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1달반 정착기] 미친여행 CHAP3_10+11 호스텔 알바 첫날 + 호스텔에서 본 별난 손님들 2+3 | 권총강도로부터 도망쳐왔던 사연은?!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이스탄불의 흔한 냥이 >_<





10

2011년 10월 17일




이번엔 한 달 동안 호스텔에서 동고동락했던 두 명의 이야기다.




호스텔 일 받고 다음날이다.
한식당에서 일하다가 잠시 일이 있어서 호스텔로 왔던 때였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한식당에서도 일을 하게 되어
처음 10일 동안은 두 군데 모두 다 일했다.)
난 컴퓨터를 잡고 이것저것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뒤에 있던 여자분께서 말을 거셨다.

“혹시 브라운이 당신이에요?”

희정 누나와의 첫 대면이었다.







브라운. 내 영어 이름은 브라이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터키 사람들은 ‘브라이언’이란 발음을 못 한다.
맨날 나보고 브라운이라 한다.
‘브라이언’이라고 고쳐주면 그제서야 ‘브라인’이라고 한다.
완전한 발음을 기대하긴 힘들다.

“그렇긴 한데요?”

“아~ 사장님께서 운영 맡겨놓고 가신다는 분이 그쪽이시구나.
난 맨 처음에 후세인 아비(호스텔 터키인 공동 사장)가
사장님 한국 가셨다고 해서 운영 누가 하나 했는데 브라운이란 사람이 도와 준데요.
그래서 누군가 했더니 여기 있었네요?
사장님 정말 대책 없어. 말도 없이 남한테 맡겨 놓고 한국 훅 가버리고.”

흠.. 여기 한두번 오신 분이 아닌데? 조심해야겠다.







이 누나는 (결혼 안 했으니 누나라고 하겠다만 근 40줄이다...)
정말 수수깨끼로 가득한 분이었다.

사장님이 한국 가시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며칠 뒤에 저희 집 단골이 오신다고 하네요?
그냥 울적하고 뭣하면 바로 비행기 끊어서 날아오시는 분이에요.
갑부예요. 재벌 2세예요.
남들한테 부자라고 하면 아니라고 엄청 징징거리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사진만 찍을라 하면 고래고래 난리를 치면서 못 찍게 한다.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신다.
집안 이야기를 하면
자신은 가문에서 버려진 사람이라 하시면서 한숨을 푹푹 내쉰다.




희한한 건 재벌가 따님이란 분이 요리는 참 기가 막히게 잘 하신다.
백숙, 닭볶음탕, 볶음밥 등등
정말 무엇을 해도 MSG 없이도 기가 막힌 감칠맛을 선사하시는 분이시다.
이걸 보면 사장님이 그냥 헛소문 퍼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정체를 알래야 알 수 없는 누나다.






이스탄불의 한국 백숙





이스탄불의 김치 볶음밥




터키어를 참 잘하신다.
호스텔 스텝과도 그렇고
거리에 나가서도 상인들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서비스를 얻어내는 게 참 많다.

그런데 억양은 참 특이하다. 한국어 억양이란 말이 아니다.
그저 당장 울 것 같은 목소리라서 그렇다.




숙박계를 보아하니 체크아웃 날짜가 적혀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장기 투숙의 냄새가 솔솔 난다.
아무래도 내가 터키를 뜰 때까지 같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한 달 동안 동고동락할 사람이 희정 누나가 끝이 아니었으니...









2011년 10월 18일



한식당에는 아침 11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한다.
11시간 일하고 나면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다.
빨리 씻고 자든지 놀든지 하고 싶어서 빛의 속도로 집에 들어오곤 한다.




이날도 녹초가 돼서 혼이 나간 상태로 호스텔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며칠 전에 체크인한 공군 파일럿 형과 같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일본인이 있었다.

머리를 길러 뒤로 묶었는데
두상부터 눈코입 하며 전형적인 일본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기에 그렇게 생각했다.
남자와 여자를 섞어놓은 느낌. (예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일본어나 영어가 들이지 않고 한국어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본인도 한국어로 이야기한다!

“Aren’t you Japanese..?”

“아녜요 아녜요! 한국 사람이예요!”

하.. 실수했다.







