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외전 9화 궤도(詭道) (21)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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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도룡기 외전

9화 궤도(詭道) (21)

동료를 상하지 않게 하라고 단검 대신 나무막대로 대신하라고 했더니 사정없이 쓰러뜨린 훈비쉬가 순간 매우 못마땅했다.
그러나 안 좋은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사회 안전장치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험난한 시대에 이런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앞으로 사람을 죽여야 할지도 모르고 누군가 나를 죽이려할지도 몰랐다.
내 사람 중에 이렇게 독한 사람이 한 사람쯤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대련은 이쯤 하는 것이 좋겠소."
훈비쉬가 아유시를 때려눕히는 바람에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착 가라앉아버렸다.
이중 제일 어린 지르가다이가 무거운 분위기를 깨려고 선뜻 나섰다.
"그럼 기마와 궁전은 제가 선보이겠습니다."
이제 열여덟 살인 지르가다이가 하인이 가져온 활과 화살을 들고 말에 올랐다.
여섯째인 지르가다이와 연년생으로 그의 다섯째형인 타부다이가 훈비쉬가 내려놓은 나무 막대를 들었다.
지르가다이는 천천히 연무장을 한 바퀴 돌더니 우리와 정반대 쪽 끝에 다다르자 타부다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전속력으로 달려와 타부다이를 밟고 지나갈 기세였다.
지르가다이가 탄 말이 타부다이의 세 걸음 앞까지 오자 갑자기 말이 앞발을 들었고 그 상태로 방향을 틀어 다시 반대편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가까이까지 왔는지 방향을 돌리고 다시 달리는 말의 뒷발이 타부다이 바로 앞에서 흙을 뿌려 옷이 엉망이 되었다.
반대쪽 끝 즈음에 다다랐을 즈음 지르가다이는 갑자기 상체만 틀어서 타부타이를 겨냥했다.
지르가다이는 그 상태로 순식간에 세발의 화살을 날렸다.
그 유명한 파르티안 샷이었다.
그가 쏜 세발의 화살은 정확히 타부다이가 들고 있던 나뭇조각을 꿰뚫었다.
자신이 쏜 화살의 궤적을 확인하지 못한 지르가다이는 연무장을 돌며 제대로 꿰뚫린 나무토막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연무장을 뱅뱅 돌던 지르가다이는 아마도 나는 새를 맞추려는 것 같았다.
말발굽 소리에 놀란 비둘기 몇 마리가 갑자기 날아올랐으나 그 때마다 지르가다이는 겨냥하기만 하고 쏘지 못했다.
겨누고 당기기만 몇 번.
다시 한마리가 날아오르자 드디어 화살을 날렸다.
비둘기는 다행히도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떨어졌다.
지르가다이는 자신이 맞추고도 놀란 듯 했다.
"잘한다!"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나도 함께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총도 아니고 활로 나는 새를 맞히다니…….
정말 이야기로만 듣던 예술적인 활솜씨였다.
그때였다.
한쪽 날개에 화살을 맞아 파닥거리며 떨어지던 비둘기가 어디선가 날아온 창에 꿰뚫렸다.
가만히 서서 지르가다이가 재주를 자랑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의 큰형 예순타이가 창을 던진 것이다.
지르가다이는 비둘기를 주우려고 떨어지는 방향으로 말을 몰다가 예순타이가 던진 창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떨어지자 다시 방향을 돌려야했다.
그들 삼형제는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세쌍둥이처럼 매우 닮아서 눈에 띄었는데, 각자 지닌 재주도 남달랐다.
제일 어린 지르가다이는 기마궁술이, 다섯째인 타부다이는 날아오는 화살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배포가, 예순타이는 화살이 날아갈 궤적을 미리 예상하고 내력이 없음에도 떨어지는 비둘기를 창을 던져 명중시킨 눈썰미와 완력이 자랑할 만했다.
사실, 티무르부카에게 점화지(點花指)를 배운 이후로 우쭐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장삼봉의 신묘막측한 검술이 점화지법(點花指法) 하나에 막혀 크게 힘써보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이제 나도 그런 무력을 갖게 된 것이다.
게다가 티무르부카는 한 번도 고춘기를 혼낸 적이 없었다.
그가 워낙 특출나다보니, 혼낼 일이 없었고 매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춘기의 두 사형들이 지금까지 십 수 년 내지는 수십 년 동안 티무르부카를 사부로 모시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듣기 어려웠을 정도로 칭찬에 인색했던 그였다.
그러니 기고만장 하지 않고 배길까.
그러나 지르가다이처럼 말을 타고 달리다 허리만 돌린 채로 점화지(點花指)를 펼친다고 해도 저 정도 거리에서 나무토막을 꿰뚫을 수 있을까?
아니면 말을 타고 달리면서 나는 새를 맞출 수 있을까?
솔직히 지금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제자리에 서서라면 모르겠지만, 말을 타고서는 어려웠다.
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 내력을 잃어버린 저들의 재주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제에 너무 우쭐했었다.
그 동안 내가 자만했다는 것을 인정해야했다.
스승님은 이들을 다시 병사로 만들 생각하지 말고 내게 쓰라고 하셨지만, 기병으로써 익힌 재주가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아니, 아까운 정도를 넘어서서 당장 배우고 싶었다.
점화지(點花指)로도 그들의 재주를 뛰어넘고, 그들의 재주로도 그들을 뛰어넘고 싶었다.

