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별을 본다. 외롭지 않으려고. / 034

in #kr-pen3 years ago

별을본다_02.jpg
ⓒzzoya





  “이제 갈 시간이에요.”
  그녀가 상념으로부터 나를 끄집어냈다. 우리는 그 유명한 천문관의 천체투영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때까지 별은 내 인생에서 완전히 멀어져 있었다. 그것은 실수였다.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아버지와 나를 잇는 유일한 끈이었으며 그가 내게 남긴 위대한 유산이었다. 나는 그것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했다. 그랬다면 아버지의 가르침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을 테고, 그랬다면 아들은 비로소 아버지와 같은 진짜 남자가 될 수 있었으리라. 당당하게 우주의 끝과 마주할 수 있는 남자가…….

  그러나 한번 식은 열망을 되살리는 일은 새로운 것에 열정을 쏟는 일보다 어렵다. 그 끝이 좋지 않았을 땐 되살리기는커녕 일부러 피하게 될 뿐이다. 사랑에 크게 덴 사람이 그 사랑이 끼쳤던 모든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나 역시 아버지와 공유했던 아름다웠으며 여전히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지 않기 위해 애써 고개를 숙여 왔다. 물론 그동안은 형편이 안 된 게 한몫했지만 소생한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의 비극 이후 이런 곳은 처음이었다. 내키지 않는 게 이상할 리 없다. 비극의 시발점에서 룰루랄라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하필 상영되는 프로그램도 지구 멸망에 관한 이야기라니. 그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징조가 아니라 완전한 마침표를 찍으려는 누군가의 장난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놀이기구를 타러 가는 아이처럼 들뜬 얼굴로 내 손을 잡고 안으로 나를 이끌었다. 불이 꺼지고 머리 위를 덮은 돔 스크린에 우주가 펼쳐졌다. 눈부시게 발전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생생한 화면이 관람객의 탄성을 절로 끌어냈다. 비록 실제로 우주에 나가 맨눈으로 본 적은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가상의 우주가 실제보다 더 진짜 같다는 데 누구나 동의할 정도였다. 그러나 내게는 그런 실감 나는 화면이 오히려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적색 거성이 된 태양 앞에서 대기가 말라버린 지구를 보자 점점 숨이 막혀 왔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태양에 지구가 먹혀 버렸을 때 결국 나는 그녀를 놔두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잭! 괜찮아요?”
  뒤따라 나온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보였다. 애써 여유 있는 척했으나 속은 당혹스럽고 창피했다. 나는 숨고 싶은 심정으로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미안해요. 아무래도…… 속이 좀 거북해서요.”
  “어디가 어떻게요? 정확히 말해 봐요.”
  “진정해요. 안 죽으니까.”
  전에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자세히 살피던 그녀는 마침내 같은 결론에 이르렀는지 내 손을 부드럽게 잡고 이끌었다.
  “신선한 공기를 쐬면 더 나아질 거예요.”

  우리는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는 바람을 맞으며 옥상 정원을 산책했다. 그녀는 갑자기 환자가 된 나를 편하게 해 주려는 의도인지 침묵을 지켰다. 덕분에 나는 내가 왜 그날의 지미처럼 공황에 빠졌는지 생각할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같다는 뜻이다. 거기다 같은 환경까지 공유한다면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를 일으키는 조건과 형질이 똑같이 형성될 수도 있다. 이 추측은 두 가지를 빼면 그럴듯했다. 그때 그리피스에서 나는 왜 멀쩡했는가? 그리고 나는 왜 이제 와서 이 지랄인가?

  “좀 어때요?”
  그녀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이제 다 나았어요.”
  “아픈 걸로 사람 놀라게 하는 게 특기인가 봐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데요.”
  “이런, 앞으론 못 써먹겠군.”
  그녀는 소리 없이 웃었고 바람은 소리 없이 불었다. 우리는 바람을 따라 밤하늘로 눈을 들었다.

  “오늘은 별이 예쁘게 떴네요.”
  그녀가 자신의 에메랄드빛 우주에 별을 담으며 감탄했다. 차가운 하늘에는 광공해에도 불구하고 몇몇 반짝이는 것들이 떠 있었다.
  “진짜 항성은 몇 개 안 돼요. 여기서 보이는 건 대개 인공위성이거든요. 이놈의 광공해 때문에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평생 진짜 밤하늘이 뭔지도 모르고 살다 죽을걸요.”
  “나는요, 저게 인공위성이든 행성이든 아니면 UFO든 상관하지 않아요. 그냥 저 위에서 낭만적으로 빛나는 것만으로도 좋은걸요.”
  그건 첫 데이트 때 했던 말의 반복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따져 물었다.
  “본질은 중요치 않고요?”
  “내 생각에 사람들 대부분에게는 그게 별의 본질일 거예요. 깜깜한 밤하늘 위에서 반짝이는 거. 올려다보면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게 별인 거죠.”
  “우리는 입을 맞추고.”