이 일본인같이 생긴 친구도 참 여행이 다사다난하다.



“...이집트에서 며칠 전에 시위 일어났었잖아요?
시위 현장을 찍고 싶었어요.
무작정 카메라 들고 현장으로 갔어요.
취재란 것을 해보고 싶어서 말이죠.

민주화 운동이잖아요.
낭만적인 민주화 운동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민주주의는 피로 이루어졌다고 하잖아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생각보다 위험하고 잔인하더라고요.
갑자기 너무 무섭더라고요.

정신없이 도망갔어요.
그 때 저에게 여기는 외국인이 다니면 위험하다고
미국 대사관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분이 있었어요.
영어가 유창하고 말끔하게 생겨서 전 이 사람을 믿었죠.

그런데 골목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더라고요.
지금 큰 길로 다니면 위험하다고.

그런데 골목길 어딘가에서 갑자기 저에게 권총을 들이대더라고요.
진짜 태어나서 잘못하면 죽겠다 싶은 걸 처음 느꼈어요.
어떡해야 하지 생각은 자꾸 나지만 어떻게 할 수 없더라고요.
그 때 강도가 물어보더라고요. 기자에게 강한 반감이 있었나봐요.

당신 기자냐고.
정말 기자의 꿈을 향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저기 다녔는데,
그 때 만큼은 제 꿈이라 아니라고는 못하겠는데,
목숨을 생각해서라도 그렇다고도 못하겠더라고요.

그 때 딱 생각나는 사람은 부모님이더라고요.
시위현장 나오기 2시간 전에 부모님한테 전화했었어요.
그 때 전 철없이 투정을 부렸죠.
어딜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냐고, 다치지 말고 집에 들어오라고.
보통 부모님들은 그렇게 말씀하시잖아요.

전 자꾸 걱정하지 말라고, 알아서 들어온다고 성질을 부렸죠.
이마 위에 차가운 총신이 느껴지니깐 진짜 그 순간이 후회되더라고요.

죽기 싫으면 달라는 거 다 주래요.
배낭을 달라고 해요.
그래도 여기에는 비싼 게 없었어요.
강도에게 살아남기 위하여 주는 건데 아쉬운 건 없죠.
이게 끝일 줄 알았는데, 제 몸을 살펴보다가 전대를 찾아버렸어요.
돈도 다 내놓으래요.
달러와 유로로 한 50만원정도 있던 것 같은데, 다 뺏겼어요.
이제 뺏길 건 다 뺏겼으니깐 만족하고 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카메라까지 걸렸어요.
이것만은 지키려고 잘 감추고 있었는데, 결국에는 걸리고 말았어요.
이것까지 다 내놓으라고 하네요.

다른 것들은 다 몰라도
이 카메라에는 지금까지 여행의 추억들과 제 도전이 다 담겨있는데,
이것은 정말 제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걸 줘도 이 강도가 저를 살려 줄 것이란 보장도 없고요.

카메라를 건네줄 때 살짝 틈이 보이더라고요.
바로 카메라를 낚아채서 렌즈를 잡고 본체로 강도의 머리를 내려치고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어요.

강도의 신음소리가 들려와요.
달리는 동안 뒤에서 언제 총소리가 날지 조마조마하더라고요.

다행히도 골목을 빠져 나와 모퉁이를 돌 때까지 총 소리는 나지 않았고
쫓아오지도 않더라고요. 정말 십년감수했죠.

이제 이집트가 정말 싫어지더라고요.
어떻게든 빨리 빠져나와야겠더라고요.
미리 끊어놓은 터키행 티켓 날짜 당겨서 타고 왔어요.
그렇게 일단 이집트는 탈출했어요.”







목숨은 건졌지만 돈을 다 털렸으니 여기에서 여행하는 건 글렀다.
출국 날짜까지 이스탄불을 나가지 않겠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한 달 호스텔 합숙 멤버가 한 명 더 합류하게 되었다.
이런 파란만장한 경험을 한 친구.
이름은 석민이라 하고, 나랑 동갑이다.













희정누나는 이런 석민이가 안쓰러웠는지
계속 같이 다니면서 여기저기 많은 구경을 시켜 주고
이것저것 많이 챙겨 주었다.

