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1_41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2 | 뭉치면 시끄러운 한국 사람들 | 해부에 능한 전주자매들 | 희극인들

in #kr-travel7 years ago (edited)

41.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2

2011년 7월 6일




1) 뭉치면 시끄러운 한국 사람들



그 형을 따라서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졌다.

한인 숙소에 드디어 끼리끼리 뭉쳤다. 회포를 풀고 싶은 마음은 당연지사.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리면 말들이 많아지기 마련.

갑자기 도떼기시장이 되어 버렸다.
민폐를 끼칠까봐 두렵다.

다 같이 프라하 성 야경을 보러 나갔다.
과연 이 사람들 얼마나 시끄러울려나?








아니나다를까, 밤 10시의 골목을 지나가는데, 이 아줌마들 난리났다.
다른 관광객들은 조용히 보고 있는데, 우리 그룹만 꺄악 꺄악 소리를 지르면서 가장 시끄럽게 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시끄러운데 어떤 분들은 예전 도시에서 헤어진 친구까지 만났다.

“꺄아~~ 이게 누구야~”

“언니! 보고싶었어요.”

“정말 신기하다 꺄!~~~~”

“형님 아녜요?”

“우오오 이게 누구야?!”

정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이 시간만큼은 한국인인 것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다.
난 옆으로 살짝 떨어져서 일행이 아닌 마냥 다녔다.



2) 해부에 능한 전주자매

2011년 7월 7일





아침이 되자 시끄러운 사람들은 모두 체크아웃을 했다.
살았다. 이제 사람들이 정리되니 적당히 조용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걸러진 사람끼리 결성된 프라하 그룹.
까불까불하게 노는 L과 H, (전주에서 온지라 전주자매로 하기로 한다.)
조용하게 사람을 놀리는 S,
미래의 목사님 M형,
그리고 Y형과 나.
프라하에서 결성된 6인방. 오늘 하루 프라하를 휘젓고 다닌다.




먼저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 갔다.
이곳은 보는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이 교대식을 보는 느낌이 달라진다고.
11시 반 쯤에 입구 근처에 있어야 한다.

정문에서 들어가는 방향으로 오른편에 서 있을 때 가장 온전하게 교대식을 볼 수 있다.
왼쪽에 있으면 나중에 통제 때 쫓겨난다.

우린 타이밍과 방향을 잘 맞춘 덕에 처음부터 끝까지 앞에 가로막는 사람들 없이 볼 수 있었다.

거기에 있는 근위병도 우리나라 병사들 같이 작대기로 계급을 나타냈다.
그런데 교대식 준비할 때 유심히 봤는데,
이병이 짝다리를 짚고 상병과 열심히 허물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군필자 3명, 입을 모아 말한다.

"이 새X들 빠졌네!"

같이 킬킬댔다.




근위병 교대식. 자리가 사진을 만든다.



시간이 되자 교대할 근위병들이 나와 오열을 맞추었다.
그런데 뭔가 어설프다. 군대라는 느낌이 나지 않았다.
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때우려 적당히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 가오가 서지 않았다.
영국 버킹엄궁의 교대식을 본 사람들은 약간은 실망했으리라.




교대식이 끝나고는 근위병과 사진을 찍으러 갔다.
근위병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

전주자매 H와 L이 접근했다.
근위병 눈알이 굴러가는 소리가 난다.

좀 예쁜 아이들이라 그런지 콧구멍의 평수가 커졌다.
입꼬리가 미묘하게 움직이는 게 보인다.

내가 다가갔다. 미간이 살짝살짝 경련을 일으킨다.
눈알이 저 너머 언덕으로 굴러가는 소리가 난다.
어디서 이병이 빠져가지고!
우리끼리 이것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근위병 우산 씌워주는 매너남. 하지만 난 예쁘지 않아 근위병은 먼 산









다 같이 체코의 명물 꼴레뇨를 먹으러 갔다.
꼴레뇨는 우리나라 족발 요리 비슷한 것이다.
돼지 훈제 무릎이랄까.

“오빠들, 기왕 가는데 500년 전통의 맛집으로 가야 겠죠?”


500년 전통의 꼴레뇨 맛집으로 유명한 우 플레쿠




가게의 겉모습에서는 500년의 전통이 그닥 느껴지진 않았다.
뭐, 속도 그렇다.
6명이 우르르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이 나왔다. 볼 것도 없다.
꼴레뇨 맛집인데 꼴레뇨를 먹어야지.

웨이터가 다가왔다.

우리: “투 꼴레뇨 플리즈.”

