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2_46+47 알바니아 + 마케도니아 - 까미노 순례자 끝판왕 + 베드버그 탐정 브라이언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우리가 아는 순례길은
프랑스 생 장 드 삐에르뽀르부터 산티아고 드 캄포스텔라를 생각하는데,
사실 순례길은 종류가 엄청 많으며,
까미노 순례길은 여러 순례길들의 일부이자 마지막 코스이다.








46. 까미노 순례자 끝판왕

2011년 9월 22일




고마웠던 엘리스의 부모님을 뒤로 하고 엘바산Elbasan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간밤에 천둥번개까지 치면서 신나게 내렸으니깐 오늘은 쨍쨍하리라 생각했지만
2시간 뒤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이미 많이 달려와서 돌아갈 수도 없고, 지금 산속이라 비를 피할 곳이 없다.
빗속을 달리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다.

생쥐가 다 되어 얼어 죽기 직전에 엘바산 시내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에 보이는 호텔에 들어갔다.
이미 비를 맞고 이성을 잃었다. 하룻밤 2000렉[22000원]이나 하지만 비싸다고 생각하는 정신이 없다.
물론,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나서는 후회가 밀어닥치지만.
이런 간사한 인간.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다행히도 해가 쨍쨍하게 떴다.
쨍쨍한 햇살만큼 페달을 굴리는 나의 발도 가볍다.
내 길 옆으로 기찻길이 보인다. 아무리 봐도 폐선(廢線)으로 보인다.
침목 사이에 잡초가 무성하고, 표면은 녹이 잔뜩 슬어 있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저 멀리서부터 기차가 달려온다.
재밌는 것은 기차가 내 속도보다 그리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슈코더에서 플로리안이 말해줬었지.

“여기서 티라나까지 100km인데, 기차로는 3시간 넘게 걸려.”

계산하면 대략 30km/h. 지금 속도계에 찍힌 자전거 속도는 24km/h.
날 앞지르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내리막길이라도 나오면 내가 빠를 기세.

“어쩔 때는 가다가 시동이 꺼지거든? 근데 힘이 약해서 시동이 안 켜져.
그러면 사람들이 다 내려서 밀어. 그럼 시동이 켜져.”

엔진 소리를 들으니 그럴 만도 하다.
10년 넘게 험하게 굴러서 웬만한 언덕은 올라가지지 않는
군 간부의 LPG차에서 나던 소리랑 똑같았으니깐.




폐선같이 보이지만, 실제 운행하는 기찻길이다!








다시 앞에 거대한 산이 보인다.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일단 가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을 요량으로 분식집 같이 생긴 곳에서 케밥을 시켰다.
식당 주인이 이 마을에 내 친구가 있다고 한다.
친구가 왜 있냐고 하니 중국사람이라면 당신 친구 아니냐고 한다.
정말 중국 사람 없는 곳이 없다. 지겹다.




다른 손님한테 물어봤더니 저 산 꼭대기에 국경이 있단다.
어제도 산, 오늘도 산.
하루에 한 번 산을 넘어야 되는 운명인가보다.
이젠 해탈했다.
어떤 산을 넘어도 5월 달에 넘은 노르웨이의 1500m 산은 넘지 않았다.
그런 산도 넘었는데, 뭘. 다 인간이 넘는 산이야.




아래는 우중충한 날씨.
고도가 올라갈수록 안개 속을 기어가는 기분이 든다.
간간히 비도 맞는다.

산양들이 이 바위 저 바위로 날아다닌다.
저것들 자전거랑 같이 나좀 국경까지 태워 주면 안 되나? 에잇!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산양떼들이 보인다. 방목해서 키웠다가 양치기 개들이 수거해온다.




양치기의 스멜이 물씬 나는 코디이지만, 신분은 순례자시다.








꼭대기에서 걸어 내려오는 사람이 있다.
지팡이를 들고 내려오는 걸 보니 산양들 주인이구나.
멀리에서 날 보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산양 곁으로 갈 줄 알았는데 계속 내가 있는 곳까지 내려온다.

가까이서 보니 알바니아 사람의 얼굴이 아닐뿐더러, 등에 뭔가 가득 차 있다.
보기만 해도 인심이 느껴지는 분이지만
그래도 첫 인상에 보통 내공을 가진 사람 같지는 않다.




