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 200명 팔로워 이벤트 당첨자 발표] 미친여행 CHAP1_20 사람은 사람이 살린다

in #kr-travel7 years ago (edited)

20. 사람은 사람이 살린다

2011년 5월 20일





계속 쏟아 붓던 비는 날이 밝아오려고 할 때쯤에야 그쳐가기 시작했다.
이제 좀 맘 놓고 눈 좀 붙이겠네.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이 너무 걱정된다.
전원을 켜 보았다.
시작하는 화면은 뜨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죽어버렸다.

절망이다.

이제 집과의 교신은 끊겼다.
절망이다.






그렇지만 계속 절망하고 있을 새가 없다.
절망을 하고 싶어도 이 오지에서 빠져 나가고 생각할 일.

일단 먹고는 살아야지?
강물을 떠다 끓여서 몸을 데우고, 식빵에 잼을 발라 몇 조각 먹고는 다시 강에 들어갔다.
안 그래도 아침에 추워 죽겠는데 간밤에 비 맞은 것 때문에 몸도 젖어 있어 부들부들 떨었다.

만사가 귀찮다. 주저앉고 싶다.
그렇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얼어 죽을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시 강물에 카누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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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을 잡고 카누를 몰아본다





가면 갈수록 강이 넓어진다.
그럼 제대로 오는 건가?
그렇지만 몇 시간을 저어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불안하다.
내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젓고 있는 건지.
지도상엔 조금만 가면 캠핑장이 수도 없이 박혀 있었는데.
아무리 가도 오두막은커녕 배를 대 놓을 항구도 보이지 않는다.




그 때 머릿속에 퍼뜩 하고 지나가는 생각. 강은 바다로 흘러나가게 되어 있다.
내 배 진행방향과 강물 진행방향과 같으니 지금 내 배는 바다 쪽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지도를 보면 바다 쪽으로 가야 맞는 길이다. 고로,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다!
얏호!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맞게 가고 있다는 확신감에 팔에 힘이 더욱 실린다.
둔치에서 낚시하던 어떤 분이 파이팅까지 넣어 주시니 힘이 배가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지류와 합세하여 강폭이 매우 넓어졌다.
그리고 오두막들이 많아졌다. 부두도 많이 보인다. 이제 좀 사람사는 동네 같다.


아침을 너무 부실하게 먹어서 가장 가까운 오두막에 배를 대고 올라가 아침을 먹기로 한다.
카누를 묶어 놓고 둔치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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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카누를 세워 놓고 올라간 오두막



그런데 둔치에 올라서니 저 멀리 오두막에 사람이 나를 부른다.
호리호리하신 한 분과,
누가 봐도 너무 뚱뚱해서 고혈압과 당뇨를 달고 살 것 같게 생기신 분이 같이 구름과자를 뻐끔뻐끔 드시고 계셨다.

“카누 탄 지 얼마나 됐어?”

“이제 이틀째고, 3일 더 해야 되요.”

이 말에 두 분께서 폭소를 터뜨린다.

“이런 미친 아이를 봤나. 그래도 용감하군,”

딱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이거다.

병신 같지만 멋있어



안으로 들어와 몸을 녹이라고 하신다.
그런데 집안 꼴이 장난이 아니다.
여기저기 음식들이 널려져 있고, 술 냄새와 찌든 내가 진동을 한다.
술병들이 바닥에 굴러다닌다. 어젯밤에 여기서 파티를 했단다.

보드카 한 잔을 권한다. 일단 마다하지 않고 들이켰다.

“어쩌다가 카누를 타게 되었지?”

“사실 지금 자전거로 여행을 하고 있는데,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오지 체험 좀 하면서 자연도 보고 돈도 좀 절약하려고요.”

“어디서부터 왔어?”

“노르웨이 베르겐이요.”

“베르겐!”

마침 호리호리하신 분이 노르웨이에서 일을 하셨단다.

“내가 거기서 일 좀 했었는데, 들어오는 것이 참 짭짤했지.
그만큼 비싸기도 하지만. 거기 중간에 큰 산이 있는데 자전거로 거기 어떻게 넘었어?”

“안 그래도 그 산 때문에 죽음의 공포를 느꼈었죠.”

“그래도 베르겐 참 아름답지? 난 거기 일하러 가서 그 경치를 제대로 못 느꼈는데 넌 놀러갔으니 참 좋겠다.”

