 하지만 그래도 몸은 괜찮아졌다.
이제 좀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었다.
긴 잠에서 깨어나 하품을 자지러지게 할 때 아구르가 떡밥을 던진다.

“저 쪽 1km 떨어진 곳에 애들이 캠핑을 와 있거든.
목 매단애 하나 만들어서 놀래켜주자고!”

오오오! 나 이런 거 무진장 좋아하는데!
이런데 내가 빠질 수는 없지!




계획은 이렇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 근처에 보일락 말락 한 곳에
목매달아 자살한 인형 하나를 걸어 놓는다.

우리는 그 근처에 위장 텐트를 치고 숨어 있는다.
그리고 계속 기다린다. 애들 몇 명이 이거 보고 소리 지를 때까지.

비명과 동시에 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공습경보기를 울려대면서 달려 나간다.




인형을 보고 비명을 꽥꽥 지를 애들이 눈에 선하다.




창고에 있는 옷들을 쓸어와 옷 속에 옷을 집어넣어 볼륨감을 만든다.
그리고 최대한 얼굴을 가린다.
일단 모양이 너무 어설프기 때문에 해가 있는 시간이면 안 된다.
10시는 돼야 출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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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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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지 우겨넣어 만든 시체


밤 10시다. 완전히 해가 떨어졌다.
진격이다! 보트의 노 젓는 소리도 최대한 들리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백만마리 모기가 내 살을 물어뜯어도 신경질을 내면 안 된다.
우리의 거사가 틀어지면 안 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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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체유기


소리가 최대한 나지 않도록 숲을 해쳐 나간다.

이 두 아이들은 괜히 밀리터리 광이 아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소리가 나지 않게 가는 법을 다 알고 있다.

숲을 이리저리 헤쳐 나가 아이들 숙소에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인형을 매단다.
집에서 볼 때는 그렇게 이상하게 만들었다 생각했는데
캄캄한 숲속에 달아놓으니 감쪽같이 자살한 시체로 위장이 된다. 신기하다.

이제 다 됐다.
위장텐트 속에 숨어 아이들만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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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전방의 아이들!

덧, 이 하늘 정말 밤 10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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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수습중인 아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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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위장중. 시간이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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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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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와 사투하며 잠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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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와 사투하며 잠복중 2


그런데 30분을 기다려도 아이들이 오지 않는다.
아르고는 답답해서 애들을 끌고 오려고 밖으로 나갔다.
혹시나 해서 괴상한 소리를 듣고서라도 오지 않을까 해서 공습경보기를 살살 돌려본다.
다시 기다린다.

반응이 없다.

30분 뒤 갑자기 아르고가 뛰어온다.

아이들이 절대 여기를 안 오려고 한단다.
이미 눈치를 챘다고 한다.
아... 이렇게 나의 꿈이 무너지는 건가.






그런데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다시 새로운 것을 준비한다.
귀신놀이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낮은 포복으로 아이들 숙소까지 기어갔다.
군대에서 했던 걸 이런 곳에 써먹을 줄이야!

대비 없이 그냥 무작정 하니 팔꿈치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숙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잠복했다.
먼저 라이트를 깜빡이면서 도깨비불 연기를 한다.

점점 가까이 간다.
숙소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조그만 자갈을 창문에 던진다.

아이들이 화들짝 놀라서 뛰어나온다.

그 때 문 앞에 잠복한 난 아이들을 덮쳐 놀라게 한다.
대성공이다! 이 맛에 이런 장난을 친다.









오늘 곯려준 아이들과 모닥불에 모여 앉아 소시지를 구우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다.

“아구르, 지금 몇 시야?”

“새벽 2시.”

12시가 넘었다.
타지에 맞는 내 생일이다.

“이제 난 [만] 23세네?”

그 때였다.

“어이 아이들~~ 브라이언이 지금 생일이래! 다 텨나와!”

소리를 질러서 아이들을 다 나오게 한다. 아이들은 악수 한 번씩 다 하고 들어간다.

아무리 밖에 있어도 난 외롭지 않다. 행복하다.















서프라이즈 2


에스토니아 전통 중에는,
아니, 거의 모든 곳의 전통 같긴 하지만, 모든 것이 공짜다.

대신에 하나 해야 할 일이 있다.
케이크와 커피를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 생일 케이크를 만드는 날이 되었다.
난 아직 만들 줄 모르니 아구르가 알려주면서 하기로 한다.

