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in #kr-travel7 years ago
  • 사진이 없진 않지만 텍스트 위주입니다.
  • 출판해보려다가 퇴짜맞고 하드에 4년 이상 짱박아놓았다가 스팀이란 플랫폼을 보고 빛 볼 수 있을까 하고 꺼내 봅니다.
  • 이땐 미처 모르고 카메라를 똑딱이로 가져가서 화질은 매우 구립니다.
  • 자전거로 여행한 이야기지만, 자전거는 회차가 지날 수록 점점 흐려질거고 사람 사는 이야기로 초점이 점점 옮겨갈 것입니다.

11. 배낭을 털리다

2011년 5월 9일







휴게소 주인이 오슬로까지는 중간에 한 번 오르막이 있다가 내려간다고 하셨다.


오르막? 이제 오르막이라면 지긋지긋하다고! 지도를 보았다.
주인분이 오르막 구간을 짚어주셨다. 그 옆에 산이 그려져 있었다.
고도를 보니 1000m. 아이고 두야! 이 사람들은 1000m는 그냥 언덕인가 보다.


아무래도 이 멘탈로는 오슬로까지 자전거를 타는 것은 무리인 듯싶다.
가까운 역을 찾아 기차를 타야겠다.
그렇게 찾은 곳은 게일로Geilo. 오늘은 거기까지만 간다.


휴게소를 나와서 내리막을 질주한다. 그야말로 활강이다.
오랜만에 브레이크 한 번 잡지 않고 스피드를 즐겨 보았다.
한 시간을 꼬박 내려갔는데도 계속 내리막이다. 한 시간 반을 내려가서야 내리막이 끝났다.


가끔 오르막이 나오면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리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정말 많이 무리했나 보다.
게일로 이상으로 주행하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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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반을 자전거로 내려온 게일로도 아직 눈에 쌓여 있다.





게일로에 도착했다. 표를 끊으러 갔다.

“오슬로요.”

“500크로나입니다.”

10만원!!! 이건...미친 거야....
뭐, 자전거를 타면서 중간에 먹는 값이 다 합친 것 보다는 싸겠지만.


혹시나 해서 국제학생증을 내밀어 보았다.

“할인돼서 355크로나입니다.”

7만 원 정도면 갈만 하겠네. 인간은 적응의 동물

“어? 자전거예요? 그럼 175크로나 추가돼서 530크로나입니다.”

...자전거도 돈을 내는구나...
도합 10만 6천원... 돈 타는 소리 참 경쾌하다.




250km 가는데 3시간이나 걸린다.
250km에 내 몸만이라도 7만원이라...
참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유럽연합이 아니라서 세금이 한 번 더 떼이긴 한다.
그런데 그건 물건을 가져오는 이야기고, 왜 공공서비스도 이렇게 비싸야 할까?
과연 복지에 그렇게까지 많은 돈이 들어갈까?
아무리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몇 배 씩이나 차이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우리나라에서 250km 간다고 하면 서울서 대구까지 거리정도 되는데,
그러면 KTX 타도 노르웨이 반값이면 가겠다.




근 한 시간을 연착했다.
원래 10시 반 도착인데 지금 12시가 다 되가는 시간이다.
제길. 지금 숙소를 찾는다면 호텔밖에 없다.
오늘은 그냥 역에서 노숙해야겠다.

아무리 자전거를 내 앞으로 놓고 자도 뭔가 불안했다.
어딘가에 묶어 놓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기둥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묶으려고 하는데, 배낭이 너무 무거워서 거추장스러웠다.


잠깐 옆에 벗어놓았다.






자전거를 묶었다.






뒤를 돌아봤다.



배낭이 없어졌다.





1분도 안 되는 이 찰나의 시간 사이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지?
다행히도 그 속에는 옷가지와 카드밖에 없다.
옷만 가득 찬 배낭이다.


침착하게 일단 카드부터 정지시켰다.
그리고 역을 여기저기 뒤져 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점점 역 안이 흑형(흑인 형님의 줄임말) 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저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러면 저 사람들은 조직적으로 했을 것이다.
넘겨받고 넘겨주고 이런 식으로. 이러면 정말 답이 나오지 않는다.
찾을 수가 없다. 일치감치 포기하고 조서나 만들기로 했다.


그렇지만 지금 머릿속은 까맣다.
이것들을 언제 다 복구하지? 계속 돈이 들어가는 일만 생기는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역을 폐쇄하니 밖에 나가있으라고 한다.
새벽 4시에 여니깐 오려면 그 때 오라고.


