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1달반 정착기] 미친여행 CHAP3_08+09 호스텔 알바 첫날 + 호스텔에서 본 별난 손님들 | 세계의 모든 축제를 찾아 다니는 자유로운 영혼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08.

2011년 10월 16일





10일은 정말 쏜살같이 지났다.
이 짧은 시간에 남들 가는 곳을 다 돌려니 정신이 없다.
괴레메, 파묵칼레, 페티예, 안탈랴, 셀축. 도시당 대략 이틀은 있었다.
그렇다보니 힘이 달린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 이스탄불은 우중충했다.
이슬비는 오는 둥 마는 둥 어설프게 내린다.
사비하 궥첸 공항에서 하바쉬버스(공항버스) 타고 탁심에서 내려,
탁심에서 등산열차 타고 카바타슈로 내려가서,
다시 트램 1번으로 갈아타고
술탄아흐멧에서 내려 이슬비를 맞으면서 호스텔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이 기분, 이 풍경, 뭔가 익숙하다.
처음 이스탄불 도착했을 때 딱 그 풍경이다.
하지만 길을 찾아 가려니 또 뭔가 낯설다.
여기에서 1주일 넘게 돌아다녔던 곳 같지가 않다.
이런 느낌이라면 다시 한 시간동안 이슬비를 맞으면서 길을 헤맬 수도 있겠다.



다행히도 길 까먹지는 않아서 제대로 들어갔긴 했지만.
날씨 하나에 도시의 느낌이 달라지고, 길 보는 눈도 달라지나보다.












사장님한테 전화를 걸어야 한다. 리셉션한테 물어보자.

“저기, 사장님한테 전화 좀 넣어야 되는데 한 통화만 안 돼?”

“저기 보면 공중전화 있거든? 카드 사서 하면 되.”

응? 뭐라고?
분명 전화 공짜로 쓰려는 진상 손님 중간에서 끊는 차원에서
이렇게 둘러대라고 교육받은 것 때문에 이러는 것 같은데,

어이 아저씨들, 내가 10일 동안 어디 갔다 왔다고 내 얼굴 까먹은 거야?
거기에 몇 시간씩 앉아있으면 나랑 사장님이랑 친하게 지냈다는 건 알고 있어야지!

“난 지금 사장님 번호도 모르고 카드도 없어.”

“(명함을 주며) 여기 번호 있고, 카드는 알아서 사면 돼.”

하... 말이 통하지 않는다.
나중에 한 번 사장님한테 털려 봐라.
일단 좀 있으면 리셉션이 바뀌니 그 때를 기다린다.




10분 뒤 리셉션이 바뀐다. 키르키스스탄에서 온 좀 말이 통하는 친구다.

“저기, 사장님한테 전화 좀 넣어야 되는데 한 통화만 안 돼?”

“응, 잠만 기다려. 전화 넣고 끊었으니깐 보스가 여기로 연락할거야.”





역시, 넌 오늘부터 내 친구다. 키워주고 밀어주마. 예쁜 것.
아까 선 놈, 그놈은 곧 크게 혼날거다. 각오해라.




“여보세요?”

“예, 사장님, 이제 도착했어요.”

“오, 그래요? 벌룬 어땠어요?”

“환상! 환상! 신기했어요!”

“다행이네요. 일단 리셉션 바꿔주세요.”




사장님과 리셉션의 몇 마디 대화 후, 나에게 제대로 일이 떨어졌다.




“리셉션한테 말해놨어요.
이제부터 당신이 저를 도와 대신 한 달간 여기를 맡게 될 것이고,
한국 손님에 관련된 일은 그쪽에 일임한다고 해 놨어요.
여기 있는 동안에는 숙박비를 받지 않고요,
내일부터 일을 하나하나 알려 드릴게요.
잘 쉬었다 왔으니깐 열심히 일해주세요!”

“예!”











다음날, 일을 배우는 날이다.
그리고 사장님이 한국으로 가기 전날이기도 하다.
감정이 복잡하고 미묘하다.
설레고, 떨리고, 내가 이걸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등등.

사장님께서 뭔가 빽빽하게 적힌 종이를 하나 보여주셨다.




“자, 이 분들 보시겠어요?”




A4 종이 하나가 빽빽하다.
예약자 중 특별하게 처리를 해 드려야 할 분 리스트다.
그냥 손님 오면 맞고 이스탄불 안내해 드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렇게까지 할 게 많은줄은 몰랐다.
사장님도 어지간히 머리가 아프셨겠다.







