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2_26 보스니아 - 짓궂은 사람들 | 동양인이란 꼬리표는 여러모로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in #kr-travel6 years ago

26. 짓궂은 사람들

2011년 8월 28일



모스타르의 밤



이제 모스타르Mostar에 갈 시간이다.
여기 메듀고리에에서 부터는 3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1시간 반이면 갈 거리였다.

그렇지만 오늘은 느긋하게 가고 싶었다.
오랜만에 갈 거리도 여유로운데 천천히 가면서 주위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속도를 절반으로 떨어뜨리고 유유히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를 감상하려 하면 들리는 정신공격 - [키나키나, 야판, FXXK YOU].
주위를 돌아볼 맛이 안 난다.
도로 원 속도로 돌렸다.

큰 산 하나를 넘고 나니 모스타르다.
거기에서도 20분을 더 달려야 관광지인 구시가지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도착하고 나서 문제가 생겼다.
내가 가려는 숙소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일단 주소는 알고 있다.
항상 도착하면 안내센터부터 가서 도로지도를 받은 다음
주소에 나온 도로 위치를 찾아 가는 방식으로 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그런데 정말 난감하게도 도로지도에 그 거리가 나와 있지 않았다!



정말 부실하게도 아예 작은 도로는 지도에 표시도 해 놓지 않았다.
사람들이 물어물어 그 거리 위치를 알아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그곳에 그 거리는 없었다.

근처 성당에서 공사장 인부께 물어보았다.
모른다고 하신다.
근처 가게로 갔다.
가게 주인이 컴퓨터, 지도, 주위 사람 등등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다만, 어디 근처라는 것 정도는 알아낼 수 있었다.

근처로 가서 주위의 모든 골목을 뒤져 그 거리를 찾아낼 요량이었다.
그런데 한 5개쯤 뒤지니 이게 뭔 짓인지 모르겠다.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 때 나를 잡아 세우시는 분.

“10유로에 재워드립니다.”

이렇게 대책 없이 와서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으면
삐끼들이 많이들 달라붙기 마련이다.

아까 붙은 삐끼는 아침 주고 15유로라고 했었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10유로.
내가 마트에서 사다 해 먹어도 5유로는 안 나오겠다.
한 번 이 호스텔을 살펴 보기로 한다.

깔끔한데다가 인터넷도 되기에 더 찾아 볼 생각 하지 않고 그냥 눌러 앉았다.
인터넷 테스트를 할 겸 호스텔 비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평도 좋다.
이 정도면 됐다.
일단 내가 보기에도 매우 깔끔하고, 사이트에도 친절과 청결에 100점이 찍혀 있다.
싸고 완벽하다.

찾아다니기도 귀찮고,
내가 가려던 호스텔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어서 들어가지도 못하더라.

짐을 풀고 몸을 씻고는 주인 할아버지와 대화를 했다.
콩글리쉬에 바디랭귀지에 고등학교 제 2외국어 독일어까지 총동원하여 간신히 대화를 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요리는 잘 하신다.





이 호스텔의 실질적인 운영은 아들이 한다.
아들이 와야 이곳이 제대로 돌아간단다.
자신은 영어가 잘 안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앞이 아예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시력을 잃은 대신 얻은 다른 감각들 덕에 일상생활에는 아무 지장이 없단다.
그래서 호객하는 것이나 잡다한 청소는 다 자신이 하신단다.

일을 하고 계신 것을 보면 어딜 봐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 것 때문에 바닥을 닦으려고 할 때
핏자국을 바로 찾지 못하고 손으로 더듬거리는 것을 보니
그때서야 정말 시각 장애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 이야기를 조금 하고 나서 시내를 돌아보러 나갔다.

이곳에는 매우 특이한 풍경이 두 가지 있다.


모스크 천지, 모스타르



누군가의 임종, 혹은 누군가의 강연을 알리는 포스터



첫째. 천주교 성지 메듀고리에에서 불과 30km 달려왔는데,
이곳은 전부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천지다.
매일 12시마다 여기저기에 있는 모스크에서 코란 경전을 스피커로 뿜어댄다.

