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1_17 에스토니아 - 오를레앙과 함꼐하는 탈린 나들이

in #kr-travel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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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에서의 탈린 구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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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오를레앙과 함꼐하는 탈린 나들이

2011년 5월 17일



혼자 남겨진 탈린에서 호스텔을 찾아 들어갔다.

지금 나에게 있는 건
안내 센터에서 집어 온 탈린 지도와 미리 적어 온 호스텔 주소 뿐.
찾아오는 길 따위는 절대 적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나 못 찾고 주위를 뱅뱅 돌게 된다.

그런데 찾고 나면 뱅뱅 돌던 그 근처에 목적지가 있다.
거리 이름까지 다 찾아놓고 번지수만 찾으면 되는 걸, 왜 그걸 하나 못 찾는거냐!

호스텔 주소가 23번지였는데 17, 19, 21번지가 연달아 나오길레
이 다음이 23번지인가 싶었더니
23 건너뛰고 갑자기 옆집이 25번지다.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그러면!!

목적지인 23번지는 매우 길 깊숙한 곳에 있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찾아서는 들어간다.
대부분의 호스텔은 문이 잠겨 있다. 벨을 누르고 예약 여부를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다.
이 리셉션은 희한하게 자전거와 짐들을 보자마자 얼굴에 반가움이 묻어난다.

“자전거 여행자예요? 반갑네요. 저도 자전거 타는데.”

무척 신나하신다.

“여기 짐 치워 드릴께요. 여기다가 주차하세요. 밖에다가 주차하면 바퀴고 안장이고 다 빼가요.”

모든 집기를 헤치고 내 자전거를 뉘일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매우 적극적인 조치다. 그저 호스텔 서비스 정책을 넘어서는 개인의 흥미와 오지랖?

창고에는 또 하나의 자전거가 있었다. 리셉션 근무자의 자전거였다.
자전거를 보아 하니 동네 출퇴근용이라고 쓰기에는 너무 좋아 보이는 건데? 혹시...?

“혹시 자전거 여행 하셨어요?”

“그럼요. 한국도 갈 뻔했죠~!”

알고 보니 자전거로 터키에서부터 중국을 거쳐 배를 타고 일본까지 가셨단다!
우와! 정말 미스터리야!

덩치가 크다 못해 나보다도 작고 엄청 호리호리하게 생겼는데?
아무리 봐도 그런 쪽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몸인데?
겉을 보고 그저 출퇴근족인가 했는데,

내공이 상당하네?
잘난 척 했다면 데일 뻔했네. 휴~

“중국이고 일본이고 가셨으면 한국은 오셨을 법 한데?”

“비행기가 너무 비쌌어요. 돈이 없어서 못 갔어요.”

배로 오지.
그냥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부족한 탓이다. (ㅋㅋㅋㅋ)

체크인을 끝내고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스웨덴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사진을 업로드하고 있었다.

옆에 앉은 분이 물어본다.

“컴퓨터가 왜 갑자기 꺼지나요?”

“여기는 한 번에 15분밖에 못 써요. 15분마다 로그인 새로 하셔야 되요.”

이 분은 프랑스 형님, 오를레앙Aurelien이다.
파리에서 컴퓨터 정보 공학 쪽 직장을 다니고 있다가 잠시 휴가를 나왔다.
(알고보니 컴퓨터 부문 그랑제꼴 출신이시다)

옆에서 같이 컴퓨터를 했던 그 짧은 시간이 인연이 되어 빠르게 친해졌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친해지면 희한하게도 다들 프랑스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본다.

“캔 유 스픽 프렌치?”

“농”

“하우 어바웃 유?”

“농”

새로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계속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지 물어본다.
알 턱이 있나? ’노’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마다 나한테 푸념 아닌 푸념을 한다.

“왜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지?”

“형씨, 알 턱이 없지.”

그렇게 말씀하실 거면 당신 언어만 그러지 말고
그럼 한국어한테도 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보세요 좀!






프랑스어를 아는 외국인이 없어서 약간은 의기소침해져 있는 오를레앙.
용기를 좀 북돋아줘야겠다.
한국에 있는 프랑스인 마을이 있다는 걸 알려주면 조금은 기분이 나아질 것이다.

“서울 알지?”

“당근 알지.”

“우리나라에 프랑스 타운이 있어. 거기에.”