“이 분은 오자마자 예약한 버스 티켓을 드려야 해요.
이거 까먹으면 이 분 버스 못 타요.

그리고 다음날에 이 분이 오세요.
새벽에 아타튀르크 공항으로 오시는데, 공항 픽업 신청하셨어요.
혹시 기사가 이 분을 못 찾을 수도 있어요.
그럼 핸드폰으로 전화가 와요.
새벽에 전화 오면 얼른 받아야 되요.

또 이틀 뒤에 오시는 이 분은 가장 복잡해요.
픽업 신청하셨으니깐 전화 대기해야 되고요,
비행기 티켓을 저희를 통하여 예매하셨어요.
이걸 드리면 되는데, 잃어버리면 안 돼요.
그래서 이건 여기 금고에 넣어둘게요.
나중에 꼭 잘 챙겨 드리세요.
이스탄불에서 네브쉐히르, 그리고 이즈미르에서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티켓입니다.
그리고 투어는 그린과 벌룬을 신청하셨는데, 좀 빡빡해요.
벌룬이 끝나자마자 그린으로 바로 이어서 가시는데,
문제는 벌룬은 기상이 안 좋으면 뜨질 못해요.
그럼 보통은 그 티켓은 다음날로 연기가 되는데, 이 분은 괴레메에 하루밖에 없어요.
그날 못 뜨면 못 타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여기에서 환불을 도와드려야 되요.
꼭 투어 구매 영수증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하.. 많다. 이 많은 걸 다 할 수 있을까...?
엄청 편한 것처럼 말씀하시더니 무언가 낚인 기분이다.
역시 남의 돈 버는 곳은 속성이 비슷하다.








이제 사장님의 핸드폰들을 인수할 시간이다. 3대나 된다.



“지금부터 핸드폰을 3개 드릴 겁니다.
하나는 이스탄불 내에서는 전화 시간 무제한 폰이에요.
주로 리셉션이 연락할 때 쓸 거예요.

그런데 카파도키아 여행사에 연락할 일이 좀 있을 거예요.
그때는 이걸 쓰면 안 돼요. 전화비가 엄청 비싸지거든요.
그때는 이 폰을 쓰면 됩니다. 일반요금제에요.
다들 영어 잘 하니깐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 폰은 국제전화용이에요.
혹시 한국 고객한테 연락할 일 있으면 이걸 쓰면 됩니다.
연락 올 때에는 첫째 전화로 올 텐데
다시 연락 넣는다고 그 폰으로 연락하면 로밍비 어마어마하게 깨져요.
조심하세요!
그 정도만 유의해 주시면 되요.”




전화기 하나 쓰는 데에도 규칙이 너무 복잡하다.
사장님도 참 대단하시다.
난 지금 머리가 팽팽 돌아갈 것 같은데
사장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기 3대를 번갈아 가면서 쓴다니.








“자 이제 마지막. 9시마다 이스탄불 설명회 하시는 건 아시죠?
그걸 제대로 이끌 수 있는지 한 번 보겠어요.
제가 아침에 했던 대로, 제가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부탁드려요.”





차라리 이게 가장 가벼운 일인 것 같다.
들었던 것 그대로 다시 말씀드리는 건 일도 아니다.



“이 지도에서 저희 호스텔은 여기 있고,
환전소는 여기에서, ATM은 여기 있어요...
루멜리 히사르에 가시려면 ...
큰 내용은 여기까지. 질문 있으신가요?”




“오케이, 이 정도면 아침에 손님들 대응할 능력은 되겠네요.
이제 이 호스텔 홈페이지에서 저한테 쪽지를 넣을 수 있는 권한을 드릴 겁니다.
예약하지 않고 여기에서 여행을 팔았으면 저한테 쪽지 남겨 주세요.
카파도키아 측에 연락은 되도록 제가 할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쪽지로 기록해야 여행 판매건당 5리라씩 챙겨드릴 수 있으니깐요.”







이제 모든 직무 설명이 끝났다.
사장님께서 한 바퀴 돌면서 직원들한테 인사시켜주신다.




“이제 이 사람이 한 달간 나대신 호스텔을 운영할 사람이다.
이 사람 말을 내 말처럼 알고 말 잘 들으세요.”
















