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in #kr-travel7 years ago (edited)
  • 사진이 없진 않지만 텍스트 위주입니다.
  • 출판해보려다가 퇴짜맞고 하드에 4년 이상 짱박아놓았다가 스팀이란 플랫폼을 보고 빛 볼 수 있을까 하고 꺼내 봅니다.
  • 이땐 미처 모르고 카메라를 똑딱이로 가져가서 화질은 매우 구립니다.
  • 자전거로 여행한 이야기지만, 자전거는 회차가 지날 수록 점점 흐려질거고 유럽 친구들의 삶과 생각으로 초점이 점점 옮겨갈 것입니다.

3. Bryan Almighty

2011년 5월 5일 런던 시내



어차피 내일 다시 비행기타고 노르웨이로 갈 거,
이 날 런던은 그냥 대충대충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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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오는 유럽, 그냥 걷기만 해도 매우 행복하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건물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저 고풍스러운 건물 숲 사이를 거닐기만 해도 입이 벌어진다.

이 날 돌아다닌 곳 중에선 레스터 스퀘어Leicester Square가 가장 활기 넘치고 좋았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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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 스퀘어의 관객 난입 공연. 사진으로는 안 그래 보이지만, 관객이 난입할 정도로 매우 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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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엔 희한하게 도축당한 자전거들이 많다. 이런 걸 보면 참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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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언더그라운드. "MIND THE GAP"으로 통용. 한국식으로 번역하면 "GAP질을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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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파크, 혹은 퀸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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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사진. 제대한지 1달밖에 안 되어 머리가 짧다. 나의 리즈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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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소렌토. 동유럽 들어가기 전에는 한국차가 정말 귀하다.



여행 오기 전 초저가 10파운드에 예매한 뮤지컬을 봤다.
근데 효율도 10파운드. 장거리 비행 덕에 제대로 졸았다.
그래도 뮤지컬은 재밌었다. 잠시나마 앞으로 다가올 수하물 요금폭탄을 잊게 해 줬으니깐.
극장에서 숙소 오는 지하철에서도 깜빡 졸았더니 정거장을 꽤 많이 지나쳤다.
간신히 숙소에 들어가서 완전 뻗어서 누웠다.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니 6시이다. 방이 고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새벽까지 퍼마셨나보다. 다들 기절해서 자고 있네.

난 일찍 일어나서 새벽의 런던 거리를 걸어 보았다.
또 걷는 길이지만 그냥 걷기만 해도 매우 행복하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건물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 때다. 호스텔에 들어가려 하는데, 갑자기 남자애들 두 명이 날 부른다.


“헤이, 아찌. 우리 와인 좀 따야 되는데 와인따개 있어? 이거 따면 너도 먹게 해줄게. 굿 딜?”


물론, 내가 그런 걸 가지고 다닐 턱이 없다.


그 때 머릿속을 지나가는 TV프로!

코르크 없이 신발만으로도 와인을 여는!



여긴 타국이다. 내가 이 짓을 한다고 날 기억해서 비웃을 사람은 없다.
면상에 10cm 정도 되는 철판을 깔고 당장 실행했다.


신발 밑창에 와인을 집어넣고 딱딱한 벽에 있는 힘껏 치면
관성의 법칙에 따라 코르크가 밖으로 나온다.

벽을 물색한다. 바로 옆에 있는 벽, 화강암이다!
근데 이게 진짜로 될까? 반신반의... 긴 하지만 밑져야 본전, 해 보자고.
되면 뭐 이 와인 같이 마시는 건데 뭐.

전 아니지만.. 정말 이렇게 했습니다... -_-

아마 지나가는 행인들은 어떤 미친 중국 놈이 아침부터 신발 속에 와인을 넣고 벽에다가 때려대나 했을 것이다.

어쨌든, 코르크는 밖으로 빠져져 나왔고, 그 덕에 오프너 없이 와인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What's your name?"

"Bryan"

"Bryan Almighty!!!!"


와인 한번 따고 난 브라이언 올마이티가 되었다.


