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덕수(眞德秀)의 밤을 경계함 (夜氣箴)

in #bloglast year (edited)


당신은 겨울 기운이 어떠한 것인지 볼수 있는가요? 나무의 생기는 그 뿌리로 돌아가고 풀 벌레는 흙속으로 숨어버리지요. 얼어붙고 적막하여 어떤 조짐조차 볼 수 없지만 조화롭게 기르는 조건이 그 속에 배태되어 있지요. 닫히면 열리게 되어있고 마무리하면 다시 시작하게 되니 간괘(艮卦, ䷳)는 만물의 시작과 끝이 되는 까닭입니다. 하루의 낮과 밤이 삼백 육십여번 쌓여 겨울이 오면 사계절의 밤인거죠. 그러니 밤은 하루의 겨울인 겁니다.
 
하늘과 땅사이 활발하던 움직임이 고요해졌으니 천지가 나뉘기 이전 태초같이 그윽합니다. 사람 몸도 어둠을 향하면 편안히 쉬게 되니 만물의 조화가 마땅히 따라가는 규칙입니다. 반드시 그 마음을 재계하고 그 몸가짐을 엄숙히 해야죠. 어째서 이리뒹굴 저리뒹굴 거리면서 게으름, 나태, 그릇됨과 탐닉으로 스스로 충실해야할 마음에 적이될 수 있겠습니까? 하루종일 힘쓰면서 한순간이라도 그 마음을 끊기지 않게 노력했을지라도 어둠이 스며들어 쉽게 나태해진다면 그동안 삼갔던 노력도 사라지는 겁니다.
 
대개 그몸을 편안히 하는 것은 아침에 듣고 낮에 실천하는 토대인 까닭입니다. 밤기운이 무르익어지면 어질고 의로운 마음 또한 넓고 넓어져서 끝이 없어집니다. 기초가 이미 바로 세워졌다면 또한 사물이 변해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살펴 공경함과 의로움을 꽉 붙잡고 나아가고 물러섬을 서로 길러나간다면 욕심이 들어올 틈이 없어지니 도리가 밝아지고 뚜렷해집니다!
 
지혜가 녹아들었어도 어짊을 능히 지킬수 없다면 또한 헛된 말일 뿐 천박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경계하면서 스스로 자극하며 항상 마음에 품어 병폐가 될까 두려워하고 위태로워하겠습니다.
 
子盍觀夫 冬之爲氣乎 木歸其根 蟄坏其封 凝然寂然 不見兆朕而造化發育之具 實胚胎乎其中 盖闔者 闢之基 貞者 元之本 而艮所以爲物之始終 夫一晝一夜者 三百六旬之積 故冬爲四時之夜 而夜乃一日之冬 天壤之間 群動俱闃 窈乎如未判之鴻濛 維人之身 嚮晦宴息 亦當以造物而爲宗 必齋其心 必肅其躬 不敢弛然自放於牀第之上 使慢易非僻得以賊吾之衷 雖終日乾乾 靡容一息之間斷 而昏冥易忽之際 尤當致戒謹之功 盖安其身 所以爲朝聽晝訪之地 而夜氣深厚 則仁義之心亦浩浩其不窮 本旣立矣而又致察於事物周旋之頃 敬義夾持 動靜交養 則人欲無隙之可入 天理曒乎其昭融 然知及之而仁不能守之 亦空言其奚庸 爰作箴以自砭 常懍懍乎癏恫.

야기잠(夜氣箴)이 맹자의 호연지기를 토대로 쓴 명문인 걸로 안다. 순환되는 시간 차원에서 밤과 겨울의 미시적 그리고 거시적 유사성을 본받아 인간의 삶을 어떻게 지향해야 하는지 공자의 후계자들이 써내려간 글이다. 조선 성리학자들이 정말 이렇게 살아갔다면 고루하지도 비난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성리학이 문제였던게 아니다. 늘 사람의 왜곡된 마음과 나태함이 문제였다. 모든 영성 문화가 시스템화 되면 예외없이 오염되어진다.


고경중마방(古鏡重磨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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