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별을 본다. 외롭지 않으려고. / 018

in #kr-pen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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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the writer










   그날 낮에는 각종 여가 활동이, 밤에는 퀴즈 게임과 마무리 행사 일정이 잡혀 있었다. 수지 큐는 다른 여자들과 쇼핑하러 간다고 해서 나는 전날 그랬듯 해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이미 익숙해진 바람과 파도와 풍경은 내게 큰 감흥을 주진 못했으나 긴장을 완화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지미를 좋아한 수지 큐, 수지 큐를 거부한 지미, 나와 사귀는 수지 큐, 수지 큐와 사귀는 나……. 나는 그녀를 사랑하나? 어차피 사랑은 호르몬 작용에 불과한데 이런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 번뇌에 사로잡힌 채 어느덧 다리에 이르렀다. 수평선을 향해 바다 위로 뻗은, 다소 엉성해 보이는 높다란 다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나는 아래서 다리를 올려다보았다. 난간에 기대 셀피를 찍는 사람들, 다리 끝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하는 사람들, 거기서 나오는 사람들……. 그러다 한 여자의 상이 내 수정체를 관통했다. 수많은 사람 틈에서 그녀는 초신성처럼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를 내 앞에 드러냈다. 그녀는 멀리 한 점에 불과했으나 나는 단숨에 그녀의 인력에 붙잡히고 말았다. 그녀가 내 망막에 맺힌 건 찰나였으나 그 기억이 영원하리라는 걸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그녀가 사람들 사이로 신기루처럼 사라질 때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정신없이 달려 다리 위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그 순간 내 유일한 목적이었던 그녀는 없고 그녀의 부재만이 있었다. 혈관을 타고 맥동하는 현기증을 느끼며 이성을 되찾기 위해 심호흡했다. 왜 나는 그녀를 쫓았을까? 적절한 답을 찾기도 전에 알 수 없는 슬픔이 현기증에 더해졌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사람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한데 뭉쳐 물속에 있는 듯 먹먹하게 들려왔다. 뜨겁게 달궈진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기도를 통해 허파로 들어갈 때마다 지옥의 숨결을 들이마시는 것 같았다. 태양이 쏟아내는 따가운 빛은 무방비 상태의 두 눈을 직격했다. 그렇게 나는 타인의 무관심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내게 다가왔다. 몸을 숙여 나를 살피는 그 모습에 빌어먹을 태양은 빛을 잃었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그 얼굴, 그 목소리……. 태양보다 더 빛나는 그녀.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녀를 알고 있음을. 다시 눈을 뜰 때 그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눈부신 석양을 뒤로 한 채 신기루처럼 어렴풋이 서 있었다. 나를 향해 돌아본다. 그리고…….


   어떻게 된 걸까. 어디에 있는 걸까. 고개를 돌리니 수지 큐와 지미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병실이었다. 몸을 일으키려고 낸 부스럭 소리가 그들의 주의를 끌었다.

   “좀 어때?”

   수지 큐가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곧이어 지미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불분명한 설명을 했다.

   “걱정할 거 없어. 일사병이야.”

   나는 약간 멍한 상태로 뭔가를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꿈은 그게 한때 존재했다는 느낌만 남아 있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무언가는 그렇게 해야 했다는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기억해야만 한다는 기억에 끙끙거릴 수밖에 없었다.

   짧은 여행에서 나는 그곳에 내 전부를 두고 온 것처럼 공허함을 느꼈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다음부터 나는 자주 가벼운 열병에 시달렸다. 그때마다 다리 위의 그녀가 꿈에 나타나곤 했다. 사춘기 소녀의 망상처럼 나는 그녀에 대해 매번 다른 상황을 꿈꿨다. 그러나 매번 꿈에서 깰 때마다 그런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알고만 있을 뿐 내용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머지않아 내 삶은 결핍으로 가득 찼다. 뭔가가 되려는 욕망은 뿌리까지 시들해졌다. 수지 큐를 향한 열정도 식어 버렸다. 삶의 무의미함이 감금되어 있을 때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나는 누가 보더라도 알맹이가 빠져나간 사람이 되어 갔다. 내 하루하루는 살아가는 게 아닌 살아지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계속













공지


  • 여러분의 협조로 댓글 살롱을 순조롭게 오픈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처음 오신 분은 17회 꼬릿말을 참고 바랍니다)

  • 그럴 일을 없을 것 같지만 댓글이 길어지는 경우를 대비해 오늘부터 별도의 공간을 하나 더 두겠습니다. 알아서 편하게 잘 이용해 주시면 됩니다.

  • 또 별도로 끽연실을 하나 엽니다. 이곳은 트위터처럼 제가 뻘글을 남기는 용도로 쓸 겁니다.

  • 오늘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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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 감상&잡담은 이곳에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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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가 3층에 있구먼 한 칸 위로 올려볼까.

