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외전 1화 단장斷魂 01

in #kr7 years ago (edited)

너에게로 가는 길.png
"야, 야 춘기야 무슨 일 있냐?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은데?"
대학 와서 사귄 친구 중에 제일 친해진 석현이가 물었다.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닌 게 아닌데? 왜? 은미누나랑 싸웠어?"
"은미누나랑 싸웠어?"
쓸데없이 껄렁거리는 영훈이가 끼어드는 바람에 동아리방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몰렸다.
"뭐야 아침부터 퀭하니 좀비처럼 걸어 다니더니 어제 과음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은미누나 때문이었어? 그러고 보니까 춘기 너 어제 회식 때 안 왔지?"
뭔가 살짝 못 마땅하다는 듯이 태관이형이 물었다.
태관이형은 한 학년 선배로 입대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입대 두 달 전부터 음울해지기 시작하더니 하루하루를 술로 보냈다. 뭐 좋은 거라고 굳이 후배 한 명 한 명을 다 술자리에 앉혀놓고 몸에 해로운 알코올을 먹이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그 자신이 술이 센 것도 아니라 남들은 먹이려 하고 지는 못 먹겠다고 버팅기는 주사는 정말 짜증 제대로다.
'군대 가면 죽냐? 누구나 다 가는 군대. 그것 같고 그렇게 유세를 떨어요.'
속으론 나도 태관이형의 저런 행동이 못마땅해 한마디 톡 쏴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후배로 들어와서 공공연한 자리에서 선배를 까는 것은 아웃사이더 되기 딱 좋은 행동이라 참았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도 오늘은 누구와도 드잡이할 기운도 없었다.
"예."
"야, 싸웠으면 싸웠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얌마 형은 한 달 뒤에 군대 간다. 깨진 것 아니면 형 앞에서 그렇게 죽상하지 마라. 술 땡긴다."
"……."
"아, 깨졌냐?"
"……."
거듭된 태관이형의 물음에도 대답할 맛이 안 났다.
무언의 긍정이 순간 동아리방을 정적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왜? 어쩌다 그랬는데?"
"하아. 그냥 그렇게 됐어. 시발 인연이 아니었나보지 뭐……."

사실, 은미의 변심을 짐작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전역한 김진수라는 선배와 몇 번이나 몰래 문자 주고 받은 것을 두고 싸운 적이 있었다.
그 때부터였다.
카톡을 보내도 답이 늦게 오거나 저녁 늦게 연락이 안 되기도 했다.
물론, 다음 날에 일찍 잤다고 변명하기는 했지만,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일을 일일이 따지고 드는 것 자체가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자꾸 의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길에서 그 선배랑 단둘이 팔짱끼고 걸어가는 것을 보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대로 달려가서 남의 여자 가로챈 더러운 자식에게 니킥을 먹여줬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김진수는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나동그라졌고 은미는 오히려 내게 뭐하는 짓이냐고 성을 냈다.
그 자리에서 은미에게 쫑내자고 말했고 은미는 그 말을 듣고 더 화나서 지도 싫다고 자기는 이미 진작 끝낸지 오래라며 소리쳤다.
바닥에 넘어져서 배를 부둥켜 잡고 끙끙대는 선배에게 말했다.
밤길 조심하세요. 선배님.

