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외전 8화 모조리 도륙하겠다. (1)

in #kr-literature7 years ago (edited)

너에게로 가는 길.png

8화 모조리 도륙하겠다. (1)

호안민은 몽고기병의 전술을 꿰뚫고 있었다.
지원(至元) 3년 신양주에서 봉기한 백련교도들의 수령 호윤아의 아들이 바로 호안민이다.
호안민은 열한 차례의 인간사 모진 성상(星霜)을 어려서부터 겪어야 했다.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죽거나 자신을 배반했다.
그는 아버지 호윤아의 사후 무려 십일 년 동안이나 이름을 숨기고 살아야했다.
이리저리 떠돌던 끝에 겨우 인적이 드문 주루에 취직해 성을 바꿔 내성적인 점소이 '안安'가로 살고 있었다.
유가(儒家)는 그에게 복수의 사상적 기초를 제공했다.

'아버지의 원수와는 더불어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
따라서 세상에 살려둘 수는 없고 반드시 죽여야 한다.
형제의 원수는 집에 무기를 가지고 올 사이가 없다.
항상 무기를 지니고 다니다가 원수를 만나면 당장 죽여 버려야 한다.
친구의 원수는 나라를 같이하여 살 수 없다. 마찬가지로 죽여 없애야 한다.'

누구나 불구대천의 원수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 말은 여기서 유래한다.
윤리적 차원에서 볼 때, 호안민은 아비의 복수를 해야 인륜을 따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호안민이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는 대원제국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가 복수를 완수하는 일은 요원하기만 했다.
결국, 그는 인적 드문 주루에서 볼품없는 모양새로 숨어살면서 어떻게 하면 항거할 수 없는 대적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궁구할 수밖에 없었다.
십일 년을 기다린 그에게도 기회는 왔다.
평생 동안 이토록 신출귀몰한 인물은 들어본 적도 없다.
그의 소원은 죽기 전에 자기 손으로 몽고병사를 한 명이라도 죽여 보는 것이다.
만약, 저자의 신묘한 재주를 배울 수만 있다면 한 명이 아니라 수십 수백 명이라도 도륙할 자신이 있었다.
호안민은 오늘 이 자리에서 살아남는다면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고 그 재주를 훔치리라고 다짐했다.

몽고 기병이 다시 노골적으로 투창의도를 숨기지 않고 다가오자 전백광은 이번에야 말로 놓치지 않고 바닥에 내팽개쳐 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때, 말을 공격하라는 호안민의 외침이 들렸다.
호안민은 틀림없이 자신을 위해 해준 말이겠지만, 받아들이는 전백광의 입장에선 달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백광이 지하실에서 나와 사방천지를 종횡한 것 같지만, 사실은 지하실 입구를 중심으로 반경 30미터 안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몽고기병이라는 파도가 넘실거리는 외딴 섬에 갇힌 형세였다.
파도가 때로는 섬을 집어삼키려는 모양으로 섬 중심을 적시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런 일 없다는 듯이 돌아가곤 해서 섬에 갇힌 동물들에게 모욕감을 줬다.
전백광은 호안민의 외침을 듣고서야 자신이 섬에 갇혀 희롱당하는 사냥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아보니 어쩌면 그 원인은 자신이 제공한 것인지도 몰랐다.
진천뢰에 이은 빈틈없는 화살 공격이 자신을 움츠려들게 만들었나보다.
이런 상태로는 결국, 사냥감의 말로를 맞이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백광은 이전처럼 투창하려고 달려드는 몽고기병에게 마주 달려갔다.
거리를 재던 몽고기병이 창을 든 상체를 뒤로 한껏 제쳐 던질 준비를 마쳤다.
몽고기병이 창을 잴 때, 전백광은 돌연 화살받이로 쓰려고 들고 다니던 몽고기병 둘을 투창하려는 몽고 병사와 투창 앞으로 각각 던져버렸다.
그것은 전백광에게서 100미터정도 거리를 두고 화살을 겨누던 스물 한 명의 몽고기병들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투창하려던 몽고기병 예순타이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지르가다이와 타부다이를 보고 순간 당황했다.
사실, 그들은 예순타이의 친동생들이었다.
자신에게 곧장 날아오는 타부다이를 받지 않을 수도 없고 이내, 던지려던 창으로 날아오는 지르가다이에게 창을 꽂는 것은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때, 전백광은 자신이 던진 몽고기병 타부다이와 지르가다이보다 빠르게 달려 나갔다.
그가 움츠려들었던 마음을 털어버리는 순간 전백광은 이미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에 도달했다.
이내 반쯤 내뻗은 투창을 타고 올라 예순타이의 팔과 목을 다리로 감은 전백광은 자신이 던진 두 사람을 받아 다시 화살받이로 썼다.
이것은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화살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던 두 명의 몽고기병을 던져버린 것은 적아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예측 불허한 행동이었다.
그와 동시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빨리진 전백광을 보르후도 순간적으로 놓쳐버렸다.
보르후는 나는 참새의 눈을 꿰뚫어 몽고군을 놀리던 탐마적군 내 고려인 최고의 신궁이었다.
그들이 정신 차리고 활을 조준했을 때는 이미 전백광이 자신들의 동료를 화살받이로 들어 올린 이후였다.
"형님. 쓰러진 병사들을 내게 좀 가져다주시오!"
전백광은 고춘기가 화살에 맞아 귀에서 피가 타고 흐르는 것을 보았다.
고춘기는 자신처럼 몸이 날래지 못해서 화살을 피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그는 고춘기가 병사들을 쌓아 화살로부터 안전한 방벽을 만들려는 줄 알았다.
그는 곧 불편한 말에서 내려 세 사람씩 들어서 순식간에 고춘기 앞에 다섯의 몽고병사를 포개놓았다.
"형님, 이놈들이 조금 더 가벼운 것 같소. 그 두 놈은 내려놓고 이것들을 가져가시오."
그러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실신한 몽고병사 둘을 건넸다.
전백광은 이 험난한 와중에도 자신을 생각하는 고춘기의 마음이 매우 흡족했다.
그는 자신이 들고 있던 몽고기병 타부다이와 지르가다이를 고춘기 앞에 던져놓고 고춘기의 손에서 우간바타르와 훈비쉬를 받아들었다.
실제로는 아직 덜 여물은 타부다이와 지르가다이보다는 우간바타르와 훈비쉬가 더 무게가 나갔지만, 전백광은 흡족한 마음 덕분인지 그들이 훨씬 더 가벼웠다.
고춘기는 바닥에 너부러진 타부다이와 지르가다이를 곧바로 주워들었다.
화살받이로 멱살을 잡아들어 올린 채로 엄지손가락의 소상혈을 그들의 목젖 위에 위치한 염천혈을 짚었다.
이미 우간바타르와 훈비쉬의 내력을 모조리 빼앗은 고춘기의 북명신공은 이전과 다른 수준의 흡입력을 자랑했다.
타부다이와 지르가다이는 강력한 전력에 감전당하는 피해자처럼 온몸을 푸들푸들 떨뿐 감히 손가락 하나 까딱하여 반항하는 기미조차 보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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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부터 천천히 정독해봐야겠네요. 재밌어보여요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화를 올렸어야했는데, 다음화를 올려버렸네요.
하루나 지나서 고쳐올립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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