"이 금강지법(金剛指法)은 우리 가문에서 오직 아버지에서 아들로만 전해져 내려온 가문의 비공이다.
능히 금강지(金剛指)로는 천하제일이라는 소림의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과 비견될만 하다."
손색이 있을 리가 없다.
사실 지금 가르치는 것이 바로 소림의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이었으니까.
나는 그들에게 말하는 동시에 세 개밖에 남지 않은 의자의 다리를 다시 하나 더 뽑아들었다.
"그대들이 부단히 노력해서 경지에 오른다면 능히 황금을 진흙처럼 주무를 수 있을 것이다."
퍼석! 우지직!
나무막대의 아래부터 움켜쥐었다 펴기 시작했다.
속이 꽉 찬 나무막대가 마치 썩은 나무처럼 터져나갔다.
탁탁!
내가 손을 털었을 때, 나무막대는 이전의 형태를 찾아보기 어렵게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나는 비록 일 년밖에 익히지 못해 이 정도밖에 이루지 못했으나, 그대들이 죽을 각오로 수련에 임한다면 금방 나를 넘어서지 않겠나?"
지켜보던 이들 중 서너 명은 소림의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과 비견될만하다는 말에 허풍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고춘기의 손에서 나무막대가 터져나가는 것을 보곤 대번에 안색을 바꿨다.
나는 그들에게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의 기운을 어떻게 움직여야하며 호흡은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단련해야 외공을 이룰 수 있는지 하나하나 전수했다.
그들에게 가르친 것은 소림의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의 비급에서 발원한 것이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에디터로 얻은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의 비급을 훑어본 바로는 누군가 장난친 흔척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원본에 가까운 것을 얻은 것 같았다.
하지만, 우간바타르들에게 전할 때는 최대한 불가의 색체를 지우려고 노력했다.
지난 두 달 간 밤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스승님에게 불려갔었고 갈 때마다 그가 보는 앞에서 한 권의 비급을 읽고 토론을 벌여야 했다.
비급은 매일 바뀌었는데, 항상 소림에서 발원하고 본문에서 복원하고 발전시킨 다섯 가지 무예와 소무상공이었다.
오늘은 소무상공을 읽고 거기에서 한 부분을 콕 집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설득하고 부정해야했다.
이미 한 번 읽은 책은 다 외워버렸지만, 스승님은 항상 내게 토론에 앞서서 한 권의 책을 모조리 정독하도록 했다.
그는 고강한 내력 덕분인지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았다.
날이 새도록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동이 틀 즈음이면 나를 돌려보냈다.
나는 한두 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어야 했다.
스승님은 아침, 저녁은 함께 식사하기를 원하셨고 아무리 피곤해도 거를 수 없었다.
그런 생활을 두 달이나 반복했으니, 소림의 다섯 가지 무공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아마 그런 과정이 없었더라면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에서 불가의 색체를 들어내기가 이렇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귀찮고 피곤하긴 했으나 스승님의 이러한 가르침은 무학에 대해 깊이 사색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는 적절한 방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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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완결편까지 쭉 달려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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