부러움의 시선과 함께 훈제 바비큐와 생선을 권하신다.
난 지금 아무것도 마다할 수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그 때 먹는 모습을 표현하려면 ‘먹다’가 아니고 ‘흡입하다’가 더욱 적당하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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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맞아준 두 분 중 호리호리한 분



그렇게 정신없이 먹고 있으니 친구들이 들이닥쳤다.
검은머리 검은 눈동자가 왔다고 동네방네 다 부른 모양이다.

게다가 갑자기 나에게 전화를 건내 주신다.
자기 친구랑 통화좀 하라는 것이다.
자기 친구 중에 그나마 영어를 하시는 분이라고.

마치 우리나라 시골에 외국인이 오면
할머니들이 이말 저말 하다가
영어 할 줄 아는 조카한테 전화 거는 상황 같다.

영어 할 줄 아는 손주가 있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서.
이 마음 이해한다.
따뜻하고 훈훈한 풍경이다.




그렇게 몸을 녹이고, 작별 인사를 하고,
사진 한 장 박고 다시 내 길을 갔다.








몇 시간 더 가자 가이드가 알려준 부분이 보인다.
갈림길이 보인다.
분명 그 때 가이드는 왼쪽으로 가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왼쪽으로 틀자마자
앞으로도 나가지도 못하게 역류가 무지막지하게 흐른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몇 번 시도했다.
그렇지만 매번 카누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계속 강가에 박히게 된다.

도저히 안 되겠다.
더 이상 카누는 못 탈 것 같다.
미리 약속한 응급 포인트에 가서 전화할 요량으로 배를 두고 둔치로 올라갔다.
마르트는 이 집이 자기가 아는 곳이니 들어가서 전화 한 통 빌려 쓰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가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난 몸이 완전히 마르지 않아서 매우 춥다.
설상가상으로 바람 피할 곳도 없다.

혹시 핸드폰이 다시 작동하진 않으려나? 실낱같은 희망으로 핸드폰을 켜 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차를 잡아볼까 생각도 했는데 길가에 나오니 참 고요하다.
차는커녕 사람 코빼기도 없다.




혹시 좀 어려워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그냥 카누를 전해 주면 되지 않을까?
출발점이 아닌 카누를 빌렸던 그 곳은 여기와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비록 역류를 타고 가야하긴 하겠지만 많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오늘이면 충분히 가는 거리다.

다시 카누를 띄우러 가 보았다.






그런데, 어떤 분께서 카누를 저으면서 역류와 역풍을 뚫고 가시는 것이다.
연배가 꽤 되신 분 같은데 말이다.
이 대단하신 분은 누굴까 하는 생각에 가까지 갔다.

“노인장~ 노 젓는 게 참 힘차시네요?”

“어? 아까 봤던 젊은이 아닌가? 여기까지 왔어?”

얼레? 아까 나한테 파이팅을 넣어주신 낚시꾼이었다!

“오늘 작황은 좋으세요?”

“어이쿠! 오늘 완전 수확이 좋아. 월척 몇 마리 낚았는지 모르겠어.”

“근데 여기 이렇게 역풍도 세고 역류도 센데 어떻게 그걸 뚫고 가시나요?”

“뭘. 내가 여기서 산 게 몇 년인데.
일주일에 한 번 낚시랑 텐트 들고 나가서 하룻밤 자고 오는 게 내 낙이야.
뱃사람이 이 정도 물과 바람도 못 뚫고 뭣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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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갈 수 있도록 파이팅을 넣어주신 에스토니아 태공망(?)님!





저런 노인분도 역풍 역류를 뚫고 자신의 길을 가시는데,
지금 내 나이는 (그 당시) 24밖에 안 됐다.

이 새파란 놈이 노인분도 하시는 것을 못 할 이유는 없다.

젊은 것은 이런 걸 하는 데 큰 밑천인데
이렇게 큰 밑천을 가지고도 이런 것을 이루지 못하면 나중에 큰일을 어찌하랴?

마음을 다잡고 다시 노를 저어 갔다.




가는 길에 그 노인분이 집에 들어가지 않으시고 서 계신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파이팅을 불어넣어주신다.






200명 팔로워 이벤트 당첨 발표~~~!

🎉


1월 17일 23시 59분까지
총 10분께서 지원해주셨습니다!