일치감치 경찰서에 가서 조서 쓰고 이 사건을 잊고 싶다.
짜증난다. 길을 물어물어 간신히 경찰서를 찾았다.

그런데... 닫았다.

아니, 민중을 계속 감시하고 도와줘야 할 경찰이 벌서부터 문 닫고 놀면
이 나라 밤거리의 치안은 누가 책임지라는 건지...




그 앞에 전화가 있어서 전화는 해 봤다.
다행히 112 전화는 받는다. (이것까지 안 받으면...)

그런데 하시는 말씀은, 여기 주변에 파출소로 하나 더 있긴 하니 물어물어 찾아오란다.
이런 대책 없는 경우가 있나.
되도록이면 그냥 다음날 아침 8시에 오는 것이 좋겠다고도 하신다.
제길! 이래저래 꼬이는구나.






들어갈 곳도 없으니 역이 다시 열 때 까지 오슬로 시내를 배회했다.
역 앞에는 쫓겨난 흑형들과 차도르 누님들이 죽을 치고 있었다.
구경하자니 미칠 듯이 해코지를 당할 것 같아 일단 빨리 빠져 나왔다.

조금 나와 시내로 들어가니 술 먹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베르겐에 있을 때에는 노르웨이 참 살기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수도로 오자마자 가방 털리고 이런 풍경이나 보고 하니
어느 나라고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배회를 하다가 4시가 되어 역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배회하고 있던 흑형과 차도르누님들이 앞 다투어 들어간다.
빨리 자리를 잡고 선잠을 잔다.

자리에 앉아 얼굴은 안장에 기대고, 한 손으로 자전거 페니어 가방을, 한 손으로는 앞 백을 안고,
누가 만지면 즉각 일어날 수 있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잠을 청한다...

이러면 잠이 올 리가 없지만. 이런 자세로 여기에서 경찰서가 여는 8시까지 버텨야 한다.
잠을 잔다 해도 누군가가 지나가면 바로 깨는 피곤한 상황.






10분 자고 일어나고, 10분 자고 일어나는 걸 계속 하다 보니 어느새 8시가 되어 있었다.
떡이 진 머리와 천근만근 같은 몸을 이끌고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꾸미고 나왔다.
포기한다 포기한다 하지만 계속 짐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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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폴리스레포트

우리 스티밋 어린이들은 꼭 착하게 살고 경찰서 가면 안데요? 알겠죠?





호스텔을 찾아 짐을 풀고 몸을 추스르고 오슬로 시내를 돌아보는데,
이런 일을 겪고 나서인지,
그렇게 감흥이 오지도 않고 애정도 없고,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일단 빨리 피로를 풀고 이 비싼 나라를 빨리 빠져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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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사진 있으면 좀 올려드리려 했는데, 사진이 이것밖에 없는 걸 보면
정말 지지리도 오슬로가 싫었나 보네요. -_-
내일 이시간에 봐요~~


<이전 포스팅>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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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서 도난 당하는건 한 순간이군요 ㅠㅠ
저땐 참 심정이 복잡했겠어요,,

여행 때려 치고 싶었죠...허허허허

헉... 도난이라니 진짜 막막하셨겠어요ㅠㅠ 옷만 들어있어 그나마 다행일까요 ㅜㅜ 글에서 피곤함이 느껴지네요 고생하셨어요!

내일까지는 고생에 대한 걸 쓰겠네요 ㅋㅋ
근데 뭐 그 다음부터는 고생이 면역되어서
별로 고생에 대한 이야기를 쓰진 않을 거예요 ^-^

후...여행중 가장 허탈하고 억울한 순간이 소지품 털렸을때가 아닐까...자전거여행 저도 다녀와보고싶네요ㅎㅎ스쿼트 빵빵하게해줘야겠습니다

그냥 자전거를 많이 타시면 됩니다 ㅎㅎ
코어근육에 집중하시는게 더 도움 되실 듯 하네요
배를 말아서 집어넣어야하니깐요

ㅠ ㅠ 여행가서 도난당해봤는데 저도 그 나라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게 되더라구요 ㅠ ㅠ 고생하셨어요!!

정말 노르웨이는 아름답고 비싸고 짜증나는 나라였어요 ㅜㅜ ㅋㅋ

오늘도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열심히 달릴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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