웨이터: “Do you wanna something drink.”

우리: “노, 투 꼴레뇨 플리즈.”

웨이터: “그건 다른 사람한테 하는 것이고요, 마실 것 시키세요.”


그렇다.
프라하의 큰 가게들은 주 요리를 취급하는 웨이터와
음료를 취급하는 웨이터가 따로 있다.
[프라하 말고는 이런 경우를 보지 못했다.]


다른 웨이터가 와서 꼴레뇨를 주문받아 갔다.
몇 분 기다리자 따끈따끈한 꼴레뇨가 나왔다.
그런데 양이 장난 아니다.
단돈 2만원 짜리인데 크기는 우리 머리만하다.
우리나라 특대급 족발보다도 많았던 것 같다.


우락부락한 꼴레뇨의 비주얼



이곳 족발은 우리처럼 먹기 좋게 잘려 나오지 않는다.
그저 큰 칼을 꽂아 놓고 알아서 잘라 먹어야 한다.

한 번 내가 칼을 잡아 보았다.
전기톱이 돌아가듯 열심히 톱질(!)을 했지만 잘 잘리지는 않는 것 같다.

보다 못한 전주자매 중 H(21, 간호대)가 나섰다.

“오빠 참 답답하네! 이리 줘 보세욧!”

자신만만하게 칼을 낚아챈 H,
칼 좀 써본 간호대 학생답게 요란하게 톱질을 하지 않고도 부드럽게,
그리고 뼈에 살 하나 남기지 않고 능숙하게 발라내는 솜씨를 보여 준다.



다들 배를 두드리면서 먹었다.
계산을 해 보니 912코룬이 나왔다. (63000원 정도)
너무나 만족한 나머지 쿨하게 1000코룬을 던져 주었다.

“1000코룬...? 거스름 돈이 없는데...?”

“가져요, 가져요.”

“Oh! Thank you very much!
Have a great time in Praha within a wonderful day. God bless your ways and .............”

팁으로 근 100코룬을 던져 주니 웨이터가 좋아 죽어서 랩을 하신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영어를 총 동원해서 우리에게 축복을 쏟아 붓고 있다.



3) 희극인들



비셰흐라드에서 내려다보는 프라하 전경



이제 전주 자매는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 때문에 짐을 꾸려야 한단다.
그래서 S와 M형하고만 같이 비셰흐라드Vyšehrad를 갔다.

M형이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곳이었지.
아주 한적하고 예쁜 곳에서 열심히 사진 놀이를 했다.
간지로운 남자가 되 보기도 하고, 뻘짓을 해 보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 한국관광객이예요]라고 얼굴과 등짝에 써 붙이기로 했다.
이곳은 체코를 빛낸 스메타나, 무하, 드보르작 등 여러 예술인의 묘지가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우리는 예술인의 혼을 받아 머리의 나사를 풀고 뻘짓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물론 묘지와 상관없는 지역에서 조용하게 뻘짓을 했다.]





그 때 옆에서 우리보다 더 뻘짓을 하는 남자애들 2명이 있었다.

"3, 2, 1, Go!"

"!#djsiefi23454645@#$!@#$%#$%r 왈! 왈! #$%#$%# 흐흐흑..."

이상한 말을 하더니 나무에 올라가서 개 짖는 소리를 내다가 나무에 올라가서 펑펑 운다.

M형이 호기심에 말을 걸어 보았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죠?“

“호주에서 왔는데 코믹 배우 오디션 때문에 이러고 있어요. 어디서 오셨어요?”

“모두 한국에서 왔죠.”

“한국요? 오오오! 저희 좀 한국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사진 좀 같이 찍어요!”

사진을 몇 방 박고는 연락처를 물어본다.

“혹시 F 메신저 하시나요?”

역시 F 메신저 하나면 전 세계가 다 통한다.

“오기 전에 부랴부랴 가입만 해놓고 왔는데 이럴 때 써먹네!”

S가 가입한 보람을 느끼나 보다. 여행 다니다 이래저래 써 먹을 게 많은 걸 느꼈나보다.

“우리가 유명한 배우가 될 때 가지 지켜봐 주세요!”

