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0_2

in #kr-life7 years ago (edited)

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2011년 1월 20일





제대까지 3달, 그리고 예상 출발일까지는 4달.
제대하고 출발하기까지는 단 한 달의 시간밖에 없다.


밖에 나와서 준비하는 건 택도 없는 소리다. 군대에 있을 때에도 짬을 내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나마 소속이 공군인지라 6주에 한 번은 외박을 나온다.
6주 동안 철저하게 계획을 짜서 외박 나오는 3일 내에 일 처리를 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건 항공권. 그리고 항공권을 끊으려면 루트를 짜야 한다. 루트를 알아야 들어가고 나오는 도시가 나오기 때문이다.
루트의 첫 발은, 이번 여행에서 꼭 가고 싶은 곳을 지도에 찍어보는 일이다. 그 곳은 다음과 같다.



순번갈 곳
1노르웨이 피요르드
2세계에서 가장 예쁘다는 에스토니아 여자 보기
3잘츠부르크 음악축제 콘서트 하나 이상 관람
4독일 로만틱 가도 종단
5순례길 (까미노 드 산띠아고) 종단
6장소 상관 없이 락 페스티벌 하나 보기





이시다 유스케의 책에 의하면...

피요르드에서 낚싯대만 던지면 팔뚝만한 고기가 딸려 나와 식량 걱정이 없다고 했다


에스토니아 거리에는 연예인들이 거리를 활보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그곳 처자와 로멘스까지 만들어 왔다고도 했다. (난 지금 이 대목에서 엄청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24년 솔로를 청산해줄 반쪽이 혹시 여기에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잘츠부르크에서는 그 곳의 유명한 음악축제Salzburgerfestspiele에서 일주일동안 낮에는 거리의 클래식에 빠져 살고, 밤에는 계속 공연을 보는 생활을 해 보려고 한다.


독일 뷔르츠부르크Würzburg에서 휘센Füssen까지 잇는 로만틱 가도Romantischestraße는 이 지방을 지나는 자전거 여행객이라면 꼭 한 번쯤은 찾아가는 성지이다.


스페인의 순례길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보통은 도보로 가지만, 나는 자전거로 종단해 보고 싶었다. 혹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렇게 미션 도시에 동그라미를 치고 나니 다른 굵직한 도시들이 보인다.


런던, 더블린, 오슬로, 스톡홀름, 바르샤바, 프라하, 베를린, 드레스덴, 뮌헨, 브뤼셀, 암스테르담, 룩셈부르크, 파리, 보르도, 바르셀로나,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나폴리.


이것들을 이을 수 있는 최적의 루트를 찾아보자.
루트가 정 안되면 포기하기 위해 각 도시의 우선순위는 미리 설정해 놓았다.




이 도시들을 선 하나로 잇기 위하여 몇날며칠을 계속 고민했다.
먼저 다녀온 자전거 여행객들은 평균 3개월에 3000km 가량을 달렸고, 난 5개월 정도 생각을 하니 주행거리 5000 ~ 6000km 사이로 맞춰야 한다.
루트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일 없이 최대한 최적화를 해야 했다.
지도를 뽑아서 연필로 루트를 그렸다 지웠다 하다가 종이가 너덜너덜 해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가장 큰 고민은 이탈리아였다. 순례길을 다 달리고 나서 이탈리아를 가려고 한다.
하지만, 순례길을 가기 위하여 독일, 프랑스 등을 거쳐 왔는데, 순례길 끝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가려면 다시 프랑스, 독일을 다시 거쳐 들어가야 한다. 간 곳 또 가는 기분이다. 거리 낭비가 매우 심하다.
하지만 세계 문화 유산의 70%가 몰려 있는 이탈리아를 포기할 수는 없고, 내 여행 미션인 순례길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한 가지 방법이라면 그 주변 공항에서 비행기로 넘어가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행 시작하고 한참 뒤의 일. 내가 그 곳에 언제 도착할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비행기를 끊기에는 위험이 크다. 이것저것 따질 게 많아지니 정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그래도 버티고 찾아본다. 찾다 보면 어떻게든 해답이 나올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이탈리아로 들어가는 길을.




일주일의 노력 끝에 해답을 발견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제노바와 로마까지 가는 페리가 있다고 한다!
순례길의 끝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해답이다. 바르셀로나정도는 다시 오지 뭐.
그리고 페리면 비행기같이 날짜 걱정 없이 현장에서 표를 끊든지, 출발 2~3일 전에 끊어도 몇 달 전에 끊는 가격과 차이가 심하지 않고, 또 여객선이라는 특성 상 정원이 매우 넉넉하기 때문에 매진될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바로 이거다! 그러면 제노바에서 베네치아, 피렌체, 나폴리, 로마 이렇게 가면 되겠다!
루트 해결 끝!




마지막으로 루트 길이가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봐야 한다.


지도프로그램으로 보고 싶지만, 여기는 군대. 인터넷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
이가 없을 땐 잇몸으로 하는 법. 마침 옆에 실이 있었다. 지도에 루트를 그린다. 그 다음 실로 이 길들을 연결한다.
지도에 축척이 나와 있으니 실의 총 길이를 알면 루트의 길이도 알 수 있다.


그 결과 대략 6500km가 나왔다.
6~7달 잡으면 되겠다.


그래서 루트는 아래와 같이 나왔고,
그럼 비행기는 노르웨이 베르겐 in, 이탈리아 로마 out으로 하면 되겠다. 고민 끝!


europe2.jpg




안녕하세요, 스팀 뉴비 브라이언입니다 :)


새로 가입하고 예전에 써놓고 방구석에 박아놓기만 한 여행기를 다시 꺼내 복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원고는 세이브 되어 있기 때문에, 주중 매일 연재할 예정이고, 끊기는 날은 엥간하면 없을 거예요.
100편 정도 예상하고, 다 연재하면 반 년 정도 되지 않을 까 싶네요 ㅎㅎ
꾸준히 올릴테니.. 재밌게 봐 주세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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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여행기 기대하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_ _) 꾸준히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mkland 님도 자전거 여행자신거 같네요?
반갑습니다!!!! (전 갔다온지 이제 5년이 넘어가는.. 그리고 언젠간 세계 일주를 꿈꾸는...)

저는 2009-10년도에 다녀왔어요. 저도 세계 일주를 꿈꾸고 있습니다~

@mkland 님 스팀도 정주행해보겠습니다 ~~

와 정말 멋있네요 ^^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재밌게 읽어 주세요 ㅎㅎ

정말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여행기 ,그것도 자전거로 각기 장소마다의 기운을 받고 오셧다니 대단하십니다.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꾸준히 달리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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