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외전 7화 북쪽의 큰 바다(1)

in #kr-literature7 years ago (edited)

너에게로 가는 길.png
7화 북쪽의 큰 바다 (1)

어떻게든 이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한다.
처음부터 누가 잘못했든 그런 문제가 아니다.
전백광이 아무리 무예고수라고 해도 군대와 맞설 수야 있겠나?
설사 군대와 맞설 수 있다고 해도 괜히 엄한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 것은 내가 되지 않겠나?
그와 같이 대단한 무위를 지닌 사람도 화살비와 폭탄을 두려워하는 마당에 나야 말할 것도 없다.
단 하나의 화살이면 세상에 하직인사 드리고 그대로 비명횡사(非命橫死).
쓰러진 몽고기병의 갑옷이 너무 두터워 숨을 쉬는 것인지 못 쉬고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벌써 죽어버린 것은 아닐까?'
맥박을 느끼기 위해 손목을 잡았다.
검지와 중지로 맥박을 느끼려다가 몽고기병 우간바타르의 엄지손가락과 고춘기의 오른손 엄지가 맞닿았다.

-물이 모여 깊게 되면 큰 바다를 이룬다. 북쪽의 큰 바다(北冥)도 한잔의 물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잔 또 한잔 물을 모아 북명(北冥)을 이루어라!

고춘기의 엄지손가락에 위치한 소상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어디선가 계속 흘러들어왔다.
오래지 않아 고춘기는 소상혈로부터 팽만감을 느꼈다.
그리곤 본능적으로 엄지손가락의 소상혈에서 시작된 수태음폐경과 음부와 항문 사이의 회음혈에서 시작된 임맥의 두 혈도를 따라 내력을 운행시켰다.
그러자 뿌듯해졌던 소상혈에서 한 가닥 따스한 기운이 두 줄기의 경맥을 통해 아랫배에 위치한 기해혈에 이르자 뿌듯한 기분이 사라졌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고춘기는 이 한 번의 내력운행으로 몽고기병의 내력이 오롯이 자기 것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우간바타르는 정신을 잃은 와중에 갑작스레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팔이 찌르르 울리는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고춘기의 손을 꽉 틀어쥐었다.
그가 힘을 주면 줄수록 그의 내력은 엄지손가락을 통해 빠르게 빠져나갔다.
우간바타르는 본래 적지 않은 부상을 입어서 운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복수하기 위해 무리하는 바람에 몇 달이나 요양해야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안 그래도 힘겨운 상태에서 고춘기에게 내력까지 빼앗기자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고춘기를 밀어내기 위해 허우적거렸지만, 혼자 상체를 일으키기도 버거운 상황이라 고춘기를 떨쳐낼 수 없었다.
우간바타르는 그제야 왼손에 들린 낭아봉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자식, 머리를 박살내주마!"
우간바타르가 낭아봉을 들어 올려 고춘기의 머리를 내려치려는 그때, 고춘기의 몸으로 흘러들어온 내력은 이미 우간바타르의 내력의 절반을 넘어서는 기점이었다.
그의 내력은 이제 고춘기의 내력보다 열세에 처했고 이전에 속도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빠져나가 고춘기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것은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흡입력이었다.
우간바타르는 미쳐 낭아봉을 내려치기도 전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의식을 잃었다.
이 때, 몽고기병들은 이미 일고여덟 명이 전백광에게 끌려 내려오고 호안민에게 턱이 돌아갔고 우간바타르가 낭아봉을 내리치지 못하고 정신을 잃는 것을 보고나서야 상황을 파악한 기마들은 산개해서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고춘기는 자신에게 활을 겨냥하는 몽고기병들을 보고 엉겁결에 한손으로 눈을 뒤집고 기절한 우간바타르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그를 조준한 대부분의 화살은 우간바타르의 철찰갑옷을 뚫지 못했고 두세대의 화살은 갑옷이 가리지 못한 종아리와 손아귀를 꿰뚫었다.
사방에서 화살이 난무하는 가운데, 고춘기의 등이나 팔뚝에 적중하는 화살도 적지 않았으나 어찌된 일인지 다시 튕겨나갔다.
호안민은 갑작스럽게 날아온 화살을 피해 몇 번이나 바닥을 구르더니 이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었는지 다시 지하실 입구로 몸을 날렸다.
전백광은 쏟아지는 화살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호안민의 발길질을 받고 신음하는 몽고기병 둘을 들어 화살받이로 삼았다.
사람을 둘이나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이한 발걸음은 느려지기는커녕 더 빨라진 것 같았다.
고춘기는 전백광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기도 어려웠으나 몽고기병들은 전백광이 다른 동료를 끌어내리려 할 때마다 날카로운 화살을 날려 막았다.
몽고기병을 화살받이로 쓰면서 하나 둘 적을 제압하려던 전백광은 번번이 날아오는 화살에 겨우 피해내기만 할뿐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몽고기병들은 멀리서 그를 요격하거나 접전을 벌일 것처럼 달려들다가 전백광에게 창을 던지곤 곧바로 말을 돌렸다.
이때, 전백광이 도망가는 몽고기병을 쫓으면 다시 사방에서 요격하려는 화살이 날아왔다.
결국, 전백광을 이리저리 몰아 희롱하다 그가 체력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이대로 가다가 전백광의 체력이 소지되면 결국, 맨몸으로 화살을 받아낼 수밖에 없다.
고춘기는 넋 놓고 화살을 기다릴 순 없었다.
그렇다고 저 멀리 떨어져 화살을 겨누는 적들에게 달려갈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한손으로 몽고기병을 들고 다른 한손으론 현철중검을 들어 뒤통수를 가리며 신음하는 몽고기병들에게 다가갔다.
호안민에게 걷어차인 훈비쉬는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 고춘기가 다가오는 것을 봤다.
훈비쉬는 깨진 턱을 잡고 신음하는 와중에도 우간바타르가 당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눈에 담았다.
'어떤 사술을 써서 우간바타르를 제압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멍청하게 당하지 않아.'
그는 속으로 우간바타르를 비웃었다.
평소에 재주를 과신해 자신을 비웃더니 결국, 실전에 들어서는 제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붙잡혀 화살받이가 된 우간바타르와 나는 명백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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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페이스대로 진행했을 때 세이브 원고가 몇회 분량 남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게 7화인데, 한 43화 정도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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