부디 나중에 내가 TV로 지켜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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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노숙자



역시 비셰흐라드



내가 이 날은 미쳐서, 다들 인형극 보러 갈 때, 난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보러 갔다



티켓인증



장식의 디테일....라고 해봐야 똑딱이다



난 매너있는 남자이기 때문에 공연 안 찍고 커튼콜만 찍는다



프라하 천문시계. 개인적으로는 올로모츠 천문시계가 더 좋다





<이전 포스팅>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40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CHAP1_39 체코 - 또 하나의 프라하, 올로모츠 | 고장난 다리 | 사려깊은 여행자 | 나는 진정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가?
CHAP1_38 체코 - 잠좀 자게 해달라고!! | 캠핑장에서 난데없는 몸싸움
CHAP1_37 폴란드 - 요한 바오로 2세의 축복 | 초딩에게 한글 가르치기!! | 요한 바오로 2세 생가에서 겪은 따뜻한 폴란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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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Sort:  

백조의 호수!! 어떠셨나요?
인형극보다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건데 역시나 재미지더군요 ㅎㅎ
인형극이야 뭐 언제 와도 볼 수 있는 거지~! 하면서 행복해했죠

정말 다양한 분들과 만나는거같아요ㅎㅎ
역시 한국사람이 모이면...그 단합력이란ㅠ 프라하는 정말 이쁘네요^^ 잘보고갑니다~

ㅋㅋㅋ 이런 만남들
그냥 뭐 제 팔자느니~ 하고 살고 있어요

역시 팁주면 찬사가 나오는군요 ㅎㅎ 브라이언님의 무릎티켓인증샷 여행포스팅만 보면 정말 여핼가고 싶어지에요 ㅎㅎ
이번에는 보통 관광객 사진느낌이 났어요 좋은밤되세요^^

이제 CHAP1도 얼마 안 남았네요 ㅎㅎ
CHAP1은 이번주 지나면 며칠은 또 관광객 느낌 좀 날 거예요
어색해하지(?) 마시길 ㅋㅋㅋ

아 저도 아재가 되기전에 무언가 특별한걸 한 번 해보고싶은데 말이에요....ㅋㅋㅋ

아재라면 아재고
아니라고 우기면 통하는
어정쩡한 우리 주변인 신세여 ㅠㅡㅠ

이제 루돌프님은 회사를 때려치고 자전거를 잡게 되는데............[카페베네]

이병이 상병이랑 짝다리 짚고 허물없이 얘기를 하다니!!!!!
선진병영의 선두주자들이네요!!!!(읭?? @_@??)ㅋㅋㅋㅋㅋㅋ
그리고 ㅋㅋㅋㅋ 군인들은 치마만 둘러도 눈이 돌아간다는 건 만국공통인가봅니다 ㅋㅋㅋㅋ

선진병영의_현장.jpg

ㅋㅋㅋㅋ 앜!! ㅋㅋㅋㅋㅋㅋ
제대로 선진병영의 군기네요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긴 프라하가 아니라 당나라가 확실합니다!! 당나라 군대네요!!ㅋㅋㅋㅋㅋ

저도 당나라군대라 생각해요 ㅋㅋㅋ

시끄러운 한국인들 목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ㅋㅋ
음료와 메인메뉴 웨이터가 다르다니 진짜 신기하네요!! 저도 가게되면 꼭 명심해야겠어요!

ㅎㅎㅎ 저도 참 그것이 미스테리해요
팁을 2배로 받을 심산인가...

아니 프라하의 노숙자라니
노숙은 제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꼴레뇨 주문이랑 음료 주문 받는 사람 따로 있다니..?

노숙자는 맞지만 노숙왕 타이틀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ㅋㅋㅋ
르바고님을 전 능가할 수 없나이다 ㅜㅜ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참 이런 분리 시스템은 희한해요
어떻게든 음료를 시키게 하는 전략인가 헣헣

ㅋㅋㅋㅋㅋㅋㅋㅋ 르바님 욕심쟁이 ㅋㅋㅋㅋㅋ

한국도 요즘에는 1년 동기제를 운영해서 이병과 상병이 동기이기도 하죠 .. 체코도 설마 병사들끼리는 그런걸까요 ?

여기 말고 에스토니아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후임이란 개념 자체도 없더군요
일찍 오든 늦게 오든
다같이 끌려온 놈 다같이 친구

우산을 제대로 씌워주셨어야죠! ㅋㅋㅋ 꼴레뇨&체코 주문방식 인상적이네요. 기억해둬야겠습니다. 그리고... 백조의 호수 ㅎㅎㅎㅎ 브라이언님 여행기를 몇 번 놓쳤더니 내용을 100% 따라갈 수 없는 아쉬움이 ;ㅁ;

ㅋㅋㅋ뭐 다 따라갈 필요 있나요 ㅎㅎ
시간 날 때 보세요 :)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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