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in #kr-travel7 years ago (edited)
  • 사진이 없진 않지만 텍스트 위주입니다.
  • 출판해보려다가 퇴짜맞고 하드에 4년 이상 짱박아놓았다가 스팀이란 플랫폼을 보고 빛 볼 수 있을까 하고 꺼내 봅니다.
  • 이땐 미처 모르고 카메라를 똑딱이로 가져가서 화질은 매우 구립니다.
  • 자전거로 여행한 이야기지만, 자전거는 회차가 지날 수록 점점 흐려질거고 유럽 친구들의 삶과 생각으로 초점이 점점 옮겨갈 것입니다.

05. 첫 주행

2011년 5월 5일 17:30 노르웨이 베르겐 공항



226917_161914833872941_4134741_n.jpg


227438_161914787206279_7266523_n.jpg

사진이 이따구인 것은 다 내 똑딱이와 사진기술 부족 탓이다


비행을 거의 마치고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고 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노르웨이 피오르드의 진풍경.

감격이다. 피오르드,
내가 왔다! 내가 왔다고!
고1때부터 지금까지 너만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삭히고 왔었는데, 이제야 너를 보는구나.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응?)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런데 공항에서 말이 안 맞은 지, 입국게이트를 열어놓지 않았다.
문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 소리를 지르거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모든 것을 참는, 아니 참아야 할 일을 만들지 않는 여유, 이것이 유럽의 여유인가 싶었다.


1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부랴부랴 심사관이 와서 수속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여권에도 도장이 찍혔다.

이제부터 쉥겐조약에 따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90일이다.
90일 내에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를 넘어 크로아티아로 가야 한다.




자전거도 무사히 나왔다. 이제 자전거를 조립할 시간이다.
비행기를 세 번이나 거쳤음에도 불구 멀쩡하게 나에게 온 자전거가 기특하다.

앞에 있는 사무실에 가위를 빌리러 갔더니 저 박스 뭐냐면서 상당한 호기심을 갖는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나를 아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하긴, 공항 한복판에서 박스를 뜯고 자전거를 조립하는데 그럴 만은 하지.

이런 뻘짓도 기념이다. 앉아계신 분께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공항에서 자전거를 조립하는 희한한 풍경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몇 분들은 가는 길 멈추고 궁금증을 푸신다.

“어디서 왔어?”

“한국이요.”

“너 지금 거기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온 거야?”

“그럼요. 여기서 사면 너무 비싸서요.”

“그래서 너 지금 이 자전거 끌고 여행을 하겠다는 거야?”

“그럼요. 돈 없으면 이렇게라도 해야죠.”

“오메, 징한것. 무슨 배짱으로 이런 것 하는 거야?”

“젊은 게 배짱이죠. 뭐. 인생에 뭐 있나요?”


내 대답에 너털웃음을 지으시면서 여행에 행운을 빌어주신다.


248742_161914867206271_561698_n.jpg

공항에서 자전거 조립하기. 전광석화의 속도라 사진도 막 흔들린다




조립이 다 되었다. 가위를 돌려주고 박스를 버리러 간다.
박스 버리는 곳은 공항 나가야 있단다.
쓰레기를 처리하려 가는 길에 공항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한테 붙잡혔다.

“이제 자전거 조립 끝났어요?”
참, 이래저래 얼굴 많이 팔렸다. 이런 유럽의 관심과 애정 같으니라고.




간단한 시주행도 끝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유럽을 두 바퀴로 누빈다!
소리를 질러본다.

아아아~~

그런데 이상하게, 속도계 미터기가 올라가지 않는다.
다시 서서 바퀴를 본다.
이런 멍청이! 바퀴를 뒤집어서 달았잖아!
귀찮지만 가다 말고 바퀴를 뒤집어 단다.
그래도 좋다.

지금은 처음이고, 설레니깐.