이 둘은 프랑스에서 왔고, 한 시간 뒤에 기차 타고 암스테르담에 간다고 한다.
너무 이른 기차여서 아예 어제 밤부터 밤새서 술을 마셨다고.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깐 치를 떤다. 2006년 월드컵에서 이기질 못했다고.
“그때 동점골 넣은 그 인간 어이구 확!”
(우리의 캡틴팍에게 무슨 실례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낮술, 아니 아침 와인을 비워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들을 보아하니, 어젯밤부터 마셔서 맛이 갔는지,

  • 출근하는 사람들 붙잡고 “당신 예뻐서 그런데 한잔 할래?”,
  • ATM에서 돈 뽑는 분 옆에 가서 “형씨, 한잔 하실 라우?”

같은 진상을 마구마구 떨고 있다.
이것들 견적이 나오는데?
네들이 자꾸 그러니 네들이랑 같이 있는 게 쪽팔리네?
같이 있다가 국제적으로 아시아 욕 먹일라.

“나 좀 있으면 비행기 시간이라서 아침 먹고 짐 싸러 간다잉. 재밌었음~!”

이 친구들을 피해 짐을 싸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더니 이놈들 더 가관이다.

“저기, 지나가는 예쁜 누님. 바빠? 한 잔 같이 하자고.”

아... 쪽팔려.


한창 짜증나있을 때, 같이 있던 미국 커플이

“쟤네 좀 미쳤어. 어젯밤 같이 한 잔 했는데, 쟤네 완전히 돌+아이야. 저렇게 노는 애들 처음 봤어.”

라고 명쾌하게 견적을 내 주신다.

내 옆에서 컴퓨터를 하던 여자아이도 한 마디 거든다.


“너, 아침에 쟤네들이랑 술 마셨지?”

“응. 근데 말 섞어보니깐 맛들이 간 거 같다. 나도 싸잡아서 맛 가기 전에 빨리 빠져나왔지.”

“잘했어. 저 애들 아침에 나한테도 엄청 치근덕거리더라. 밥맛이야!”


다행이다. 엮이지 않아서.



4. 자전거의 운명은?

같은 날, 히드로 공항



저 인간들 눈에 보이지 않게 체크아웃하고 노르웨이로 가기 위해 다시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향했다.
맡긴 자전거를 찾고 떨리는 마음으로 체크인 줄에 섰다.
다들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조그마한 중국 아이가 자기 덩치보다 큰 박스 두 개를 끌고 이리저리 다니는 게 익숙한 풍경은 아니겠지.


이제 큰 돈 깨질 시간이다.
마음의 각오를 하자.

정말로 234파운드가 나와도 멘탈 붕괴당하지 말기, 약속!


기다림 끝에 내 차례가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데스크에 간다.
근무자 인상이 너무 좋다. 명찰에 알 자히드씨라고 적혀 있었다.

“이 커다란 박스는 뭐죠?‘

“자전거요.”

“무게는 얼마나 되죠?”

“다 해서 40kg요.”

“자전거만 몇 kg죠?”

“28kg요.”

일단 무게 재러 가자신다.


자전거 무게가 15kg인데 박스와 합치면 28kg.
규정상 자전거는 박스 포함 20kg 이내는 30파운드, 이상은 60파운드다.
고로 내 자전거는 60파운드다.


저울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18.5kg밖에 나오지 않는다.

“카트 치우세요.”

참, 카트를 자전거에 붙이고 있었지.

그런데 카트를 치우자 16kg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뭐지?

"규정 상 자전거 부치려면 돈을 내야 하는 거 아시죠? 20kg 이내이기 때문에 30파운드입니다."

얼레? 돈 굳었네?




하지만 뭐가 불안한지, 그리고 저러다가 안 내도 되는 요금 또 물지도 모르는 데 생각없이 사족을 곁들인다.

“원래 규정이 23kg인데 이미 부친 박스랑 합치면 오버차지잖아요?”

“자전거 때문에 무게 달고 요금 산정 했죠? 이건 수하물 무게에 산정하지 않습니다.”


...올레!!!!!!!!! 살았다!!

어머니, 234 파운드 낼 거 30파운드로 끝냈어요!!



하느님 부처님 땅의 정령님 감사합니다!! 돈 제대로 굳었어요!!
이렇게 도움을 주셨으니 이제 헛돈 쓰지 말고 열심히 절약해서 여행할게요!


살았다... 십년감수했네.
너무 떨어서 그런지, 비행기 안에 들어가서는 제대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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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타게 될 노르웨이 베르겐 행 비행기.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BMI를 탔다.



<이전 포스팅>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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