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별을 본다. 외롭지 않으려고. / 030

in #kr-pen3 years ago

별을본다_02.jpg
ⓒzzoya





  거울처럼 고요한 타호 호수 위로 쏟아질 듯한 별들을 보며 아버지는 이렇게 물었다.
  “우주는 왜 끝없이 넓을까?”
  쌍둥이 중 하나가 대답했다.
  “별이 엄청나게 많아서요.”
  아버지는 따스한 눈길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또 물었다.
  “그럼 별은 왜 한없이 많을까?”
  쌍둥이들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모닥불에 환하게 빛나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러자 아버지는 더없이 인자한, 그러나 어딘가 공허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야.”

  오래도록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 슬픈 잔상으로만 남은 간밤의 꿈이었다는 걸 나는 문득 깨달았다. 밤마다 도시를 침잠시키는 안개처럼 내게 사무친 정체 모를 감정이 고독이라는 사실 또한 깨닫고 말았다. 센터로 가는 길에서였다.

  마침내 그녀를 만났고 전도유망한 첫 데이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추락 중이었다.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금빛 찬란한 도시의 풍경이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었지 이미 우울한 상태였다. 그녀를 잃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과 두려움이 창밖 풍경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반작용으로 몸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전에는 다소 귀찮게 느꼈던 흥청망청한 파티의 소란스러움, 사람들의 웃음과 현란한 음악이 뒤섞인 왁자지껄한 열기를 혈관에 채우고 싶어졌다. 술이든 약이든 아니면 둘 다든 그 쾌락에 중추신경을 기분 좋게 달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날 밤으로부터 나흘 만이었다.

  “해가 서쪽에서 떴나?”
  지미가 사무실 창밖을 보며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내가 제시간에 나타난 걸 두고 한 말이었다.
  “닥쳐.”
  “클레어 때문이지?”
  “신경 꺼.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 순간 당황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비친 나는 본심을 들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에 불과했다.
  “데려가서 마음껏 다뤄요. 이 녀석은 악마의 볼모니까.”
  지미가 예의 그 매력적인 미소를 발산하며 말했다. 그 얼굴에서 언뜻 복잡미묘한 감정이 읽혔다. 그건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장이었다. 사무실을 나서는 그녀를 좇는 지미의 눈빛에 얹힌 씁쓸함이 모든 걸 말해 줬다. 분명 녀석도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것이다.

  “악마의 볼모라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녀가 물었다.
  “몰랐어요? 저 녀석의 정체는 메피스토예요. 아니면 닥터 프랑켄슈타인이거나, 어쩌면 닥터 모로일지도.”
  내 친절한 설명에도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부르는 건데요?”
  순간 나는 그녀 또한 지미와 같은 분야에 종사하고 있음을 깨닫고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학계 전반을 공격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이건 순전히 지미와 나 사이의 문제니까.”
검사실 앞까지 걸어가는 동안 우리의 대화는 끊겼다. 나는 그 상황이 불편했다. 분명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리라. 어쩌면 동경의 대상인 지미를 그런 취급하는 게 그녀를 불쾌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검사실 문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뜻밖의 말을 꺼내 나를 놀라게 했다.
  “왜 전화 안 했어요?”

  머릿속에 번쩍하고 전구가 켜졌다. 여자의 마음이란! 나는 바보처럼 그녀를 의심한 걸 마음속으로 백배사죄하며 더듬거렸다.
  “그게…… 알다시피 전화가 없어서요.”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깨어나면 축축하게 젖은 침대보 위에서 심한 갈증과 두통을 느꼈다. 자는 동안 머릿속에 펼쳐졌던 환영은 늘 그렇듯 의미를 연결할 수 없는 잔상만 남겼다. 그중 분명한 건 수지 큐의 해골 큐피드가 나를 괴롭혔다는 사실이다. 꿈속에서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수지 큐에 대해 죄책감이 있는 걸까? 그래도 차라리 죄책감이 나으리라. 남은 게 미련이라면 나는 지금 사건의 지평선 위를 달리고 있을 테니. 그런 복잡한 감정으로 그녀를 만날 수는 없었다. 그녀의 강렬한 빛이 음습하게 스민 기운을 바싹 날려 버리고, 그 강한 인력으로 끝 모를 심연으로 추락하는 나를 건져내리라는 건 자명했다. 그건 운명처럼 정해진 일이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나는 최상의 상태에서 그녀를 만나야 했다. 내가 가진 잠재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정점만이 ‘그녀와 마주하는 나’가 되어야 했다.

  “잭.”
  그녀는 놀랍다는 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
  “당신이 구식을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뒤를 쉽게 잇지 못하던 그녀는 책망으로 말을 마쳤다.
  “그럼 전보라도 보냈어야죠.”

