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외전 9화 궤도(詭道) (30)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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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도룡기 외전

9화 궤도(詭道) (30)

비단폭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찢어진 북명신공(北冥神功)의 비단비급 속에서 한권의 책이 떨어졌다.
누군가 비단으로 만든 책장 안에 비단도 아니고 가죽도 아닌 이상한 재질로 만든 책을 숨겨놓은 것이다.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

과거 천산동모가 익혔던 신비로운 무공이다.
그녀는 이 무공을 여섯 살 때 익히기 시작해서 서른여섯 살 때 처음 반로환동(返老還童)을 했다.
지금까지 얻은 수많은 무공들이 모두 대단하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과연 천산동모가 익혔던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과 비교할 수 있을까?
나는 거기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북명신공(北冥神功), 소무상공, 그리고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까지 얻다니…….
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어디서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 못했던 무공이다.
순간 나는 어쩌면 북명신공(北冥神功)의 단점을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이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과 땅의 음기와 양기를 융화해서 반로환동이라는 기적(奇跡)을 선보였던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이라면 음양을 조화시켰듯이 이종진기의 충돌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지금까지 고이 모셔두기만 했던 신공절학들을 익혀 내 몸으로 직접 그 대단한 성취를 이룰 수 있을 텐데…….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후인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한다.
그대가 북명신공(北冥神功)을 찢었음은 분명 소요파 제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분수를 알고 내 뜻을 따랐거나 아니면 문외인(門外人)으로 천하에 소요파가 사라져 돌려줄 곳이 없어 없애려 했음이다.
만약 그대가 비급을 읽고도 그 유혹을 뿌리치고 위험성을 예상하고 그것을 없애려했다면 그대는 내 인사를 받아도 모자라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북명신공(北冥神功)을 익히고 내 뜻을 받들어 끊임없이 완전함을 위해 연구를 이어왔을지도 모르는 후인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그대는 나와 같은 시련을 겪었다.
온갖 방도를 찾았지만, 나도 결국은 좌절했다.
삶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그 시간 나는 선대가 남긴 소요파의 무학들을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소요파의 비전 중의 비전인 북명신공(北冥神功)을 절전시키려는 죄인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결정은 결코 소요파의 명맥이 끊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후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북명신공(北冥神功)이 사라짐으로 인해서 소요파가 쇠락의 길을 걸을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선대가 남긴 무공비적들을 살펴보며 북명신공(北冥神功)과 비견될만한 대단한 무공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이전에 북명신공(北冥神功)에 몰두하느라 염두에 두지 않았던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을 찾았다.
소요파가 낳은 광세절학임에도 불구하고 북명신공(北冥神功)과 마찬가지로 반쪽자리 무학을 뜻하지 않은 곳에서 한 권 더 찾은 것이다.
삶의 끝자락에서 불완전한 두 무공을 섭렵하니 빛이 보였다.
왜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둔하다 아둔하다 그런 말을 많이도 들었지만, 정말로 나는 아둔하다.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 또한 반로환동(返老還童)하여 연공하는 시기마다 생피를 마셔 영기를 보충해야한다.
천하 독보할 신공이나 매번 생피를 마셔야만 연공이 가능하다니…….
이 또한 불완전하다고 해야겠다.
당시 천산동모의 곁에 내가 있어 생피를 취하되 생명을 거두지 않게 했지만, 이대로 후대에 전해진다면 어떤 불상사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그 상황이 다급하다면 사람의 피라고 가리겠는가?
두려운 마음이 일어 후대에 전하지 못했다.
허나 그런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못한 것은 미련 때문이다.
나무아미타불-
죽음에 이르러서도 번뇌가 끊이지 않고 미련 또한 버리지 못했으니 성불하긴 어려울 것이다.
며칠의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북명신공(北冥神功)과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을 비교해서 서로의 미진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을 텐데…….
만약 후대가 북명신공(北冥神功)을 연구한다면 한 가지만 명심해라.

-열쇠는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에 있다.

-큰 바다는 추우면 얼음이 얼기도 하고 더우면 다시 녹기도 하지만, 그 바다가 다른 바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춥거나 더워도 바다는 하나.

"아!"
나는 문득 떠오르는 구절이 있어서 찢어버린 북명신공(北冥神功)의 낱장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리고 찾았다.
북명신공(北冥神功)에 허죽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북쪽의 큰 바다는 수많은 강물이 모여 이루어졌다.
북쪽의 큰 바다는 눈과 비로도 깊어질 수 있다.
북명은 큰 바다다.