속에서 터져 나오는 대로 시원하게 내뱉고 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답답했다.
"야! 시발 여자는 술로 잊어야 돼. 가서 한 잔하고 다 털어버려."
"아, 태관이형 너무하는 것 아니에요? 어제 차인 애한테 술로 풀어야 한다니, 형이 술 마시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모든 일에 술을 대입하는 태관이형에게 한 소리하는 석현이었다.
"차이긴 누가 차여! 내가 찼어. 내가 찼다고!"
"알았다. 네가 찼어. 영훈이 너도 갈래?"
"어디요?"
"춘기 깨졌으니까. 이별주 한 잔 해야지."
"형이 사는 거예요?"
"아니, 깨진 것은 춘긴데 왜 내가 사냐? 어제도 내가 샀잖아."
"그럼 어제 깨진 사람한테 사라고 해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래 시발, 내가 산다. 가자!"
태관이형은 정말로 술이 먹고 싶었나보다.
그렇게 영훈이와 태관이형은 둘이서 마음이 맞았고 당장 술집으로 돌진할 기세였다.
"아니, 전 오후에 거시경제 강의 있어요."
"어, 형도 우리랑 거시 같이 듣지 않아요? 형 재이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조한석 교수님 출석체크는 꼭 하시잖아요."
"야, 지금 공부해봐야 다 별무소용이야. 군대 가면 다 까먹고 나오면 돌대가리로 다시 가나다라부터 다시 시작해야 돼. 정균이형 봐라 아작난 것 채우려고 매 학기마다 8과목씩 듣고 방학마다 계절학기 듣고 매일 도서관에서 살잖아? 원래 다 그런 거야."
태관이형이 술푸는 모든 핑계는 모두 군대로 귀결된다.
그는 아직 훈련소도 들어가보지 못했으면서 벌써 군대에 통달해버렸다.
"어쩌? 영훈이는 가는 거고, 석현이도 갈 거지? 친구가 이별의 슬픔으로 이렇게 곧 죽게 생겼는데……. 나 몰라라 하고 혼자 노벨 경제학상 노리는 것은 아니겠지?"
"태관이형 무슨 노벨 경제학 상이에요?"
"다 죽어가는 춘기 버리고 공부하러 갔으면 거시와 미시를 아우르는 소시 정도는 발표해서 그 정도는 타야지. 영훈아 안 그러냐?"
"예, 노벨 경제학 상 정도는 타야죠. 친구 버렸으면……. 흐흐. 형 오늘은 어디로 갈까요? 춘기 가슴도 아픈데 바(Bar) 갈까요?"
"바(Bar)? 뭔 바(Bar)야 그냥 밀러가자. 너 자꾸 우리 집 주춧돌 흔드는 소리 할래?"
"형, 석현이가 노벨상 버리고 가는 건데……. 밀러로 되겠어요? 솔직히 여자로 입은 상처는 여자로 풀어야죠. 그런 의미에서 여자 있는 비키니 바로 가죠?"
"비키니 바? 우리 학교 근처에 그런 데도 있냐?"
"이번에 새로 열었데요. 거기 여자애들 몸매 작살난다는데……."
영훈이와 태관이형은 둘이 신나서 섹시 바와 비키니 바, 나이트를 저울질 했다.
"근데, 우리가 그런데 가도 될까?"
"당연히 되지. 가도 되니까 학교 앞에서 오픈했겠지. 그런 것 다 시청에서 허가 받고 하는 거야. 석현이 너 지금 시청 공무원들 다 졸로 보는 거냐?"
비키니 바에 가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영훈이는 석현이의 의문에 심한 면박을 줬다.
"춘기, 갈 거지? 형이 이 정도 했으니까 못 이기는 척하고 가자. 시발, 형이 네 기분 풀어준다고 뿌잉뿌잉~ 이러면서 재롱 피울 순 없는 거잖아!"
남자가 의리가 있지 비키니 바로 모신다는 태관이형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태관이형의 뿌잉뿌잉은 인내하기 어려운 난관이었다.
위로보다는 본인이 술 먹고 싶어서 내 핑계를 대는 게 뻔히 보였지만, 내 생각해서 술값까지 낸다는데…….
물론, 비키니 바가 나를 설레게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Sort:  

무협소설 시작 하는 겁니까?
와~~~ 우!

기대하지 마세요.
재미 없을 거에요.
진짜 너무 심심하다.
똥글 이라도 읽어야지 활자중독증으로 인한 불안증세가 좀 가라앉을 것 같다...
싶은 때 읽어보세요.
아마 고구마 한 트럭 드신 것처럼 답답할 겁니다.
전 솔직히 읽는 건 비추입니다.

남들의식하지 마시고 본인의 글을 쓰세요

ㅋㅋㅋ
남들 의식할 수 밖에 없어요.
올릴 때마다 심장이 쫄깃해요.
본편 올리려니까 5분에 하나씩만 올릴 수 있다고 빨간 글씨로 저를 혼내네요..

창작물 블로그로군요. 팔로우 시작했습니다.

나를 즐겁게하여 남을 즐겁게 하라, 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

그런 말이 있는 줄도 몰랐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입맛에 맞는 글을 쓴다는건 너무 어려운 일 같습니다. 저도 항시 고민하고있기에 이런포스팅은 왠지 반갑네요^^ㅋ

저만의 고민은 아니었나보네요.

1화부터 천천히 정독하겠습니다 ^_^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5
JST 0.029
BTC 63540.43
ETH 2481.91
USDT 1.00
SBD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