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in #kr-travel7 years ago (edited)

4. 자전거 마련하기

2011년 3월 26일





다시 복귀해서 말년휴가까지 다시 눈칫밥 먹고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삶을 살았다.
그래도 이렇게 응원도 받고 나니 말년휴가를 기다리는 그 순간순간들이 참 즐거웠다.


간부 : “이것 좀 부탁한다.”

나 : “예, 알겠슴돠.”

간부 : “근데 너 뭐 들고 있냐?”

나 : “그냥 지도 좀 보고 있습니다.”

간부 : [퍽]

나 : “아아아....”

간부 : “또 감독관님한테 보여갖고 중대 집합당할 일 있냐? 일이나 해 쉐퀴야.”

나 : “네......” [그래도 헤벌쭉]

뭐, 이렇게 살았다. 하루를 대충대충, 말년 나와서 자전거를 맞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군량미 축내고 숨 쉬고 내뱉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보직을 담당하다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말년 휴가를 나왔다. 자전거와 기타 장비들을 맞출 시간이다.




옛날부터 잘 알고 지냈던 형을 찾아갔다. 자전거와 컴퓨터에 매우 박식하지만 그저 취미일 뿐이고 생업은 독서실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두 개의 취미를 웬만한 사람들보다 훨씬 잘 하는 형이다.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보다!]


“장거리 뛸 때는 비싼 것 필요 없어! 튼튼하고 가성비 좋은 걸로 뽑으면 된다.”
이 구호 아래 자전거를 맞춘다.




먼저 중고 사이트를 뒤져서 20~30만원에 잘 나온 매물들을 살펴본다.
똑같은 자전거라도 봄, 여름에는 비싸고, 겨울에는 싸다고 한다.
겨울에는 추워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힘들어서 매물이 잘 나가지 않아서 그렇다한다.


그 중 대물이 하나 올라온다.

“야, 당장 이거 사와! 물건이야!”

형이 계속 봐온 자전거인데, 가격이 무려 9만원에 올라와있다!! 당장 연락해서 순식간에 들여왔다.
2007년식 Alton Alobics 500. 보통 20만원정도에 올라오는 매물인데 겨울이라 그런지 이상하리만치 싸게 올라왔단다.
가격대비 부품들이 매우 좋은 것들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아싸!




이제 이것을 토대로 장거리용으로 튜닝을 해야 한다.
부품들이 매우 좋은 것이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 몸에 맞아야 한다.
그러기엔 프레임이 매우 크고 무겁다.

내 키는 165cm인데 이 자전거는 175~185cm인 사람이 쓰는 프레임이 들어가 있다.
이런 프레임으로 장거리를 뛰면 내 몸에 비해 핸들이 너무 멀리 위치해 있어서 팔이 무리가 가기 쉽다.
내 몸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런데 마침 형이 하나 가지고 있는 것이 있나보다.

“나 옛날에 너 만한 친구한테 받아놓은 프레임이 있는데 쓸래?”

그래서 한번 본 프레임은.... 무려 시가 40만원짜리, 알루미늄제 중에서는 가장 고급에 속하는 프레임이다!

“어차피 이거 친구한테 받은거야. 이게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내 몸에 맞지 않는 이상 내가 쓸 수가 없으니 들여가라.”

오오오~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 태양신님 동자님 감사하옵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협찬(?)들이 계속 들어오는 걸까?


심지어는 형 독서실에서 공부하시는 분이 비싼 크랭크 [페달과 연결됨 앞바퀴에 큰 기어박스]와 싯 포스트 [안장 고정해주는 막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를 협찬해 주었다.




처음에는 9만원짜리 자전거로 시작해서 받은 부품을 계속 받아 끼다 보니 지금은 근 백 만원짜리 자전거의 스펙이 되어 가고 있다. 간절히 바라니 하늘도 탄복하는구나.

오~ 하늘이시여~. 혹시 여행 중에 받을 운들 지금 다 받아 쓴거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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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쉥겐조약

2011년 4월 13일




휴가 복귀 후 다시 먹고 자고 숨쉬고 내뱉고 뒹굴거리는 며칠의 나날이 지나고 전역을 했다.