다음날, 사장님이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분위기가 다르다.
사장님이 말쑥하게 양복을 입고 오시는 건 태어나서 처음 본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양복 차림으로 라면을 끓이고 밥을 하신다.



“이제 뜨는 날이네요?”

“하.. 오히려 오늘은 그냥 덤덤하네요.
그래도 오랜만에 부모님을 뵐 생각 하니깐 행복해요.
내려가서 한국 여행이나 해야죠.”

“어디 가시게요?”

“그냥 정처없이 다니려고요.
오늘은 이 마을 갔다가 마을회관에서 얻어자고
저 마을 가서 얻어먹고자고 하게요.”








사장님의 출발 전 마지막 이스탄불 설명회다.
어느 때보다도 에너지가 넘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아침마다 내가 이걸 해야하는 거지?
과연 내가 손님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저 지금까지 여행해왔던 걸 믿어야지.
어떤 상황에서도 죽지는 않고 잘 왔으니깐.




10시. 사장님 캐리어가 셔틀에 실린다.

“잘 갔다 오세요~!”

“한 달 동안 잘 부탁드려요~!”

이제 정말 나 혼자다.

단 한 달이지만 지금까지의 여행과는 완전 다른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다.
잘 해 보자.







한 시간 뒤 내 첫 손님이 도착했다.
픽업 차량이 몇 대나 들이닥친다.
자, 내 능력을 시험해볼까?




그런데 처음부터 난관이다!
픽업차량이 몇 대나 되니만큼 사람들과 짐이 끝없이 쏟아진다.
인형극단에서 왔는데 앙카라에서 초청 공연을 마치고 여기로 관광을 왔다고 한다.
공연팀이니만큼 소품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이걸 다 어디에다가 둬!!

처음부터 큰 건수 걸렸다.









터키의 흔한 시장




09. 호스텔에서 본 별난 손님들 1

###2011년 10월 7일



태성이형을 처음 만난 날은 이스탄불에 떨어지고 며칠 되지 않은 때였다.
(아직 일하기 전이다.)



첫인상이 아주 강렬했다.
멀리서부터 유심히 보게 만드는 비주얼이었으니깐.

사람들과 호스텔 노천 테이블에서 차 몇 잔 마시고 있는데
멀리서부터 거지가 한 명 걸어온다.



그냥 지나가는 거지 인 줄 알았는데,
점점 가까워져 올수록 이곳으로 오는 것이 느껴진다.
배낭이 한가득이다.

머리는 단발머리였는데, 헝클어져있고. 수염도 보이고.
얼굴이 새까매서 동남아 분인가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까이 오니깐...



“여기가 S 호스텔 맞나요?”





한국어를 참 유창하게 했더이다.








물 빠지고 헤진 빨간 체크 남방,
여기저기 찢어진 청바지.
구릿빛 몸,
그럼에도 불구 살아있는 눈빛,
거지옷마저도 코디로 보이게 만드는 모델의 풍채,
이 분에게서 보이는 첫 모습이었다.

콧수염이 모델같았다.
몇 달 동안 면도를 안 한 것으로 보이지만,
희한하게도 그 덕에 옷이랑 정말 잘 어울린다.

내가 입었다면 정말 넘마를 걸쳤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이 분이 입으니 구제요, 스웩이였다.

이런 멋있는 분이 남방 단추를 3개나 풀어헤쳐
그 틈으로 살짝살짝 식스펙이 보이니
주위의 여자들이 다들 난리가 났다.

호스텔 스타가 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머리만 보면 싱크로 오지는데 ...









“세계의 축제를 다 돌아보고 싶었어요.”




원래는 이벤트 회사에 일하셨다 하신다.
이 때문에 인생의 목표가 재밌는 축제를 하나 제대로 기획하고 싶으시단다.

그런데 재밌는 축제를 만들려면
적어도 지구상의 큰 축제는 다 돌아봐야 되지 않냐 해서
축제를 찾아 육로로만 여행하시던 분이시다.
정말 직업을 사랑하시나보다.




인천에서 배 타고 중국으로 넘어가서
춘절동안 신나게 놀다가
태국에서 물 축제 (쏭크란이라고 한다) 신나게 하고 노숙하고,
걸어서 인도까지 갔다가,
비행기로 베를린이었나 파리로 들어가서
옥토버페스트 때문에 뮌헨에서 일주일 노숙하면서 맥주를 마셔주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에 와서 공항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하신다.







