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1_33 리투아니아 - 많이 컸다, 코리아! |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느꼈던 순간들 3가지

in #kr-travel7 years ago (edited)

라트비아는 재밌던 추억이 없어서 사진만 살짝...


라트비아의 만병통치약 겸 약주(?). 발삼이라고 한다.
우라나라에서 쌍화탕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감기 걸리면 한 잔씩 먹는다.
이 약을 만드는 가문이 있는데, 레시피는 절대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



발삼 체험단



라트비아 마트에는 한국 팽이버섯이 있습니다









그리고 리투아니아!!






2011년 6월 16일

많이 컸다, 코리아!




1



날씨도 좋지 않고 다리를 쉬어줄 요량으로
라트비아 리에빠야Liepaja에서 폴란드 바르샤바Warszawa까지는
자전거를 타지 않기로 했다.

클라이페다Klaipėda, 카우나스Kaunas, 빌누스Vilnius를
거쳐 바르샤바까지 가는 루트다.






리에빠야에서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까지는 버스로 한 시간 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저 버스를 타고 갔지만 그동안의 피로가 장난 아니었나보다.
도착하자마자 몸이 천근만근이다. 빨리 짐 풀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야겠다.

부랴부랴 짐 풀고 씻어려 할 때였다.

“한국인이세요?”

유럽분이 내 국적을 물어보는데, 일본 중국도 아니고 한국인이냐부터 물어본다.
한국인이 아닌 이상 한국부터 물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키 작고, 그렇다고 야무지게 생기지도 않았고,
그렇지만 얼굴은 정말 느끼하게 생긴 분이었다.
[느끼한 안정환? 리마리오? 그 정도?]
처음엔 그 느끼함을 보고 말을 많이 섞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많은 말은 하지 않고 바로 침대로 기어 들어가서 뻗었다.



클라이페다는 운하를 보러 오는 곳이다



클라이페다의 꽃은, 이 다리다



저녁에는 빌누스Vilnius에서 온 학생 6명과 같이 클라이페다 시내 워킹 투어를 돌았다.

모두 빌누스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왔다고 한다.
프랑스, 몰도바, 폴란드에서 왔다고 한다.

특히, 아까 아는 체를 하신 분은 몰도바에서 왔는데, 6명 중에 홀로 남자였다.
그저 겉으로 보기에는 키도 작고 야무져 보이지도 않은 이 분이
아주 당차게 여자 5명을 거느리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궁금한 점이 많이 들었다.

이 사람에게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그저 친구끼리 온 것이긴 하지만]
친해지고 싶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럴 새가 없구나.




저녁을 먹고 밀린 사진들을 계속 정리하고 잠시 밖으로 나오니 12시다.
오랜만에 계속 노트북 화면만 쳐다보니깐 눈이 아프네. 빨리 자야지.

그 때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부른다.

“맨~. [Man]"

아까 그 청일점 분이다.

“같이 맥주 한 잔 하고 싶네요. 되죠?”

“여기.....알코올 금지라고 쓰여 있는데 괜찮나요?”

분명 카운터에 알코올 금지라고 쓰여 있다.

“그렇긴 한데... 뭐 조용히 둘이 마시는 건 상관없죠?”

머뭇머뭇거릴 때 리셉션이 거들어준다.

“원래 저건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붙여놓은 거예요. 시끄럽게 할 것 같진 않으니깐 드세요.”

오늘 리셉션은 말이 통하는 분이다.
아늑하게 알콜 타임이다.






이 분은 몰도바에서 온 덴Den이라 한다.
몰도바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국비 장학생으로 유학을 온 경제학도다.

말을 몇 번 섞어뵈 나보다 1년 형이지만 큰형님 같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듬직하고 차분함이 돋보이는 분이다.
사람은 역시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
말을 섞어보니 완전 매력덩어리잖아!

“왜 처음에 절 보자마자 중국인이라고 안하고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봤나요?”

“학교에 한국 유학생이 좀 많아요. 당장 제 친구도 한국인이 있는데요.”

이제는 한국 사람이 없는 곳이 없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소수지만 그래도 적게나마 널리 퍼져 있다.

“경제학 공부를 하면서 한국은 제 이상적 모델이 되었어요.”

“한국에 대해서 잘 아시나 보네요? 신기하네요.”

“당연하죠. 1950년 한국 전쟁 직후에는 세계 최빈국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의 나라죠.”

“잘 아시네요?”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유일한 나라죠.
책에서 그것을 읽고 정말 많은 감명을 받았어요.
그 때문에 한국을 존경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요.”