나도 같이 다니고 싶었지만, 한식당 일이 바빠서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가 석민이 이스탄불 워킹 투어 좀 해 주려고
한식당 사장님에게 물어봤다가 욕만 지지리 먹고 나왔다.




매일매일 난 아침 9시에 어김없이 이스탄불 여행지 강의를 했고,
누나는 옆에서 현지인 수준의 훈수를 두었다.
석민이는 한 이틀 정도 매일 나와서 내 설명을 듣고,
그 후 며칠 동안 여행 가이드북을 혼자 파고 여기저기 다녔다.



어느 날 같이 온 것도 아닌데 6명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던 날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난 신나게 설명을 했고, 이것저것 질문을 받았다.
사람들은 나보고 가이드를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난 좀 있으면 한식당 출근을 해야 하는 상태.

그 때, 다른 사람이 석민이를 찔러본다.

“그럼 혹시 네가 해 주면 안 돼?”

사람들이 옳다구나 하고 등을 떠민다.

“맞아, 야. 이제 너도 여기 많이 다녔으니 사람들 알려줄 정도는 되지 않아?”

누나는 옆에서 붕붕 띄운다.

“아..아.. 그럼 무료 가이드를...”

그렇게 석민이는 얼떨결에 가이드가 되었다.







그런데 저녁에 돌아와 보니 석민이가 스타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만족이 하늘을 찌른다.



“이 친구 대박이야!
내가 혼자 여기 왔으면 아무것도 몰랐을 텐데
이 친구 말도 잘 하고 역사적 지식도 풍부해서 말이지
소소한 것 이것저것 다 설명을 해 주더라고!”



이게 끝이 아니다. 석민이가 나에게 살짝 귀띔을 해 준다.



“오늘 투어 하면서 네 이야기를 했는데,
카파도키아 투어 있잖아,
내가 아까 그래도 이 근방에서는 네 가격이 가장 믿음직한 가격이라고 했거든.
말 들어보니깐 거의 너한테 마음이 넘어가서 6명 모두 너한테 투어를 구매할 것 같아.
밤에 준비해 놔.”




이 무서운 자식! 자기 가이드로 끝나지 않고 내 마케팅까지 하다니!
무려 6분을! 6명이면 매상이 장난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많이 사는 패키지가
카파도키아 괴레메 마을 가는 버스, 그린 투어, 벌룬 투어 세트,
버스 60리라, 그린 70리라, 벌룬 110유로에 세트 할인 적용하면
당시 환율로 24만원정도 한다.
6명이면 무려 144만원!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여기 온 지 며칠도 안 돼서 역사 공부를 남에게 말해줄 정도로 했다는 것!
언변, 역사에 설득력까지 갖춘 친구,
동갑내기지만, 너무나도 무시무시다다.




뒤에서 그 비결을 슬쩍 물어보았다.

“어, 처음에 사람들을 휘어잡는 게 관건이야.
그러려면 사람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단 말이지.
가장 처음 코스는 무조건 히포드롬 Hippodrome광장이 된단 말이야.
거기만 열심히 팠어.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 않는 곳까지.

그러다보니깐 사람들이 엄청 날 믿게 되더라고.
그 다음부터는 역사는 묻지 않고 맛집, 특산품, 커피 이런 걸 물어보는데,
며칠 동안 희정누나가 현지인들만 아는 곳을 열심히 데려다 줬잖아?
그거 좀 써먹으니깐 이제 날 신으로 떠받들더라고.”




이 친구와 같이 하면 정말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나는 한식당을 때려치우고
같이 무료 워킹 투어 가이드를 같이 하면서 팀 플레이를 하게 되었다.







호스텔 프로그램상 9시에는 무조건 이스탄불 설명회를 해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떠들다보면 몇 분께서 아예 우리에게 가이드를 부탁한다.
그리고 다들 처음에는 이게 유료인줄 안다.
그래서 우리 워킹투어의 가격을 물어보면 이리 말한다.
(말만 그리 하지 무료다. 그래서 포인트는, 매우 장난기 넘치게 말하는 것이다.)