  그게 나를 기분 좋게 했다. 봄날의 햇볕을 쬐는 죄수처럼 들떠서 모든 검사를 일사천리로 받았다. 마지막으로 MRI 기계 안에 누워 있을 때 스피커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언제가 좋아요?”
  “뭐가요?”
  “과학 아카데미요.”
  “데이트에서까지 직업적 소양을 연결하는 건 좋은 자세죠.”
  “계획이 마음에 안 드는 거군요.”

  그녀는 다소 풀죽은 소리로 반응했다.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거기는커녕 골든 게이트 공원조차 가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그곳에서의 데이트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수지 큐와 나는 그런 취미가 없었다. 수지 큐는 유행과 유명세에 민감해서 공원에서의 한가한 산책이나 박물관 따위는 노인네들이나 할 법한 일이라고 일찌감치 단정 지었고, 나 역시 오랫동안 쓰지 못한 몸을 좀 더 활동적인 활동에 투자하고 싶었기에 굳이 그곳에 발을 딛지 않아도 전혀 유감스러울 게 없었던 것이다.

  “거기 천문관이 유명하잖아요.”
  그녀는 내가 미끼를 물 때까지 끈질기게 낚싯줄을 드리웠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맞장구를 쳤다.
  “모리슨 천문관 말이군요.”
  너무 버티다가 그녀의 인내심이 뚝 끊어지기라도 하면 두 번째 데이트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맞아요. 역시 알고 있네요.”
  그녀는 반색하며 마침내 잡은 기회를 헛되이 날리지 않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천문관은 밤에 가야 제맛이잖아요. 그렇죠?”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백하게 이해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다는 점에 감사하며 나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바로 그걸 위해 밤이 있는 거죠. 그래서 언제 쉰다구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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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끽연실] 트위터

Latch (feat. Sam Smith) by Disclosure

이상하게 자꾸 마주치게 되는 사람처럼 요즘 자꾸 보게 되는 문구가 있네요. 누군가한테 개드립성 댓글로 달았던 문구인데 아무 생각 없이 보던 옛날 단막극에서 나오고, 누군가의 문자에서 또 나오고. 이 글에서도 별이 나오니까 또 생각나네요. "우린 모두 진흙탕 속에 있지만, 우리 중 일부는 별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런 애들이 꼭 쓸데없는 짓한다고 뒤통수를 맞더라구요...

ㅇㅈ하신답니다...
oscarwilde.png

아하~~~ 제 심정을 대변하는 글입니다!

언젠가 감성을 자극해놓고 와장창 깨는 포스팅 (feat. 오스카 와일드)를 해봐야겠어요.

잭은 진짜 귀엽다. 아주 그냥 볼을 마구 꼬집어 주고 싶다. 특히 '닥쳐'라고 할 때 제일로 최고로 귀엽다. 후.

새미가 부른 모든 노래들 중 이 노래가 제일로 최고로 좋다. 어후.

“그럼 전보라도 보냈어야죠.”

이 말이 왜 이렇게 귀엽죠-
근데 예전 글에서는 잭이 선수처럼 보이더니 29편이랑 이번 편에서는 왜 이리 한 템포씩 놓치는지... 애정이 생길수록 조급해지나 봐요.

저도 그 말에서 훗 하고 웃어버렸네요. ^^

10화에 표지가 바뀌더니 20화만에 다시 표지가 바뀌었군요. 드디어 소설의 제목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기도 하구요. ㅎㅎ 며칠 밀렸더니 따라잡기가 ㅠㅠ.. 부지런히 최신화까지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그녀는 내가 미끼를 물 때까지 끈질기게 낚싯줄을 드리웠다.

이렇게 적극적인 스타일 매우 좋습니다. ㅎㅎㅎ

[홀] 감상&잡담

그럼 전보라도 보냈어야죠?

클레어 좀 깨는데요?ㅋ
뭐 이런 구식 멘트를 ㅋㅋ

제목과 관련된 말을 아버지가 하셨군요..

밤에 가야 제맛이라는 말을 이해 못하는 성인입니다. 무슨 뜻이죠? ㅋㅋㅋㅋㅋ 설마 별이야기는 아닌거죠?

당연히 야간 할인 얘기죠. 그 외에 뭐가 있죠?

ㅎㅎㅎㅎ정답 야할

술이요. ㅋㅋㅋ 하긴 낮술도 있군요.

밤에 가면 사람이 적어서 주차가 쉬운?

ㅋㅋㅋ 현실적

오히려 야간할증 해야하는 건 아닌가요^^

음큼....한.... 소녀시대 제시카님....
그럼 밤에 별이 뜨지... 낮에 별이 뜨남...

아.. 낮에 별 보려면 제시카님에게 원펀치 쓰리 강냉이 털리면 별볼수 있겠다...