229370_161914890539602_8344642_n.jpg

자전거로 유럽 달려본다고 베르겐 공항이 뒤에 있을 때 찍어봄



249135_161914900539601_7246669_n.jpg

베르겐 가시는 길은 왼쪽입니다.



웬만한 도로 옆에는 별도의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다.
그래서 차 눈치 볼 것 없이 그 도로로 안전하게 달리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갈림길에 한 번 들어가면 방향 잡기가 매우 힘들다.
왜 그런진 몰라도 모든 교차로에 지하 굴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면 진입을 위하여 뱅글뱅글 돌아 지하로 들어간다.
방향감각 없애고 나면 지하에 자전거 도로 4거리가 있다.

처음에 돌아들어가는 까닭에 방향 감각이 없어진다.
그래서 이상한 도로로 빠졌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럴 거면 좀 이정표를 박아 놓을 것이지!!

이런 괴상한 갈림길한테 세 번 당하니 이제는 자전거 도로를 믿지 못하겠다.
그래서 나중엔 자전거 도로를 무시하고 그냥 차도로 달렸다.

그러다가 이제 고속도로 비슷한 곳이 나왔다.

그런데 딱히 자전거 금지 표지가 없다.
지도가 없는 이상 지금 나에겐 안전보다는 확실히 시내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이 필요했다.
마음 단단히 먹고 고속도로로 뛰어 들어갔다.
막상 들어가니, 갓길이 거의 차도하나 너비여서 일반도로보다 더 안전하다.




아까부터 구름이 칙칙했다.
처음에는 이슬비 같은 것이 내리더니 시내에 가까이 갈수록 굵은 비가 내린다.
중심가로 들어가니 쏟아진다. 빨리 들어가야되는데?

비는 점점 많이 온다. 중심가에서 호스텔로 가는 585번 도로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시내를 한 바퀴 돌았는데도 그 도로로 가는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


비는 점점 거세진다.
나는 점점 젖어간다.


계속 골목을 헤집고 다니지만, 다니고 보면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585번 도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시계를 봤더니, 2시간이 지나 있었다!

이건 아니잖아!! 도대체 어디야!!

.
.
.
.
.
.
.
.
.
.
.
.
.

이젠 지쳤다. 이제 웬만한 골목은 다 다녀봤다.
도대체 그 도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제 안 가본 골목은 내 앞에 있는 길 하나다.
지도랑 방향이 안 맞아서 가장 마지막에 가자고 생각해 놓은 곳.
저기는 아니겠지 하고 내버려둔 도로이긴 한데.

설마 나름 도로 번호도 있는 길인데 저렇겠어?
그래도 일단 속는 셈 치고 한 번 가보자고.

그 도로에 쓰여 있는 표지.

‘585’.



..... 하... 괜히 생고생했네...



0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같은 날, 노르웨이 베르겐 시내


좀 산에 있다고 했으니 이제 오르막을 계속 달린다.
그런데 내 앞에 터널이 떡하니 놓여 있었다.
자전거 출입금지라고 붙어 있다.

이 길이 아닌가? 다시 되돌아갔다.

그리고서는 한 20분을 달렸다. 대학교가 나온다.
지도에 보니, 대학교는 숙소와 반대 방향이다.

다시 올라와서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저 터널을 넘어가서 계속 올라가야 한단다.
다시 그 터널이다. 자전거도 못 가게 해 놓고 여길 도대체 어떻게 지나가라고?
버스밖에 못 지나가나?


지나가는 분께 물어보자.

“저 앞에 터널 자전거 통행금지인데 어떻게 지나가요?”

“이쪽 말고 반대 차선에는 인도가 있어.”

길을 건너니 건너편에는 거짓말같이 인도가 깔려 있었다!
깜깜해서 보이지 않은 듯하다.
일단 이 터널을 지나는 게 호스텔에 가는 길이 맞는지 알아야 한다.
확인 사살을 생각하고 있을 때 앞에서 할머니께서 오신다.

“저기요~ 혹시 이 호스텔 아세요?”

