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외전 9화 궤도(詭道) (20)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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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도룡기 외전

9화 궤도(詭道) (20)

"훈비쉬가 주인께 인사 올립니다.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방금 전까지 나를 개무시 하던 훈비쉬가 우간바타르의 뒤를 쫓자 이내 모두가 차례로 무릎 꿇고 충성을 맹세했다.
우간바타르, 훈비쉬, 예순타이, 지르가다이, 타부다이, 만다, 아유시, 아만다, 바브가이 아홉은 무릎 꿇기 전엔 힘 없는 폐인들이었다.
그러나 무릎을 꿇고나니 오히려 눈에 총기가 돌았고 어깨엔 힘이 들어갔다..
아마도 이들은 천생 군인 체질인 것 같았다.
그들은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모두가 햇볕에 얼굴이 새카맣게 탔고 두 달이나 폐인으로 지냈다는데, 몸에서 군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에게 어떤 무예를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다.
내가 가진 비급 중엔 광풍도법은 전백광의 성명절기라서 남에게 가르치는 것은 형을 배반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아직도 자신이 창안했다고 여기는 현명패천장(玄冥覇天掌)을 가르치자니 후에 그에게 어찌 설명해야할지 난감했다.
내가 익힌 현철검법과 북명신공을 남에게 가르치는 것은 마치 내가 들고 있는 패를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었다.
이 세상에선 절기는 남이 모를수록 싸움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면 내가 무공을 펼치는 족족 상대에게 파훼 당할지도 몰랐다.
사천 청성산 송풍관의 절기 송풍검법을 가르치자니, 검술이 조악하고 볼품없지는 않았으나 이미 내공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내공심법 없이 검술만을 전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뭐가 됐든 내공심법을 가르쳐야한다.
합마공은 최고의 내공심법인 동시에 천하제일의 장력이지만, 목숨을 걸고 익혀야 할 만큼 위험하다.
쭈그려 앉아서 온 내공을 모아 한 번에 발출하는 합마공의 장력을 오절 중 누구도 쉽사리 받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구양봉은 친아들에게도 가르치지 않았다.
모든 내공을 일시에 발출하는 만큼 혈맥이 견디지 못하면 몸이 크게 상할 위험이 있었다.
용상반야공은 밀교 역사상 최고의 기재인 금륜법왕 같은 천하기재가 아니라면 백년을 연마해도 경지에 들기 어려웠다.
만약, 우매한 사람이 익히려 한다면 13층까지 익히는데 1만 6천년이 넘게 걸린다.
자질이 뒤쳐져서 티무르부카의 관문제자도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금륜법왕과 같은 자질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남은 것은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과 태현경(太玄經)이었다.
다른 비급은 모두 읽어봤지만, 감히 태현경(太玄經)을 열어보지는 못했다.
석파천이 그랬던 것처럼 보는 즉시 나도 모르게 익혀버릴까 봐 두려웠다.
북명신공만 아니었더라면…….
그런 태현경(太玄經)을 남에게 주기는 솔직히 아까웠다.
그럼 남은 것은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 하나뿐이다.
이들에게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을 가르쳐야하나?
그래, 장삼봉도 사람의 손으로 어찌 그런 위력을 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며 탄성을 자아냈던 금강대력지공(金剛大力指功) 정도면 훌륭하지.
아니, 순서가 잘못되었다.
먼저 이들이 무엇에 능한 지 그리고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를 알아보고 장점을 살려주는 무예를 찾아보기로 하자.
"그럼 이제 내가 거느리기로 했으니, 말을 편히 하겠네.
가르치기에 앞서서 자네들이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무엇에 능한지 알고 싶네.
그래야 서로 시간을 헛되게 허비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 아닌가?"
"저희는 어려서부터 기병으로 키워졌습니다.
모두가 궁전(弓箭), 기마(騎馬), 투창(投槍), 기창(騎槍)에 능합니다.
개중에 어떤 이는 궁전에 조금 더 뛰어나고 다른 이는 투창에 더 뛰어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지 큰 차이는 없습니다.
마(馬) 사형으로부터 야호권법(野狐拳法)을 전수 받았습니다."
그들은 자질이 모자라기도 했지만, 기황후가 특별히 맡긴 병사들이기에 짧은 시간 안에 큰 성과를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대제자 마두징(馬斗徵)은 그들에게 자기보다 강한 적을 상대하기에 적합한 야호권법(野狐拳法)을 전수해서 상당한 무예를 이룬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제가 견문이 좁아서 말로 들어서는 알 수 없으니 나갑시다."
밖으로 나온 나는 하인들에게 그들의 재주를 시험할 수 있게 말과 창, 활과 화살을 준비하라고 명했다.
"우선 그, 야호권법(野狐拳法)이라는 재주부터 봅시다. 누가 먼저 펼쳐보겠소?"
"제가 먼저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우간바타르가 제일 먼저 자원했다.
우간바타르는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달려들어 내 얼굴을 향해 선방을 날리려 했다.
