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0_1

in #travel7 years ago (edited)

CHAP 0

준비






다들 토익토플 이런 시험들을 준비할 때, 난 아직도 나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렇지만 하나의 방향은 잡아놓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국을 뜨자.’

자전거로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는 것에서 난 반해버렸다. 바로 사서 집에서 4시간만에 두 권을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는 나중에 대학가면 나도 꼭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하리라고 다짐했었지.






1. 다짐

2010년 11월 23일




오늘도 미칠 듯한 눈칫밥 속에 군대의 하루가 지나갔다.




병장이면 권력이 하늘같아 아무도 안 건드린다고 그렇게들 말하는데 도대체 그 권력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후임들 부려먹고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필요 없다.


그런데 위의 간부님들, 우리 좀 가만히 두었으면 좋겠다. 병장을 달고 나서도 여전히 눈칫밥 신세다.
군대에서 자기계발이다 뭐라 떠들어 대는데 이런 건 다 남의 이야기다.
다른 애들에게 속속 연락이 온다. 할 일이 없어서 강제로 책보고 있는데 힘들다고.
우리는 책 꺼냈다간 간부가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꼬투리를 잡는다.
그리고 집합을 걸어 맨날 업무집중을 부르짖는다.
그 후엔 군대의 유명한 특산품, 내리갈굼으로 아래 간부는 그 아래를 갈구고, 아래 간부는 그 아래를 갈구고..,
이런 식으로 탄압당하는 병사의 하루다.






그래도 우리의 동기들은 그런 것들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제대 후 자기 살길을 찾아간다.
우리 동기의 대세는 (뭐, 다른 분들도 이게 대세겠지만) 영어였다.
근무시간 몰래몰래, 일과 끝나고 남들 TV 볼 때 짬을 내어 독서실로 모여 영어 시험공부를 한다.


나도 그 열풍에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동기들 사이에서는 내가 가장 대책이 없었다.
다들 토익토플 이런 시험들을 준비할 때, 난 아직도 나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나마 막연하게 가진 생각이라면, 그것은 바로




‘한국을 뜨자.’




그래서 물망에 오른 것이, 해외 인턴과 어학연수였다.
먼저 어학 연수를 알아보았다. 1년에 2천만원이다. 지금 집 사정으로는 이 자금을 감당하기 힘들다.
해외 인턴을 알아보았다. 해외인턴이 돈도 벌고 영어도 늘고 덤으로 해외여행도 하고 해서 여러모로 좋아보였다.
마침 아는 형이 해외인턴을 맺어주는 동아리에 있었다. 바로 그 형을 타진해서 해외 인턴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내가 갈 직종의 회사 리스트를 뽑아보았다.




그리고 절망에 빠졌다.




석사만 받는다. 학부 2년만 마친 사람을 받아주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내가 생각해 놓은 모든 길이 막혔다. 칼복학이라도 해야 되나?
안 된다. 제대가 4월이다. 그렇다고 2학기 복학할 때 까지 놀 수도 없다. 나는 정녕 무엇을 해야 하나...








그러던 어느 날 동기중 하나가 집에서 유럽 여행을 가라고 했다고 가이드북을 잔뜩 들고 와 열심히 루트를 짠다.
여러 나라, 여러 명소가 하나씩 하나씩 나온다. 그때마다 옛날에 읽었던 책에서 나왔던 명소들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 서점에서 내 눈을 확 잡아끌던 책이 있었다.
이시다 유스케의 [떠나라! 자전거로 지구 한 바퀴 반].
그 직관적이고 강렬한 제목에서부터 난 반해버렸다.


바로 사서 집에서 4시간 만에 두 권을 다 읽어버렸다.
나중에 대학가면 나도 꼭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하리라고 다짐했었지.






그 책의 이야기가 떠오를수록 내 마음이 흔들린다. 기왕에 한국을 뜰 거면 저렇게 화끈하게 떠야 한다.


그런데... 할까 말까...?




“야, 넌 근데 너 여행 안 가냐?”


“글쎄, 한국을 뜰 생각은 했어도 여행갈 생각은 안 했는데...”


“야, 여행을 가! 여행이 남는 거야.”


“흠, 난 그래도 어학연수나 인턴을 생각했는데...”


“군대에서 노예생활 실컷 하고 뭔 또 노예를 자처해서 해? 2년 고생했으면 놀아야지! 그런 데 보다 여행이 백배 천배 남아!”