길가의 전봇대에는 신자의 임종, 혹은 아랍 국가에서 온 강사 방문 소식을 알리는 전단이 가득 붙여 있다.
사람들을 보면 남자는 죄다 스포츠 머리이고, 여자들은 히잡 일색이다.
누가 보면 국교가 이슬람인줄 알겠다.


붕괴주의, 지뢰주의


둘째. 전쟁의 폐허다.
보스니아 내전이 끝난 지 18년이 된 지금도 아직 복구되지 않은 건물들이 꽤 보인다.
골목 깊숙한 곳 폐가에는 어김없이 [지뢰주의, 출입금지]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그래도 활발한 복구의 노력으로 지금 재건에 들어간 건물들도 꽤 눈에 띈다.

아직도 말끔하게는 씻지 못했지만 하나하나 되돌리려는 노력이 보인다.


파바로티 음악학교 앞



터키의 기금 출연으로 만든 모스타르 제건 본부도 있고,
파바로티가 세운 음악학교도 있다.
특히 파바로티 음악학교는 전쟁의 폐허가 된 모스타르에 희망을 주고자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음악학교 건립 목적으로 음악회를 한 다음
그 수익금과 사재를 보태 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구시가 중심으로 들어갔다.
모스타르의 상장 돌다리가 있다.
다리 이름은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 ‘오래된 다리’라는 뜻이다.

16세기에 지어진 매우 오래된 다리라고 하는데,
사실은 보스니아 내전 때 집중 사격으로 한 번 파괴된 적이 있다.
정말 전쟁은 상처를 너무 많이 남긴다.

전후, 세계 각지에서 복구의 노력 끝에
무너진 다리의 잔재를 모아 다시 원래 모습으로 복원했단다.
그리고 그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어떤 분이 다리 재개통식 때 꼭대기에서 다이빙을 하셨다.
그 때부터 매년 여름마다 이 다리에서 다이빙 대회를 한단다.

다리를 지나면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이 내기를 건다.
내가 여기서 뛰어내릴 수 있을지 없을지 10유로 걸고 해 보자고 한다.
못할 리가 없지만 말이다.
그냥 10유로에 다이빙 하는 거 보여준다는 것이 더 맞는 말 같다.




지금 날이 심하게 덥다. 살짝 돌고 들어와서 쉬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 할아버지의 아들 데니가 들어왔다.
이제 좀 본격적으로 이곳에 대해 물어보고 이것저것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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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지? 아니었다.
그와의 만남이 나에게는 재앙의 시작인지는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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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호리한 할아버지와는 달리
데니는 거대하고 우락부락한 몸집을 자랑한다.
흡사 이 분이 이종격투가 K-1을 한다고 해도 의심스럽지 않을 몸이었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말투가 왠지 뭔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나이마냥 걸쭉하시다.
이때만 해도 나는 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골 사람들의 투박한 언행 정도로 생각을 했다.
사나이답다고 좋아했었다.

하지만 대화 한 번에 이미지는 확 깨지고 말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당신 아버님께서 밖에 서 계시더라고요.”

“아버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매우 친절하세요.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어디를 봐야 할 지 찍어주시고.”

그러자 돌아오는 충격적인 대답.

“친해지지 마세요. 병신이에요.
앞도 안 보이면서 별 오지랖은 다 떨어요.
누가 삐끼짓 해 달래? 얼간이에요. 가까이 하면 피곤해요.”




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버지를 이렇게 말할 수 있나?
완전 생 망나니네?

에이, 그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분명 무언가 애증의 관계가 있어서 그랬을 거야.
부자간의 관계이니 순도 100% ‘증오’은 아니겠지?
혹시 내가 같이 욕하는 것을 거들면 되레 주먹세례를 받을 것 같을 것 같다.
[좋은 분 욕할 마음도 없고]
마치 자기는 부모님 욕해도 남이 부모님 욕하는 것은 못 참는 것처럼.




데니: “호스텔에 오셨으면 사람들과 친해져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죠?”

나: “그럼요.”

데니: “저 위의 한 분과 친해져 보실래요?”

나: “뭐, 그러죠.”

이 말 한 마디에 데니는 계단을 후다닥 뛰어 올라가 소리를 지른다.

“루이스!! 브라이언이 당신하고 이야기하고 싶데요!!”