“용자여, 이런 언덕을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나요?”

“앞으로 가려면 어쩔 수 없죠. 어디로 가세요?”

“오늘은 저 아래 마을까지만 가려고요.”

“여행중이신가요?”

“그렇죠. 자전거 탄 지는 얼마나 되었어요?”

“5월 초부터 시작했으니깐 5달 좀 안됐네요.”

“오, 저랑 걸은 세월이 똑같네요.”

“걸어서요?”

“네. 5월에 이스라엘에서 시작해서 예수님의 길을 따라 여기까지 걸어왔어요.”

“이....이스라엘에서부터요?”

“네. 이스라엘에서 예수님이 손수 세운 터키의 6개 성지와 테살로니키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네요.”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보스니아 메듀고리에를 거쳐서 바도비체에서부터 야고보의 길을 걸으려고 해요.”




야고보의 길...야고보의 길...

St. Jacob’s...
잠깐..혹시? 까미노 순례길?




“혹시... 노란 조가비길?”

“네.”

“그럼 종착지는 산티아고 드 캄포스텔라?”

“잘 아시네요.”

충격이다. 까미노 프랑스길만 가도 죽을 판에
오로지 하느님만 외치면서 걷는 거 이거 가능이나 한 거야?
독일 아우쿠스부르크에서 만난 폴란드 아줌마가
자기 집에서부터 3달동안 걸어온 까미노 여권을 보고도 식겁했는데, 점점 스케일이 커진다.

“여기에서 거기가 어디라고 걸어가요? 당신 미쳤어요?”

“제가 보기엔 당신이 더 미친 것 같은데요? 하하하하.
저 같으면 차라리 걷지, 자전거 5달은 못 타요.”

“그런데 전 거의 여행이 끝나가요.
근데 당신은 1년은 넘게 더 걸어야 할 것 같은데요? 괜찮겠어요?”

“괜찮아요. 다 하느님의 뜻이죠.
절 허락하신다면 이 길 끝까지 절 지켜봐 주실 거예요.
지금 전 저 혼자 걷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과 같이 걷고 있죠.”

서로의 여행의 안전을 빌면서 계속 언덕을 올라갔다.












마케도니아 이정표를 따라 가면 끝없이 산만 탄다.
계속 올라가다보면 안개는 비로 바뀐다.
요 며칠간 계속 젖기만 해서 비만 보면 히스테리가 도진다.
달리면 달릴수록 너무 춥다.
분명 국경을 지나면 내리막일텐데 이렇게 비가 오면
내리막의 기쁨도 못 즐기고 계속 브레이크만 밟으면서 와야 될 것이다. 짜증난다.

그나마 이 짜증을 국경에서 좀 달래준다.
몬테네그로에서 넘어올 때와는 달리 이곳 국경은 매우 친절하다.
세계 어딜 가도 불친절하기로 유명한 국경검문원이
자전거로 여기까지 왔다고 대단하다면서 앞으로 여행도 잘 하라는 말까지 해 준다.

첫 관문을 친절함으로 시작한 마케도니아. 기대된다.






오흐리드 호수. 구름낀 하늘 저편에 호수쪽만 쨍쨍한 것을 볼 수 있다.






47. 베드버그 탐정 브라이언

2011년 9월 21일




어느 정도 내려오니깐 거짓말같이 비가 그쳤다.
이미 비가 왔다 갔는지, 마른 도로가에 젖은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저 너머를 보니 구름이 걷혀 있고, 해가 쨍쨍했다.

우와! 햇빛이다!!
내가 런던에 있을 때에도 햇빛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3일 내내 비를 맞으니깐 답이 없다.
간절하다. 정말로.








한 시간 여를 달렸다.
오흐리드Охрид 시내에는 호객꾼들이 진을 치고 호구를 낚으려 기다리고 있다.
가까이 접근하자 개떼같이 몰려들어 [아파르트멘토]를 외쳐댄다.
방 빌려준다는 뜻이다.

보통은 자전거를 쏜살같이 밟으면 알아서 떨어져 나가지만 여기 사람들은 좀 레벨이 높다.
자전거 여행객을 낚기 위하여 자신도 자전거를 끌고 온다.
내가 밟으면 같이 밟는다.