  나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금은 급하게 입을 맞췄다. 그녀의 부드럽고 따뜻하고 촉촉한 입술이 사르르 녹으며 내 정신은 아득해져 갔고 정수리에선 찌릿한 전기가 느껴졌다. 코페르니쿠스는 사랑을 모르는 남자였음이 분명하다. 사랑을 했더라면 그는 분명 느꼈을 것이다. 우주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음을, 이때의 나처럼 분명 느꼈으리라. 그런데 입술을 떼고 나서 내가 본 건 예상과는 다른 그녀의 진지한 표정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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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감상&잡담

오늘은 날이 좋아 정원을 걷기에도 딱이군요.
다음화에 나올 클레어의 대사가 궁금해지는 마무리입니다 ㅎㅎㅎ

하늘의 별을 바라볼때는 그저 별이라고 바라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별이 아닌 인공위성이라면 신기하기는 하겠지만 왠지 슬플 것 같습니다 ㅠㅠ

사실 저 둘이 보고 있는 건 인공위성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대부분은 육안으로 잘 안 보일 정도로 어둡고 타이밍이 잘 맞으면 그나마 짧은 시간 동안 반짝이거든요.

과연 클레어의 표정이 어땠길래....!

풉...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썩은 표정이잖아요

대박!! 잭은 우주의 끝을 보겠네요...ㅋ

ㅋㅋㅋㅋㅋㅋ 다음화에 정색하나요 ㅋㅋ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악!!! 제가 상상한 거완 다른데요! 저런 얼굴이면 어떻게 합니까?! 하하하하하

아하핳하하하 ㅎ하하하하하
항상 작가님 글을 보고 여운이 있어 심취해 있다가, 작가님 코멘트보고 빵터져버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 짤방쎈스 어쩌실거야 ㅠㅠㅠ

ㅋ 아놔 얘 누굽니꽈?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이게 무슨!

중간 몇 편을 놓쳤더니 따라잡을 엄두가 나지 않는군요 ㅜ 이번주에 와이프가 출장을 간다니 막간을 이용해 정주행을 해야겠습니다.

평균 분량이 그리 길지 않아서 금방 따라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D

최근에 정주행 시작했습니다~ 곧 따라잡을게요~^^

감사합니다! ㅠㅠb

이글을 잘 이해하기위해서는 3화를 보시고 오시는게 좋을듯하네요. 사고의 순간을 찾기위해 역주행 했는데 다시 봐도 작가님소설은 재밌어요. 먼가 건조해보이는 표현조차도ㅋㅋ 광팬인증

이하 3화링크
https://steemit.com/kr/@kimthewriter/2tp4qk-003

우왓. 지금쯤이면 잊혔을 거라 생각했는데... 감사합니다! ㅠㅠb

잭이 깨어나서 뭔가 큰일을 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별에 관련된 일을할까 아니면 아무것도 없이 혼자서 밤마다 외롭지 않으려고
별을 볼까 갑자기 별을본다 외롭지 않으려고 가 마음에 걸리네요 ^^

오늘은 정원이네요! 꽃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ㅎㅎ
당당하게 우주의 끝과 마주할 수 있는 남자가 되진 못했지만, 오늘 했네요, 했어! ㅋㅋㅋㅋ

띠로리~~하고 분위기가 좋아야 하는데, 왜 클레어의 표정이 진지해졌을까요??
궁금해집니다.

끽연실이 주인장 전용방인줄은 몰랐네요.ㅎㅎ 안주무시나요? 지금 2회 보고 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나중에 책 내실 때야 끝낼듯 합니다.ㅋㅋ

제 방인데 다들 거리낌 없이 들어오십니다ㅋㅋ 간접 흡연의 피해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습니다.

별에 관한 생각은 클레어의 생각에 더 공감이 가네요. 그냥 밤하늘에 빛나는, 어쩌면 죽은이의 영혼 같기도 한 그것이면 되는 것이지요. 인공위성이니 항성이 아니니 하면서 따질 필요가 있을까요? 저런 데이트의 순간에 말이죠. ^^;;; 본질이란 것은 어쩌면 그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저런 남자를 설명충이라 한다죠... 도망쳐, 클레어!

ㅎㅎㅎ

별 보러 간다 할때부터.. 예상했습니다.. ㅋㅋㅋㅋ
뽀뽀~~

인공위성이 아닌 확실한 "별"을 보고 싶다면 좀 눈부시긴 해도 해를 보면 되는데.. ^^;


이런 분이 아니셨는데...