“저희 워킹 투어는요, 남자는 30유로, 여자는 예쁘면 무료, 못생기면 50유로입니다.”
(2018년 현재 이렇게 말하면 미투다. 2011년이었기에 먹히는 농담이다.)

좌중이 빵 터지면서 그나마 있던 경계마저도 허물어진다.
이 때 은근슬쩍 여행 상품의 존재를 던져준다.
그리고는 석민이와 함께 워킹 투어를 따라간다.
석민이는 해박한 지식과
절제되어 있지만 믿음직한 언변으로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그 때, 강력하게 호스텔 여행 상품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자동으로 저녁에는 나에게 여행 상품을 사러 온다.
호흡이 아주 찰떡궁합이었다.

우리 둘이 한 달 동안 팔아 치운 것만 해도 500만원어치는 족히 되었다!



이스탄불에 몇 안되는 안 비린 홍합밥





이스탄불에 몇 안되는 착한 피데가게

물론, 이렇게 성공적인 영업 뒤에는
열심히 고급 정보를 알려준 희정 누나를 빠뜨릴 수가 없다.

누나의 It Place가 얼마나 강력할까?

터키 하면 피자 비슷하게 생긴 피데가 유명하다.
나폴리 피자처럼 화덕에 구워서 나오는 피자다.
그런데 관광지 피데는 화덕에서 구워 나오는 것도 얼마 있지 않고,
화덕 피자라고 해도 맛이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난다.
재료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누나가 아는 집은 재료가 매우 신선한데도 불구, 다른 집보다 싸다!
현지인 가격이다!

이스탄불 어디에서도 그런 피데를 맛볼 수 없다!
(블로그 때문에 맛집이 사라져감을 안타까워하는 누님과의 협약에 의하여
이름과 좌표는 기입하지 않기로 하겠다. 의리의 문제다.)







그 외에도 홍합밥이란게 있는데,
이걸 아무곳에서나 먹다간 잘못하면 제대로 배탈난다.
제대로 하는 식당에서 먹어야 탈이 없다.

그 유명한 고등어케밥집도 잘 가야된다.
잘못 가면 가시가 잔뜩한 곳으로 가게 된다.

그랜드 바자르 하면 사기와 바가지로 얼룩진 곳으로 유명하지만
그 안에도 양심적인 가게를 알고 계신다.

이 정도의 현지인스러운 초고급 정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말 누나의 이런 정보 아니었으면
우린 가이드고 투어 장사고 아무것도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렇게 셋이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동고동락하고 한 달을 살았다.
매일 보는 사람 셋에, 매일 바뀌는 손님들과 호스텔 옥상에서
마르마라Marmara 해를 보면서 매일 맥주를 하나둘 비워갔다.





매일 밤, 손님들과 함께 호스텔 옥상에서 맥주를 까는 것이 우리들의 낙이었다




희정누나와 석민이와 같이 머문 지 20일 정도?
석민이는 이제 슬슬 이스탄불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당연하다.
여행하는 사람인데 한 곳에 20일이나 있으면 질릴 수밖에.

현금은 다 털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통장에 60만원정도는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 이젠 좀 이스탄불을 벗어나서 여기저기 보고는 와야지.



ATM기기를 같이 갔다. 그런데 계속 돈이 안 나온다.
터키어로 뭐라 나오는 데, 읽히지 않으니깐 뭐라 하는 지도 모르겠다.
돈이 없다고 하는데,
잔액이 부족하다는 건지, ATM 기계 안에 돈이 없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돈이 없을 리는 없다고 한다.




이상하지만 해결할 방도는 없어서 일단 도로 호스텔로 들어왔다.
석민이는 괜찮다고 하지만 난 뭔가 미심쩍어서 잔액 조회를 해 보자고 했다.
인터넷 뱅킹으로 어렵사리 조회를 해 보았는데 이게 뭔 일?
잔액이 만원밖에 안 된다!
비고란에 보니깐 이상한 이름이 막 써 있다.
어디인지 뒤져 보니깐 이집트 카이로의 거리 이름이다!

이집트에 있을 때 누군가가 카드 복제를 했고 몽땅 인출했다는 소리다!







