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외전 9화 궤도(詭道) (5)

in #kr-writing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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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도룡기 외전

9화 궤도(詭道) (5)

장삼봉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차례로 잃고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의 무서운 음독에 때문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장무기를 데리고 소림에 친히 찾아가 소림구양공과 무당구양공을 공유하자고 청했으나, 앞에선 환영하고 뒤에선 불쌍한 장무기를 협박하여 사손의 행방을 묻는 소림의 실태를 보고 크게 실망하여 소실봉을 내려온다.
'이 불쌍한 아이는 정말 얼마 살지 못하겠구나!'
작고 힘없는 아이에게 왜 이런 가혹한 시련이 내리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무당산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이제 돌아가면 그곳에서 삶을 정리하게 될 장무기가 가여웠다.
이제 혼자 걷지도 못하는 이 불쌍한 녀석은 태어나길 빙화도라는 이상한 무인도에서 태어나 사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번화함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자신보다 먼저 생을 마쳐야 하는 것이다.
그는 예로부터 여러 왕조의 도읍으로 유명한 낙양 성을 구경시켜주기로 한다.
낙양성에 다다른 노소는 몽고 사람이 적은 객잔을 찾았다.
무당파도 유불도를 가리지 않고 종교인을 우대하는 원 조정의 덕을 많이 보기는 했으나, 이 어린 아이를 납치해 사손의 행방을 물은 마두 역시 몽고 병사차림을 했었다.
몽고인을 찾기 어려운 객잔은 드물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다다른 곳은 비록 호화롭지는 않았으나 몽고인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는 장무기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지만, 몽고병사에게 납치됐던 아이를 그들과 한자리에서 머물게 하는 것이 잘 하는 일일까?
장삼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모란주루
가급적이면 객잔을 찾으려고 했으나 아쉬워도 하는 수 없었다.
다행히 모란주루는 술집이면서 동시에 숙박업도 병행하고 있었다.
장삼봉은 사람이 시끄럽고 잡스러운 1층에 머무르지 않고 한적한 2층에 올랐다.
희한하게 2층엔 아직 아무도 앉지 않았다.
장무기에게 길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답시고 창문가에 앉혀 놓고 보니 장무기를 위해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와놓고 자기가 불편해서 1층을 피하다니 아직도 수양이 부족하구나하며 반성하고 있을 때였다.
한 무리의 몽고병사들이 떼를 지어 올라왔다.
장삼봉은 그들이 괜히 시비 걸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들이 두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좋은 것만 봐도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야하는 장무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이 아이 앞에서 다시 자신을 납치했던 몽고병사들과 칼부림을 하는 것은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들은 별 시비 없이 자리를 잡았다.
이색적인 것은 그들 뒤를 따르는 세 사람이었다.
특히 셋 중 젊고 어린 두 사람이 눈에 띄었다.
셋 모두 비록 모래먼지를 뒤집어써서 볼품없었으나 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이가 입은 상의 사이로 보이는 검은 빛을 띠는 갑옷이 예사롭지 않았다.
언젠가 검은 빛을 띠고 수많은 가시를 가진 갑옷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던 것 같았지만, 이름이 당최 기억나질 않았다.
그는 이제 백 살이나 먹어 기억력도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그래, 저것은 혹시 연위갑이 아닐까?'
이름을 떠올리고 나니 그것이 도화도의 보물 연위갑과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과거 양양 전투에서 곽정 대협과 황용 여협이 순국한 이후로 무림에서 자취를 감췄던 연위갑을 입은 소년이라니……. 혹시 곽파로 공의 후예일까? 아니면 야율제의 자손일까?'
과거 곽양 여협으로부터 연위갑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을 뿐, 실제로 본 기억은 없었다.
또한 아미파에서 연위갑을 지녔다는 소문도 듣지 못했다.
그는 궁금함이 일었으나 선뜻 나서서 물어보지 않았다.
누구의 후예이든 몽고병사들과 동행하고 있으니 그 전후 사정을 알기 전에 함부로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다.
젊은 사람은 금색장포를 멋들어지게 차려입었다.
그의 복색은 과거 남송이 무너지기 전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젊은이의 안색을 보니 몽고 치하에서 고생한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한족이라 받을 수밖에 없는 차별로 인해 움츠린 기색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몽고를 등에 업고 고생 모르고 자란 티가 나는구나.'
허나 몽고의 앞잡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족 고유의 의복을 고집하는 젊은이의 모습이 의아스럽긴 했다.
연위갑을 입은 소년은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듯 좌중에게 화해의 술을 권하고 화살로 뚫린 귀를 가지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곤 좌중을 주도하며 음주가무를 즐겼다.
'많아야 열다섯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참으로 방탕하구나. 곽정 대협의 후손이 원수인 몽고 병사들과 어울리다니…….'
이미 술판은 점입가경으로 난잡해졌고 이제 어디서 구리거울까지 구해와선 십년이나 젊어졌네? 어쩌네 하며 난장판을 만들었다.
"이 몽고 달자 놈들에게 붙어 빌어먹는 자식들!
뭐가 그렇게 좋으냐?
전백광!
네 놈은 한족으로 태어나 그리도 대단한 재주를 지니고도 나라를 빼앗고 부모형제를 도살한 원수들과 웃고 떠드는데 여념이 없다니!
네 재주가 아깝다."
방금 구리거울을 가져온 사내는 급하게 술을 들이키더니, 갑자기 술상을 들어 엎고 젊은 사내를 향해 소리쳤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
사람을 잘못 봤어!"
연위갑을 입은 소년의 귀를 뚫었다던 보르후라는 병사가 만곡도를 뽑아들었다.
"전 형과 고 공자가 아니었다면 목숨도 부지하지 못했을 놈이 감히……."
고 공자라고 불리는 소년이 일어나 한 손을 들어 보르후를 말렸다.
"호 형, 술이 과했나보오. 바람 좀 쐬셔야겠어요. 형님. 형님이 호형을 좀 부축해주세요."
"그럴까? 안민, 나랑 바람이나 좀 쐬며 걷지."
금색 장포를 입은 젊은이는 고 공자의 말에 호 가라는 젊은이를 부축해 나가려고 했다.
"더러운 손 치워! 나라를 빼앗은 오랑캐 놈들과 호형호제하는 네 놈도 오랑캐다."
호 가라는 사내는 금색 장포를 입은 젊은이마저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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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새로운 창작이었으면 감사하겠음

더 노력해서 앞으로의 작품은 완전 새로운 창작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애초에 김용 소설들을 기초로한 게임 '의천도룡기 외전'을 하다가 시작한 글이라 '팬픽' 적인 요소가 깊습니다.
물론 그 안에 제 해석과 제가 만들어낸 설정들도 있습니다만, 그 시작은 김용의 14가지 소설들에서 설정을 빌려왔습니다.
변명이지만, 상당히 많은 무협작품들이 김용의 작품에서 설정을 빌려왔습니다.
유명한 '묵향' 또한 거기에 포함되죠.

지금도 감사함. 무협지를 공짜로 보고있음. 이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창작임.

제가 감사하죠.
매번 댓글도 달아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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