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2_19 크로아티아 - 흐바르 섬으로 넘어가기 | 배에 자전거가 안 실린다고요?!

in #kr-travel6 years ago

19. 흐바르 섬으로 넘어가기

2011년 8월 19일



푹 쉬고 다음 섬을 향해 달린다.
뭐, 푹 쉰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큰일이 있으면 기억에서 쉽사리 놓아주지 못하는 골치아픈 성질 때문에 말이다.
날짜에 쫓길 일이 없어지니깐 이런 게 내 속을 썩이는구나.




다음 섬으로 가는 배편이 있는 볼Bol까지 이동한다.
섬이라서 도로 정돈이 잘 돼 있지 않다.
도로가 구불거리고 툭하면 오르막에 내리막을 반복한다.
그래서 40km를 달려도 마치 100km를 달린 것 같이 힘들다.

하지만 경관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언덕 꼭대기에서 보는 전경,
절벽에 난 도로를 달리면서 보는 투명한 아드리아해.
언덕 꼭대기에서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내려가면 거의 활강하는 수준인데,
그 속도는 자동차에 필적한다.
그 때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를 보면 오픈카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자전거]




볼 항. 흐바르 섬의 옐사Jelsa로 뜨는 배가 있다.





볼에 도착했다. 택시 보트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광고 팻말들이 수상하다.
보트들에 왜 다들 [우리는 자전거를 실어드립니다]라는 것을 왜 강조를 하지?
어차피 큰 배를 타면 자전거를 싣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텐데.

일단 항구에 가 봤다.
크로아티아의 모든 페리 라인은 야드로리니아Jadrolinija에서 운영한다.
도시를 뒤져 보면 사무소가 나오겠지? 근데 없다.
사람들에게 야드로리니아를 외치면서 물어물어 간 곳은
작은 선착장에 아파트 경비실처럼 생긴 부스 하나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서 나가는 배 시간표가 쓰여 있었는데, 낌새가 이상하다.

스플릿에서 나가는 배는 30분마다, 아니면 한 시간마다 한 대씩 있었는데,
내가 가는 노선은 하루에 단 두 대만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표소는 배 도착 15분전에 연다고 쓰여 있었다.
낌새가 이상하다. 큰 배가 아닌가?




역시나, 그 밑에는 다시 나에게 시련을 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카타마르만은 자전거를 실어드리지 않습니다]



털썩!

그랬구나...
그래서 다들 자기 회사는 자전거를 태워준다고
그렇게 강조하고 다녔던 것이구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가격을 조사한다.
일단 흐바르 섬까지 가는 데 야드로리니아는 22쿠나다.
여기에 약간의 웃돈으로 갈 수 있으면 택시 보트로 부탁할 것이다.

이 동네는 깔린 게 택시 보트다.
따로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다.
이 도시에서는 자전거를 싣고 가 줄 배편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전거만 보면 개떼같이 달라붙는다.
그렇지만 부르는 값은 다들 100쿠나 이상.

그냥 이동하는 상품은 팔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에 출발하는 투어 상품을 통하여 이동하는 것이다.

난 그냥 몸만 이동하면 된다.

투어비 100쿠나에 포함된
스킨스쿠버에 낚시, 낭만적인 아침 뷔페는
나에게는 상당한 사치다.
아웃.




그래도 이렇게 돌아다녀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예전 스웨덴 때를 생각해보자.
자전거를 합쳐 놓으면 자전거지만, 죄다 뜯어 놓으면 짐이다.
그럼 분해해서 태우면 자전거를 태운 것이 아니고 짐을 태운 것 아니야?
시도해보지, 뭐.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다 분해하고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흐바르 섬으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다들 내 자전거를 보고 이래저래 말들을 많이도 건다.
선천적으로 노가리를 좋아하는 나는 죄다 받아주면서 깔깔거리고 놀고 있었다.
역시 기다릴 때에는 노가리가 약이다.
시간이 죽죽 흘러간다.

그런데 한 사람이 우리에게 오더니 딜을 건다.

“어디로 가세요?”

“흐바르 섬이요.”

“저희가 야드로리니아보다 10분 일찍 출발하고,
속도도 빠른데,저희 배 타시겠어요?”

“얼마인데요?”

“20쿠나에 해 드립니다.”

오호라? 여기는 이상하게 사설이 더 싸네?
그럼 혹시 자전거는 실어 줄라나?

“자전거도 실어 주나요?”

“당연하죠!”

“얼마인데요?”

“다 해서 40쿠나에 해 드리죠.”

이 정도면 웃돈 주고 탈 만 하다.
뭐, 나름 굿딜.
이정도 가격이면 22쿠나에 가려고 야드로리니아에 도박을 거는 것 보다는 낫고
확실한 가격으로 보인다.

그렇게 흐바르 섬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달려라! 택시보트!



파도는 생각보다 세다!



이렇게 옐사에 도착했다



크로아티아의 흔한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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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bryanrhee님후문2.gif

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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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하시네요! 여행기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자전거를 분해하시다니 ㅋㅋㅋㅋㅋ

뭐 그정도야... ㅋ

그 상황에서 자전거를 분해할 생각을 해내시다니.. ㅎㅎ

이제 분해는 뭐... 일도 아니죠 ㅎㅎㅎㅎㅎㅎ....

힘내세요! 짱짱맨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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