“유럽은 정말 거기서 거기더라고요.
걷다가 질려서 뮌헨에서는 더 볼 가치가 느껴지지 않아서
바로 비행기타고 왔어요.”




그걸 비행기 타고 오실거라면
여기까지도 좀 버스나 지하철 타고 오실 것이지.








다른 사람들은 다 시내 구경을 나갔다.
우리 둘 만이다.
오늘은 일단 이 형을 챙겨야겠다.

배 채울 만한 걸로 가장 싼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신다.
뭔가 이 형의 내공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가장 싼 걸 물어보지만, 난 맛있는 걸 대접해드리고 싶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고생하셨는데, 맛있는 거 먹으러가요. 밥 값 걱정하진 마시고.”

“안 돼요. 지금은 이렇게 얻어먹고 밥값을 아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여기 물가를 몸소 느끼게 될 기회는 없어지게 되요.
그냥 가장 싼 곳으로 가요.”




뜻이 완고하시니 할 수 없다.
내가 자주 데리고 가던 2.5리라 케밥집으로 데리고 갔다.

시내의 케밥들은 죄다 7~8리라 정도 하는데,
사람들이 다들 맛없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다니다가 본 2.5리라인 케밥집은 꽤 맛이 있었다.
그 때부터 사람들이 케밥 먹고 싶다고 하면 매번 그 곳에 데리고 갔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많이 굶주리고 살았나보다.
정말 입에서 우걱우걱 소리가 난다.
하정우의 ‘먹방’을 생중계로 보고 있다.
그래. 비주얼이 좋으니깐 하정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그냥 노숙자라고 했겠다.








저녁에는 어김없이 사람들과 맥주 대화를 한다.

이 호스텔은 낡고 헤졌지만
그것 때문에 배낭 여행자의 성지라고 불린다.
그래서 손님 하나하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행 스케일과 사연들이 정말 애절한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 하나하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내 여행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만 자꾸 들게 된다.
내 딴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자전거 여행이라고 해 놓고선
얻어 잔 것도 별로 없고, 돈도 너무 많이 썼고...

하지만 또 편하게 다니시는 분들 보면
그래도 내가 여행같은 여행을 한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여행을 잘 한 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몇 달 전부터 계속.




밤이 늦었다. 사람들은 모두 눈을 붙이려 내려갔다.
나도 맥주 한 병 비우고 나니 좀 알딸딸한 게
졸음이 살살 오는 것 같아서 내려갈까 했다.

테이블엔 태성이형과 다른 한 분만 있다.
내려갈까 엉덩이가 들썩들썩 하려 할 때 형이 말문을 열었다.




“혹시 다른 분 여행 이야기 들으니깐 좀 자격지심이 드세요?”

“당연하죠. 사실 자전거를 끌고 온 이유도
같은 경험을 좀 싸게 다니겠다고 해서 시작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돈을 많이 써 버렸잖아요.
아직도 크로아티아에서 저를 그렇게도 밟았던 한 형 얼굴이 떠오를 정도인데요?”

“하하하... 제 여행 이야기 듣고서 좀 그런 느낌을 받으신 것 같아서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기 쉬워요.
그래서 여행을 자신의 랭킹에 넣고
자신보다 우월한 여행, 못한 여행 이렇게 나누게 되죠.
뭔가 저가로 힘들게 가시는 분들 보면 엄청 대단해 보이죠?
반대로 돈 넉넉히 쓰고 버스 비행기 다 쓰면서 다니시는 분들을 보고
별 것 아닌 사람으로 보고 말이죠.

하지만, 있잖아요? 누가 잘 한 여행이고, 누가 못 한 여행은 없어요.
전 제 여행이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들만의 여행이 있는 것이에요.”








“말이야 그렇다만...
그래도 처음에 세운 목표가 이렇게 망가지니 이런 마음을 가질 수밖에요.”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볼까요?
돈이 있으면 물론 관광에 치중하게 되어 사람들을 많이 못 만나서
여행 대신 관광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것도 여행이에요.
돈을 들여서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보고 배우는 것이 훨씬 많을테니깐요.
우리 같은 여행자는 보고 느끼고 싶어도 입장료 때문에 주저하던 것이 엄청 많잖아요?
사람들과 소통은 많이 할지는 몰라도 배우는 건 없어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없어요.
이런 면에서는 우리 여행이 열등한 겁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 여행을 우월하다 느끼겠죠.
돈을 덜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여행을 한다는 까닭에.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끝이 없어요.
다 자격지심으로 우리들 마음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어요.
초행길이라 바가지 썼는데, 누구는 자기와 같은 곳을 갔는데 훨씬 아꼈다?
그래서 부럽고 자기 여행이 실패한 것 같다?
그럴 것 없어요. 그저 다음에 싸게 가는 법을 배운 여행이에요.