1빠입니다. 잭 쪼잔한 놈 같으니라고, 그 얘기 들었다고 꽁~ 해가지고, 수지큐한테 물어보등가

계속되는 데자뷰와 환상(?) 속의 그녀가 뭔가 연관이 있겠군요. 잭의 허무함을 채워줄 뭔가/누군가가 다음편엔 나타날까요? 아니면 스스로 찾을까요? 근데 스스로 찾기엔 너무 약해진 것 같은 느낌..

뭐지. 잭 수지큐 바이바이 할꺼야?!!!

남자에게 중요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겼으니,
합리적인 헤어짐을 만들기 위한 스스로의 망상 아닐까요?

잭!! 조심해 그건 세이렌이야!!

지미 문제 그런게 본질은 아니고, 결국 이상으로 기능해주는 이상이 필요한데 애초부터 수지 큐를 그렇게 보지는 않았으니...

모든게 시들해지는 주인공을 보니 저도 같이 맥이 빠집니다. 흑흑 수지큐는 여기까진가요? 흑 나뻐요.

다리위의... 그녀?
뭘까요... 혹시...
트루먼쇼같은 그런 전개!?

수지 큐같이 완벽한 여자를 두고 왜 잭은 '다리위의 그녀'를!!!

제가
부러워서
이러는게
아니
.
.
.
.

라고는 말을 할 수 없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근데 솔직히 댓글에 넣으신 그림 되게 센스있고 멋진 것 같은데요?
어데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거져?! 짱이담... 층으로 나타낸 것도 재밌어용

더라이팅님이 루프탑으로 만들어 주셨네요ㅋㅋ 그림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으로 통일했습니다.

분위기 좋군요. 미세 먼지 없는 청정 구역입니다.

다리 위의 그녀를 찾는 여정이 시작되는 건가요ㅎ 수지큐는 결국 두 형제에게 거절 당하는 신세?

이틀 연속 올라와서 너무 좋았는데 오늘은 분량이 왜이렇게 짠거죠 ㅠㅠㅠ...

지미와 슈지큐 생각은 지울수 없을것같네요
그 여인은 누구일까요 ??
잭이 삶에 의미를 잃을까 걱정이에요~~

근 일주일만에 들어와 소설을 읽으니 아직 읽을 게 남았다는 사실이 정말 좋네요 ㅋㅋㅋ .
잭의 '그녀'가 과연 실존하는 인물일지..

흠... 잭은 이기적인거 같아요.... 라면서도 그녀의 실체가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홀] 감상&잡담은 이곳에 남겨 주세요.

역시 홀 체질이랍니다. 물론 구석자리! 댓글살롱에 다과는 준비되어 있나요? ㅋㅋㅋㅋ 어제 살롱 어찌나 재밌던지 이러다 주객이 전도되는건 아니겠지요? ㅍㅋㅋㅋㅋ

그러게요. 김작가님의 글이라는 주제속에서 댓글놀이하며 노는 재미가 상당 하더군요. 쉬시다 답답하시면, 테라스로 나오세요.. 공기가 좋아요.ㅋㅋ

여기가 제일 조용한 곳인가요. 그녀는 누구였을지. 수지큐와는 여기까지인게 나을까요. 사실 사랑은 참 단순한건데 수지큐와의 관계에 늘 복잡미묘한 감정을 갖는 걸 보면...

김작가님 심리묘사 압권입니다~
실제 다리위에서 주인공보는 느낌입니다
수지큐는 미스테리한 여인이네요 ㅎㅎ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과연 사랑이 호르몬에 불과한걸까 생각해봅니다
사랑이 호르몬에 불과하다면
호르몬약을 먹으면? 에로스 큐피트화살이 다 약?
이런 또 쓸데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모든걸
다 내어줄 수 있는 ㆍㆍ

그녀가 내 망막에 맺힌 건 찰나였으나 그 기억이 영원하리라는 걸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표현이 죽입니다용....!!!

홀 분위기는 차분하군요. 좋습니다.

흠 의문의 여인이 누구일까요 과연. 사고 직후 의식이 불문명할때 찾아오던 손님이거나 간호사일까...

소설 속에서 우리가 풀어야할 수수께끼가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고 있네요.
잭과 지미의 관계도 풀어야 하고, 수지큐와 지미의 관계도 풀어야 하고, 이제 의문의 여인이 또 등장했으니..
점점 흥미로워집니다.

아주 몸을 감싸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커피 홀짝이며 글을 읽고 싶은 느낌의 홀이 좋죠.

변화가 찾아오려나 보군요. 아니 변화라기 보다 성장이라고 해야 할껀가 싶은...

이번편 너무 좋습니다 ㅜㅜ 왜일까요. 왜죠.

분량이 짧아서죠.

앗! 아아.....아, 아니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라구요. 혼자 이것저것 신경쓴다고 못훔쳐가고 있습니다.

딱 걸렸죠?

참나 ㅋㅋㅋㅋ 본인 글이 좋다는데 왜 이러는지... 이상한 사람이네...

[끽연실]

Gentlemen with Golf Club.jpg

-이 골프채 좀 빌려도 되나? 요즘 스팀 형제가 말을 안 들어서 말이지.
-내 생각엔 비트부터 손을 좀 봐 줘야 돼. 이 구역의 미친 놈이거든...