“고럼. 여기를 뚫고 죽 가다가 두 번째 교차로거든? 그 다음부터 내리막이야.
그럼 내리막 타지 말고 왼쪽으로 꺾어서 계속 올라가면 된단다.”

“계속...오르막이요?”

“응. 거기 산꼭대기야. 그리고 지금부터 너에게 내리막은 없단다.”

“...그게 사실이면 좀 무섭군요..”

“하하하, 근데 너 어디서 왔어?”

“한국이요. 남쪽.”

“진짜? 지금 우리 아들이 한국에서 여행을 하고 있어.
Republic of 말고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에.”

엥? 북한?? 어떻게 북한에 있지?

“노르웨이 국민들도 북한에 갈 수 있나요?”

“나도 어떻게 간지는 몰라. 거기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거든.”

“자전거 여행이요? 북한에서 혼자 자전거 여행이 가능해요?”

“아니, 단체로 가야되고 같은 루트를 가야되고 인솔자가 한 명 따라붙어.”

“그래도 굉장하시네요~.”

무슨 수로 북한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지? 참 여러모로 대단하신 분이다.

“아들 생각나서 뭉클하구나. 남은 여행 잘해~.”


진짜 그 할머니 말씀대로 미칠 듯이 오르막이다.
산 둘레를 빙글빙글 돌며 올라간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더 이상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제 끌고 올라간다. 몇 시간동안 계속... 그
런데 걸어가는 길은 왜 이리도 긴지...
자전거 속도 이상으로 이동을 못하면 이제는 좀이 쑤신다.
스피드에 중독이 됐나? 그렇게 한 시간을 걸어 올라갔다.

이제는 꼭대기가 나온 듯 했지만, 호스텔이 보이지 않는다.
근처에 불 켜진 가게가 있어서 가봤더니... 이미 셔터를 내렸다.

할 수 없이 로밍 비를 무릅쓰고 호스텔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받지 않는다.
난감하다. 슬슬 체온이 떨어져 가는데.....


그 때 내 옆으로 사람이 지나간다. 찬스다!

“저기요~ 혹시 이 호스텔 어디예요?”

“바로 뒤예요. 제가 거기서 일하고 있거든요. 같이 가요.”

올레! 드디어 찾았다!! 아씨...눈물 나네.

베르겐 공항에 저녁 5시 반에 내렸는데, 호스텔에 체크인 하니 11시였다.






그 때, 갑자기 내 뒤에서 귀에 익숙한 말이 들려온다.

“한국 사람이세요?”



다음 편에 계속 :)


248089_161914910539600_1393143_n.jpg

쫄딱 다 젖었는데도 날이 좋다 보니, 하룻밤만에 다 말랐다



228335_161914920539599_4742241_n.jpg

그 날 묵었던 호스텔. 20인실 도미토리, 175 NOK (=3만 5천원) 아마도 노르웨이에선 가장 싼 숙소였을 듯

<이전 포스팅>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Sort: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Thx, @cheerup bot :)
I've done my best, and will do more

어머~대단하세요. 글도 너무 재미있고~^^*
벌써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살포기 보팅과 팔로우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열심히 달리고 답방갈게요 ㅎㅎ

@bryanrhee님 제가 같이 다니는 듯 합니다. 아! 가고 싶어요!!

저도 태국 좀 가보고 싶어요 ㅜㅜㅜㅜ
성투해서 태국으로 ㄲㄲㄲㄲ -_-)/

@bryanrhee님 동남아 자전거? 투어 한번 만들어 같이 밟아 보아요!!

가....가겠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_-ㅋ

자전거 여행계획으로 오시면 더욱 좋구요~~

진짜 대박 대단하십니다!!!!!
오늘도 격하게 응원합니다!

에구구구 오셨네요 ^^;;
담부터는 이런 날엔 업봇만 누르고 가겠....ㅋㅋ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6
JST 0.033
BTC 64009.58
ETH 2760.74
USDT 1.00
SBD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