“엥? 그렇게 한국에 프랑스 사람이 많아?”

“글쎄? 마을까지 있을 정도면 꽤 있는 거 아닐까?
거기서는 한국어 하나도 몰라도 프랑스어 하나만으로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

“정말? 역시 프랑스!”

역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자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줘야 한다.


더욱 더 강력한 떡밥을 투척해본다.
당신네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


“프랑스어 좀만 알려줘.”


이젠 입이 귀에 걸린다.
열과 성을 다해 열심히 입에서 침을 튀기면서 발음 연습부터 시켰다.

‘r' 발음을 연습할 때였다.
프랑스에서 ’r'발음은 ‘ㄹ'가 아니고, 목 뒤에서 가래 끓듯이 올라오는 ’ㅎ'라고 한다.

“Bon jour 해봐봐.”

“봉 쥬~흐.”

“이거 뭔가 어색해. 목 뒤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내야 한다고!”

“뭐 이렇게? 봉 쥬~흐아악 퉤!”

“우하하하! 어! 그거다, 그거!”

“그럼 형 이름은 Aurelien이니깐 오를레앙이 아니고 오흐아악 퉤! 레앙. 이거겠네?”

“하하하하하하! 그만해!! 뿜는다 뿜어!”

“난 형 이름을 말할 때마다 이 가래를 주체할 수 없어,”

26살과 24살, 둘 나이 합치면 50줄이 되는데 유치하게 이러고 논다.
유치하면 어때? 재밌으면 됐지.








“매일 인포메이션 센터 앞에서 12시에 무료 워킹 투어를 한다네? 같이 갈래?”

재미에 덤으로 이렇게 황금같은 정보도 주는 데, 이 형을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




다음 날 12시. 인포메이션 센터 앞.
워킹 투어의 첫 순서는 통성명 대신 ‘통국가’부터 시작한다.
미국에서부터 마다가스카르까지, 없는 나라가 없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다양한 세계 사람들이 눈앞에 있는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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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린 구도심 거리



우리나라에서 가이드 투어 하면 보통은 박물관에 들어가서 역사 설명을 듣는 걸 상상한다.
하지만 워킹 투어는, 물론 역사 설명을 해 주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도시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맛집, 전자기기 AS점 등등
도시의 전반적인 것들과 편의시설들을 알려주는 것에 중점을 둔다.

무료 투어이니만큼 박물관은 들어가지 않는다.
“이 곳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이 투어 끝나고 보러 가세요.”
이런 식이다.
그래도 무료로 갈 수 있는 곳은 다 가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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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화사한 날의 탈린 광장 (찬조출현: 속사포 가이드)



그런데 이 가이드 정말 속사포다. 너무 빨라 뭐라 하는지 들리지가 않아.

“형, 뭐라는지 알겠어?”

“반밖에 안들려...”

옆에 있던 오를레앙도 안 들려서 죽으려고 한다.
미국사람들은 계속 가이드의 영어에 감탄을 한다.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나 했더니,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려면 4개 국어를 알아야 한단다.
에스토니아어, 러시아어, 영어, 그리고 유럽 언어 중 택1.
이 가이드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 너무 즐겁단다. 장차 영어선생님이 되고 싶단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중학교 졸업 후 직업학교로 진학해서 산업전선에 들어가지만,
교사를 하려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진학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과정 상 중학교만 졸업해도 영어와 러시아어를 어느 정도 구사가 가능하고,
고등학교까지 가면 유럽 언어 중 하나까지도 말할 수 있게 된다.
중학교만 나와도 3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니!

그래서 이 나라에서는 언어를 많이 아는 것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
아예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찮다고 생각하는 아르바이트 자리까지도
3개 국어 구사 여부를 테스트 한다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택도 없는 소리인데!

가이드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에 떨어져서 1년 다시 재수를 해야 되는데,
그 동안 영어 실력이 녹슬지 않기 위해 여기에 지원을 했단다.
그런데 무급 자원봉사다.

“에스토니아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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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탈린 구시가지 거리와 속사포 가이드의 뒷태


가이드한테 에스토니아 전통 요리를 추천받았다.

“블러드 소시지Verivorst 한 번 드셔보세요. 가장 에스토니아적인 요리에요.”

