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덕수(眞德秀)의 빈 배처럼(虛舟銘)

in #avle-pool8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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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斛之舟 不楫不維 浟浟長川 縱其所之 云誰有航 適與之觸 舟本無心 奚怨奚讟 德人天游 其中休休 我無愛憎 物自春秋 雨露零零 孰知其德 霜雪凝凝 豈曰予刻 伯氏無尤 季乎見思 懷哉兩賢 心事可師 紛紛小夫 欲蔽私窒 森然戈矛 動與物敵 涪翁有言 吾誰疎親 子今自名 豈其後人 世塗漫漫 濤激浪洶 往安子行 萬變勿動.
 
온갖 것을 실은 배가 노를 젓지도 않고 닻 줄도 없이 유유히 기나 긴 강을 흘러 가는 것을 보고서 저 배가 누구의 것인지 묻습니다. 그저 물이 부딪침을 따르니 배가 본래 마음이 없으니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덕이 있는 사람은 하늘을 따르니 그저 마음을 쉴 뿐 저에게는 사랑함도 미워함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세월 속에 비 내리고 이슬이 내립니다. 그 덕을 누가 알겠습니까? 눈 내리고 서리가 엉기더라도 그 누가 자기가 했다고 하겠습니까? 백씨(伯氏)는 허물이 없고자 했고 계씨(季氏)는 어진 사람을 닮고자 했으니 두 분의 마음 씀씀이를 스승으로 삼아 덕을 품고 싶습니다. 오락가락하는 마음 속의 저와 같은 사람은 욕심에 덮이고 개인적 이익에 막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상대와 경쟁하려 하지요. 어르신께서는 내가 누구와 가깝고 멀겠는가? 말씀하셨지요. 이제 빈 배(虛舟)라고 이름을 지었으니 그 후손이 아닌지요? 세상 살이 아득하여 그 파도가 거세지만 가는 길 평온하게 걸으며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쇳덩이는 물에 가라앉는데 어째서 그보다 무거운 쇠로 만든 거대한 배가 가라앉지 않는 것일까? 게다가 가라앉는 쇳덩이를 그 배 위에 올려 놓아도 둥둥 떠서 잘만 흘러간다. 삶을 괴로움의 바다라고 비유한다. 마음이 욕심으로 꽉 차있으면 쇳덩이와 다를 바 없다. 그러니 마음을 빈 배처럼 비워야 할 것이다. 아무리 무거운 쇳덩이를 실어도 거뜬히 건너가는 배처럼 마음의 공간이 아주 아주 넉넉하도록,

물질과 다르게 마음은 비우는 게 넓히는 것이겠지만...


고경중마방(古鏡重磨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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