석민이는 정말 영혼이 빠져나간 상태로 반나절을 늘어져 있었다.
누나가 자기가 돈이라도 준다고 갔다 오라고 했지만, 그건 싫겠지.
나도 없는 사정이라 어떻게 해 줄 수도 없고.
내가 사장이었으면 투어라도 다 공짜로 주고 싶은 심정이다.

매일 밝고 활달하게 가이드를 해 주던 사람이
파김치처럼 늘어져 있으니깐 다들 이상해서 왜 저러냐고 물어본다.

딱한 사연을 듣고는
여기저기에서 석민이를 도와주려는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무료 투어라고는 하지만 끝나면 팁을 꼭 챙겨주고,
생돈 나가지 않도록 먹거리도 챙겨주곤 했다.

나도 챙겨주고 싶지만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것이 매우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흠...
매일 밤마다 먹은 맥주병을 모아보니 50병 가량 되기에
그 병들 판 돈을 다 몰아줬다.

20리라 좀 안 되는 돈이라서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푼돈을 모으다 보니 어느새 괴레메 마을 정도는 갔다 올 돈이 모였다.
아무 곳도 못 가고 거기만 간신히 갔다 올 돈이다.

자고로 터키에 왔으면 적어도 필수 도시 4개는 찍고 와야 하는데, 안타깝다.
그래도 잠깐 어디라도 갔다올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기도 하고.







우리 셋은 터키를 뜰 때도 우르르 나갔다.
석민이가 먼저 한국으로 가고, 다음날에 나는 파리로 갔고,
그 다음날에는 희정 누나가 귀국길에 올랐다.

원래 누나는 더 오래있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긴급 호출이 온 것도 있고,
우리가 나가고 자기만 있으면 공허해질 것 같다고
같이 날짜 맞춰서 비행기를 끊었다.
(그 와중에 싼 비행기를 보겠다고
계속 날 옆에 앉혀놓고 몇 시간을 검색했는지 모르겠다...)







내 여행을 두 파트로 나누자면
5개월의 자전거 여행과
한 달 보름의 이 호스텔 경험이다.
(나머지 뒤 한 달 배낭여행은 어떻게 보면 여행도 아니다.)

호스텔 경험 자체가 소중하다기보다는
셋이 동고동락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겪어보고 해결한 경험이 소중했다.

너무나도 다른 사람,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세 사람,

하지만
서로를 믿고
서로를 배워가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힘들고 어렵고 골때리는 일을 극복해나갔다.

우리가 뭉치지 않았다면
이 한 달 보름의 사장 대행(을 빙자한 아르바이트)은
반쪽짜리 경험만도 못 했을 것이다.







귀국하고 이제 1년이 좀 넘었다. (2013년의 글이다.)



석민이는 지금도 계속 연락하고 사는데,
희정 누나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잘 지내고 계시겠지만 워낙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시는 분이라
이번엔 어디서 번쩍거릴지 궁금하다.




사실 우리의 이야기는 이것 말고도 훨씬 많다.
나중에 말해줄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그 때 마다 석민이와 희정누나가 나올 텐데,
우리의 이런 이야기도 모르고 읽으면 이 사람들이 누군지,
헷갈려 할 것 같아서 처음에 간단하게 써 보았다.

내가 11월 16일에 파리로 뜨는 이야기 전 까지는
계속 이 멤버들이 등장할 것이다.




석민이를 한국으로 보내는 날, 아타튀르크 공항 출국장에서









번외:

돌아온 직후,
나는 2012년 석민이와 함께 첫번째 스타트업을 해 보았다.
언론사 인턴을 하다가 취재원으로 만난 분을 대표로 3명이 운영을 해 보았다.

한창 세바시, 마이크임팩트 등 강연이 유행할 때,
성공한 사람들만 강연하는 것에 반기를 들고,
실패한 사람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비전으로 만든
만인 강연 플랫폼이었다.

처음엔 관객 3명이었지만,
장소를 협찬받은 후 2회 연속으로 100명을 넘길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하지만 그 대표형은 우리에 대한 열등감이 많았고,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렇게 대표와 우리는 충돌하고, 팀은 깨지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우리는 종종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듣고 살았다.
석민이가 부산으로 장기 출장을 가 있을 때에도 부르고 놀았으니깐.