다들 기쁨과 동시, 앞으로의 인생 걱정을 하지만, 난 당장 여행가는 것부터 너무 걱정이 된다.




두 달 전 여행을 급하게 결정해서 휴가 짬짬이 항공권 끊고 자전거 뽑고 여기까지 왔다.
그렇지만 아직 준비해야 할 것이 산더미인 듯하다.
점점 날이 가까워져 올수록 불안감은 커져간다.
불안감이 커질수록 남들에게 조언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여기저기 여행 카페에 가입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일단 경로 검사를 받아 보기로 했다. 내 경로를 한 카페에 올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님의 경로는 쉥겐조약 위반으로 불법체류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쉥겐조약?? 불법체류??

쉥겐조약이 뭐길래 내가 불법체류가 된다는?
유럽이면 이제 그냥 무비자로 각국 90일 다닐 수 있는 것 아니었어?
깜짝 놀라서 인터넷부터 찾아본다.

쉥겐 조약은 유럽 각국이 공통의 출입국 관리 정책을 사용하여 국경시스템을 최소화해
국가간의 통행에 제한이 없게 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약이다.



어. 요즘 유럽 국경 넘는거 그냥 경기도서 충청남도 넘는 것 같다는 건 들었어.
근데 이게 뭐 어쨌다고.

쉥겐 조약국은 그리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독일,
스페인, 몰타,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이고,
이 국가들 간의 이동에는 국가 내 이동처럼 간주, 국경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여행하는 국가 다 쉥겐국이구나...
그러면 유럽 들어가고 나갈 때 아니면 절대 국경검사를 하지 않겠네?
근데 그거랑 불법체류랑은 뭔 상관이야?

쉥겐조약은 출입국 절차를 폐지하는 대신 어떤 나라에 있든지
쉥겐조약국가에는 6개월내 최대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
이거다. 이게 문제다.
난 지금 5~6개월 잡고 여행한다는데 현행법상 그 국가 내에서 내가 있을 수 있는 시간은 90일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나갔다 들어오는 꼼수를 부리지도 못하게 90일 체류했으면 90일은 밖에 있도록 해 놓았다.

안 돼!!
내가 몇날 며칠을 고민해서 만든 루트인데 이런 현행법 따위에 무너질 수 없어!!

갑자기 머리가 하예진다. 이렇게밖에 안 되는 거야?
머릿속에서 스치는 생각, 어떤 나라는 입국 후 그 나라 외교부에 가서 체류 연장을 할 수 있거나 장기관광비자가 있어서 그걸 신청하면 오래 체류할 수 있다!
이런 생각에 내 자신을 너무나도 기특해 하면서 그것이 가능한지 여기저기 물어보았다.

“쉥겐비자는 워킹홀리데이비자, 학생비자 이외에 장기로 관광할 수 있는 비자는 없습니다.”

이...이건 뭐야... 일단 내가 기특한거 취소. 빨리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다시 쉥겐조약 검색어로 넣고 계속 뒤져본다. 그러니 다시 이런 말이 나온다.

쉥겐 국 중에는 양자협정 우선국이 있고 쉥겐협정 우선국이 있는데, 
양자협정 우선국을 여행시, 양자협정을 적용받아 체류기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각 국의 체류기간이 표시되지 않으므로, 
항상 교통, 숙박 예약증을 여행이 끝날 때 까지 소지하시기 바랍니다.



응? 양자협정 우선국이 있다고? 체류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더 자세히 살펴보니, 옛날에는 유럽 각국과 90일간의 관광비자 면제 협정을 맺고 있었는데 갑자기 쉥겐 조약이 생겨 버려서 그 드넓은 유럽에 90일밖에 못 있게 되었다. 그렇게 먼저 비자 면제 협정을 맺고 있다가 갑자기 쉥겐 때문에 관광에 지장을 받은 국가들이 EU에 계속 이의를 제기하게 되어 그 문제가 회의에 상정되었다.