“방 구하세요?”

“이미 봐 놓은 곳 있어요.”

“예약 했어요?”

“아뇨.”

아차! 실수했다.

“어디인지는 몰라도 저희가 가장 좋아요.”

“얼마요?”

“20유로요. 도미토리 아니에요. 무려 개인방이 20유로에요!”

“됐어요.”

난 노가리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다.
혼자서 도를 닦아야 하는 개인방을 지지리도 싫어한다. 속도를 낸다.

“저희는 아침도 주고 시설도 깨끗해요.”

쌩.

“오케이, 15유로! 15유로! 15유로까지 해 드릴게요! 이 이하로는 못 깎아요!”

됐고요, 자, 다음 삐끼.

“AAAAA 호스텔!”

“예약했어요.”

“그럼 따라오세요.”

“당신 댁 말고.”

“그거 제가 전화 한 번만 걸면 취소 되요.”

“됐어요.”

“10유로 도미토리고요, 중국분 3명 들어와 있어요.”

“한국 사람입니다.”

“어디 예약 하셨어요?”

“SSSSS 호스텔요.”

“거긴 이제 오래됐어요. 퇴물이에요. 저희는 올해 새로 지은 호스텔입니다.”

새집증후군?

“됐어요.”

떨어뜨리려고 시내에서 곡예 운전을 하는데도 그걸 다 쫓아온다.
돈에 대한 강한 의지다.
핸들을 잡고 있어서 박수는 못 드리네요. 아쉽습니다.

“당신!! 후회할거야!!”

여러분, 마케도니아 오흐리드에서 A로 시작하는 호스텔이 있으면 그곳만 피하시면 됩니다.
오흐리드에 오신다면 호스텔은 역시 S 호스텔!

아, 혹시 알바니아 슈코더를 가실 리는 없겠지만
자전거 여행객이 가신다면 플로리안도 피하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보스니아 모스타르의 데니도 조심하세요.












호스텔 주소도 알고, 가이드북에 지도도 있다.
그런데 도통 그 거리가 나오지 않아 시내를 온종일 헤매고 있었다.
우연히 호스텔 쿠폰북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S 호스텔의 사장이 날 보지 않았으면 절대 못 들어갔을 것이다.
골목의 골목의 골목에 있는데 약도 없이 달랑 도로 지번과 지도 하나로 찾으려니 찾아 지겠냐고.












체크인 시간. 여권을 보고서는 이분이 적잖아 놀란다.

“한국! 우리 호스텔에 한국 분이 3달 있다가 갔어요.
너무 좋은 사람이었죠. 아직도 그 사람이 그리워요.”

과연 호스텔 벽에는 그 사람과 함께한 사진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아, 그리고 또 한 명 왔다 갔는데? 아. S!!”

사라예보에서 친구와 통화 때문에 나한테 노트북을 빌려줬던 누나 이름까지 나온다.

그 덕에 이 호스텔에서는 한국 사람에 대한 대접이 좋다.
방도 시설도 매우 깔끔하고 좋았다.
도미토리라서 그렇지 아무리 봐도 12유로 호스텔이 아니다.
오늘은 왠지 편안한 밤이 될 것 같다.







빨래와 고추를 말리고 있다. 오흐리드에서 전원일기라도 찍어야겠다.







다음날 아침. 온몸이 간지러워 일어났다.
그냥 갑자기 가려운 것이겠지 생각을 했는데, 긁어도 긁어도 계속 간지럽다.
열 받아서 눈이 떠진다. 팔을 보니 모기 물린 것 마냥 부은 흔적이 줄을 지어 나 있다.
이상한 낌새가 들어 다른 곳도 살펴보았다.



이럴수가! 팔.. 허벅지... 종아리... 가슴... 등... 온몸에 다 물렸다!



혹시 이거... 베드버그?




모기에 물린 것 같이 붓는데, 그 강도는 매우 세다. 모기는 그 지점만 물고 가기 때문에 군데군데 물리지만, 베드버그는 살갗을 기어다니면서 물기 때문에 일정 간격을 두고 무는 경우가 많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데, 낮에는 소지품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나와서 숙주를 공격하니 찾아내기 힘들다. 일주일동안 당신의 생각 이상으로 가렵게 한다. 가려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한 경우 베드버그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생기는 등 정신병에 시달릴 수도 있다.