가장 최근에 연락이 닿은 때는 2016년 10월 정도이다.
영국에 가겠다고 했다.
파일럿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연락이 끊긴 상태이다.
아직 한국에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희정누나는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가,
2015년에 연락이 닿고 1년에 1~2번은 꾸준히 보고 있다.
특히 석민이가 부산으로 장기출장을 갔을 때엔, 셋이 모두 모여 놀았을 정도다.
갑자기 중국으로 대학을 다닌다고 하고는 자주는 보기 힘든 분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 돌아올 때마다 꾸준히 보고 있다.



2018년 현재,

석민이는 연락이 되지 않고
지금은 희정 누나와 계속 안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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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2_26 보스니아 - 짖궂은 사람들 | 동양인이란 꼬리표는 여러모로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CHAP2_25 보스니아 - 약속의 땅 2
CHAP2_24 보스니아 - 약속의 땅 | 먹여주고 재워준 의리를 지키려 간다
CHAP2_23 크로아티아 - 아름다운 두브로브닉 | 살인더위 | 난생 처음 본 카운터테너
CHAP2_22 크로아티아 - 돈을 낸다는데 왜 방이 없어! | 살인물가의 최고봉, 두브로브닉
CHAP2_21 크로아티아 - 음악과 함께하는 코르츌라의 아름다운 밤
CHAP2_20 크로아티아 - “다음부터는 운동화를 신으라고요!” | 샌들 신고 하프마라톤하기
CHAP2_19 크로아티아 - 흐바르 섬으로 넘어가기 | 배에 자전거가 안 실린다고요?!
CHAP2_18 크로아티아 -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아름다움은 느낄 수 있다 | 마음을 씻어주는 아름다운 브라츠 섬
CHAP2_17 크로아티아 - 노트북을 털리다 | 털린 것도 서러운데.. 레포트값도 내야하니...
CHAP2_16 크로아티아 - 아무나 얻어 자는 것은 아니다
CHAP2_15 크로아티아 - 테라네오 락 페스티벌 4
CHAP2_14 크로아티아 - 테라네오 락 페스티벌 3 | 아침에 대놓고 그짓을 하는 사람들 | 음악 앞에선 국경이 의미가 없다
CHAP2_13 크로아티아 - 테라네오 락 페스티벌 2 | 크로아티아 전통술 맛보기
CHAP2_12 크로아티아 - 테라네오 락 페스티벌 1 | 크로아티아 락페를 뛰어보다
CHAP2_11 크로아티아 - 크닌의 신부님 | 라우라의 구걸문을 사용해보았다! 효과는 굉장하였다!
CHAP2_10 크로아티아 - SNS에 길을 묻다 | 내 길의 선배님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CHAP2_09 크로아티아 - 갈라짐 | 갈라지고 싶을 때 갈라질 수 있는 자유
CHAP2_08 크로아티아 - 어색 2 | 국제커플에 대한 색안경 | 열등감을 휘두르는 동행
CHAP2_07 크로아티아 - 어색 1 | 돈 없는 노숙자 여행자들은 플리트비체에 어떻게 들어갈까?
CHAP2_06 크로아티아 - 한국인을 짜증나게 하는 쩨쩨한 한국인 2 | 딸에 올인한 가족, 우리네와 다를 것 없는 그들의 애환
CHAP2_05 크로아티아 - 한국인을 짜증나게 하는 쩨쩨한 한국인 1 | 크로아티아 전통요리 체험 | 사소한 실수를 분쟁으로 만드는 한국인
CHAP2_04 크로아티아 - 행운아 1 | 또다른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 | 덕분에 끼워서 얻어자기
CHAP2_03 크로아티아 - 까를로바츠에서의 한때 | 나도 현지인 여자에게 좀 통하려나...? | 두근두근 폐가노숙
CHAP2_02 크로아티아 - 낭만 | 바쁘게만 살아왔던 한 대학생의 생활 뒤돌아보기
CHAP2_01 크로아티아 - 안녕, 쉥겐 | 90일 제한시간으로부터의 탈출 | 도착하자마자 노숙하기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47+48 오스트리아 - 잘츠부르크 길바닥에서 궁상떨기 | 민박집 사장님 인생은 파란만장 | 유럽사람들이 중국인을 싫어하는 이유
CHAP1_46 오스트리아 - 음악축제 보고 싶은데 양복이 없어요 | 잘츠부르크 음악축제를 가보기 위해 양복찾아 삼만리
CHAP1_45 독일 - 무쇠체력 할아버지지 | 66세에 자전거 세계일주를 하는 할아버지
CHAP1_44 독일 - 유럽 대륙에는 자전거 여행하는 한국인도 많다 | 딩켈슈뷜 어린이축제 | 브로이하우스 부럽지 않은 맥주 어울림 한 판