자전거 여행을 하는데 누구는 자기보다 돈을 많이 썼고 누구는 안 썼다?
더, 그리고 덜 쓴 돈으로 다음 여행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운 여행이에요.
대신에 고생 덜 하고도 사람들은 남들 못지않게 만났잖아요.
돈을 너무 덜 썼으면 못 만날 사람들도 많았을 테고요.

자신만의 코스와 자신만의 비용으로 자신만의 여행을 했고,
그 비용에 따른 가르침을 얻은 겁니다.

비용에 따른 가르침의 우열도 없어요.
각자 쓰는 가격대에 따라 배우는 내용들도 다 달라지니깐요.”







들썩거렸던 엉덩이가 여행철학 하나에 잠잠해졌다.
술기운이 다 날아가는 여행철학이었다.




비교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보니 모두들 약간씩은 여행들에 순위를 매기고 있었기에,
누가 들어도 다들 공감할 것이고 머리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 것이다.








맥주와 함께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줬던 태성이형.
며칠 더 함께하고 싶었지만 난 터키 일주가 잡혀 있어서 새벽 6시 비행기를 타야 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가야 했다.
먼 길 잘 가라고 말 한마디라도 드리고 싶지만, 그러기엔 한밤중이다.
이렇게 감사 인사를 드릴 새도 없이 후다닥 빠져나와야 했다.












10일 뒤 다시 돌아왔을 때엔, 당연히 그 형은 떠나고 없었다.
카파도키아에 갔다 온 분이 말씀하시길, 그새 걸어서 거기까지 도착하셨단다.
거기서도 이 희한한 여행 때문에 유명인이 되어 있었나보다.

그런데 돈이 너무 없어서 그런지
여행 컨셉 탓인지 몰라도,
호스텔에는 며칠 있지 않고
카파도키아의 괴암 괴석 아래 동굴에서 나날을 보내다가
그만 건강이 심하게 나빠졌다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 건강도 좋지 않으셔서
2년을 계획한 여행을 1년 만에 중단하고 한국으로 귀국하셨다고 한다.