입술을 때고 난 후 클레어의 표정은 같이 정수리에 찌릿찌릿 전기오른 거 같은 표정이었겠지요? ㅎㅎ

저 위에 보면 있어요 ㅋㅋ

설마 저얼굴 이었을리가요

그녀가 자신의 에메랄드빛 우주에 별을 담으며 감탄했다.

이 문장, 너무 좋아요!

bang.jpg

저도 좋아하는 대목인데,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입을 맞추고.”

크으.... 타이밍..... (요즘 말로 오진다(?)고... ㅋㅋ)
클레어 표정이 어땠을까 궁금해하다가 위에 꼬맹이 사진 보고 풉 ㅋㅋㅋㅋ

귀엽죠? :D

밤하늘에 별을 보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랑을 하고 오솔길을 걷고 그게 별의 본질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고 싶습니다
토요일 30도 넘는 폭염이네요 건강하게 주말 잘 보내세요♡

코페르니쿠스는 사랑을 모르는 남자였음이 분명하다. 사랑을 했더라면 그는 분명 느꼈을 것이다. 우주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음을, 이때의 나처럼 분명 느꼈으리라.

이 표현 정말 좋네요.. bb

그런데 왜 클레어의 표정은 진지한건가요.. ㅠㅠ

좋은 소설이네요 저는 시를 쓰고있습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뵙지요.

[뒷담] 감상&잡담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잭이 이런 표정을 짓는 일이 없기를..

이 잭은 곤란한데요. 장르를 바꿔야 하니...

잭의 아픔을 치유하는 건 결국 지미가 아닌 클레어일 수도 있겠군요...

이렇게 귀여운 반려견 하나면 충분할지도...

그리피스에 대해 포스팅해주셨네요. 좋은 하루되시길 ㅎㅎ

그리피스는 과거 얘기고 본문의 배경은 과학 아카데미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ㅎㅎㅎㅎ정성글에는 추천입니다. 그리피스를 제가 좋아합니당 ㅎㅎㅎ

김작가님 잘 보았어요.

한 가지 살짝 제안^^

인터넷 연재를 따라가려면
정주행을 해야하는 데
한번 시도해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매 꼭지마다
그 앞 부분에 한 문단 정도 요약 내지 줄거리를 살짝 얹어주시면 어떨까요?

이전 흐름을 알면 꼭 정주행 안 해도
그 편만 읽고 이해가 될 거 같거든요.

예전에 생각해 본 건데 이 작품과는 맞지 않을 것 같더군요. 줄거리의 흐름보단 주인공의 상념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또 단지 이전 회뿐 아니라 1회에서부터 깔아 오는 복선들이 있어서 전체를 다 보지 않으면 뒤에 이해 못할 부분이 반드시 나옵니다.
한 챕터가 끝나거나 주말에는 사진 포스팅을 올리는데 그때 조금씩 달리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매회 분량이 그리 길지 않아서 드라마 정주행하는 것보단 짧게 걸릴 겁니다 :D

정말 경아님의 말씀처럼, 후에 책으로 엮어내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여지는 남겨 놓고 있습니다.

배고파요 ㅠ 엄마가 냉면 해준다는데
엄마 냉면 맛없는데.. 아
(편하게 놀다 가시라기에..ㅎㅎ;)

그 냉면 저 주세요ㅋㅋㅋ

진지한 표정... 뒤가 궁금하지만 내일 쓰시겠죠? ^^
인공위성은 잘 안보이지 않을까요? 오히려 샛별이 더 잘보인다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위에 호돌박님 댓글에도 달았듯이 인공위성은 조건이 맞아야 잘 보인다고 하죠. 그런데 세간에는 잘 보이는 건 인공위성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도 많더군요. 본문의 두 사람처럼요.

네... 그렇죠. 그렇게 알고 계신분들이 많더라구요 ^^ 감사합니다.

김작가님 소설을 어제부터 야금야금 읽기로 계획하였습니다. 님의 민낯(진면목)을 살피려면 주종목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제가 사실 작가님의 소설 읽기는 버거웠거든요. 너무나 많이 쌓여있어서요. 감금증후군이란 표현이 확 와닿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진도 빼겠습니다.

ps. 키스로써 정수리까지 짜릿한 전기를 느낀 그 주인공은 탄트라 수행의 근기가 있나봅니다. 개부럼~. ㅋㅋ(저는 하부에 찌릿함만! 본능충실 피터)

오옷... 감사합니다. 첫키스에서 정수리에 전기 오르는 건 흔한 일 아닌가요?

우와앙!

피터 세번 죽임!!!!!!!!!!!!!!!!!!!

흔한 일이 아닌가요...

이제 진도 다뺐습니다. 한편 남았네요. 오늘 불금이라서 그런지 술술 읽혔습니다. 김작가님은 고급지게 유머도 있으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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