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1_36 폴란드 - 아담과 함께하는 폴란드 식도락 여행 | 현지인들의 극한음식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36. 아담과 함께하는 폴란드 식도락 여행[?]

2일 뒤, 폴란드 크라코프





사실, 나는 웬만한 곳은 다 돌았다.
그렇지만, 아직 현지 아이들은 어떻게 노는 지 알지 못한다.

2일동안 돈을 아낀다고 내가 그냥 해 먹고, 관광포인트만 돌았을 뿐이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며, 어떻게 놀고, 일상적으로 어디에 가서 먹는지 알지 못한다.
이럴 때 가이드를 해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나!

어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가는 계획 때문에
하루 미뤄 오늘 만나기로 했다.
점심때 즈음해서 아담이 혼자 나왔다.
마르친은 바빠서 나오지 못한단다.
이 백수자식이 어디서 비싼척이야?

오늘 투어의 컨셉은 폴란드 식도락 기행이다.
이 사람들이 평소에 먹는 식당과 전통 요리를 맛보고 싶기 대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전통 요리라면야 근처에 레스토랑 가서 맛보면 되지만,
이 입맛은 관광객들을 위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 것 보다 난 진짜
이 사람들의 꾸미지 않은 입맛,
우리로 따지만 포장마차, 김X천X 같은,
진짜 대중의 맛을 맛보고 싶다.




여기서는 그런 곳을 밀크 바라고 칭한다.

옛날 구소련 시대 때 식량배급소 이름이 ‘Bar Mleczny’, [영어로는 Milk Bar]
그것이 지금의 밀크바의 시작이다.
지금은 카페테리아 정도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관광지에 있는 레스토랑과는 달리,
현지인 위주의 식당인 곳은 매우 허름하고, 손님들 연령대도 높다.
그렇지만 대학 밀크바는 다르단다.
똑같은 스펙에 손님들 연령대도 높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아담을 따라 대학가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다.






관광지구에서는 좀 멀리 있었다.
아주 서민적인 곳이다 보니
땅값 비싼 관광 지구에 들어오기에는 좀 무리가 있겠다.
멀리 ‘Bar Mleczny’ 간판이 보인다.

그런데... 닫았다.
지금은 7월 초. 방학인 것이 함정이다.
아담도 이 사태가 아주 당황스러워 보인다.
연신 미안하다고 하면서 여기저기 전화를 한다.




뒤지고 뒤져 간신히 찾아낸 밀크바



결국 골목을 30분은 뒤져뒤져 간신히 찾아냈다.

“뭐 먹을거야?”

“내가 뭘 알겠어? 이걸 먹어야 폴란드에 왔다 싶은 거 추천해줘.”

그렇게만 말해 놓으면 아담이 알아서 시키겠지.
아담만 믿고 의자에 멍 때리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아담이 계속 여기로 오란다.

그랬다.
웨이터 따위는 없다.

생긴건 김밥나라인데, 시스템은 학교 급식이다.
알아서 식기랑 식판 들고 주인장한테 메뉴를 말하면 알아서 퍼 준다.
소련 붕괴된 지도 꽤 되었는데 아직도 식량 배급소의 냄새가 물씬 난다.



식당과 식량배급소의 중간스러운 밀크바



다른 나라도 급식은 많지만 이곳을 보면 정말 식량 배급소라는 느낌이 딱 온다.
인테리어도 참 공산스러웠다.
분위기도, 사람들도 아직 공산스러웠다.

큰 접시에 수프 같은 것을 퍼 담고
마지막에 큼지막한 소시지를 하나씩 빠뜨려 준다.
비고스Bigos와 주렉Żurek이다.

“네가 이거 언제 또 먹을지 모르니깐 지금 한 방에 다 먹어놔.”


왼쪽 위가 주렉, 왼쪽 아래가 비고스이다


흰 수프에 소시지 하나를 담궈 놓고 그것을 주렉이라 한다.
크림 수프같이 생겼다.
양배추를 빨갛게 요리하여 졸여놓고 빵과 곁들어 나오니 그것이 비고스다.

소시지를 통째로 하나 빠뜨려 주는 걸 보면 뭔가 비싸 보일 것 같았다.

“이거 얼마야?”

“됐어, 됐어. 넌 지금 내 손님이야. 오늘 넌 공짜니깐 마음 푹 놓으라고.”

“그래도 좀 미안한데...”

“괜찮아. 레스토랑이라면 모를까 여기면 뭐. 부담없어.”

그런데 알고보니 이곳은 무척 싸다. 3~4zł,
한국 돈 1200~1600원 정도면 요리 하나를 먹을 수 있다.

레스토랑도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다. 10~12zł,
우리 돈으로 3500~40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다. 



비고스의 양배추를 한 입 퍼먹었다.
그 때였다.