깜빡하고 좋은 레스토랑을 못 물어본 죄로 거리를 뒤지면서 에스토니아 전통 요리점을 찾고 있었다.

“어디 찾으시는 데 있나요? 전통 에스토니아 요리의 진수를 맛보세요.”

난 언제나 호객꾼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대꾸도 안 하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오를레앙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메뉴판을 잡고 호객꾼에게 이것저것 다 물어본다.

“브라이언, 여기저기 다녀도 안 나와. 그냥 여기서 먹자.”

결국 호객꾼에게 붙잡혀서 그곳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근데 호객꾼인거 뻔히 알면서 왜 그랬을까?
호객꾼이 있는 곳 치고 제대로 된 곳은 없는데 말이다.

“형, 호객하는 데 치고 제대로 된 데 없는 거 알아?”

“당연하지.”

“근데 저 호객꾼이랑 왜 그렇게 말을 했어?”

“예쁘잖아.”



그래. 그것이었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모든 남자들의 행동의 이유.

예. 쁘. 잖.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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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소시지가 나왔다.

뭔가 하고 기대를 했더니 생긴 모습이 영락없는 우리나라 순대다.
뭐, 블러드 소시지 번역하면 피 소시지니깐...

다만 이곳은 우리처럼 찌지 않고 오븐에 굽는다는 것이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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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순대와 닭가슴살 필레. 그리고 저 뒤에 있는 것이 딸기잼...



그런데 주위의 테이블을 보고 난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다들 순대에 딸기잼을 붓고 있었다!
뭔가 보기에 매우 거북하다.

그런데 다른 테이블을 보니 이번에는 설탕을 한 무더기 부어 먹는다.
보기만 해도 당뇨가 올라올 것 같다.

그래도 이 나라 방식대로 해 보긴 해야지.
똑같이 잼을 부어 먹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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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피와 잼의 단맛이 따로 논다.

조화가 안 되잖아!





내일 이야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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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식민지 시절 희생된 에스토니아인의 위령탑. 발트 3국 수도에 하나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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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결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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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린 구도심 성벽


<이전 포스팅>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16 잠시 동안의 탈린 나들이, 그리고 안녕
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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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춥네요^^
그래도 맘은 따뜻한 하루가 되시길~

감사합니다 오치님 :)
안 따뜻해도 좋으니 미세먼지 싹 가신 하루가 되길 :)

에스토니아 여자분들이 그렇게 이쁘시다던데요 ㅎㅎㅎ
뭐... 러시아랑 우크라이나를 이미 여행해보았기에 어느 정도는 익숙할테지만 기대가 됩니다 +_+ㅎㅎㅎ

동구권 분들은 다 비슷비슷한 거 같아요 ㅎㅎ
그 익숙함 그대로일 겁니다 ㅋㅋㄱㅋㄱㅋㅋㅋㅋ

프랑스 사람들은 진짜 다 그런 것 같아요 ㅠㅠ 영어로 물으면 들은 척도 안하고,, 'ㅇ' 에스토니아에도 순대를 파는군요!

유럽짱깨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 같진 않아요 ㅎㅎ
근데 재밌는 형이고 영어 거부감은 없어서 뭐 상관없었어요

ㅎㅎㅎ 저 워킹 생활때 프랑스 친구가 생각나네요 그친구한테 프랑스어 배워서 써먹고 했었는데 ㅋㅋㅋ 간단한 인삿말 ㅋㅋ
오늘도 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역시 외국인들한테 환심사는데 가장 좋은 건 언어인듯하네요

역시 순대엔 소금이죠~잼이라니 상상할수 없는 맛이에요~ㅎㅎ

엥간하면 먹을 걸로 뭐 느끼는 거 없는데
이건 좀 힘들었어요

동남아가면 고생 좀 할 것 같아요

오늘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응원의 풀보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ㅜㅜ 언제나 감사합니다 !!!

에잉? 순대같은 소시지와 딸기쨈의 조합..?! 이케아의 딸기쨈과 미트볼 조합과 일맥상통하나요..?ㅋㅋㅋ

근데 우리 소담님은 또 언제 등장하죠...? , (눈 반짝반짝 반짝반짝)

미트볼에 딸기잼은 어울리는데, 순대에 딸기잼은 .. 매우 역하더라고요 ㅜㅜㅜㅜ

소담님은 등장하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허허허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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