그제야 나는 허죽이 말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었다.
북명은 북쪽에 있는 큰 바다다.
바다는 수많은 강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추수는 단예에게 전하는 두루마리에 전하기를 북명신공(北冥神功)의 오묘한 점은 타인의 진기를 끌어들여 자신의 것으로 함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북명(北冥)은 수백 수천만 줄기의 강물이 흘러들어 이루어진 것이라 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소요파의 무공이 장자에서 나오는 비유와 같이 진기를 체내에 축적하여, 축적된 진기로 큰 힘을 발휘하는 데에 첫 번째 묘용이 있다는 말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장자의 소요유 편에선 그저 무릇 물이 모여 깊게 되면 큰 배를 띄울 수 있나니 큰 바다도 결국 한 잔의 물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라고만 말한다.
어디에도 수백 수천만 줄기의 강물이 흘러들어 이루어졌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이추수는 사부에게서 오직 소무상공만을 전해 받았다.
후에 소요파 장문인 무애자와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의 무학을 공유했고 그 때, 북명신공(北冥神功)을 배운 것이다.
무애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이추수는 북명신공(北冥神功)이 타인의 내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오묘한 장점에 매료되어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렸다.
본래의 이치대로라면 강물에 한정지은 적도 없고 그저 물이 깊게 모이면 큰 배를 띄울 수 있는 것이다.
평생을 북명신공(北冥神功)에 매달린 허죽은 죽기 전에야 단예가 얻은 이추수의 북명신공(北冥神功)에서 어긋나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강물이 아니고도 눈과 비로도 깊어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니, 눈과 비가 아니라도 그저 깊게만 된다면 그 축적된 진기로 큰 힘을 발휘하면 되는 것이다.
허죽은 평생을 북명신공(北冥神功)을 보완하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에 이추수가 전한 북명신공(北冥神功)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죽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북명신공(北冥神功)은 본래 완전하다는 것을…….
그런데 왜 허죽은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에 북명신공(北冥神功)을 완전하게 할 열쇠가 있다고 한 것일까?
"아!"
허죽은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을 연공할 때 피를 마셔 영기를 보충하는 대신 북명진기(北冥眞氣)로 영기(靈氣)를 대신하려 한 것이다.
천산동모는 매일 오시에 마시는 피가 영물의 피일수록 좋다고 했다.
북명진기(北冥眞氣)는 생명과 같다.
무애자가 무공을 잃지 않았더라면 어찌 그리 쉽게 죽을 수 있겠냐고 했던 천산동모의 말을 떠올린 것이다.
스스로 내력증진을 도모하지 못하는 북명신공(北冥神功)과 반로환동(返老還童)할 때마다 매일 소정의 영기를 보충하기 위해서 피를 마셔야하는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
둘은 그렇게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한 가지 사실이 더 떠올랐다.
소무상공!
어쩌면 소요파 삼대 신공이라는 이 세 가지 무공이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진기를 흡수해 전중혈에 있는 바다로 인도하는 북명신공(北冥神功)은 대단하지만, 사람의 몸이란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무상공력으로 승화시킨다면 한계는 사라진다.
북명신공(北冥神功)으로 다른 사람의 내력을 흡수하고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으로 스스로 발전하기도 하면서 온몸이 공력으로 가득차서 더는 받아들일 곳이 없으면 무상공력으로 승화시킨다?
이것은 사람의 무공이 아니다.
세 가지 무공이 하나로 관통되는 것을 느끼자 다른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
천상동모와 무애자 그리고 이추수를 제자로 받은 소요파의 전대 장문인은 왜 제자들에게 이렇게 대단한 무공을 물려주지 않았을까?
굳이 일부러 세 개로 쪼갠 뒤 따로 나눠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봐도 그가 직접 내 앞에 나타나 이러했다고 설명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추수가 북명신공(北冥神功)의 오묘한 점에 매료되어 그 본래 취지를 잊어버린 것을 떠올리면 짐작은 해볼 수 있었다.
'아마도 제자들의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날 하루 종일

팔황육합유아독존공(八荒六合唯我獨尊功)을 읽었고

밤늦게야 화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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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김용도 생각못했겠네요.

제 상상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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