담배 하나 피워 물어야 할 것 같은 곳이네요 ㅎㅎ 너무 재미있네요 ㅎㅎㅎㅎ

전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끽연실을. ㅎㅎㅎ

서비스가 좋네요.
페브리즈도 하나 놔주세요.

잭 : 골프채로 맞아봤어??
지미 : 오늘 너 좀 맞고 시작하자..

용도와는 다르지만, 테라스 홀 보다는 여기가 좋을 듯 하네요.
앞으로 금문교위에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끽연실 ㅋㅋㅋ 다양하고 잼있게 풍성합니다 ㅋㅋㅋ

난 끽연가니까.. 잭에게 무척 슬픈사연이 있을 거 같은 예감..

저도 사람들 붐비는 곳을 좀 좋아하지 않아서 여기서 있겠습니다. 언제나 편안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작가님 같은 분들이 계시니 스팀잇 생태계가 더욱 풍요로워지네요. 감사드립니다.

어젯밤 손바닥을 모기가 문 거 같아서 물파스를 발랐는데 다행히 가라앉았었습니다. 근데 아침에 일어나니 다시 부어올랐네요? 대상포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아침마다 잠이 덜 깬다 싶었는데 피로감이었나 봅니다. 오늘은 확실히 피로가 확실히 느껴지네요. 장 보러 가야 하는데...

음.. 저도 역시 이곳이 마음에 드는군요 ㅋ
그나저나 대상포진이 의심되신다면... 장보러 가실 것이 아니라 빨리 병원에 가셔야 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ㅠㅠ
만일 대상포진이시라면... 스트레스....... 뭔가 제가 걸려야 하는데 왜 김작가님이 흑흑 아아 말도 안돼요!!! ㅠㅠㅠㅠㅠ 찔리는데가 있고 걱정되서 잠을 못잘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 ㅠㅠㅠ

일 년에 한두 번씩 이러다 말더라구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아무튼 예의주시하시고 좀 퍼진다 싶으면 빨리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ㅠㅠ

헉 김작가님 주기적이시라면 그게 더...
언제 한번 피로감좀 가시면 병원에 상담이라도 받아보셔요 발진은 사진 찍어두시구요.
프랑스는 병원비가 어케 되려나요.........미국만큼만 나오지 않길.
대상포진 무섭습니다. 조심하세요.

다행히 프랑스는 기초 의료보험 제도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근데 일 년에 한두 번이면 괜찮지 않나요? 누구나 겪는 거 아닌가요ㅋㅋ

끽연실이니깐 끽끽 웃으면 되는거지요? 끽끾끽끽 .. 타자치기 힘든 단어였네요.

비트, 스팀형제도 손봐야하지만 리플좀 어떻게 해주세요 ㅠㅠ... 사람살려

결국 점심 먹기 전에 장을 보고 왔습니다. 점심 먹고 생강차 끓여 마시고 누워 있었더니 손바닥에 난 수포는 가라앉았네요. 모두 건강 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잠시 테라스에서 햇빛 좀 쬐다 오겠습니다.

금연한지 오래 됐지만 가끔 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살짝 냄새만 맡고 갈게요.
그 여인 담배 연기처럼 사라지는 건 아니겠죠?

ㅋㅋㅋ 담배는 안 피지만 왠지 들어와보고 싶던 곳이에요. 여기서라도 한 번. 후훗
김작가님의 소설도 좋지만 댓글 살롱 너무 좋은데요? ;)
사랑방이 되어가는 기분이에요.

그에 반해 오늘 소설은 뭔가... 좌절의 감정이 꽉 차 있네요.
잭 마음 속의 그 결핍과 허무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김작가님 이런 댓글 시도 참신하고 좋아요 ! 스팀잇에 지난주 너무 오래 못들어오고, 들어오더라도 피드 제일 위에 뜨는 최신 글 한 두개만 봐서 김작가님 글을 이렇게 많이 놓쳤었네요 ㅠㅠ

[사무실] 제보는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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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스팀스달 안 샀더라?
-응.
-그래서 떨어졌잖아...

사세 확장 축하드라고요.센스쟁이시네요.

늘 느끼는 거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간결하고 멋진 문장으로 고쳐주시네요. 엄지 척!
오늘도 저는 흔적을 싹싹.. :)

사무실을 연 보람이 있군요. 말씀하신 게 맞습니다. '오픈'과 '할'자가 떨어져 있던 것으로 보아 분명 뭔가 고치려고 했던 거 같은데 저리 되었네요ㅋㅋ

노고와 배려에 언제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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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숨결
타인과의 무관심과 싸우는...
사람사는 세상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스팀잇 분위기도요ㅎㅎ

신기루처럼 다가온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요? 또 새로운 궁금증과 함께 상황이 반전되는군요. ㅎ

그녀가 내 망막에 맺힌 건 찰나였으나 그 기억이 영원하리라는 걸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 좋아요...좋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