그래서 회의 결과는 각 국이 맺은 협정을 우선으로 하되 각 국에게 자율권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어떤 나라는 양자협정을 우선시하고, 어떤 나라는 쉥겐협정을 우선시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양자협정 우선 적용 국가는 종전대로 그 국가 내에서 90일 체류가 허용되게 되었다. 그렇지만 양자협정 적용시에도 국경검문소가 폐쇄되어 국경을 건너갈 시에 도장이 찍히지 않아 체류기간을 확인할 수 없기에, 숙박증과 교통비 영수증을 꼭 챙겨놓으라고 한 것이다.




이 말 때문에 안심을 하려 했다. 그렇지만 몇몇 게시물을 계속 검색을 하니, 계속 90일 체류에서 며칠을 넘겼다고 추방당했다는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이 양자협정 너무 과신하지 말라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어떤 분은 94일 체류했다가 양자협정국에서 나왔는데 심사관이 다음부터는 쉥겐협정 90일을 지켜달라는 말을 했다고.

이거 어떻게 된 일이지...?




이 숙제를 풀기 위해 거대한 유럽 커뮤니티의 회원이 주최하는 스터디에 참가 신청을 하고, 외교통상부에 내 여행 계획을 올렸다.
먼저 외교통상부에서 전화가 왔다.

“쉥겐 국 내 5~6개월 여행을 하신다고요?”

“예, 그렇습니다만....”

“쉥겐 90일에 대한 내용은 숙지하셨죠?”

“예. 그래서 양자협정국으로만 다닐 생각입니다만...”

“그래도, 그건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어서요. 심사관마다 적용하는 게 다 달라서 저희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분은 그냥 넘어가신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잡혔다가 저희한테 전화와서 풀려나신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잡히고 벌금내서 오신 분도 계세요.”

“...”

“최대한... 90일 이내로 짜 주시기를 부탁드려요... 뭐, 95일 96일 이렇게 여행하시고 양자협정국에서 출국하신다면 쉽게 처리가 가능한데 6개월은 저희도 어떻게 말씀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6개월 여행하신다면... 부디 걸리지 마시고 안전하게 돌아오세요...”

“네...”


정부 부처 분께서... 장담을 못하시고, 걸리지 말고 안전하게 돌아오라고 빌어줄 정도면... 쉥겐은 정말 복불복 랜드인 것인가... 아무리 합의가 된 내용이 심사관 마음 따라 우리 운명이 이렇게 바뀐다니...


몇 시간 뒤에 간 스터디에서도 결론은... [절대 쉥겐을 어기지 마세요]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경로를 다시 바꿔야할까? 쉥겐국 아닌 유럽은 동유럽밖에 없는데 동유럽은 좀 불안해..


과연 나의 여행은...?





Plan B

2011년 4월 14일





마음이 무겁다.

겨우 이런 법(?) 때문에 이미 항공권까지 끊어버린 여행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암담하다.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 때 김동성 선수가 안톤 오노에게 금메달을 뺏기고 나서 일주일간 거식증 비슷한 증세가 도진 이후 처음이다. 하염없이 지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꿈이 무너져 가나 싶었다. 병원에 가서 신경성 진단을 받고 나서야 다시 입과 장이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하염없이 커뮤니티를 뒤졌다. 소득은 나오지 않는다.

지리한 검색 가운데 눈을 잡아끄는 스터디 하나가 올라왔다. 이번엔 동유럽 스터디가 올라왔다.

‘이거라도 가볼까....?’

지금 이 상태로는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침몰할 기분이다.

과연 이 분은 나에게 희망고문만 주는 지푸라기가 될 지, 확실히 날 끌어줄 119 구조대용 튜브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그냥 빠져 죽는 것 보다는 죽어도 지푸라기인지 튜브인지는 알아보고 죽자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나의 튜브가 되길 바라며 이제 그 분의 정체를 알러 지하철을 탄다.




가벼운 인사와 함께 지금 쉥겐 조약 때문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설명을 해 드리고, 루트에 대한 고민을 했다. 지금 나의 고민은 루트를 수정한다면 동유럽으로 가야 하는데, 동유럽에 과연 볼만한 게 많은지가 문제였다.

“그럼요! 동유럽에도 볼게 얼마나 많은데요?”