머릿속엔 온통 그 책의 이야기만 가득했다. 배낭여행이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여행이라면 오로지 자전거 여행밖에 없었다.
.
.
.
.
.
.
.
일말의 고민 없이, 뒷감당은 생각도 안 하고 바로 선언했다.


“야, 여행은 말야, 일단 무조건 얻어. 지지리도 가난해도 사채라도 써서 가는 게 유럽 여행이야. 그러니까...”


“그래, 난 자전거로 유럽을 돌겠어.”


“뭐, 이 미친놈아? 이건 또 뭔 개소리야?”


“뭔 개소리야? 자전거로 유럽 돌겠다는데.”


“그게 개소리지! 그 큰 땅덩어리를 무슨 수로 자전거로 돌아?”


“야, 이 인간아! 지금 자전거로 도는 사람이 몇 명인데?”


“그래, 돌다가 힘들어 죽겠어요~ 하고서 나한테 찔찔찔 짜면서 전화나 하지 말아라. 어디서 택도 없는 소리를 해대고 있어. 자전거랑 연애하겠네?”


무시한다.










나의 행동력은 무섭다. 마침 휴일인 덕에 바로 행동할 여력이 있었다. 집에 전화를 걸어 계획을 말씀드린다.


“엄마?”


“왜?”


“인턴 어학연수 필요 없고, 여행이나 가려고.”


“뭔 또 여행이야, 인턴 알아본다고 해서 싸게 밖으로 나가나 했더니?”


“싸게 갈게. 자전거로.”


“뭐?? 어딜 또 자전거야?”


“유럽.”


“뭐? 한국도 아니고 유럽? 거길 어떻게 자전거로 가?”


“어떻게 해서 다 가. 봤잖아? 나 해남까지 갔던 거. 해남 가는데 유럽을 못 가겠어?”


군 입대 직전, 고등학교 후배와 함께 서울에서 해남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적이 있었다.


“그래도 임마, 그건 한국이니까 가능했지, 유럽을 어떻게 가?”


“유럽 가는 거 봤잖아.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


“다시 한 번만 생각해 보면 안 될까?”


“그래, 뭐.”


다시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절대 마음을 바꾸지 않고 다음 날에 다시 전화를 건다.




“생각해봤는데, 나 진짜 유럽 자전거 여행은 꼭 가야겠어.”


“으이고...”


“왜 으이그야?”


“으이그지, 생뚱맞게 갑자기 위험한 자전거 여행을 간다고 하니.”


“엄마.”


“왜?”


“7달 반 밖에 시간이 없어서, 자전거 세계일주에서 양보하고 양보해서 유럽 일주로 스케일 줄인 걸 다행으로 생각하셔야지 않나요?”


“...할 말이 없다... 내가 누구 고집을 꺾냐...”




이렇게 간단하게 집안 허락을 끝냈다.












이제 계획을 짜 보자.
유럽은 다른 여행지보다 비싼 편이다.
날마다 들어가서 자고 식당에서 사먹으면 자금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경비를 줄일까? 그건 얻어먹고 얻어자고 노숙하고 해먹고 하면 될 것 같았다.




일단 노숙하고 해먹는 것부터 찾아보자.


노숙할 땐 침낭, 텐트, 에어매트가 필요하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침낭은 오리털이 좋다고 하고 가격대는 죄다 20만원 이상이다.
그리고 직접 해 먹으려면 코펠과 버너가 필요하다. 3~4만원대면 구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1~2인용 3~4인용 이런 말이 쓰여 있기는 한데 이놈의 크기가 얼마만한지 당최 사진으로는 알 수가 없다.
당장 달려가서 살펴보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마음이 캠핑샵에 가 있다고 한들 몸이 철장 안에 갇혀 있으니 말이다.




군대에 있으면 되는 일이 없다.








안녕하세요, 스팀 뉴비 브라이언입니다 :)


새로 가입하고 예전에 써놓고 방구석에 박아놓기만 한 여행기를 다시 꺼내 복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원고는 세이브 되어 있기 때문에, 주중 매일 연재할 예정이고, 끊기는 날은 엥간하면 없을 거예요.
100편 정도 예상하고, 다 연재하면 반년 정도 되지 않을 까 싶네요 ㅎㅎ
꾸준히 올릴테니.. 재밌게 봐 주세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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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흑백사진챌린지에 브라이언님을 지목했습니다 ㅎㅎ 제 포스팅 확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꽥 ㅋㅋㅋ

사진도 추가했음 좋겠네요

여행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사진이 나오기 시작할거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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