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외전 4화 나는 왜 안돼? (2)

in #kr-literature7 years ago (edited)

너에게로 가는 길.png
4화 나는 왜 안돼? (2)

보물은 개뿔이?
칼이라는 게 사람이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것인데, 저렇게 무거워서야 웬만한 사람은 들어올리기도 버겁게 만들어놨으니 어디 기네스북에 등재할 것 아니면 영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비록 날은 세우지 않았지만, 대단한 물건이야. 자네가 제대로 휘두를 수 있게 연마할 수만 있다면 누구도 감히 자네의 검을 손쉽게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네."
"저는 됐으니, 형님께서 쓰시지요."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데 무겁기만 오지게 무거운 물건을 가지고 다녀봐야 고생만 할 것이 뻔했다.
만약 나중에 그의 말처럼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리 대뇌피질에 기름칠을 해봐도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아까는 함부로 무거운 중량의 물건을 들어 올렸다 내리찍고도 다친 곳 없이 무사히 깨어났지만, 자칫 잘못했으면 허리디스크 오기 딱 좋은 상황 아니었나?
다시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니야. 그럴 수 없네.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물건이 아니야. 필시 곡절 있는 물건이 분명하네."
그러면서 내게 몹쓸 칼을 넘기려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는 괜찮습니다."
"사양하지 말고 받게. 우리가 형제의 연을 맺고 기쁜 마음에 대취하니 하늘에서도 이렇게 복을 내리신 게야. 나는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을 창안하고 자네는 신검을 얻었으니 하늘의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 날도 서지 않았는데 신검이라니요?"
"보게 겉으론 볼품없지만, 막상 들어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으니 쉽게 탐내는 이들도 생기지 않을 것일세. 보물을 가진 것이 죄라는데, 자네는 보물을 가지고도 파리가 끓지 않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제가 형님으로 모신 기념으로 양보하겠습니다."
내가 거듭 양보하자 그는 정말로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늘이 내린 선물이야. 우리가 형제를 맺었고 내게는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을 주고 자네 몫으로 신검을 내려준 것이란 말일세. 내가 가질 순 없네. 내가 가질 순 없어. 이 검은 이미 자네 것이니 더는 양보하지 말게."
그의 울퉁불퉁하고 각진 얼굴이 나를 주시하는데도 선뜻 받겠다고 손이 내밀어지질 않았다.
"이 검과 나의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은 자네와 내가 형제의 연을 맺은 것을 나타내네. 우리가 맺은 인연을 부정하려는가?"
아무래도 내 간은 콩알과 근접한 크기일 것이다.
당장 주먹이라도 내뻗을 것 같이 이글거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자꾸 소변이 마려웠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라면 제 생명처럼 여기겠습니다."
손잡이만 잡았다간 허리라도 나갈 것 같아서 손잡이와 칼날을 잡고서야 겨우 들었다.
막상 안듯이 들어보니 생각보다 무겁진 않았다.
여자 한명 안아 올린 정도다.
아니, 오히려 은미 보다는 조금 가벼운 것 같았다.
똑바로 서있는 여자의 발목을 잡고 선채로 들어 올린다면 100kg이 아니라 그보다 더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자, 그럼 앞으로 그 검을 나라고 생각하고 나는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을 펼칠 때마다 아우가 생겼음을 생각하겠네."
'그런 의미였냐? 변태새끼…….'
속으로 온갖 욕을 다 하면서 그의 뒤를 따랐다.

결국, 술을 찾으러 떠난 그와 나는 황량한 벌판을 반나절이나 걷고 나서야 술 주酒자가 펄럭이는 술집을 찾을 수 있었다.
'나, 중국까지 끌려온 건가? 내가 잘생긴 건 알았지만, 하필 이런 사람의 취향이라니…….'
은미가 한 번 보면 질투심 폭발하고 자격지심에 두고두고 후회할 만큼 예쁜 여자 친구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변태게이에게 납치당해서 중국 오지까지 팔려오다니…….
주위를 둘러봐도 전봇대나 전선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었지만, 사람 사는 곳이니만큼 전화가 있을지도 몰랐다.
황량한 벌판에 외로이 깃발만 펄럭이고 있는 술집은 의외로 분주했다.
빨간 옷을 입고 허리춤이나 손에 휘어진 칼을 찬 사람들이 술집을 가득 채운 것 같았다.
"자리가 안 남았나?"
반나절이나 논두렁깡패의 뒤를 쫓으면서 죽을 고생을 한 것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다.
새카맣게 생겨가지고 걸음은 얼마나 빠른지 반나절을 뛰는 듯이 쫓아야만 했다.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애물단지 칼을 들고 달리느라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라 다른 술집을 찾아 기약 없이 황량한 들판을 떠돌고 싶지는 않았다.
"자리 걱정은 하지 말게. 자리가 있든 없든 우리가 다른 곳을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일세."
중국 사람들은 허풍도 대륙스케일이라는데…….
내 앞에 그 중에 한 사람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한판 붙어서 쫓아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웃음만 나왔다.
미친놈.
속으로 한껏 비웃었지만, 생각해보니 비웃을 일이 아니었다.
이놈이 가서 저 빨간 개떼들에게 시비를 건다면?
나는 이놈이랑 같이 걸어왔고 저 놈은 한 삼십 명한테 집단으로 밟히고…….
몇 명은 자리가 없어서 못 밟고 뒤에서 욕만 하다가 나를 보고?
달려와서 다구리로 신나게 밟고.
나는 살려달라고, 또 잘못했다고 빌고?
이런 기분 더러운 상상은 대부분 이루어지던데…….
"아! 형님 자리가 하나 남았네요!"
다행이도 빈 탁자가 하나 남았다.
괜히 논두렁깡패가 빨간 개떼들에게 시비를 걸기 전에 내가 먼저 뛰어가서 얼른 가서 빈 탁자에 앉으려하자 갑자기 빨간 개떼들이 단체로 일어나 나를 노려봤다.
그 바람에 나는 앉지도 서지도 못한 자세에서 수십 줄기의 얼음광선에 맞아 얼어버렸다.
그때, 노란 옷을 입은 사내가 술잔을 탁자에 두 번 두드리며 뭐라고 중얼대자 빨간 개떼들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앉아서 식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그들이 곁눈질로 나를 계속 주시하는 것을 모를 순 없었다.
"어, 여기 제일 좋은 술하고 안주 좀 푸짐하게 내오게."
논두렁깡패는 누구도 안중에 두지 않는지 태연자약 음식만 주문했다.
"안주는 되는데도 가져오고 술은 지금 당장 내주게."
알코올 중독자…….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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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qkrnxlddl님의 정성스런 댓글에 감동하여 처음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올리신 무협 글은 자작소설인가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요?? 팔로우하고 봇 하고 갑니다~~

https://steemit.com/kr/@qkrnxlddl/61fapx
여기서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김용이라는 작가의 14가지 작품 설정들을 빌려서 쓴 '팬픽'에 가까운 글이고요.
제가 쓴 것은 맞습니다.
https://steemit.com/kr-writing/@qkrnxlddl/9-7
이건 제일 최근 글인데 들어가보시면 하단에 1편부터 목록을 붙여놔서 누르면 원하는 편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시간을 내서 꼭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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