CHAP1_43 독일 - 행운의 성 투어 | 크레글링엔의 맹인 요리사 | 목표를 향해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어디까지인가
CHAP1_42 독일 - 로만틱 가도에 서다! | 전독일 청소년 합창대회 | 뷔르츠부르크에서부터 다시 노숙의 길로
CHAP1_41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2 | 뭉치면 시끄러운 한국 사람들 | 해부에 능한 전주자매들 | 희극인들
CHAP1_40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CHAP1_39 체코 - 또 하나의 프라하, 올로모츠 | 고장난 다리 | 사려깊은 여행자 | 나는 진정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가?
CHAP1_38 체코 - 잠좀 자게 해달라고!! | 캠핑장에서 난데없는 몸싸움
CHAP1_37 폴란드 - 요한 바오로 2세의 축복 | 초딩에게 한글 가르치기!! | 요한 바오로 2세 생가에서 겪은 따뜻한 폴란드인
CHAP1_36 폴란드 - 아담과 함께하는 폴란드 식도락 여행 | 현지인들의 극한음식
CHAP1_35 폴란드 - English Speaking Club | 세계에서 가장 꾸준하게 모이는 클럽으로 기네스 등재된 곳
CHAP1_34 리투아니아 - 사기꾼? 미치광이? 아무튼 격퇴기
CHAP1_33 리투아니아 - 많이 컸다, 코리아! |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느꼈던 순간들 3가지
CHAP1_31 에스토니아+라트비아 - 타르투 대학 박물관(하) + 국경넘어가기 | 국경만 넘어가도 달라지는 것들
CHAP1_29-30 에스토니아 - 이젠 씻고 싶다 + 타르투 대학 박물관(상) | 에스토니아에도 학생감옥이 있다?!
CHAP1_26-28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아구르네를 떠나며.. | 에스토니아 남자들도 군대에 간다?! | 에스토니아의 슈퍼스타 K
CHAP1_25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에스토니아 아이들에게 한국 알리기 | 에스토니아판 아.우.성.
CHAP1_24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서프라이즈 | 에스토니아에서 생일케익 구워보기
CHAP1_23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도대체 친구가 누구야?! | 에스토니아에서 안동찜닭 끓이기
CHAP1_22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동양인은 봉이다
CHAP1_21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핸드폰과 맞바꾼 인연
CHAP1_20 사람은 사람이 살린다
CHAP1_18 에스토니아 - 에스토니아 여자는 동양 남자를 싫어해! + 19 이젠 되는 일이 없다
CHAP1_17 에스토니아 - 오를레앙과 함꼐하는 탈린 나들이
CHAP1_16 잠시 동안의 탈린 나들이, 그리고 안녕
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bryanrhee님후문2.gif

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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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0회 짱짱맨배 42일장]4주차 보상글추천, 1,2,3주차 보상지급을 발표합니다.(계속 리스팅 할 예정)
https://steemit.com/kr/@virus707/0-42-4-1-2-3

4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참 권총강도 이야기 볼때마다 안전한 한국이라 다행이다 싶구...

여행 가서 친구 만들었다는 이야기마다 참 좋은 인연이다 싶어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여행가서 만난 친구들 못 보고 천천히 멀어지면 그건 그것대로 너무 슬프고~

이런 사례들을 매번 볼 때마다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지 느끼고 있어요 ㅜㅜ

여행친구들이 연락만 잘 되면 정말 가장 오래 보는 것 같아요
정말 정기적으로 보는 친구들이 꽤 되어서 말이죠

와우~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군요

이런 분들과의 인연 평생 가길 바래요~

그래야하는데 말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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