혀에서 엄청난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왼쪽 턱 아래 쪽에 침샘 비슷한 것이 조여오고 있었다.



옛날 사탕 [아이셔]를 넘어서는 가공할 만한 신맛이 내 혀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이건 식초가 아니다! 빙초산이다.
[빙초산을 물에 희석한 것이 식초다.]

태어나서 이런 요리는 처음이다.

빨리 이 신맛을 가라앉혀야 한다.
그 앞에 수프는 하얀 색이었다.
크림이겠지?
주렉 국물을 재빨리 한 수저 마셨다.

이 선택은 더 에러였다.

이번엔 오른쪽 턱 아래 쪽 침샘이 조여온다.



양 쪽 침샘이 쌍으로 난리가 났다.

“맛이 어때?”

죽을 맛.

“좀 시지만 괜찮네.”
솔직해지고 싶지만 물주님이 보고계셔.

“근데 안 시게 할 수는 없어?”

“시지 않으면 주렉이 아냐.”

옆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까지 거드신다.

“폴란드에 왔으면 이 신 맛을 빨리 익히는게 좋아.”

혀가 저릴 것 같지만 이것이 진짜 전통이다.
게다가 대접받은 음식이다.
남기면 안 된다.
이제는 식사가 아니고 정신력 훈련이다.

끝까지 싹싹 비워 멘탈의 건재함을 보여 주었다.
옆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신다.

“이제 너도 폴란드 사람이 다 되었구나. 환영한다.”

두 번 다시 폴란드 사람 했다간 침샘이 남아나지 않겠다.



저린 침샘을 안고 유대인마을에 가 간신히 자피엔칸카로 가라앉혔다.
피자빵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내일 이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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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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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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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원래 백수때가 더 바쁜 법이죠 ㅋㅋㅋㅋ
전 마르친(a.k.a 지저스ㅎㅎㅎ)님을 이해합니다 ㅋㅋㅋ
그리고 폴란드 음식이 대체적으로 다 신맛이 강한가보네요!! 오호...
비고스 사진보고 맛있겠다고 생각했다가
글보고 제 얼굴까지 찡그려지면서 입에 갑자기 침이 쫙 고이는 것이 ㅋㅋㅋㅋ

역시 재미있는 브라이언님의 여행기!! ㅎ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아직 백수 체험은 못해봤지만
매주 놀러가는 백수 형님네 집이 있는데
정말 레알 백수가 가장 바쁘더라고요 ㅋㅋㅋ
심지어 직장다닐때보다 지금 백수일 때 돈을 더 많이 벌.....

비...빙초산이요??
스프도 크림이 아니였다니 ㅠㅠ
비주얼과는 다른맛인가봐요~

사워 크림에 식초를 통으로 부은맛 ㅜㅜ
힘들었어요 ㅜㅜ
외국인들이 신 맛에 다들 골탕먹는다는 건 아는 느낌?!

으아 ㅠ 빙초산을 한모금 가득 ㅠㅠ
그 나라마다 전통음식이란 외지인에겐 고통을 선사하죠!
하지만 왠지모르게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는 그맛이란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들이 너무 강렬해서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이정도면 신맛이 아니라 통각의 레베루.....ㅋ

피자빵 비주얼이 끝내주네요!! ㅎㅎ

저 당시에 제가 먹은 폴란드 전통요리중에서는 가장 맛난 요리라 생각해요 ㅋㅋㅋ
(나중에 다시 갔을 때 바르샤바 밀크바에서 더 맛난 요리를 발견했어요ㅋ 시지도 않고요)

세상에 폴란드가 그렇게 시게 먹는군요ㅠㅠ
표현을 읽으면서 괜히 저도 인상을 찌푸렸던...

정말 사람 잡습니다 ... 쿨럭
눈물 찔끔 나려 하는데 참느라 힘들었어요 ㅜㅜ

피자빵처럼 보이는 저게 제 스타일이네요.ㅎ

그냥 딱 우리나라 피자빵이예요 ㅎㅎ
맛나요맛나요 +_+

귀한 인연이 사준 음식이니 ㅠㅠ 안먹을 수도 없고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덕분에 매우매우 베리베리 힘들었어요 ㅜㅜㅜ

포스팅 넘 재밌어요 ㅋㅋ 그나저나 폴란드 음식이 시군요... 처음알았어요 빙초산이라니 ㅠ

관광객의 손길이 닿는 곳은 매우 많이 개조가 되어 있지만
정말 현지인만 상대하는 곳은 매우매우 시더라고요.....

바르샤바에 Bambino ? Bambini? 이 밀크바를 가면 관광객 입맛으로 개조한 밀크바 음식을 드실 수 있습니다 ㅋ

오 멋지네요 폴란드 라니~
대리만족이라도 해야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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