(제사카) : 슉~ 슉~ 이건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냐~~!!

ㅋㅋㅋㅋㅋ

낮에 보는 별맛은 무슨 맛일까요? 요즘은 무에타이 날아올라 팔꿈치 내려찍기가 재밌더라구요 ㅋ

당연 천문관이든 천문대든 밤에 가야 별이든 달이든 볼 거 아닙니까...
건전한 연애를 두고 다들 이상한....ㅋ

에잉~ 거짓말! ㅋ

뭐 천문대에서 별과 달만 보라는 법은 없죠........

그죠. 별도 따다줘야 하고 계수나무잎도 따다줘야하고 ㅎㅎㅎ

헐,, 제가 여자라면 전혀 반갑지 않을 선물들.......

저도 이해를 못하겠습ㄴ ㅣ 다!!!!!!!!!!!!!

수지큐를 떠올리는군요. 흑흑 저는 왜 자꾸 그녀를 생각하는걸끼요? 두 사람의 애정전선이 파란불일때마다 수지큐는 지금 어디서 무슨 생각으로 상념에 잠겨 있을까 생각합니다. 김작가님, 수지큐 이야기도 써주세요

밤에 가야 별도 보고 님도 보고 ㅎㅎㅎ 좋네요 좋아

별들이 많아도 외로운 별은 있기 마련이죠. T^T

대부분의 항성은 짝별이 있다고 하더군요. 태양도 공전 궤도가 엄청나게 큰 네메시스라는 쌍성이 있을 거란 가설도 있죠. 모두가 쌍성인데 홀로 있는 항성은 정말 외롭겠네요.

이제야 읽었습니다! 겉표지가 또 바뀌었군요. 전 저번에 바뀐 거 말씀하시는 줄.. ㅎㅎㅎ
뭔가 자꾸 분위기가 음산해지는 게.. 혹시 밤에 별 보러 가다가 사고가 재현되는 건 아니겠죠? 부디 별이 많이 뜬 맑은 밤이길..

뭔가 잭이 계속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
수지큐도 보고 싶고..
그냥 맘이 뭉클하네요

이... 데이트 반대~!!!!

나도 이 만남 반댈세!!

지미 이 녀석..으흐흐!

잭이 그 밤에 별을 보다 수지 큐를 떠올릴까 무섭네요...아, 다음 편 보기가 두려워요!ㅎㅎㅎ

문득 어떤 영화 카피가 떠오르는군요. "통하였느냐."ㅋㅋ

서.. 선생님!

외롭지 않을려고 별들은 모여 있네요.
아이들 때문에 이사간 빌라는 약간 도시에서 벗어났어요.
그곳은 하늘에 별이 잘보여요 밤에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기전 하늘에 별을봐요
어떤땐 큰별도 있고 별이 많이 떠 있는날도 있어요 별을 볼때마다 작가님의 별을 본다
를 생각해요 그리고 오늘은 별이 많이떴네 오늘은 큰별이 있네 하면서 들어가요 ^^

늘 감사합니다. 저도 요즘 별 보는 날이 많은데 그때마다 제 소설을 봐 주시는 분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

데이트에서까지 직업적 소양을 연결하는 건 좋은 자세죠.

아... 이 꼰 말투가 좋네요. 약간의 반전이 있는... 하하.
그나저나 천문관 데이트 하니까 라라랜드가 떠오르는데요.
대학 때 아는 형이 천문관측 동아리에 들어오라고 꼬시던 게 생각나는 군요. 별이 이쁘다, 우주가 어떻다가 아니라 여자 꼬시기 좋다라고 말하더군요!

후훗... 라라랜드보다 제가 몇 년 더 빨리 썼다죠😎

대단합니다! ^^

그녀는 제 취향입니다~ 직구를 던지고 확실한 성격!!

좀.. 뜬금없지만 메피스토를 보니 디아블로2가 생각나군요..😎

재밌네요, 천문대는 밤에 가야 제 맛이잖아요. ㅎㅎ

우와 소설 연재시네요!!

연재한 지 제법 오래됐습니다 :)

군시절 전방근무할때 야간용 고글쓰고 별을 바라보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네요. 별이 쏟아진다는 말을 실감했었죠.^^ 그 정도 별이면 외로움따위는...ㅋㅋ

드디에 별 보러 가는 건가요?.
제가 몇번 별을 보러 가보니 누구와 함께 가는 것과 관계 없이 분위기와 느낌에 취해 약간 외롭고 인간의 나약함이 느껴지더군요.

이제 드디어 별인가요? 어떤 별을 좋아하게 될지? 어떤 대화로 이 둘이 가까워질지,,,너무 궁금하네요. 항상 감사해요.

이렇게 찾아 주시니 제가 감사하죠. 오늘 공기는 나쁘지만 밤엔 별이 좀 떴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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