설마... 설마... 내가?!

“마스터!! 마스터!!”

“무슨 일 있어요?”

일단 베드버그의 존재가 알려지면 손님들이 모두 빠질 것이다.
여기가 더러운 곳이었으면 공개적으로 털었겠지만
깔끔한 곳이니 일단 주인의 태도를 보고 생각하도록 하자.
아무도 보지 못하게 세탁실로 불렀다.

“팔에 이런 것이 났네요.”

“에?? 이게 뭐에요? 저희 호스텔에 오고 이렇게 된 거에요?”

“예. 이거 모르세요?”

“네. 처음 보는데요?
손님들 가시면 시트를 매번 삶기 때문에 위생 문제는 전혀 없을 텐데요?”

정말 베드버그를 처음 보는 눈빛이다.
선한 눈빛의 호스텔 사장.




컴퓨터 앞으로 데리고 가서 한국 유럽 여행 커뮤니티와 영어로 된 지식 백과사전을 띄워 주었다.
하나하나 읽을 때 마다 겁에 질린 표정이 역력하다.








“걱정 마세요. 일단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들이 위생을 엄청 챙기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누가 베드버그를 뿌렸는데 그게 매트리스로 숨어 들어가면 대책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되죠?”

“일단 약국에 가서 비오킬을 사오시고,
제 옷가지들을 모두 삶음으로 빨고 나서 햇빛에 하루 말리면 어느 정도 해결될 거예요.”

나도 약국에 가서 베드버그 약을 샀다.
여기 숙박비가 12유로인데 약값만 9유로야! 배아파!




5성급 호텔에서도 간간히 물린다는 베드버그.
그런데 청결한 곳에서 물린다면
보통 베드버그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 하룻밤 묵으면서 침대로 숨어 들어갔을 때 생기는 일이다.
이 정도 청결을 유지하는 곳이라면 베드버그가 자생하는 곳은 아닐 터.
100% 다른 곳에서 옮겨온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근원지를 찾자. 수사 시작이다.








다소 당황하긴 했지만 호스텔 측의 대처는 발빠르다.
그새 약국에서 비오킬 스프레이를 사왔다.

“이거 어떻게 하면 되죠?”

“그냥 뿌리면 되요. 다 죽으라는 보장은 없지만 꽤 효과를 보는 약이에요.”

먼저 내가 있던 방의 손님들을 다 빼서 다른 방으로 옮겼다.

“모든 시트를 다 빼서 빤 다음에 이 방에는 이번 주 주말까지는 손님을 받지 않을 계획이에요.
그리고 죄송하지만 옮길 위험이 있으니 혼자 주무셔야겠습니다.”

“그런 건 상관없어요. 그냥 거실에서 침낭 깔고 자죠.”








일단 마케도니아의 전반적 관광 코스를 알아야겠다.
이 곳으로 들어오는 루트를 한정해보기 위해서다.
주인장을 앉혀놓고 탐문 수사를 한다.

“보통 오흐리드로 오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오죠?”

“알바니아 티라나나 스코프예Скопје에서 오죠.”

“지금 여기 호스텔 쿠폰북에 보면
알바니아의 베라트Berat도 유명하고
어떤 사람들은 불가리아 소피아София에서 바로 올 수도 있을텐데?”

“일단, 베라트는 산골짜기에요.
티라나를 거치지 않고는 바로 오는 교통편이 없어요.
소피아에서 온다고 해도 버스가 스코프예를 찍고 오는데,
다들 어지간하면 스코프예를 보고 오지, 바로 안 와요.”

“다른 곳에서 오는 사람들은 없나요?
지도상으로 가깝던데 테살로니키θεσσαλονικη나 아테네Αθήνα에서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뇨. 그런 곳에서 오려고 해도 다 스코프예를 거쳐서 와요. 직행 버스가 없어요.”

“국내에서는요?”

“마케도니아에서 관광지라고 해 봐야 스코프예나 오흐리드, 비톨라Битола, 이 세 개가 다에요.”

“비톨라에는 호스텔 없나요?”

“그 동네는 비싼 동네라서 호텔밖에 없어요.”

“오케이, 협조 감사합니다.”

