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외전 9화 궤도(詭道) (16)

in #kr7 years ago

너에게로 가는 길.png

의천도룡기 외전

9화 궤도(詭道) (16)

"아!"
등짐 꾸러미 속의 아홉 권의 비급이 생각났다.
그 중에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의 비급이 있다면 혹시 그 속에 한독을 치료할 방법이 적혀있을지도 몰랐다.
등짐을 풀어 가지런히 쌓인 책을 펼쳐보았다.
[합마공(蛤膜功) 요결]
[현철검법(玄鐵劍法)]
[북명신공(北冥神功)]
[태현경(太玄經)]
[용상반야공(龍象般若功)]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
[송풍검법(松風劍法)]
전백광의 광풍도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비급들이 즐비했다.
한권만으로도 천하에 이름 날릴 비기들이었다.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을 살펴보았다.
-천하에 감히 장력으로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과 자웅을 겨룰만한 무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후학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허나,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자신과 상대의 내력의 우열을 모르고 자신보다 고강한 내력의 소유자와 장력대결을 펼친다면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의 무서운 한독이 칼날을 돌려 시전자의 목을 벨 것이다.
후학들이 다만, 이 점을 명심하고 자중하고 상대를 경시하지 않는다면 약점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예측하기 어렵다.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이 역전한다면 시전자가 겪는 고통은 그동안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에 당했던 피해자들보다 심할 것이다.
그 동안 익혔던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의 내력이 한독과 융화되어 진기와 한독 사이의 구별이 사리질 것이고 그것은 곧 순식간에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내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그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내력이 고강하여 한순간에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린다면 손쓸 방도는 없다.
그러나 한독에 의해 얼음덩어리가 되기 전이라면 명로환(茗露丸)으로 치료할 수 있다.
후학들에게 부탁하노니, 명로환(茗露丸)을 믿고 자존망대(自尊妄大)하지 말고 항상 안팍을 경계하라.
[명로환(茗露丸)]
다행히 책의 저자는 명로환의 제조방법을 상세하게 서술해놓았다.
그러나, 지금 당장 만들 수가 없었다.
다른 재료는 구하기 어렵지 않았으나, 제일 중요한 동이트기 전에 찻잎에서 받은 이슬이 문제였다.
음력 이월 구일에 수확 직전의 서호 용정의 찻잎에서 받은 여든 한 방울의 이슬로만 제조할 수 있다.
"음력 이월 구일이 언제쯤이지?"
밖은 이미 봄기운이 완연해 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광경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그는 평생 양력만 사용했다.
음력은 설이나 추석에 달력을 보고서야 알았던 고춘기에게 알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는 당장 달려 나가 장무기에게 물었다.
"무기야, 오늘이 음력으로 며칠이지?"
"아마 삼월 스무하루 날 일거에요."
늦었다.
한 달도 넘었으니…….
"내년 이월 구일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내가 소무상공(少無相功)을 익혀서 치료하는 게 빠르겠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무기를 뒤로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이미 소무상공(少無相功)으로 치료하기로 마음먹었으나 미련이 남지 않을 수 있나.
혹시나 별 수가 없을지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을 몇 번이나 읽어봤지만, 뾰족한 수가 나질 않았다.
'그래, 답 없는 문제로 골머리 앓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은 편해졌다.
그리고 다른 것들도 눈에 들어왔다.
이런 비급이야말로 신공절학(神功絶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다만 청성파의 송풍검법은 다른 무공들에 비해서 약간 손색이 있지 싶다.
모두 다 익혀버리겠다!
일단 어제 소무상공(少無相功)을 접하고 느끼는 바가 남달랐던 나는 북명신공(北冥神功)을 펼쳤다.
소요파의 무학은 남다른 데가 있는 것 같았다.
[북명신공(北冥神功)]
다른 비급들과 다르게 북명신공(北冥神功)의 비급은 부드러운 비단으로 만들어졌다.