나는 무당장권을 떠올리고 그의 주먹을 받아내 다시 내 힘도 합쳐서 되돌려 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주먹을 날릴 것처럼 굴더니 밑으로 쑥 하고 꺼져버렸다.
그는 순식간에 내 왼편으로 고개를 처박더니 오른손으로 땅을 짚고 왼발로 내 머리를 후려치려했다.
내가 그의 왼발을 봤을 때는 이미 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두 팔을 교차해서 막았다.
우간바타르는 자신의 발차기를 막으려고 고춘기가 두 팔을 교차해서 얼굴을 가리느라 자신의 시야도 포기하는 것을 보고 후려치던 왼발을 접었다.
우간바타르는 온몸의 무게를 실어 고춘기의 복부를 내리 찍었다.
"윽!"
맞은 사람은 고춘기였는데, 오히려 우간바타르가 신음을 흘리며 쓰러졌다.
우간바타르는 무상공력의 반탄력에 의해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떡메로 무릎을 정확히 내리친 것 같은 통증을 받아야했다.
무상공력은 고춘기가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상관없이 저절로 일어나 반탄지력을 뿜어낸 것이다.
만약에 우간바타르가 공력을 지녔더라면 단순히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고 마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괜찮아요?"
고춘기는 우간바타르가 펼친 것이 중원의 무학과는 상궤를 달리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야호권법(野狐拳法)은 중원과는 다소 떨어진 요동의 요동파의 절기였다.
본래 중원의 무학중에 땅을 뒹굴기를 거리낌 없이 하는 문파는 없었다.
그들은 땅을 뒹구는 모습을 아주 천하게 여겼고 그런 모습을 보이느니 목숨을 잃는 것이 낫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고춘기가 보기에 이런 모습은 매우 실전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그 상황에서 갑작스레 땅을 짚고 머리를 노리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가 공력을 잃었음에도 이 정도로 의외성을 잘 살리는 것을 보니, 이전에 그의 무예가 예사롭지 않았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예.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대답과는 달리 그는 무릎을 제대로 펴지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운지 똑바로 서지도 못했다.
괜찮다는 사람을 억지로 앉혀서 살펴보니 다행히 근육이 놀랐을 뿐이지 뼈에 이상이 가진 않은 것 같았다.
그를 한 쪽에 앉혀놓고 다른 여덟 사람에게 짝을 지어 대련할 것을 명령했다.
그들의 야호권법(野狐拳法)이 어떤 무예인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세 쌍을 이루어 권각을 주고받았으나 훈비쉬와 다른 한 명은 그렇지 못했다.
왜 그런가 하고 보니 훈비쉬가 한손에 단검을 들고 있어서 본의 아니게 상대가 된 아유시가 맞붙기를 꺼렸다.
훈비쉬는 본래 단검을 다루는데 능했고 야호권법(野狐拳法)을 익히면서도 손에서 단검을 놓지 않았다.
자신의 장점을 버리지 않은 덕분에 그의 동료들 중에 누구도 야호권법(野狐拳法)으로 맞서서는 그와 대적할 사람이 없게 되었다.
게다가 대련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이 독기를 품고 달려드는 바람에 누구도 그와 대련하기조차 꺼렸다.
"훈비쉬? 대련하는데, 칼을 꺼내면 어떻게 합니까?
겨루자는 거지 죽이려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단검술에 자신 있습니다.
야호권을 배울 때부터 단검을 함께 사용하려고 애를 썼으니, 제 재주를 정확히 아시려면 단검술도 보셔야 합니다."
"그러면 동료를 상하게 할 수는 없으니, 단검 대신에 이것으로 대신하지요."
나는 연무장 주변에 차를 마시려고 놓아둔 의자 다리를 부러뜨려서 건네주며 말했다.
날은 없지만, 단검과 비슷한 길이라서 그만하면 어떤 재주를 부릴지 보여주기에 부족하지 않아보였다.
마침내 네 쌍 모두 각자의 대련에 집중했다.
야호권법(野狐拳法)은 확실히 독특한 데가 있었다.
훼이크가 많았고 빠르게 움직이며 기회를 보면 치고 빠지는 모습이 아웃복싱과도 얼핏 비슷했다.
대신 공격수단을 손으로 한정짓지 않고 구르고 달리고 뛰는 등 전장을 넓게 쓴다는 점이 달랐다.
일대일의 싸움에서는 나쁘지 않지만, 그들 같은 군인들이 백병전을 대비해서 익히기에는 손색이 있어보였다.
아무래도 내게는 대사형이 되는 마두징(馬斗徵)이 기황후나 고관들 앞에서 대련하는 모습을 보일 때, 유리한 권법을 골라 가르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들 어보는 이름이지만, 한 번 배워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딱! 퍽!
"악!"
"그만! 훈비쉬, 그만하세요!"
훈비쉬는 옆구리로 들어오는 아유시의 다리를 사정없이 나무막대로 내리 찍었다.
아유시가 다리를 잡고 고통스러워하자 곧바로 짓쳐들어 사정 봐주지 않고 턱을 돌려차버렸다.
내가 말렸을 때는 이미 아유시가 바닥으로 넘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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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올리셨네요. 공모전 준비는 잘됐나요?

쉽지가 않네요.
매일 찾아뵜어야했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우왓.. 이야기 감사해요 그리고 보팅도 감사드립니다~ 저두 자주 놀러올게요 ^^

감사합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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