“정말 많이 아시네요?”

“그럴 수밖에 없죠. 저한테 한국은 롤모델이니깐요.
지금 몰도바에서는 초봉으로 한 달 월급이 얼마인지 아세요?”

“글쎄요? 한 300유로 [45만원] 하려나?”

“300? 푸훗. 80유로에요 80유로. [12만원]
물가는 정말 싸죠. 그렇지만 벌이가 너무 짜요.
연차가 쌓여도 200유로[30만원]까지밖에 가지 않아요.
그런데 대학가 방세가 100유로[15만원]에요.
대학생이 된 다는 건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뛰어도 빚을 안고 시작한다는 거죠.
지금 몰도바는 너무 가난해요.”

덴은 조국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한숨을 계속 내쉰다.

“한국 지금 얼마정도 벌죠?”

“아르바이트는 한 600유로[90만원],
공무원은 600유로에서 시작해서 연차가 차면 2000유로[300만원]정도 가죠.”

다시 큰 한숨이 나온다.

“한국은 70년대 경제 부흥 운동으로 지금 이 만큼 컸죠.
지금 제가 국비로 이곳에 유학을 왔죠.
왜냐하면 이제 돌아가서는 그 동안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하니깐요.
몰도바를 한국처럼 키우고 싶어요.
저희도 주변 나라들만큼 잘 살아보고 싶어요.”

“그래도, 그 당시에는 민중의 목소리를 무시하면서까지
밀어 붙인게 많아 희생이 크고 지금까지도 그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렇죠. 빨리 크면 그만큼 그런게 잘 끼죠.
하지만 괜찮아요.

일단은 잘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뿐이에요.
지금 그 당시의 그 과정 운운 하는 것은
지금 이 만큼까지 컸으니깐 여유가 생겼고, 돌아볼 수 있는 것이예요.
지금 제 조국은 그렇게 돌아볼 새 없어요.

일단 잘 살아야 되거든요.”



덴의 목소리에 간절함과 절박함이 녹아 있었다.

"......건배나 할까요.“

“그럴까요?”

“여긴 리투아니아니깐 리투아니아 식대로 하죠.”

“그럴까요? Į sveikatą” [이 스베이카타]

“이 스베이카타.”

따뜻한 밤이다.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덴, 그리고 몰도바 사람들.




맨 앞에 걸어가던 분이 덴 형이다






클라이페다, 해 질 무렵



충견상. 불에 탄 주인을 구하려 몸에 물을 적시고 굴러 불을 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우리 나라의 '오수의 개'와 매우 똑같다.












2





이 호스텔 좀 희한하다.
날 보고 중국사람이 아닌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또 계셨다.
기분이야 좋지만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두 번이나 연속으로 일어나니 재미있다.

미국에서 오신 노부부인데, 한국에서 아예 눌러 살 작정이신 것 같다.

한국에 계셨다가 장기 비자를 만드시려고 잠깐 미국에 가시고서
여행을 하시다가 한국에 들어간다고 하신다.

왜 이렇게 한국에 친숙하신가 했더니 LA에서 오셨다고 한다.
뭐, LA에서 한인 파워는 장난 아니지.
덕분에 미국인이 해 주는 근사한 한식을 먹어 보았다.



3





카우나스Kaunas의 광장



리투아니아 제 2도시 카우나스에 도착했다.
대충 짐을 풀고 돌아다녔다.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나를 보고 외친다.

“지지지지베이베베이베베이베”

으잉? 이것들 이 노래를 어떻게 알지?

“이 노래 어떻게 아세요?”

“인터넷에서 구해듣고 있어요. SNSD 사랑해요!!”

“누가 가장 좋아요”

“!#$%@#$%^$%^&”

난리가 났다. 서로 누가 좋다고 난리났다.
그러면서 내 앞에서 5명이 제기차기 춤을 춘다.
한류, 한류 하는데 정말 요즘 한류는 강력한가 보다.

떠나는 길에 날 뿌듯하게 하는 한마디.

“한국, 사랑해요!”
<한국어였다!>



카우나스 재래시장 국밥집(?)에서 먹은 정통 가정식 샬티바르쉬차이šaltibarščiai
적양배추갈아 요구르트에 말아 먹는다.
레스토랑이었다면 어느 정도 맛 보정이 되었을텐데,
국밥집(?)인 덕에 현지인의 신맛이 미뢰를 제대로 후드러 팼다



같은 국밥집(?)에서 먹은 쿠겔리스Kugelis
빵 위에 버섯을 볶아 올리고 크림을 뿌린다. 우리 입맛과 매우 잘 맞는다.



