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별을 본다. 외롭지 않으려고. / 031
ⓒzzoya
우리는 돌아오는 토요일에 보기로 했다. 검사를 마치고 지미로부터 이러쿵저러쿵 잘난 척 떠드는 소리를 듣고 난 다음 나는 그녀와 함께 일반 병동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느 병실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환자복을 입은 여자와 평범한 인상의 남자가 우리를 맞았다. 여자의 품에는 활달하게 꼼지락거리는 아기가 안겨 있었다. 그녀가 나를 소개하자 남자는 악수도 생략한 채 그 즉시 나를 뜨겁게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당신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심지어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남자는 진심을 토해냈다. 누군가로부터 그런 감사를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상당히 멋쩍은 마음에 멋쩍은 웃음을 짓는 게 고작이었다. 내 뜨뜻미지근한 반응과 달리 남자는 다시 한 번 내 어깨와 손을 뜨겁게 잡았다. 그 손의 감촉에서 생경함을 넘어선 무언가가 느껴졌다. 남자의 공무원 같은 인상은 심지어 익숙하기까지 했다. 평범하고 선량한 얼굴과 달리 직업은 예상 밖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경찰이라든가…….
“터너입니다. 빌이라고 불러 주세요. 이쪽은 제 아내 몰리 그리고 딸 준입니다.”
남자가 내 상념을 깨뜨리며 자신의 단란한 가족을 소개했다.
“안녕, 준?”
나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작은 손을 잡고 악수했다. 아기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내 손으로 구한 생명과 마주하니 감회가 달랐다.
“당신을 찾으려고 한동안 혈안이 됐었습니다. 이제야 그 주인공을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겠군요.”
“음, 글쎄요. 저는 익명으로 남고 싶은데요. 주목받는 건 체질에 맞지 않아서요.”
“그러시군요.”
남자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감명을 받은 눈치였다. 몇 마디 덕담이 오간 후에 남자가 명함을 내밀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면 언제든 연락하십시오. 꼭입니다.”
명함에는 샌프란시스코 센트럴 경찰서라는 직장과 형사라는 직함이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나는 놀라지 않았다.
“가급적 그런 일은 없는 게 좋겠지만요.”
남자가 웃으며 덧붙였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뿌듯함으로 충만해진 가슴을 내밀고 병실을 나섰다.
“너무 우쭐해 하는 거 아니에요?”
그녀가 놀리듯 말했다.
“그런 게 아니에요. 빌이 형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그렇지 뭐예요?”
남자의 명함을 들고 호들갑을 떨 때 문득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와 나는 동시에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몇 발치 떨어진 곳에 수지 큐가 서 있었다.
“그럼 잘 가요, 잭.”
“그래요.”
그녀는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던 퓨마와 마주친 사슴처럼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을 수지 큐가 차가운 눈동자로 좇았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가만히 서서 처분을 기다렸다. 우연히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불편함을 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게 실감 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살아있는 자들의 이별이라는 건 언제나 당사자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한다는 데서 권장할 만한 짓이 못 된다.
“사이가 좋아 보이네.”
수지 큐가 눈빛만큼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얼마 전에 사고가 있었는데…… 거기서 우리가 사람들을 좀 도왔어. 그들이 여기 입원해 있어서 보러 온 거야.”
나는 미처 의식하기도 전에 변명 투로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 점을 정확하게 간파한 수지 큐가 나를 더 궁지로 몰아넣었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 뭘 그래? 클레어 맞지? 착해 보이던데. 실제로도 그런 거 같고. 누구라도 좋아할 타입이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어떤 대꾸도 끓는 물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침묵 역시 그에 못지 않은 효과가 있다는 것도. 다행히 수지 큐가 성숙한 어른의 태도를 십분 발휘해 준 덕분에 그 이상의 비꼼은 듣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우리 사진 다 내렸어. 모를 거 같아서 말해 주는 거야.”
“맞아, 몰랐어. 고마워.”
“이게 너한테는 고마운 일이 됐구나.”
그 말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함께 했던 시간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새롭게 다가오는 누군가에게는 그런 기록이 유쾌하지만은 않을 게 분명하기에 가능하면 필요한 조치였다. 그런 일을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해 준 수지 큐에게 백번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하지만 말은 그런 마음과는 정반대로 기색을 탈바꿈해서 뛰쳐나왔다.
“언젠가는 너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걸.”
격한 반응이 돌아오리라는 예상을 깨고 수지 큐가 보인 건 서글픈 눈빛이었다. 무슨 생각 끝에 무슨 결론을 내렸는지 수지 큐는 작게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잘해 봐. 너무 자신하지 않는 게 좋을걸.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날이 선 투는 아니었다. 그저 사실을 말하듯 담담했다. 적당한 대꾸를 찾기도 전에 수지 큐는 나로부터 멀어져 갔다. 내가 우물쭈물하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계속
[홀] 감상&잡담
Ferrari by Bebe Rexha
수지 큐의 쿨한 마음도 훌륭하지만 한편으로 깊은 연민이 느껴집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녀의 눈빛과 말투에서 전해집니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친절함
우리시대의 영원하고 소중한 가치입니다
뜨거운 치유과정이 기대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되세요 김작가 님
동의합니다, 쌤. 남은 밤 잘 보내시고 내일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너무 쓸쓸하게 읽히네요.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데 누군가는 정의이고 누군가는 악이라 딱 정할 수 있을까요? 잭을 응원하면서도 수지 큐가 안쓰럽고 그렇군요. 잭이 구한 아이의 아버지가 형사라 함은 곧 그의 직업이 필요한 일이 생기겠단 말일까요? 안 그랬으면 좋겠군요.