그럼 보통 티라나 아니면 스코프예에서 온다는 뜻이네.








호스텔 사이트에서 조사를 해 보자.
티라나에는 호스텔 5개, 스코프예에 2개.
호텔이나 B&B 쓰는 사람이 호스텔 올 리는 없고, 그런 곳은 대부분 청결을 신경 쓰니깐 배제하자.

일단 티라나에서는 내가 있던 호스텔은 침대가 철제다.
철 표면은 매끄러워서 베드버그가 타고 올라가지 못한다.
혹시 보균자가 있다고 해도 그 매트리스에만 뿌리고 다른 침대에는 퍼뜨리지 않는다. 패스.
평을 보니 다른 호스텔에서도 청결을 유지하나보다.




스코프예를 찾아보자. 여기에는 단 두 개.
S 호스텔과 H 호스텔이다.
평점을 보았다. 95점 vs 72점.
아무래도 H 호스텔이 의심된다.

하지만 72점도 그렇게 나쁜 점수는 아닌지라 확신은 못하겠다.
무엇보다도 이 호스텔에서 스코프예에 간다고 하면 밀어주는 호스텔이 H 호스텔인데.
호스텔 탁자에 H 호스텔 찌라시가 잔뜩 쌓여있다.

빨래는 오흐리드의 강렬한 햇살에 뽀송뽀송하게 말라가고
내 머릿속에는 똥만 가득 차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발빠른 대처와 호스텔의 협조 덕분에 더 이상 물리지 않았다.
그래도 물린 곳에 팔에만 40개가 넘을 정도여서 쉴 새 없이 가렵다.

그렇게 계속 머리를 끙끙 앓고 있을 때였다. 사람들과 아침을 먹고 있을 때였다.

“왜 이렇게 계속 긁어요.”

“베드버그 물렸어요. 조심하세요.
이렇게 깨끗한 호스텔인데도 누가 침대에다가 뿌려놓고 간 덕에 이 꼴 되었어요.”

그런데 다음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런거요?”

자기 팔을 걷어 주었다.
깜짝 놀랐다.

그 손님 팔도 베드버그에게 테러를 당했다.

“팔 뿐만이 아니에요. 온몸이 다 그래요.”

나랑 똑같다! 이렇게 베드버그를 많이 키우는 곳은 흔치 않다.
이분이 물린 곳과 같은 호스텔에서 온 손님이 이곳에 뿌리고 갔을 공산이 크다.

“여기 전에 어디 호스텔에 계셨죠?”

“스코프예의 Hostel-Hostel이요.”

“거기 깨끗했나요?”

“아뇨. 좀 더럽고 낡았어요.”

“혹시 나무침대였나요?”

“예.”

“거기서 자다 물린 거죠?”

“네.”

유레카!! 범인은 바로 너다!









바로 마스터에게 뛰어갔다.

“마스터! 역시, 범인은 Hostel-Hostel입니다!!”

“예? 저희 협력 호스텔...?”

“쯧쯧... 친구를 잘 못 두셨네요.”

“바로 전화해서 얘기해 놓을게요.
마케도니아의 호스텔은 서로서로 다 알고 있으니깐요.”








하!! 속 시워~~언 하다. 오늘 저녁은 거하게 먹어야지.
비록 버그 물린 손님과 함께 거실에서 같이 침낭 뒤집어 쓰고 자야 했지만.

[현재 Hostel-Hostel은 잇따른 악재로 폐업했다.]