지금은 없어진 리투아니아 리타스 (1리타 = 440원)





<이전 포스팅>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31 에스토니아+라트비아 - 타르투 대학 박물관(하) + 국경넘어가기 | 국경만 넘어가도 달라지는 것들
CHAP1_29-30 에스토니아 - 이젠 씻고 싶다 + 타르투 대학 박물관(상) | 에스토니아에도 학생감옥이 있다?!
CHAP1_26-28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아구르네를 떠나며.. | 에스토니아 남자들도 군대에 간다?! | 에스토니아의 슈퍼스타 K
CHAP1_25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에스토니아 아이들에게 한국 알리기 | 에스토니아판 아.우.성.
CHAP1_24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서프라이즈 | 에스토니아에서 생일케익 구워보기
CHAP1_23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도대체 친구가 누구야?! | 에스토니아에서 안동찜닭 끓이기
CHAP1_22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동양인은 봉이다
CHAP1_21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핸드폰과 맞바꾼 인연
CHAP1_20 사람은 사람이 살린다
CHAP1_18 에스토니아 - 에스토니아 여자는 동양 남자를 싫어해! + 19 이젠 되는 일이 없다
CHAP1_17 에스토니아 - 오를레앙과 함꼐하는 탈린 나들이
CHAP1_16 잠시 동안의 탈린 나들이, 그리고 안녕
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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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의 청년이 가진 생각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목적도 중요하지만 방법도 중요한 거니까요. 올바른 방법으로 그 청년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래봅니다.^^
이번 포스팅에는 뿌듯하게도 한국인임을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네요-
정말 중국 아니면 일본 먼저 물어보는데.. ㅎㅎ

적어도 전 가난한 우리나라를 살아본 적이 없어서
가난한 나라에서 살게 되면 어떤 생각을 가질 지 잘 몰라서
덴 형에 뭐라고 하질 못하겠네요 ㅜㅜ
먹고살 게 급하면 뭣도 안 되기 땜에 ㅜㅜ

리투아니아는 .. 라트비아와는 다르게 한국인을 알아보는, 한국에 대해서 좋아하시는 친한파(?)들을 만나셔서 시작부터 라트비아와는 느낌이 다르군요 ! 몰도바 위치가 헷갈려서 검색해보니 .. 몰도바의 경제사정이 수치상으로 봐도 썩 좋지는 않나보네요 ..

매우 안좋아요 ㅠㅠ
덴 같은 형들이 돌아가서 어떻게 일해줄지가 궁금하네요

한국을 안다는게 신기하네요. 우리가 더 그들을 모를 거 같네요.

매우 모르죠 ㅠㅠ
리투아니아든 몰도바든 그리 관심있어하는 나라가 아니라 ㅠㅠ

오늘은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을 만난 특집깉군요ㅎㅎ
같은날에 저렇게 만나다니 신가하네요ㅎㅎ

매우 뜻밖의 날이예요 ㅎㅎ
싱기싱기함
언제 이런 날 오겠어요
국뽕 마셔야지 ㅎㅎ

와우- 한국산 팽이버섯이 그 멀리에😳
누가 슬쩍 잘못 가져다 놓은 줄 알겠어요ㅎㅎ 패키지도 한국어 그대로네요!

보고 좀신기했어요
이거 누가 먹을까 하면서 ㅋㅋㅋㅋ

개인적으로 한국보다 리투아니아가 더 좋은 롤모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리투아니아는 깊숙히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네요 ㅠㅠ

ㅎㅎㅎ 정말 저도 여행하면서 느끼지만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때가 참 많아요 ㅎㅎ

이럴 때 아니라면 언제 국뽕 들이켜 보겠습니까 ㅜㅜㅋ

ㅋㅋ 한국 글씨
외국에서 한글 보면 반갑죠

밖에 나가면 그만큼 한국이 짱일 수가 없죠 ㅎㅎ

저도 해외여행 갔을 때 외국인들이 한국을 알아봐주시고 칭찬해주시면
얼마나 뿌듯하던지 ㅠㅠ ㅋㅋㅋ
(태극기가 어디있었더라....주섬주섬....)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이요~~~

국뽕은 저희 멘탈을 버티게 하는 원동입니다 ㅋ

제가 원하는 여행을 하고 오셨네요.
예측 불허의 만남과 인연
몰도바의 외국인과의 만남 좋으셨겠어요.
한국의 팽이 버섯이 저렇게 판매되고 있으니
먼가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ㅎㅎ

비행기 한 번 타시면 자연스럽게 일어날 일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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