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살롱] HAMsteemCreated with Sketch.

in AVLE 문화 예술 음악2 years ago (edited)


이 노래도 참 오랜만에 듣는다. 막 알려지기 시작했던 유호정의 CF 배경 음악이었다. 아주 인상적인 여배우의 로맨틱한 커피 광고에 감수성 많은 수컷 마음을 프랑스틱 고급진 사운드가 흔들어서 단박에 무슨 노래인감? 당장 CD사서 매일 들었다. 유호정은 정말 나의 이상형이었다. 이재룡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것이다. 시바! 93년도이니까 대학 3학년때다. 공돌이라 전공과정에 들어갔으니 공부하느라 뺑이치고 있어서 잘 놀지도 못했다. 2학년때까지는 그래도 군대가지 않은 동기들이 꽤 되어서 자체 휴강도 내고 설렁설렁 공부해도 부담이 되지 않았다. 왜냐면 1학년때 놀던 가닥으로 다들 노니까 2학년이 되어도 그 관성을 버리기 어려우니 대세를 따라서 슬렁슬렁 놀아도 그렇게 긴장되지 않았다. 그런데 3학년 첫 개강이 되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칙칙한 복학 선배들이 대부분이어서 신학기부터 한참 어두웠고 복학 선배들은 군대 갔다 왔으니 정신차리고 공부하려는 학구열이 뿜뿜해서 추운 봄날의 서늘한 분위기가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고3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앞날이 두려운 그런 갑갑한 분위기의 그런 긴장감이 느껴졌다. 공대 3학년부터는 대개 학부과정이 빡빡하다. 나는 졸업후 학사장교 가겠다고 휴학하지 않았다. 특별히 전공살릴 계획도 없었고 적성에 맞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특별한 대안도 없는 그저 그런 일반적 대세를 따르는 대학생이었고 일단 충실하게 학부과정이나 마치고 나중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자고 생각했지만 그러다 학사 장교 시험도 떨어진후 닭쫓던 개마냥 어쩔수 없이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대학원 졸업하고도 그리고 입사하고 회사다녀도 적성에 맞는 건지 안맞는 건지 모르다가 애라 모르겠다하고 10년 다니던 직장도 때려쳤다.

50줄 넘어선 지금 생각해보면 전공 살리나 안살리나 인생 그거 도낀 개낀이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저 가정을 이루고 그냥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돈과 명예같은 것을 어느정도 이루었다고 해도 허무하긴 마찬가지이다. 이루려고 뺑이친다고 해서 반드시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쓴맛의 소주가 달게 느껴지는 경험도 하고 나서 어차피 인생 종칠때 다 가지고 가져가는 것도 아니니 인생의 목표는 욕심줄 내려놓고 잘 죽는 것밖에 다른 거 없다. 그거 아니까 인생이 다소 편안해졌다. 적어도 욕심안부리면 되는게 인생의 목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군대 안간 동기들은 고작해야 10명도 넘지 않았다. 복학생 선배들하고 같이 수업받았는데 코드가 안 맞는 몇몇 형들과는 사이가 좋지 못했다. 틈만나면 군바리 얘기하면서 뭐든지 시키려고 드는 그런 선배 새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개겼다. 그 선배들은 너는 군대를 가지 않아서 좀 커야된다고 무시하려 들면 반동심리가 더 생겼다. 싸가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선배들과 잘 지내고 졸업했다.

오늘 아침 길을 나서면서 불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기분이 상쾌했다. 습한 더위는 이제 가셨고 완연한 가을 모드를 알리는 듯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불어오는 바람 역시 석양 빛과 함께 진정 가을이 되었음을 재확인 시켜주었다. 이런 기분 좋기도 하면서 약간 쓸쓸하면서 서글프게 낭만적이다. 지금 자판 두드리면서 창틀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한 마사지처럼 개꿀맛이다.


불금살롱


환상속의 그대 그리고 색인(Y21 and 22) | 이름모를 사람에게 | 내가 너를 찾았을 때까지 | 로멘스야 안녕 | 내가 숨쉬고 있는 공기 | 우리가 연인으로 끝났기때문이야 | 카쉬미르 | 나랑 도망가자 | 회상 | Waters of March | Technicolor Dreams | 우와! 푸른봄이구나! | Anthem | 4월에 올 그녀 | Nevertheless | Book of love | 먼지는 바람을 타고 | 날아보자규! | 갈색 눈의 소녀 | 사람답게 | 원래 혼자인거야 | 83년의 빗물 기억 | 떠나버려, 제길 고! 고! 고! | 제 컵이 넘치네요 | 그의 비밀


슬픔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 기억을 걷는 시간 | 원곡에 가려진 명곡 | Unbelievable| Kingston town| 흑마술의 여인 | 어쨌든 지나갔군 | Don't Play That Song |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 오르막길 | 너를 처음만날 때처럼 | 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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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삶이란... 그게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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