데니가 루이스라는 사람을 끌고 내려 와서는 정원에 앉혀 놓았다.
그리고 대책 없이 나갔다.

보통은 그렇게 데리고 내려오면 가운데 앉아서 대화를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정말 대책 없었다.
우리 둘을 정원에 던져 놓고 음흉한 미소를 던지면서 나갔다.

“안녕하세요? 루이스입니다. 스페인에서 왔고요.”

“안녕하세요? 브라이언이고요, 한국에서 왔습니다.”

여행자의 대화는 거기에서 거기다.
통상 어디서 왔는지, 어디를 여행하고 왔는지 등등을 서로 묻고 있었다.
그래. 그때까지만 해도 이 사람의 정체를 몰랐지.

그런데 카메라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뭔가 낌새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자기의 카메라 예찬을 시작하는데, 사람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디카.. 너무 좋아요. 큰 거.. 무거워, 무거워, 못 들고 다녀요.”

“그런 정도가 아니에요. 작은데도 큰 카메라 성능이 나와요.
누구나 작은 디카를 사면 이 모델을 추천하죠. 렌즈가 L사 것이여서요.”

“이 디카.. 너무 좋아요. 큰 거.. 무거워, 무거워, 못 들고 다녀요.
필름과는 달라요. 맘껏 찍어요. 맘껏, 맘껏! 큰 거? 우후. 무거워요. 불편해요.”

“그니깐 이 디카가 작은데도 매우 좋은 것이라고요. 이거 있으면 큰 것 들고 다닐 필요 없어요.”

“메모리, 2GB. 매우 많아요. 계속 찍어요. 좋아요. 우후”

이런 식이다.
휴... 횡설수설이다.
이 때, 횡설수설하는 것은 알아챘으면서 왜 이 사람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필름값 안들어가요. 후후. 계속 찍어요. 작아요. 후~~웁.”




일단 이 자리를 떠야 할 것 같아서 대화를 끊고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옆 자리에는 영국 분 한분이 들어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브라이언입니다.”

“어? 저도 브라이언인데요.”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끼리 반가웠다. 그래서 빨리 친해졌다.
오늘은 이 모스타르 주변 도시 투어를 도느라 지금 왔다고.
그래서 여기저기 갔다온 사진을 보여준다.
또 다른 브라이언이 잠시 화장실을 갔다올 때 루이스가 들어왔다.

“나, 저녁 먹으러 가요.”

“그래요.”

선택의 순간. 이때가 루이스에게서 빠져나올 마지막 찬스였다.
직감적으로는 루이스가 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난 브라이언과 같이 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차갑게 나왔다. 이 말만 아니었으면.

“오늘 저녁, 게[Crab] 먹으러 가요.”

“게요? 웬 이런 곳에 생뚱맞게 게[Crab]에요?”

“내 눈, 봤어요. 5마르카. 게[Crab] 맞아요. 어제도 여기서 게[Crab] 먹었어요.”

단돈 5마르카[4000원]에 게를 맛볼 수 있다!
아무리 이 사람이 정상이 아니더라도 이 가격에 게를 먹을 수 있다면
그런 수고 정도는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브라이언이 저녁을 먹자고 한다.
하지만 루이스가 게를 먹자고 한다고 하고 나는 루이스와 같이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도 그 사람의 횡설수설, 했던 말 또 하기,
그리고 특유의 ‘흡흡’, ‘후후’ 등 괴상한 효과음은 멈추지 않았다.
4000원짜리 게 요리에 대한 일념으로 짜증을 억눌렀다.

“어제, 여기, 분명, 봤어요, 크랩, 여기에 있어요.”

잔뜩 기대를 하고 들어왔다. 그런데 낌새가 이상하다.
5마르카 게 요리라는데 주 요리는 일단 다 9~10마르카다.
그리고 [Crab]이란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게[Crab] 어딨어요?”

“여기요. 이거 크랩 맞잖아요.”

루이스가 가리킨 것은 게[Crab]이 아닌 크레페[Crêpe]였다.



