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외전 5화 아가씨라니? (2)

in #kr-literature7 years ago

너에게로 가는 길.png
5화 아가씨라니? (2)

그는 빈 잔을 채우며 계속 말을 이었다.
"나는 이것이 세상 사람들이 사람을 소인과 대인으로 나눠부르면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네. 대인은 눈앞에 이익을 보면 먼저 그것 취하는 것이 의리에 합당한지 생각하는 사람이라네. 소인은 반대로 의리보단 눈앞의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고.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세상 많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네. 그런데 굳이 대인과 소인으로 나눠 대인입네 하는 자들은 눈앞의 이익을 원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뒷구멍으로 호박씨나 까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자기가 원하는 것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을 대인이라 칭하는 것이 옳은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대접을 들어 올리곤 원샷함으로써 동의했다.
"공孔모가 그러라고 했는지 맹孟모가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선자를 대인으로 부르는 세상이 우습지 않나? 영 못마땅하네. 눈앞의 이익을 바라면서도 소인, 대인하는 남들의 시선 때문에 소인도 대인도 되지 못한 것들이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사람이 이익을 취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옳소. 듣고 보니 공자와 맹자는 이 세상을 거짓으로 물들였을 뿐이로군."
"으하하하! 그랬네. 그랬어. 그래서 자네와 결의형제가 되기로 했네."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처럼 말이오?"
"아니, 아니. 유비, 관우, 장비는 비록 남남이지만, 한나라 부흥을 위해 의리(義理)로써 형제관계를 맺었네. 난 그들과는 다른 관계를 원하네."
"그럼 어떤 결의형제를 말합이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색마의 의義와 이로운 것을 바라는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밝혀 사내대장부가 되는 떳떳한 소인의 리利. 그런 의리義利로써 맺은 솔직담백한 결의형제가 되길 바라네."
"좋소! 나 고춘기 비록 능력도 보잘 것 없고 아직 많이 어려 어른을 받드는 것도 서투르지만, 그대가 받아만 준다면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소."
다행이다.
그가 여자를 좋아하는 진정한 남자라는 것과 더불어서 이렇게 솔직하고 꾸밈없는 사람이 마음을 터놓고 나를 좋게 평가해서 형제가 되자고 하니 이전에 묵혀두었던 화가 싹 쓸려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냥 소탈한 사람인 것 같았다.
괜히 그런 저반의 사정도 모르고 강간게이로 오해했던 것이 더 미안해졌다.
"그래, 나 만리독행 전백광도 나이 어린 고춘기를 동생으로 맞으매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고 능력이 닿는 대까지 도와 서로가 이롭게 하겠다."
"좋소. 형님, 춘기 술 한 잔 받으쇼."
"자네도 한잔 들게."
둘이 동시에 술잔을 비웠다.
"그런데, 형님 함자가 전백광이라고 하셨소?"
"그렇지. 그러고 보니 나도 자네 이름을 방금 처음 들었구먼. 왜, 듣고 보니 내 이름이 귀에 익은가?"
"그러고 보니 귀에 익은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나. 정말 유명한 색마라니까?"
"우헤헤 나도 이제 유명한 색마 전백광이 동생이우. 한잔 더 받으쇼."
이제 술이 들어갈 만큼 들어갔는지, 독한 죽엽청을 넘기는데도, 걸리는 것 없이 매끄럽게 넘어갔다.
"목 넘김 좋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죽네 사네하며 토한 뒤에 했던 다짐이 생각났다.
내가 다시 술을 마시면 사람이 아니라 개다.
"멍, 멍멍, 왈왈왈!"
"자네, 왜 그러나?"
"아침에 형님 얼굴에 속 것을 다 쏟아내고 다시 술을 마시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 개라고 다짐했던 것이 생각났소. 내가 개요! 월월!"
그러자 주루를 가득채운 붉은 옷 사내들 중 몇몇이 폭소했고 그들 주변에 내 말을 못들은 이들이 그들에게 물어보더니 똑같이 웃어젖혔다.
필시 내가 한 말을 알아듣고 웃는 것이리라.
그들의 웃음이 흥겨운 내 기분을 크게 망치진 않았다.
난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있다.
어느새 일어선지도 모르게 일어선 전백광은 붉은 옷 사내들에게 소리쳤다.
"나 만리독행 전백광의 동생이 장난으로 개소리 좀 냈기로서니, 이 개잡놈들이 감히 웃어? 내 동생을 비웃었으니 웃은 값을 받겠다!"
갑자기 옷자락이 바람에 심하게 나부끼는 소리가 주루를 뒤덮었다.
전백광은 나와는 다르게 받아들였나보다.
아마, 내 체면이 깎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전백광?
전백광!
진즉 이름을 듣고도 어디서 한 번 들어본 적 있는 것 같다고만 느꼈다.
그가 술집을 바람처럼 휘젓고 다니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이런 젠장! 형님 이름이 전백광이요?"
어느새 주루를 한 바퀴 돌아 내 앞에 선 그에게 물었다.
"으하하 동생도 내 이름을 들어봤군? 자꾸 물어보는 것을 보니 말이야. 그래, 내가 바로 만리독행 전백광이야! 다들 알아들었냐. 이 개잡종들아?"
그가 주루 안을 둘러보며 소리치자 빨간 옷 사내들이 하나둘 앞으로 꼬꾸라졌다.
"엄살 부리지 마라 이 잡놈들! 오늘은 동생과 함께 축하하는 자리라 목숨은 남겨두었다. 셋을 셀 때까지 남아있는 놈들은 목을 따주겠다!"
옆구리를 부여잡은 손가락 사이로 피가 철철 흐르면서도 전백광이 숫자를 세기도 전에 한 명도 빠짐없이 빠져나갔다.
"동생, 내 손속이 좀 과하다고 생각하나? 그 때문에 자네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하네. 내 그런 의미로 벌주 한잔 받지!"
자기 마음대로 벌주를 따라서 마셔버렸다.
내 마음이 상했을까봐 걱정하는 그를 앞에 두고 내 머리 속은 엉망으로 엉켜버려 처음과 끝도 찾기 어려운 실타래처럼 뒤죽박죽으로 엉망이 되었다.
'전백광이면 소오강호에서 나오는 그 전백광? 맞네. 여승하나 잘못 건드려서 인생 조진 놈.'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았지만, 인상적인 캐릭터라서 대충 이미지는 떠올랐다.
그러니까 어제 태관이형이랑 석현이랑 영훈이랑 넷이서 술을 마시다가 태관이형이 폭탄주 피처로 만들고 원샷하라고 해서 다 마시고 자리를 파했지…….
그리고…….
"동생! 속상한 것 아니면 자네도 한잔 하지?"
그가 바라는 대로 술상대를 해주면서 머릿속으론 계속해서 기억을 더듬었다.
석현이가 가까운 지네 집에 가서 자고 가라고 했고 농담 삼아서 남의 집에 여자 없으면 안 간다고 조크 날렸다가 세 사람의 빈축만 사고 집으로 겨우 돌아왔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났다.
전백광의 술상대를 해주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불콰하게 취해서 점점 기억을 더듬는 일보단 부어라 마셔라 에 열중했다.
알코올이 계속 주입되니까 마냥 기분이 좋아졌고…….
"형님, 여기 아가씨 못 부르나요?"
주접까지 떨었다.
"아가씨라니?"

Sort:  

전백광이었을 줄이야. 사파루트로 가는군요.

나쁜 친구를 사귀게되었죠.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6
JST 0.030
BTC 58551.10
ETH 2514.90
USDT 1.00
SBD 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