-이 글을 읽는 자가 소요파 문하라면 사방에 절을 하고 신공을 이용해 함부로 사람을 해하지 않겠다고 천지신명께 맹세하고 읽어라.
만약 그러지 못하겠다면 이 책을 찢어 없애 주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자가 소요파와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면 소요파에 전해주기를 바란다.
만약 소요파라는 이름이 강호에서 사라져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 나를 대신해 이 마공을 없애주기를 바란다.
나는 영취궁 궁주이며 소요파의 장문령을 이어받은 허죽이다.
선사의 명에 따라 내게 의동생이 되는 단예를 찾아가 북명신공(北冥神功)을 배웠다.
그러는 와중에 상대의 무학에 감탄했다.
단예는 비록 북명신공(北冥神功)을 수습했지만,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무공인지를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가 내게 북명신공(北冥神功)의 비급과 자신이 느낀 바를 알려주며 자신은 후대에 북명신공(北冥神功)을 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마도 그의 후대의 인물 중에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자가 나온다면 강호에 혈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리라.
영취궁으로 돌아와 북명신공(北冥神功)에 열중했다.
이것은 따지자면 천하제일의 기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완전한가를 따지면 미흡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북명이라는 바다는 오직 다른 이가 공들여 쌓은 힘을 뺏어와야지만 깊어지고 넓어질 따름이다.
비록 이미 오래전에 파계하고 자식까지 봤지만, 어려서부터 불법으로 닦은 성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단예 동생의 고심을 간파한 후로 만약 영취궁과 소요파의 후인들 중에서도 나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천산동모와 이추수 같은 독심을 품은 이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 어려웠다.
예로부터 부처님이 계셨고 수많은 경전이 부처님의 말씀을 전했지만, 수천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악한들은 생겨나고 있다.
부처님이 막지 못한 일을 파계한 내가 해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나를 괴롭혔다.
그리하여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북명신공(北冥神功)을 후대에 남겨도 좋은가?
그렇다고 오랜 역사 속에서 갈고 닦아진 소요파 최고의 비전을 내 마음대로 단절시켜도 되는 것일까?
번민은 끝이 없었다.
결국 절충안을 선택했다.
북명신공(北冥神功)이 남의 내력을 빼앗아야만 내력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반쪽짜리 천하제일이라면 완전한 천하제일로 만들면 될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을 수도 있고 남의 것을 허공에 던져버릴 수도 있으며 오롯이 자신만의 것으로 증진을 추구 할 수도 있게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단예 동생을 찾아가서 몇 달이고 의논하기도 했고 때로는 영취궁의 수많은 신공비적들을 탐독하기도 했다.
이제 삶의 황혼에 이른 나이에 돌아보니 진척은 적고 과실은 보잘 것 없었다.
결국에 내가 다다른 곳은 처음 북명신공(北冥神功)이 시작한 곳이다.

-=북쪽의 큰 바다는 수많은 강물이 모여 이루어졌다.
북쪽의 큰 바다는 눈과 비로도 깊어질 수 있다.
북명은 큰 바다다.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후인은 명심하라.
내가 가급적이면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쉽게 상하는 비단에 비적을 남기는 마음을 잊지 말고 내 뜻을 이어 진정 큰 바다를 이루어라.
남의 것을 빼앗는 미망에 빠지지 말라. =-

'큰 바다라니…….
무슨 뜻일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난 걱정하지 않았다.
북명신공(北冥神功)으로는 남의 것을 빼앗지 않으면 내력증진을 도모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북명신공(北冥神功)에만 연연할 필요가 없다.
나는 이미 여러 권의 무공비급을 지녔다.
더욱이 한 번 읽으면 책을 외워버릴 정도로 똑똑해졌으니, 어렵더라도 고생하면 못 익힐 무공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내가 결국,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는 한 가지다.
본문의 내공은 여타 문파의 내공과 정반대의 이치를 다룬다.
그러므로 본문의 내공을 배우려면 이전에 배운 것을 모두 잊고 오로지 한 마음으로 본문의 내공에 전념해야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전에 익힌 내공과 뒤섞인다면 두 가지 내공이 서로 충돌하게 되고 그 즉시 미치거나 피를 토할 뿐만 아니라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나는 끝내 본문의 내공과 타 문파의 내공을 아우를 큰 바다를 이루지 못했다.

"이런 젠장! 소오강호의 영호충이 겪었던 이종진기보다 더 지독하잖아!"
영호충은 여러 사람의 내력을 몸에 품고 한동안 고생하다 죽음의 위기에 다다르지만, 이내 역근경을 익히고 위기를 극복한다.
이종진기의 충돌로 고통스러워했던 영호충도 미치거나 죽지는 않았다.
북명진기(北冥眞氣)가 생명과 직결된다는 천산동모의 말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이 무공비급들은 하나도 익힐 수 없는 거잖아!"


Sort:  

김용 매니아들이 설전을 벌이는 단골 주제가 나왔군요.

그렇지요 ㅎㅎ
북명신공과 흡성대법..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4
JST 0.029
BTC 68011.48
ETH 3275.77
USDT 1.00
SBD 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