내 정신이 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게를 먹고자 하는 일념에 이런 미치광이랑 동행을 했는데 게도 아니고 크레페다.
원래 유럽은 해산물이 매우 비싼데 여긴 어쩐지 싸더라.
더욱더 이 사람에 대한 울화통이 치솟는다.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난 샐러드 하나만 시켰다.
주문을 받고 난 웨이터의 표정이 심히 좋지가 않다.
그럴 만하다. 다른 곳 모두 1인당 10마르카 이상 시키는데, 우리는 둘 합쳐서 9.5마르카다.
그저 돈 안 되는 손님이다.
안 그래도 시선도 짜증나고 루이스도 짜증나서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런데 루이스는 눈치가 없는 건지 기본으로 나오는 빵을 다 먹었다고 빵을 더 시키자고 한다.

“여기, 빵 무료. 브라이언, 하나 더 시켜요.”

“시킨 것도 없는데 뭘 또 달라고 해요.”

“여기, 빵, 무료. 괜찮아요.”

체념했다.

“알아서 하세요. 난 별로 먹고 싶지 않아요.”

루이스가 웨이터를 부른다. 방긋 웃으면서 뛰어온다.
빵이란 말을 듣자마자 웨이터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고 던져준다.
원래는 이 웨이터를 욕해야 될 상황이지만 지금 같으면 나 같아도 짜증이 날 법하다.

“이 레스토랑, 웨이터, 불친절해요, 다신 안와요. 다신 안와요. 절대, 네버. 후후.”

눈치 좀 있어봐라 이것아.

레스토랑을 나와 커피 한 잔 더 하자는 루이스를 간신히 뿌리치고 숙소로 들어왔다.


짜증이 극에 달했을 이 때, 뭔 정신으로 사진을 찍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일련의 이야기를 들은 브라이언은 박장대소를 터뜨린다.

“제가 그래서 당신을 어떡해서든 끌고 나가려고 했는데,
[Crab]을 먹고 싶다는 의지가 너무 강해서 제가 어쩔 수 없었어요.”

“근데 게가 아니고 크레페였다는 게 문제죠.”

“푸하하하하하하!! 그 사람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죠.”




그날 밤 12시. 이제 좀 눈을 붙이려고 누웠다.
그런데 갑자기 루이스가 얼굴이 사색이 되면서 호들갑을 떤다.

“에후 에후.. 나 귀신 봤어요. 저기 부서진 학교 창문, 뭔가가 나 노려봐요.”

이 세상에 무슨 귀신이야. 좀 얌전히 자자.

“나 귀신 봤어요. 저기 부서진 학교 창문, 뭔가가 나 노려봐요.
갑자기 휙 지나가요. 심장, 내려앉아요. 오늘 밤 못자요. 속 진정해야되요.”

네... 혼자 진정하세요...

저 두 마디를 혼자 30분 동안 반복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더 이상 같이 있으면 정말 신경쇠약 걸리겠다.




아침이 밝았다. 데니가 인사를 한다.

“지금 나가세요?”

“뭐, 그렇죠.”

그러자 갑자기 데니가 계단을 올라가서 소리를 지른다.

“루이스!! 브라이언이 당신이랑 나가고 싶데요!”

지금 당신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당신 뭐하는 짓이에요? 저 사람 좀 미쳤어요. 절대 같이 다니기 싫어요.”

“그나저나 어디 나가실 건데요?”

“시내나 좀 다시 돌려고요.”

그러자 또 데니가 계단을 올라가서 소리를 지른다.

“루이스!! 브라이언이 당신이랑 시내를 같이 나가고 싶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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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했다. 비뚤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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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사태를 일으키기 싫으면 당장 그 입 다물어라.”

“왜 그러세요? 전 가라데에 무에타이 단증이 있어요. 당신 덤벼봐야 소용이 없어요.”

“지금 이 일 비교사이트에 악플 만들어서 당신 영업 쫑낼 수 있다. 그만해라.”

그러더니 브라이언한테 가서 내가 왜 이러는 지 물어본다.
그걸 몰라서 그러나 이 눈치없는 인간아.

데니: “지금 저 사람 왜 저런데요?”

브라이언: “어제 한 번 놀고 나서 저 사람의 실체를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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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이 중재해 줘서 다행히 대사관과 경찰서 갈 일 없이 끝냈다.
뒤에 살짝 브라이언한테 물어봤다.

