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1달반 정착기] 미친여행 CHAP3_17 [Photolog] 오크에서 사람이 되기까지

in #kr-travel6 years ago

17 오크에서 사람이 되기까지

2011년 11월 7일





유럽에서 머리 한 번 깎으려면 돈이 상당히 깨진다.

보통 유럽은 동네 미용실 가도 3만원이고,
심지어 북유럽으로 올라가면 7~8만원가량 한다.

게다가 아무 서비스 없이 머리만 깎고 끝이다.
우리나라처럼 머리라도 감았다간
추가요금으로 5천원에서 만원 정도 더 나간다.
이러니 무서워서 머리를 깎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근 6달 동안 머리 한 번 깎지 않고 살았다.







근데 문제는, 내 머리는 반곱슬이다.
짧을 때에는 표가 나지 않는데, 조금만 길면 표가 확 난다.
머리카락들이 서로 엉키기 시작한다.

그래서, 좀 멍청한 생각이지만, 발틱에서 매직을 해 보려고 했다.
앞으로 머리 계속 기를텐데
기왕이면 예쁘게 스트레이트로 내려오면 폼 나겠다 생각을 했다.
그래서 눈 딱 감고 미용실에 갔는데 무려 20만원을 불렀다.
아무리 눈을 딱 감고 해보려고 해도 그 돈은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매직하겠다는 생각은 때려치웠다.

그리고 6달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5월 초. 출발하자마자





5월 중순, 에스토니아





6월, 프라하





8월, 크로아티아 크닌





8월, 크로아티아 쉬베닉





9월, 보스니아 사라예보





9월, 마케도니아 키체보




그럼 머리들이 서로 뒤엉킨다.
빗질 잘못하면 빗살을 부러뜨릴 정도랄까?

사람들마다 내 머리를 보고 제발 좀 깎으라고 하는데,
이제는 그냥 돈이 쓰기 싫어서 내버려 두었다.





10월, 이스탄불 베벡





10월, 이스탄불 숙소




그런데 며칠 전에 체크인 한 승규형 덕에
당장 이 머리를 잘라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손님들 모아서 시내의 케밥집에 갔던 날이다.
지금까지 케밥은 수도 없이 먹었지만
희정 누나가 주장하기를, 지금까지 먹은 케밥은 다 거짓말이라고 하셨다.

“칠리 넣은 캐밥 안 먹어봤으면 터키서 캐밥 먹어봤다고 하지 마!"
(정확히는 acık biber라고 한다. )

희정누나 말씀에 따르자면 번역하면 그냥 ‘매운 고추’라고 하는데
번역기는 전혀 엉뚱한 단어가 나와 매우 당황스럽다.

지금까지 가게에서 맛나게 먹었던 케밥은
그저 여행객들의 입맛에 맞추려고 개조한 것이라 한다.

원래는 멕시코 칠리같은 그 정도 크기 되는
고추를 식초에 절여서 피클을 만들어 먹는다.
그걸 케밥에 넣어야 진짜 터키 케밥이라는 지론이시다.

진짜 현지인의 맛? 난 그런 말 들으면 바로 넘어간다.
얼씨구나 하고 덥석 받아 물었다.

그런데 그 맛이... 상상 초월이다.
지금까지 먹었던 매운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입 베어 물면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데 그 고통이 서서히 올라온다.
내시경을 찍는 느낌이다.

40도짜리 위스키 마시면 쓰린 것 때문에
내장이 어디 있는지 다 느껴진다고 해서 그런 말을 하는데, 느낌이 정말 똑같다.
매운 맛 때문에 내장의 위치를 제대로 알게 되는 것 같은 느낌.

내시경 시간이 지나면 이제 얼굴에서 경련이 일어난다.
입술이 저려오고 나도 모르게 입 끝이 부들부들 떨린다.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 같지만.)
그 부들부들거리는 모습을 승규형이 고스란히 카메라로 담아내었다.





한 입 베어물면





맵다 못해 턱과 볼에 경련이 올라온다





경련에 시달리다 못해 넋이 나갔다








매운맛과 사투를 벌이고 난 다음날, 내 사진을 보았다.
그런데, 스크린 안엔 나는 온데간데 없고,
웬 사자갈기 폐인 하나가 초점도 없이 멍하니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정말 그 때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당장 머리를 깎아야겠다.

이발소를 찾으러 갔지. 오래 찾을 것도 없다.
길 가다가 그냥 맨 처음에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값을 물어보니깐 15리라, 10000원.

좀 비싸다 싶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하면 이건 그래도 자를 만 한 가격이다.

조금은 출혈이지만, 그래도 깎는다.




BEFORE





수형번호 27번 브라이언





출소 전 이발





이발 장인께서 덤불들을 해치고 가위질을 한다








머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눈에 보는 BEFORE & AFTER





그리고 잠시의 가공을 거치면...




AFTER









...누구시죠?












이스탄불 정착기 끝

마지막 챕터, 보통배낭여행기로 이어집니다

















"자네 이번에 나가면 다신 들어오지 말게!"







<이전 포스팅>

CHAP3 이스탄불
CHAP3_15+16 호스텔에서 본 별난 스텝들 2+3 | 대책없는 사장, 쓸데없이 순수한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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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3_01 터키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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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2_51(완) 마케도니아 -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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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bryanrhee님후문2.gif

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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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isteem 참가자분들 보너스보팅왔습니다. :) @bryanrhee 님 머리를 자르시니까 아주 훤칠하신데요~ !!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지금도 훤칠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쿨럭

머리 다음으니 사람이 달라보이는군요 ㅎ 사자갈기에서 핸섬보이로 바뀐게 보기 좋네요 ㅋㅋ

그 이후로 더이상 사자갈기 모드로 살지 않았다고 합니다 😂

이글 보면서 아 나두 머리 자를때 지났는데 생각이 확 오네요.. 역시 남자도 가꾸고 살아야 됩니다 ㅎㅎ 그리고 올리시는 여행 콘텐츠 관련하여 @trips.teem의 크리에이터로 참여 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개인 연락처를 따로 찾을 수 없어 우선 댓글 남겨 봅니다. ㅎㅎ

먼저, 제안을 드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그런데, 이제 이 여행기는 몇 편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제가 나은 여행에 대하여 올려서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ㅜㅜ
그리고 요즘 통 여행을 가지 못해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요 ㅜㅜ

오우 남자의 완성은 역시 머리!! 지금도 저머리 한번 해보시죠!

도.....전? ....ㅜㅜㅋ

가공 거친 사진 너무 멋진데요 ㅎ

계속 가공을 거치고 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꾸벅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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