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외전 3화 여긴 어디? 너는 누구? (2)

in #kr-literature7 years ago (edited)

너에게로 가는 길.png
이 때 그의 손이 하나에서 둘로 변하고 있었다.
얼마나 빨리 내뻗고 거두어들이는지 뻗는 것은 보이는데 거두어들이는 것은 보이지 않았고 사방이 공기를 찢는 소리만 요란했다.
이윽고 그의 손뿐만 아니라 다리도 빠르게 움직이고부터는 그가 사방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어느 방향에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이미 그 이전부터 혹시 이 사람이 미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로서는 두려울 지경이었다.
미쳐서 날뛰다가 나도 모르게 두들겨 맞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데, 사방에서 서늘한 바람이 요동을 쳤다.
가만히 선 내 옷자락이 휘날리도록 사방에서 광풍이 몰아쳤다.
얼마나 서늘한 냉기가 담긴 바람인지 이렇게 햇볕이 쨍쨍한데, 이를 딱딱 부딪칠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덜덜 떠는데, 돌연 북풍한설 같은 칼바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으하하 하하! 동생의 토 세례를 받고나서 신공을 연성했네. 의형제를 맺고부터 좋은 일만 있으니 이게 다 자네 덕이네."
말을 마치고도 대소를 멈추지 않는 것이 정말 광인 같았다.
그러면서 옷을 탁탁 터는데, 토사물이 얼어서 덩어리째 툭툭 떨어졌다.
"시, 신공이라니요?"
"음~ 그래, 앞으로 이 장법을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이라 부르겠네!"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 현명?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사실 그는 사부에게 가르침을 받은 시간이 매우 짧았다.
사부가 죽기 전 겨우 1년 남짓을 배웠지만, 자질이 나쁘지 않았던 그는 죽기 전 사부를 만족하게 만들었다.
그의 사부는 나이는 많았지만, 강호에 이름난 도객은 아니었다.
신법 방면으로는 조예가 깊다고 할 수 있었지만, 내력은 동년배들과 비교해서 처지는 편에 속했고 도법은 내로라하는 문파들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었다.
말년에 자질이 좋은 제자를 얻은 그의 사부는 그에게 자신과 같은 굴레를 씌우고 싶지 않았다.
자질이 뛰어난 제자가 강호에서 홀대받으며 이리저리 치이고 눈치 보며 도망만 잘 친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편히 눈 감기 어려울 것 같았다.
사부는 그가 강호에서 행세하는 고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만 거창한 태음신공이라는 운기요결과 함께 자신의 피 같은 내력을 전수했고 이후 네 마음 가는 데로 살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했다.
사부를 묻고 강호에 출도한 그는 정말 마음대로 살았다.
예쁜 여자를 보면 품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끼어들어 제 마음대로 일을 풀어갔다.
그러는 동안 원한도 많이 맺었고 원한이 늘어날수록 명성도 높아졌다.
십년이나 활개 치며 종횡무진 했지만, 누구도 자신을 죽일 수 없었던 이유는 만리독행이라고 불릴 정도로 발걸음이 빠르기 때문이다.
한 때는 천하에서 제일가는 경신법대가라고 자부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했지만, 이름 있는 문파의 존장들과 칼날을 맞댈 때면 언제나 한 수 밀리곤 했다.
경신법마저 손색이 있었다면 아직까지 명줄을 잡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대로 강호를 떠돌다가 혹시 어느 이름 모를 고을에서 객사하는 것은 아닌지…….
사부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다 전했는데, 자신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젊음도 한철이라는데, 이렇게 제 잘난 맛에 뻗대는 것도 잠깐임을 왜 모르겠는가?
사부에 대한 고마움만큼 그럴듯한 무언가를 제자에게 남겨야 할 텐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기도 스승처럼 도망치는 기술 외에는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됐다. 됐어!"
환희 가득한 얼굴로 같은 말만 반복하는 그에게 뭐가 됐다는 건지 물어보기가 꺼려졌다.
내가 아무것도 묻지 않아서일까?
그는 뭔가를 갈구하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이글거리는 눈빛이 당장이라도 내게 좋지 않은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뭐, 뭐가 됐어요?"
"이제 사부에게 낯이 서겠네."
그랬다.
그는 묻기가 무섭게 타오르는 눈빛을 거두었다.
"어, 어째서요?"
"비록 사부에게 받은 도법은 아니지만, 스승을 한 분밖에 두지 않았음에도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신공을 창안해냈으니! 사부도 자랑스러워 하실 게야!"
"대단하십니다. 신공을 창안하셨다니……."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면서 핸드폰을 찾았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손바람 몇 번 부치더니 신공창안이라니, 게다가 이 남자 너무 진지하다.
사부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을 보아 장난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정신병자는 어디에 신고해야지? 병원에 전화 해야 되나? 119에 하면 알아서 데려가지 않을까? 이 정도면 응급환자 같은데……."
핸드폰이 없네?
'아니, 잠깐 술 먹고 일어나보니까 황량한 벌판이다? 옆에 웬 생면부지의 남자도 너부러져있는데, 그 사람은 일어나서 이런 상황을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상한데? 지는 안 이상하다?'
이상하다 주머니도 없네?
'저 놈이 계획했다? 난 납치당했다? 저 놈은 납, 납치강간살인마? 시발, 이게 뭐야!'
아무리 뒤져봐도 핸드폰은 고사하고 호주머니도 없고 뒷주머니도 없고 상하의 전부 처음 보는 옷이고…….
난 납치당했고 옷은 뒤바뀌어있고…….
이미 당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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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분위기 잡히기 시작하네요.

댓글을 이리 빨리 달아주시니 감격스럽사옵니다...

마침 저도 작업할려고 까페에 앉은 참이었거든요. 작업전에는 딴짓을 해줘야죠.

멋진 그림 기대하겠습니다.

퓨전 무협이네용
앞편을 못봤는데 시간나면 같이 보겠습니당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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