몸 추스르고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고 하시는데 잘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잘 될 것이다.
남들에게 이런 꺠달음을 줄 수 있는 분이라면
무엇을 해도, 어떤 여행을 해도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아직 출발 안 하셨다면 만나보고 싶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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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3_04+05 우리 가게에서 일 좀 해볼래? + 이스탄불 카우치서핑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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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3_01 터키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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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2_08 크로아티아 - 어색 2 | 국제커플에 대한 색안경 | 열등감을 휘두르는 동행
CHAP2_07 크로아티아 - 어색 1 | 돈 없는 노숙자 여행자들은 플리트비체에 어떻게 들어갈까?
CHAP2_06 크로아티아 - 한국인을 짜증나게 하는 쩨쩨한 한국인 2 | 딸에 올인한 가족, 우리네와 다를 것 없는 그들의 애환
CHAP2_05 크로아티아 - 한국인을 짜증나게 하는 쩨쩨한 한국인 1 | 크로아티아 전통요리 체험 | 사소한 실수를 분쟁으로 만드는 한국인
CHAP2_04 크로아티아 - 행운아 1 | 또다른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 | 덕분에 끼워서 얻어자기
CHAP2_03 크로아티아 - 까를로바츠에서의 한때 | 나도 현지인 여자에게 좀 통하려나...? | 두근두근 폐가노숙
CHAP2_02 크로아티아 - 낭만 | 바쁘게만 살아왔던 한 대학생의 생활 뒤돌아보기
CHAP2_01 크로아티아 - 안녕, 쉥겐 | 90일 제한시간으로부터의 탈출 | 도착하자마자 노숙하기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47+48 오스트리아 - 잘츠부르크 길바닥에서 궁상떨기 | 민박집 사장님 인생은 파란만장 | 유럽사람들이 중국인을 싫어하는 이유
CHAP1_46 오스트리아 - 음악축제 보고 싶은데 양복이 없어요 | 잘츠부르크 음악축제를 가보기 위해 양복찾아 삼만리
CHAP1_45 독일 - 무쇠체력 할아버지지 | 66세에 자전거 세계일주를 하는 할아버지
CHAP1_44 독일 - 유럽 대륙에는 자전거 여행하는 한국인도 많다 | 딩켈슈뷜 어린이축제 | 브로이하우스 부럽지 않은 맥주 어울림 한 판
CHAP1_43 독일 - 행운의 성 투어 | 크레글링엔의 맹인 요리사 | 목표를 향해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어디까지인가
CHAP1_42 독일 - 로만틱 가도에 서다! | 전독일 청소년 합창대회 | 뷔르츠부르크에서부터 다시 노숙의 길로
CHAP1_41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2 | 뭉치면 시끄러운 한국 사람들 | 해부에 능한 전주자매들 | 희극인들
CHAP1_40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CHAP1_39 체코 - 또 하나의 프라하, 올로모츠 | 고장난 다리 | 사려깊은 여행자 | 나는 진정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가?
CHAP1_38 체코 - 잠좀 자게 해달라고!! | 캠핑장에서 난데없는 몸싸움
CHAP1_37 폴란드 - 요한 바오로 2세의 축복 | 초딩에게 한글 가르치기!! | 요한 바오로 2세 생가에서 겪은 따뜻한 폴란드인
CHAP1_36 폴란드 - 아담과 함께하는 폴란드 식도락 여행 | 현지인들의 극한음식
CHAP1_35 폴란드 - English Speaking Club | 세계에서 가장 꾸준하게 모이는 클럽으로 기네스 등재된 곳
CHAP1_34 리투아니아 - 사기꾼? 미치광이? 아무튼 격퇴기
CHAP1_33 리투아니아 - 많이 컸다, 코리아! |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느꼈던 순간들 3가지
CHAP1_31 에스토니아+라트비아 - 타르투 대학 박물관(하) + 국경넘어가기 | 국경만 넘어가도 달라지는 것들
CHAP1_29-30 에스토니아 - 이젠 씻고 싶다 + 타르투 대학 박물관(상) | 에스토니아에도 학생감옥이 있다?!
CHAP1_26-28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아구르네를 떠나며.. | 에스토니아 남자들도 군대에 간다?! | 에스토니아의 슈퍼스타 K
CHAP1_25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에스토니아 아이들에게 한국 알리기 | 에스토니아판 아.우.성.
CHAP1_24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서프라이즈 | 에스토니아에서 생일케익 구워보기
CHAP1_23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도대체 친구가 누구야?! | 에스토니아에서 안동찜닭 끓이기
CHAP1_22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동양인은 봉이다
CHAP1_21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핸드폰과 맞바꾼 인연
CHAP1_20 사람은 사람이 살린다
CHAP1_18 에스토니아 - 에스토니아 여자는 동양 남자를 싫어해! + 19 이젠 되는 일이 없다
CHAP1_17 에스토니아 - 오를레앙과 함꼐하는 탈린 나들이
CHAP1_16 잠시 동안의 탈린 나들이, 그리고 안녕
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bryanrhee님후문2.gif

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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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에서의 밤!
많은 여행자들과 많은 얘기들을 나무며 정말 값진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태성이형이라는 그분을 다시 만나뵙기를 바래봅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만나질 못했네요 ㅜㅜ

호스텔을 맡으셨는데 메모를 잘해두신건지 기억력이 좋으신 건지 문제가 하나도 없을것 같네요 ㅎㅎ

호스텔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추억이 정말 많겠어요

그나저나 젊음이 좋긴 하네요

아니 젊음때문이 아니라 용기가 대단들 하세요

자전거 여행에, 노숙에...

정말 멋집니다~

적어도 저 당시는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네요 ㅎㅎ
어차피 사장님이 만들어놓은 시스템 그대로 따라 하면 되는 거니깐요...ㅋ

호스텔의 스타가 탄생하셨군요. ㅋㅋ
그나저나 저 많은 일들을 하루만에 어떻게 다 외우셨어요? 대단하세요!

저 때는 제가 뭔 약을 먹고 그랬는지 신기하네요 ㄷㄷㄷ
지금 하라면 절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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