“데니, 도대체 저한테 왜 그랬데요?”

“당신을 좀 가지고 놀고 싶어서 그랬다네요, 참.”

뭐? 손님을 지금 가지고 놀겠다고?

내가 자기 호구도 아니고.
몸 작고 동양이라고 지금 대접을 이따구로 하는 거지?




안 되겠다.
할아버지께는 죄송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에 더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




다음날이다.
이 호스텔을 몰래 빠져 나가 다른 호스텔로 옮기려고 한다.
할아버지한테만 살짝 말하고 빠져나올 계획이다.

옆을 보니 루이스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어제 아무도 모르게 살짝 빠져 나오기 위하여 짐을 다 꾸려놓은 상태.

짐만 살짝 들고 나왔다.
할아버지 방으로 올라가 살짝 노크를 한다.
체크아웃한다고 하니깐 바깥에까지 나와서 나의 여행에 무운을 빌어 주신다.

“할아버지, 이틀간 매우 감사했습니다.”

“오늘 어디로 가세요?”

“사라예보까지 가요. 이틀 걸리겠죠?”

“어이쿠, 중간쯤에 엄청난 산이 있는데, 힘내세요.”

“예.”

그리고는 길을 나섰다. 어차피 도로 돌아올 거니깐 방향은 아무렇게나 타고 돌았다.

“사라예보는 이쪽이에요.”

“아, 예.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방향을 알려주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만 생각하면 방을 옮기는 것이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어찌하랴?












다른 호스텔에 체크인을 하기 위해 도로 돌아오는 길이다.
할아버지께서 빵을 한아름 안고 길을 걷고 계신다.
내 의중을 들킨 것은 아닐까? 가슴이 철렁했다.

맞다. 할아버지는 앞이 안 보인다.

내가 목소리나 자전거 소리를 내지 않으면 누군지 모르지.

가슴은 쿵쾅거리지만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할아버지 옆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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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16 잠시 동안의 탈린 나들이, 그리고 안녕
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bryanrhee님후문2.gif

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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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처음 왔어요ㅋ ㅋ 엄청난 이야기가 축적됬네요ㅋㅋ오늘 편 잘보고가요

감사합니다 :)
꽤 분량이 많아서 어떻게 읽으셨을지 모르겠네요

할아버지 ㅠㅠ 고생많으셨겠어요 저런곳에서

세상은 넓고 희한한 사람은 많아요 ㅡㅡ

보스니아 망나니를 만나 고생을 하셨군요.

멘탈공격~~~~~~!
정신이 쎅어날 지경이더군요

어후......글만 읽는데도 답답함이.....
저런 사람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늘 존재하는군요 ㅎㅎ
할아버지 마주쳤을 때 엄청 짜릿했을 것 같아욬ㅋㅋㅋㅋㅋ

속에서 뭔가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죠 ㅠ
죄지은느낌 ㅠ

저도 가깝게 국내를 시작해서 자전거여행을 특히 융프라우에서 꿈같은 라이딩을 꿈꾸는 ㅎ 오늘 이곳을 알게되어 ..양이 엄청 나네요 찬찬히 읽어 볼께요 감사해요 ^^

감사합니다 ㅜㅜ
정주행하시려면 꽤나 힘드실거예요... ㅋㅋ
이 여행에서는 스위스는 못 가봐서 좀 아쉬워요 .. 다음에는 꼭 가리라!!!

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아들 '놈'의 언행에 참.. 제가 다 화가 나네요. 숙박업 한다는 사람이 저게 무슨..

근데 여기 레이팅 참 높더라고요 ㄷㄷ

이상한 놈들이 많네요 손님을 왜..

세상은 넓고 이상한 분은 많네요 ㅠ

처음 와서 구경중인데 자전거로 유럽일주를 하시는 건가요?
대단하세요:) 제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가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자전거 라이딩하는 건데 ㅋㅋ 자주 보러 오겠습니다!!
보팅하고 선팔하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
이미 7년 지난 여행이고요 ㅎㅎ
그래서 생산속도는 빨라요
근데 요즘 넘 바빠서 또 못올리고 있네요 ㅠㅠ

7년이나 지났어요? ㅋㅋ 몰랐네요
앞으로 자주 놀러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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