떠날 준비가 안되었던 슈지큐 이제는 떠날준비가 된것같아요
형사는 괜히 나온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잭 에게 아무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고생만 많이해서...
수지 큐 이제 마음 떠났네요.
she's gone...
결국 잭은 외로운 사람이려나요. 오늘따라 제목이 더 쓸쓸하게 다가오네요. 형사 등장이면! 두둔~ 곧 무언가 사건이 벌어지겠군요!
서로 사랑하는 순간이 아니면 인간은 언제나 외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잭이 외롭지 않길 바라봅니다😢
긴장되는 순간?!
대세는 클레어..이제 어쩔 수 없네요
수지 큐가 쿨하군요. 깔끔한 정리...좋죠.
전 수지큐가 더 좋은데 말입니다 ㅠㅠ
형..사...등장!
두둥!
정산차려! 잭!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거라고!
ㅋ 웬지 수지큐가 더 어울린다고 느껴지네요.. 어른 스럽고~
수지 큐. 성인이죠.
아... 오늘도 저는 수지큐의 서글픈 눈빛에 마음이 저릿할 뿐이고....
이 말을 뱉으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나저나 형사가 나타났으니... 새로운 급물살 전개?! +ㅁ+
언제나 수지 큐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들의 질투심이란....
아이를 구한 것 하나로 클레어도 만나고, 형사도 만나고, 어슬렁거리는 퓨마도 만나고. 뭔가 꽁냥꽁냥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는군요.
...두둥!
전 사실 잭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밉기도 해요 으헝..수지 큐의 입장에 이입이 된걸까요..? 하지만, 어쩔수없는건 정말 어쩔수없는거..! 사랑은 억지로 만들어지는게 아니니깐요..
그렇긴 한데 저도 잭이 미운 건 어쩔 수 없네요. 독자분들은 다 같은 심정 아닐까 싶습니다.
아아.. 죄많은 남자.. 잭이여.. ㅜㅜ
확실히 슈지큐 멋집니다.
뭐 약간은 날카롭게 굴었지만, 그정도야 애교죠..ㅋ
퓨마가 즉결처분을 하지 않은 게 다행이네요...퓨마가...
수지 큐=퓨마는 잭의 주장일 뿐... 우리는 그 말에 현혹되면 안 됩니다.
헤어진 연인이 이렇게 자주 마주치는 건 상상만해도 힘들어요.... 둘한테 얼마나 씁쓸할지..
수지큐 진짜 멋지네요. 쿨하게 정리를 한것과 별개로 잭을 생각해주는 것 같아요. 슬프기도 하구요 ... 수지큐 참 멋진 여잔데 ...
오랜만에 오니 읽을 이야기가 많아서 좋네요.
잭은 여전히 우유부단한 느낌이네요 ㅠㅠ
참 마주하기 힘든 상황이네요... ^^
도망가는 게 상책일지도요.
ㅋㅋ 그렇네요
[끽연실] 트위터
드디어 허니버터칩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게 요즘 그렇게 핫하다죠? 맛있네요. 인정합니다.
혹시 이 신제품 드신건가요?
체리블라썽
이건 또 뭔가요. 그새 신제품이 나왔나요?
저는 이거 먹었는데...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오리지널을 훨씬 좋아합니다.
이거 처음 본 건데 사먹어야 겠습니다.
먹어본거 같은데 맛이 기억안나는거보면.. 오리지날이 더 맛난거 같아요
형사도 출현했으니.. 이제 사건만 일어나면 장르가 바뀔까요,..?
그리고 뜬금없지만 수지큐가 스팀잇을 했다면.. 이곳에 사진을 올렸다면...!
-_-)y~oO .. 소설속에 소설을 써봤습니다.
영구 박제라...
영 구 박 제
그나저나 @zzoya님 일러스트 참 좋아요, 이건 레이크 타호인가봐요?
매의 눈을 가지셨군요. 플필에서 알아봤습니다.
^^V
아 ㅅㅂ 꿈
잘 읽었어요.
다음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좋은글 많이 부탁드려요
이제는 마음이 멀어진 것을 눈치챈 냉담함이 느껴지는군요.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남자에 비해 여자의 태세 전환은 더 확실하고 차가운 것 같습니다.
서글픈 수지큐의 눈빛... 매몰차게 이야기 하며 바라는 것은 같은 류의 냉정함이 아니라는 거슬... 남자들은 왜 모르나요ㅜ
수지 큐가 짠해서 ㅠ.ㅠ
아버지가 했던 말이군요
별이 많은 건 외롭지 않기 위해서라고
그 때의 아버지 심리가 상상이 돼요
어쩐지
저도요... 괜히 맘이 짠해 지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