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0_6 출국 그리고...

in #kr-travel7 years ago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여행기를 추천해주신 @mkland 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같은 자전거 여행가로서, 언제 할 지 모를 서로의 자전거 세계 일주를 응원하겠습니다!

🤩



출국 그리고...

2011년 5월 4일





이제 출발하는 날이다.


출발하는 날이라고는 하지만 23:55 비행기다. 거의 내일이라고 해도 괜찮은 수준.

하지만 난 아직도 준비를 하고 있다.


저번에 시킨 알람 자물쇠가 이제 택배로 도착했다.
받자마자 나가서 타이어 펑크 수리키트를 사고 핸드폰 24핀 충전기를 사 왔다.
이제 얼추 준비가 다 끝나 보인다.


이제 자전거 포장만 잘 하면 된다.
원래는 포장을 해서 가려 했는데 자전거가게에서 요즘은 자전거 인구가 많아졌다고 공항에 포장업체 가면 자전거가 통째로 들어가는 박스가 있단다. 그냥 자전거를 들고 가서 그 박스에 넣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혹시나 있는지 전화를 넣었다.

“비행기에 자전거 실을 건데, 자전거 들어가는 박스 있나요?”

“있긴 한데, 앞바퀴 빼고 넣고, 안장 뽑고, 바퀴에 바람 3분의 1가량 빼셔야 하는데, 괜찮나요?”

“그정도면 됐죠. [얏호]”

“박스는 3만원 정도 하고요, 3kg정도 차지합니다. 괜찮죠?”

“예~ 밤 8시에도 영업하죠?”

“그럼요~”

혹시나 불안불안 했는데 다행이다.




자전거 포장 때문에 공항에 7시에 출발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깐.

그런데, 이모, 사촌동생까지 다 나와서 환송을 하고, 두 누님께서는 급하게 퇴근하셔서 아예 공항에 같이 간다. 굳이 같이 갈 필요는 없는데... 나 혼자서도 할 수는 있는데 동생 6~7달 동안 못 본다고 공항까지 같이 간다.

리무진 버스를 잡는다. 처음 지나가는 버스는 자전거를 보더니 못 태운다고 그냥 혹 지나간다.
두 번째 지나가는 버스 기사님께서는 친히 버스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실어 주신다.
안 태워준 버스 누구냐고 물어도 보신다. 정말 감사하다.




난 그저 창밖으로 보이는, 이제 좀 있으면 7달 반 동안 못 보는 한국 풍경을 열심히 눈에 담아두고 있었다.


간판, 한국사람, 그리고 우리말들..


과연 저 풍경들이 생전 모르는 말로 바뀌어 있고, 옆에 파란 눈에 우락부락한 사람이 앉아 있어도 내가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한국어도 아닌, 영어도 아닌 다른 말을 하면, 아니, 당장 영어로 해도 내가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어제 밤과는 달리, 이제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떨림이다.
누님들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누님도 나를 새로운 세계에 보낸다고 떨고 있을까? (개뿔)




공항에 내리니 9시다. 차가 무지막지하게 밀려서 그렇다.
수하물 체크인은 11시까지. 뭐, 2시간 이내에는 자전거 싸는데 무리가 없겠지?
박스도 있다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포장회사에 간다.






“이거 포장하기 좀 곤란한데요...?”

첫 마디부터 사람 난감하게 만든다.

“자전거 포장하는 전용 박스가 있다고 그러던데요?”

“전화 누가 받았어요? 여기는 그런 거 없고요... 흠... 이 규격박스 한 6개정도 이어 붙이면 가능할 듯 하네요.”

규격박스 무게를 재보니 3kg. 그럼.... 포장만 18kg????????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12kg까진 줄여 보겠습니다.”

어이 아저씨... 그래도 40kg야... 10kg 오버라고....

지금도 그럴 지 모르겠지만 당시 에미레이트는 30kg까지 무료였다. 사이즈에도 별 구애 없이.



일단 체크인 카운터에 뛰어간다. 쇼부 좀 쳐볼라고.

“저기... 수하물이 10kg 오버될 것 같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흠.. 일단 수하물 하나가 30kg가 넘지 않게만 포장해 오세요. 포장을 두 개로 가르던, 세 개로 가르던.”

포장 업체와 카운터의 입장을 확인하느라 작업 진전 없이 계속 뛰어다녔고 그렇게 30분이 허비되었다.

11시까진 체크인 해야 한다. 지금은 10시다.
1시간 내로 포장이 다 되어야 한다. 이제 포장업체 형님의 신들린 포장이 시작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박스 낭비가 심하다. 튼튼하게 포장하신다고 안 그래도 두꺼운 박스, 그 두께만으로도 자전거를 보호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박스를 겹치고 겹쳐서 무척 두껍게 만든다. 튼튼한 건 좋은데 내 초과 수하물 비용은 어찌할 텐가..


말을 하고 싶어도 이미 박스들 다 붙여버렸다. 에라, 이판사판이다.
안장을 가장 아래로 내리고, 앞, 뒤 바퀴 모두 뜯고, 페달도 푼다. 그리고 바람을 3분의 1 가량을 뺀다. 그리고 차곡차곡 정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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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 10시 30분. 이제 포장을 완료했다. 저울에 놓으니 역시 40kg가 나왔다. 잠깐 알아보겠다며 들어간 직원분...
다시 한 번 청천벽력같은 말씀을 하신다.


“10kg 오버되신거 아시죠? 저희는 kg당 7만원씩 받아요. 근데 학생이시잖아요? 돈 없잖아요? 4kg만 받을께요. 28만원만 주세요.”


...28만원 ‘만’ ? 저... 저기요, 28만원이 무슨 옆집 개 이름이예요...?
당신들 일당보다 비싼거라고!!


다시 머리가 멍 해졌다. 머릿속엔 두 가지 생각이 떠다녔다. 자전거를 따로 보내야 되나, 아니면 여기서 짐을 좀 버려야되나... 계속 이런 걸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큰누님은 언제나 쿨하시다.

“걍, 돈 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앉아서 돈 날아가는 것이다. 다른 대안을 더 알아봐야 겠다.

그러면 또 누님이 구박을 한다.

“지금까지 계획한 게 있는데 돈 때문에 꿇지 말고 그냥 한 번 갔다와.”

그렇지만 난 기어코 운송회사에 가서 얼마가 드는지 알아봤다.
그리고... 얌전히 카운터로 돌아와서 28만원 냈다.
그쪽에서는... 자전거는 수취 거부일 뿐만 아니라 이정도 규격이면 백만원 넘는다고..

밤 10시 55분, 체크인 마감 5분전,

결국 무릎을 꿇고 초장부터 28만원을 장렬하게 태워 주셨다.

[포장회사,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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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팀 뉴비 브라이언입니다 :)


예전에 써놓고 방구석에 박아놓기만 한 여행기를 다시 꺼내 복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원고는 세이브 되어 있기 때문에, 주중 매일 연재할 예정이고, 끊기는 날은 엥간하면 없을 거예요.
100편 정도 예상하고, 다 연재하면 반 년 정도 되지 않을 까 싶네요 ㅎㅎ
꾸준히 올릴테니.. 재밌게 봐 주세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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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기대하겠습니다~~ 100편이라니 ㅎㅎㅎ

감사합니다 :)
꾸준히 올릴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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