@luvmin
@springfield
@jupal2
@dreamyacorn
@gyeongmun
@chosungyun
@minhoo
@jeongwooyu
@virus707
@munhwan

이 분들 중 다른 분들의 댓글에 보팅한 분(15% 가중치): 없음 ㅜㅜ
이 분들 중 리스팀 해 주신 분!(30% 가중치): @gyeongmun , @jeongwooyu

자, 그럼 럭키드로우를 돌려 볼까요?

스크린샷 2018-01-18 오후 8.01.59.png


다음과 같이 가중치를 입력했습니다.

스크린샷 2018-01-18 오후 8.02.16.png


컴퓨터가 이 가중치를 계산해서 확률 범위를 재산정합니다.
그 결과

스크린샷 2018-01-18 오후 8.11.24.png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컴퓨터가 0에서 1 사이의 아무 숫자를 뽑을 텐데,
뽑은 숫자가 해당 범위에 들어간 분이 당첨자가 됩니다.

스크린샷 2018-01-18 오후 8.10.28.png


당첨자 뽑는 코드입니다.
당첨자 3명 나올때까지 컴퓨터가 랜덤으로 숫자 뽑아서 돌립니다.





그래서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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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wooyu
@jupal2
@springfield

축하드립니다!!!

1 SBD와 1 SBD 상당의 밋업 중 하나를 고르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이전 포스팅>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18 에스토니아 - 에스토니아 여자는 동양 남자를 싫어해! + 19 이젠 되는 일이 없다
CHAP1_17 에스토니아 - 오를레앙과 함꼐하는 탈린 나들이
CHAP1_16 잠시 동안의 탈린 나들이, 그리고 안녕
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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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도 외칩니다! 가즈아!!!
날씨가 다시 추워진거같아요
따뜻하게!! 봄날씨로 가즈아!!!

짱짱맨 가즈아~!

24살때 이런 모험을 하셨다니.. 너무 존경스럽습니다...ㅎㅎ
카누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라면 정말 평생남을 추억일것 같네요..!!
물론 자전거 여행도 정말!! 멋집니다..ㅎㅎㅎ

매번 이렇게 와 주시는데, 이벤트에 당첨이 되지 않아 안타깝군요 ㅜㅜ
다음 300명 이벤트때는 당첨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저 때에는 참 아찔했는데, 몇 년 지나고 글로 보니깐 참 그냥 추억거리네요 ㅋㅋ
젊었을 때 한때의 객기 ㅋㅋㅋㅋㅋ

당첨자분들 축하드립니다 ㅎㅎ

다음번엔 꼭 당첨되시길 ...!

상당히 기술적인 이벤트 결과군요 ㅋㅋㅋㅋ

밥먹고 할 줄 아는건 이거밖에 없어서요...ㅎ

오 당첨 감사합니다! 우리끼리는 자주 보니까 스달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넵넵 ㅎㅎ 보내드리옵죠

꺄울~~ 이런거 처음 당첨되봐요..!!
감사합니당! 개별 연락 주신 댓글에 대댓으로 답변 드렸습니당 :)
300, 400, 500 팔로워 이벤트 하시는 날도 곧 오시기를..!!

연재 끝날때까지 500명 해보길...ㅋㅋ

피...쓰!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용 ☆

여행기(모험기) 읽으며 카누타며 앞이 깜깜했을 브라이언님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그래도 병신같지만 멋있어요 >ㅁ< 낚시꾼 아저씨 다시 만났을때도 넘 반가우셨을 거 같고. 정작 저때는 막막하고 힘드셨을텐데 방구석에서 읽고 있어 그런가 저도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데요?!

그리고..우왕 나 뽑혔어요 ㅠㅠㅠ 너무 기뻐요 ㅠㅠㅠ 브라이언님 앞으로 300, 500, 1000팔로워가 되는 날까지 화이팅!!

아 저 병신 맞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3살때만 해도 인정 안 했는데
24살 되면서부터 전 병신인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이제 병맛을 표방하는 인생을 살고 있어요 ㅋㅋㅋ
이벤트 추첨도 병맛넘치지 않나요? ㅋㅋㅋ

험한 여행기들을 보면
뭐 여행 마치고 나면 배울 거 참 많긴 한데
여행기로 바라보는 건 5%
현실은 95% 시궁창
ㅋㅋㅋㅋ

축하드립니다!! 벌써 200팔로워시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기대할께요~~ 여행기 잘 보고있어요

우리의 스팀 라이프도 파이팅입니다~!
스팀 10만원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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