열심히 이스트와 함께 반죽해서 발효를 시키니 거짓말같이 부풀어 올랐다.
이제 그 반죽을 틀에 넣고 잼과 딸기 등으로 장식한 다음 굽는다.
그러면 케이크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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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우유, 레몬, 잼, 이스트, 계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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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밀가루를 곱게 친 다음 계란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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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죽이 되도록 골고루 섞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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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 섞은 반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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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할 땐 재료를 하나씩 먹어주는 것이 제맛이다.

루바브 껍질 벗겨서 설탕에 찍어먹으면 침샘이 저릿저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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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다. 이 집에서는 불꺼진 사우나에서 발효시키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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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동안에는 아구르와 합성사진같은 걸 찍으면서 논다.
(합성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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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럼 이 정도로 부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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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반죽을 팬에 붓고, 루바브로 데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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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오븐에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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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구워졌으면 조금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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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딸기잼을 들입다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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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완성!!







다 구워졌다.
내가 생각하는 케이크는 아니지만 정말 맛있게 생겼다.

내가 전부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손길로 대접을 해 보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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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투미~~ 왼쪽부터, 아소, 나, 레인, 아르고. 그리고 안 찍힌 찍사 아구르







내일 이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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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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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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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컨텐츠가 즐거운 스티밋을 만드는거 아시죠?

짱짱맨도 날아가즈아~~~!

장난치고는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고 섬뜩한(?) 장난이네요 ㅋㅋ ...
수제(?) 케이크의 맛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맛있었겠네요 !

저희가 가고 난 뒤가 진정한 장난의 시작이 아니었을가...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바브가 엄청 시어서 케익 한 입에 맥주 한 컵 이러고 살았어요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정말 자전거 여행 해보고 싶네요...좀만 더 어렸다면 ㅜㅜ

날 잡고 춘천이라도 ㄱㄱ~~

ㅎㅎㅎ 재밌는 체험하셨네요~ 위장시체라니~

제가 생각해도 뭔 정신으로 이런 짓을 했는 지 신기하네요 ㅎㅎㅎㅎ

헐 저런거 저는 보면 정말 기절할지도 몰라요 ㅋㅋㅋ 소리는 안지르고 매번놀랄때마다 내적으로 놀라는 스타일.... 시간 지난 이미지가 엄청 리얼해서 올랐습니다 후덜덜.. 케이크는 너무 맛있을 것 같네요 ! 단것 좋아하는 달달덕후로써는 대환영입니다 !

여러모로 어떻게 이런 장난을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양덕들과 함께 있으면 상상도 못할 레베루로 튀어나가요 ㅡ.ㅡ

케이크는.. 먹으면
달달하다가 갑자기 마지막 맛이 엄청 시큼하답니;다 >_<

너무 멋지십니다!

과찬이십니다 =_=
더 골때리고 기가 막히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

와... 저거 지금가도 걸려있는게 아닐까요?

아마도 회수 안 했던 거 같은데
몇 분 돌아가셨을듯.....ㅋ

열심히 만들어서 나무에 매달았는데!! 아쉽아쉽 ㅎㅎㅎ 보는 저만 무섭네요ㅜㅜ 모기 뜯기는게 더 무서움.. 그리고 내 생일에 내 생일케이크를 친구와 함께 만들어 대접한다는 거, 멋진 일인 것 같아요!

걸어놓고 그냥 왔던 거 같은데
아마 우리도 모르게 심장마비 환자 몇 명 양산했을 것 같네요 ;;;;;ㅋㅋㅋㅋ

그리고 생일케이크는.. ㅋㅋ 잼과 빵은 맛나는데 루바브 부분 씹을때마다 너무 시어서 무서운....ㅜㅜ

두 서프라이즈 모두 재밌는 전통인 것 같아요 :)

정말 제대로 서프라이즈한 날이네요. 어디 웹툰에서나 볼법한 판타지스러운 일들이 저렇게 우루룩 ㅎㅎ 즐겁게 사시는군요!

저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 삶으로
선천적 얼간이들 시즌 하나 분량은 거뜬하게 나올 거예요 ㅋㅋㅋ

으앗!! 처음부터 봐야하는 시리즈물이군요!! 자전거여행 정주행 하고 오겠습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
놀러갈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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