<이전 포스팅>

CHAP2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CHAP2_45 알바니아 - 이발사 엘리스 | 그대들의 친절은 따뜻했고, 나는 눈물겨웠네
CHAP2_44 알바니아 - 불편한 재회 4 | 교회를 떠나는 길
CHAP2_43 알바니아 - 불편한 재회 3 | 교회에서 2박3일
CHAP2_42 알바니아 - 불편한 재회 2 | 우연히 목사님을 만나 교회로
CHAP2_41 알바니아 - 불편한 재회 1 | 크로아티아에서 만난 그 형을 다시...?!
CHAP2_40 알바니아 - 널 여기서 만나 정말 다행이다 | 하룻밤의 우정, 오해 한 번이면 무너진다
CHAP2_38+39 몬테네그로 - 자전거 여행을 하는 여자들 | 여자들이라고 못할 것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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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2_33 보스니아 - 전쟁의 상처 | 터널 박물관, 참혹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온 그들의 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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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46 오스트리아 - 음악축제 보고 싶은데 양복이 없어요 | 잘츠부르크 음악축제를 가보기 위해 양복찾아 삼만리
CHAP1_45 독일 - 무쇠체력 할아버지지 | 66세에 자전거 세계일주를 하는 할아버지
CHAP1_44 독일 - 유럽 대륙에는 자전거 여행하는 한국인도 많다 | 딩켈슈뷜 어린이축제 | 브로이하우스 부럽지 않은 맥주 어울림 한 판
CHAP1_43 독일 - 행운의 성 투어 | 크레글링엔의 맹인 요리사 | 목표를 향해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어디까지인가
CHAP1_42 독일 - 로만틱 가도에 서다! | 전독일 청소년 합창대회 | 뷔르츠부르크에서부터 다시 노숙의 길로
CHAP1_41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2 | 뭉치면 시끄러운 한국 사람들 | 해부에 능한 전주자매들 | 희극인들
CHAP1_40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CHAP1_39 체코 - 또 하나의 프라하, 올로모츠 | 고장난 다리 | 사려깊은 여행자 | 나는 진정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가?
CHAP1_38 체코 - 잠좀 자게 해달라고!! | 캠핑장에서 난데없는 몸싸움
CHAP1_37 폴란드 - 요한 바오로 2세의 축복 | 초딩에게 한글 가르치기!! | 요한 바오로 2세 생가에서 겪은 따뜻한 폴란드인
CHAP1_36 폴란드 - 아담과 함께하는 폴란드 식도락 여행 | 현지인들의 극한음식
CHAP1_35 폴란드 - English Speaking Club | 세계에서 가장 꾸준하게 모이는 클럽으로 기네스 등재된 곳
CHAP1_34 리투아니아 - 사기꾼? 미치광이? 아무튼 격퇴기
CHAP1_33 리투아니아 - 많이 컸다, 코리아! |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느꼈던 순간들 3가지
CHAP1_31 에스토니아+라트비아 - 타르투 대학 박물관(하) + 국경넘어가기 | 국경만 넘어가도 달라지는 것들
CHAP1_29-30 에스토니아 - 이젠 씻고 싶다 + 타르투 대학 박물관(상) | 에스토니아에도 학생감옥이 있다?!
CHAP1_26-28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아구르네를 떠나며.. | 에스토니아 남자들도 군대에 간다?! | 에스토니아의 슈퍼스타 K
CHAP1_25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에스토니아 아이들에게 한국 알리기 | 에스토니아판 아.우.성.
CHAP1_24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서프라이즈 | 에스토니아에서 생일케익 구워보기
CHAP1_23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도대체 친구가 누구야?! | 에스토니아에서 안동찜닭 끓이기
CHAP1_22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동양인은 봉이다
CHAP1_21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핸드폰과 맞바꾼 인연
CHAP1_20 사람은 사람이 살린다
CHAP1_18 에스토니아 - 에스토니아 여자는 동양 남자를 싫어해! + 19 이젠 되는 일이 없다
CHAP1_17 에스토니아 - 오를레앙과 함꼐하는 탈린 나들이
CHAP1_16 잠시 동안의 탈린 나들이, 그리고 안녕
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bryanrhee님후문2.gif

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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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헐... 몸은 괜찮으신건가요?

7년전 일이라 몸은 멀쩡합니다 ㅎㅎ

역시 폐업이군요. 베드버그가 악재의 조짐들 중 하나였겠네요.

숙소에서 베드버그 자주 나오면 바로 셧다운이죠 ㅎㅎ

폐업이라니 에횻~ 왜 외국에 나가면 우리나라 분과 중국 분들을 헷갈려 하는지 모르겠어요 엄연히 다른 민족인데 말이에요

뭐 우리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어디서 왔을 지 잘 구별이 안되네요... 쿨럭 ㅜㅜ

베드버그 생각만 해도 전 너무 싫은데 ㅠㅠ
그래도 다음날은 더이상 물리지 않으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유럽여행은 항상 베드버그 걱정이 앞서는것 같아요.

베드버그만 생각하면 신경이 날카로워져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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