이 말을 시작으로 내가 가져온 지도가 걸레가 되도록 포인트와 볼 것들, 만약을 위한 버스 루트까지 아주 자세하게 써 주셨다.

“일단, 쉥겐국 내에서 90일 정도만의 주행거리를 잡으세요. 양자협정 생각하지 마세요 쉥겐은 세월이 갈수록 진리가 될 거예요.”

욕심을 내기 말라는 조언이시다. 어차피 한 번 맛들이면 여행은 또 가게 되니 그 때 못 본 곳을 가라고 하신다.
그럼 루트를 좀 많이 손봐야 할 것 같다. 쉥겐국 내의 주행 거리를 많이 줄여야겠다.
여러 데이터들을 뒤진 결과 90일 정도면 3000~3500km 정도 달린다. 다시 한 번 미션과 주요도시들을 둘러본다.

관건은 이 모든 포인트를 어떻게 이어야 자전거 주행 거리를 저 정도로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육로를 통하여 동유럽으로 빠질 수 있냐는 것.

“미션은 소중하지만, 다 지킬 욕심은 너무 부리지 마세요. 최대한 다 가는 것이 좋긴 하겠지만, 법을 어길 위험이 있다면, 전 지금 당장은 빼 놓겠어요.”


미션 도시들 중 하나만 동떨어진 곳이 있다. 바로 스페인의 순례길.

나머지 3개는 다른 곳을 잘 연결해서 자연스럽게 동유럽으로 빠지는 루트가 나오는데, 여기를 가게 되면 동유럽으로 갈 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눈물을 머금고 이곳은 포기할 수 밖에...

이번 여행 컨셉 중에 남들 가는 곳은 다 보자가 있었는데, 도저히 이 루트로는 남들이 많이 가는 파리를 도저히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이미 돌아가는 항공권은 로마에서 타는 것으로 끊어 놨다. 자전거로 거리가 절대 나오지가 않는다.

“터키에 터키 항공 말고도 저가 항공사 좀 많거든요? 잘 끊으면 버스 가격하고 그렇게 차이가 안 나요!”


그 항공사가 혹시 파리에 취항한다면 내 자전거 여행의 종착점을 이스탄불로 잡고, 이스탄불에서 자전거를 집으로 보낸 다음 그 다음부터는 배낭여행으로 전환하면 되는 것이다.

찾아봤다... 있다!! 있는 정도가 아니고 엄청난 특가 이벤트중이다!

이스탄불서 파리 가는 비행기표가 무려 4만 5천원!!



다시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그리고 파리에서 이탈리아 가는 직행차만 있으면 된다.
찾아보니 파리에서 토리노와 밀라노에 하루 2회 직행열차가 운행하고 있다!

됐다! 이제 루트 고민은 끝났다!

열차는 아직 예매가 안 되니 재빨리 비행기표를 긁어버렸다. 다시는 어디서도 못 구할 가격이다.




이걸로 루트의 재설정이 완료되었다.

노르웨이 베르겐서부터 터키 이스탄불까지는 자전거여행, 이스탄불에서 자전거를 보낸 다음 파리로 날아가서 며칠 구경하다가 이탈리아로 내려가서 남들 다 가는 도시 돌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 일단 자전거여행분 거리를 재보니 대략 5000km가 나왔다. 이 정도면 5달~5달 반이면 돈다. 그렇지만 이 비행기 일정으로는 이스탄불에서 한 달 가량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도시 하나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 안 질리나?

“이스탄불요? 거긴 한 달이 뭐예요? 1년을 있어도 질리지 않을 도시예요!”

오케이. 뭔 진 모르겠지만, 그러하시다면 한 달 있어 보지. 가서 재미없으면 그 때 떠도 되니깐.




모든 루트의 고민이 풀렸다. 스터디 강사님은 나에게 튜브 이상으로 구명정 같은 존재가 되어 주셨다!

베네룩스 3국와 스페인을 포기해야 하지만 그래도 나름 찾은 최적의 루트 Plan B, 이렇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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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2011년 4월 27일





이제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그런데 아직도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

출발 5일 전 - 자전거 가방과 자전거 옷을 사지도 않았다. 물론, 자전거를 조립해 준 형을 통해서 다 사긴 했다.

