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2_14 크로아티아 - 테라네오 락 페스티벌 3 | 아침에 대놓고 그짓을 하는 사람들 | 음악 앞에선 국경이 의미가 없다

in #kr-travel7 years ago

다음날이 되었다.
오늘은 짐을 챙겨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어제까지가 거물급 무대였고, 나머지 이틀은 그냥 비실비실한 아이들이란다.
그렇지만 어제 놀았던 친구들은 나가지 않았다.

“굿모닝....”

“브라이언, 일어났냐? 마트 가서 아침이나 먹을래?”

같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마트에 기어갔다.
대충 싸게 배나 채우겠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 패스트푸드 체인 M이 있지만 가지 못한다.
우리는 가난함이 삶인 핏덩이 대학생들이다.
돈 없으면 돌이라도 씹어 먹지, 뭐.

마트에서 산 싼 음식들로 대충 사서 나와 계단에 앉아 퍼 먹는다.
이 쓸쓸한 것들...
돈을 아끼겠다고 마트에서 두당 4000원 꼴로 샀다.
생활비를 아끼려는 우리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그렇게 지루하게 입 벌리고 누워있는 생활을 하다가 다시 저녁이다.
이날은 별 특별한 가수는 없었다.
그저 친구들이 몰려가는 곳 가다가 돌아왔다.
이러니 밴드들이 기억이 나지 않았겠지.
그렇게 놀다가 새벽 3시쯤 돌아왔다.




전투를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는 길, 보름달 두둥실





우리 자리 주위에 기타 판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동그랗게 앉아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자그레브에서 봤던 풍경을 다시 보게 되다니...

우리는 절대 주저하지 않고 끼어든다.

줄이 다 끊어지고 3줄밖에 없는 기타지만
술의 힘으로 모든 코드가 다 잡힌다.

나는 페트병을 들고 드럼마냥 친다.
다들 흥이 나서 목소리가 커진다.

주위 사람들이 신기해한다.
눈치를 보다가 스멀스멀 기어와서 우리 기타판에 동참한다.
마르티나의 품에서 어디선가에서 아이리시 휘슬이 나왔다.
악기가 하나 더 늘었다.
잘 부는지 뭔지는 모르겠다.
술기운으로 듣고 부르는 건데 뭐, 잘 하겠지.
신경 쓰이간?

“나 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 헤이 쥬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이 연주에 하나 되어 해가 뜰 때 까지 노래를 불렀다.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세상.
이 시간동안은 국경도, 언어도 없다.
말로만 듣던 이 격언, 여기에서 피부로 체험한다.
음악 아래 우리에게 어색함은 없다.

“브라이언, 무릎 좀 빌려줘.”

위아더월드.




기타와 노래로 모여 같이 하나된 파티원들



이러다가 해가 떠버렸다





뜨거운 연주를 마치고 7시에 잠을 자러 갔다.
7시지만 너무 햇살이 강렬했다.
언제나 그렇듯, 크로아티아의 흔한 12시 햇살이다.
텐트가 따끈따끈하게 달궈졌다.
땀 때문에 깼다.

시원한 곳을 찾아갔다.
며칠 전 떠난 친구가 알려준 명소가 있다.
뭔가 지하 벙커같이 생긴 곳이었지.
약간 야외무대 비슷하다고도 해도 되겠다.
시원하고 햇빛 잘 들어오지 않는 그곳.
다시금 눈을 붙이려 내려갔다.




근데 무대 쪽에서 뭔가 살색 물체가 움직인다.
뭔가 희한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다 벗은 사람이 엎드려 있는 것이다!









잠깐. 엎드렸는데 움직인다고?
이 뭐하는 놈이여?

물끄러미 봤더니 이제보니깐 한 명이 아니었다.
엎드린 남자 아래에 여자가 깔려 있다!
그래서 한 명으로 보인 것이구나.

잠깐, 그럼 지금 남자랑 여자 벗고 있는 거야?



이 판단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액션이 시작되었다.

‘탁탁탁...’

살끼리 맞부딪치는 소리가 강렬해지면서
아래에 있던 여자가 신음 소리를 낸다.
기분이 더러워진다. 징그럽다.

어? 신기하네? 남자의 본성상 이런 걸 보면 좋을 줄 알았는데
더럽다는 기분이 먼저 올라오네?
이런 걸 실제로 보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징그러웠다.

두 분의 엑션과 소리는 미약하였어도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제대로 설계된 노천강당은
숨소리 하나까지 빼먹지 않고 객석에 누워 자던 사람들의 귀를 찰지게 때려
아침잠을 깨우고 만인의 육두문자를 불러 일으켰다.

눈이 썩어간다. 빨리 자리를 떴다.

크로아티아... 여러 가지로 문화적 충격을 제대로 주는구나.
사람들이 그곳에서 많이 자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놓고 하는 저 대담함...
과연 이것도 유럽 문화의 일부일까?

저 미친 커플 때문에 잠도 못 잤네.
명당을 두고 다른 곳을 찾아야 하잖아!
그래도 깊숙한 그늘을 찾아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12시다.










오늘은 이제 락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이다.
정리하는 마음으로 잠시 밖으로 나가 카페에서 사진 업로드를 했다.
페스티벌 사진을 보고 있으니 우연히 이곳을 찾아낸 것이 정말 행운인 것 같다.






너무나도 행복한 나날이었다.

크로아티아 락을 알았다.
혼자만 즐겼으면 절대 체험하지 못했을 전통술 라끼야도 맛봤다.
없는 살림살이에도 손님을 챙길 줄 아는 여유를 보았다.
이방인을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나와 같이 놀고 싶어 했다.
이들 농담의 수위도 알았다.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낭만까지 느꼈다.

이 즐거웠던 축제도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내일 여기를 떠나는 것일까? 믿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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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bryanrhee님후문2.gif

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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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중국 일본 친구들과 눈의 꽃을 불렀던거 생각이나네요. 서로 일본노래다 중국노래다 한국노래다 우겼었죠

ㅋㅋㅋㅋㅋㅋ
결국 승자는.....?

기타로 세계인이 하나가 되는 그 시간... 정말 부럽습니다. 사진 몇장만 봤으나.. 그 기분좋은 느낌이 느껴지는듯 합니다. 후반부의 그들의 개방적인.. 일탈!!! 정말 대~ 단합니다.

여러모로 대단한 친구들인 것 같아요 ㅎㅎ
얼마나 주위 생각을 안 해야 그렇게 되는지 허허..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코인거래소인 고팍스에서 멋진 이벤트중이네요!
https://steemit.com/kr/@gopaxkr/100-1-1

허허 ;;; 본능이 이성보다 먼저였을지 대담하게 그 일을 감행하시는 분들이 놀랍네요

정말... 제 여행 최고의 문화충격이었어요

게스트하우스 그런곳에서도 들썩들썩 거리기도 한다던데요 ㅠ-ㅠ 그런 곳에서는 그런 일이 없으셨나요

파티로 꼴딱 밤을 새웠네요 ㅎㅎ

파티는 언제나 옳습니다 ㅋㅋㅋ

밤부터 3줄짜리 기타로 아침까지 위아더 월드~ ♬
참 좋은 추억이었는데 한 커플때문에 세상에나;;;;
물한바가지 촤르르~~ 부어주지 그러셨어요.ㅋㅋ

뭐 제가 나서서 물을 붓는 그런 성격은 아니라서요 ㅋㅋ

저크로아티아 여행을 다녀왔던 1인입니다 ㅎㅎ 이렇게 재밌는 락페가 있는줄은 몰랏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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