출발 2일 전 - 갑자기 내가 가스를 못 가지고 가는 게 생각나서 가스가 없는 동안 버너 대신 쓸 수 있는 발열체, 요리과정 없이 뜨거운 물만 있으면 먹을 수 있는 전투식량을 사 왔다.

출발 하루 전 - 동대문시장에 가서 비 올 때를 대비한 판쵸 우의와, 도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바지 속에 넣는 전대를 사 왔다. 짐을 싼다.

출발 당일 - 폰 충전기랑 타이어 펑크 수리 키트를 샀다.




구상이야 오래전부터 했지만 밖에 나온 지는 한 달도 안 됐고, 출발하는 그날도 세상에 나온 지 한 달도 안 되는 날이다. 안에 있을 때는 군대라는 제한 때문에 생각나도 준비를 못하는 때가 너무 많고, 밖에 나와서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준비를 다 끝내려니 여행에 구멍이 너무 많이 났다.


그 동안 시간이 갈수록 아직도 어떤 것이 준비가 안 되었을 까 불안감에 휩싸여 예전엔 입으로 도졌던 신경병이 이번엔 장염으로 발전했다. 많이 먹지도 않은데 배가 부르고, 먹은 것도 없는데 하루에 두세 번씩 쏟아대고 기운이 잘 나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아프다. 기분이 정말 이상하다. 병원에서 신경성 진단을 받고 나아졌다. 준비를 해도 해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짧아서 너무 구멍이 많고,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자신감이 떨어진다.


언제나 고민의 밤이다. 과연 내가 가서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남들한테는 “남들 그래도 많이 하는 건데, 자전거 여행 관련 책도 많은데 그럼 나라고 못할 거 있냐?”라고 떵떵거리면서 말해 놓았지만 이제 와서 갑자기 갈 때가 되니깐 약해지는 나를 보니 참 웃기다. “지금이라도 그냥 일반여행으로 떠날까?”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그러면 지금까지 떠벌리고 다닌 것은 뭐가 되냐?”라는 생각으로 잠재우지만,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뭐, 다들 그럴 것이다.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 직전의 떨림. 남들 죄다 인턴, 영어 학원, 과외,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던지, 어학연수로 (남들의 눈에 보이는) 스펙을 쌓는 길을 박차고 새로운 세계를 배우고 이것이 더 살아있는 영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하고선, 살아있는 영어는커녕 고생만 하다 돌아갈 지도 모르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기 직전의 떨림. 불안하다.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같이 목숨 내놓고 하는 도전이 아니잖아?
나는 이미 자전거 여행을 나보다 먼저 갔다 온 사람들이 그 효과에 대해 입증을 해 준 상태에서 확신만 가지고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여행하는 사람 전체에 비하면 매우 적지만 이젠 자전거 여행도 많은 사람들이 입증한 여행인데 뭘 그리 떨 필요가 있을까?


난 지금 그런 선지자분보단 사정이 낫잖아.
해보지도 않고 이러면 안 되지.


걱정 끄고 어여자!




안녕하세요, 스팀 뉴비 브라이언입니다 :)


예전에 써놓고 방구석에 박아놓기만 한 여행기를 다시 꺼내 복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원고는 세이브 되어 있기 때문에, 주중 매일 연재할 예정이고, 끊기는 날은 엥간하면 없을 거예요.
100편 정도 예상하고, 다 연재하면 반 년 정도 되지 않을 까 싶네요 ㅎㅎ
꾸준히 올릴테니.. 재밌게 봐 주세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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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land님께서 추천해 주셨습니다.
https://steemkr.com/kr/@ioc/cjsdns-url

감사합니다!! 꾸벅 (_ _)
@mkland 댓글이 없어도 계속 업봇 해주시는 걸 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지원까지.. 감사합니다 :)

@bryanrhee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마치 내가 같이 여행 준비를 하는 듯 합니다. 다음 연재 기다립니다. 새해 행복하고 즐겁운 일 만드세요!!!!!

정주행 감사드려요 ㅎㅎ 오늘로 준비 과정 포스팅은 끝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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