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덕수(眞德秀)가 말하는 계율(하지말라 勿)의 함의 (勿齋箴)

in Avle 종교 철학 인문학last year (edited)


하늘이 준 성품을 간직해서 사람인 겁니다. 사람에게 그 마음이 있는데 어째서 어질지 못하는 것인가요?
 
사람이면서 어질지 못하다면 바로 다른 것에 지배당하는 것이죠. 귀는 소리때문에 혼탁해지고 눈은 색때문에 홀리지요.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행하는데 가벼우니 욕심이 멋대로 드러나고 천리는 어두워집니다.
 
도리가 행해지려면 예로써 기준을 삼아서 예가 아니면 따르지 말아야 합니다.
 
도대체 예가 무엇일까요?
 
도리의 마땅함입니다. 사람으로서 복잡하지 않아요. 한결같이 천리를 따르는 것으로 '하지 말라(勿)’는 말은 물이 세어나오는 것을 그치고 방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것을 하는건가요?
 
마음일 뿐입니다. 성인의 16자 심법(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가운데 바로 ‘일(一)’한 글자에 놓여 있습니다. 그 마음이 하나가 되면 행위의 저울추는 저절로 따라오게 됩니다. 내가 타는 마차와 마차를 끄는 네 마리 말이 서로 엇갈려 달린다면 누가 이것을 바로잡아 몰아갈수 있겠습니까? 바로 말고삐를 잡은 나의 손이지요.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이 마음을 바르게 하여 공경하고 두려워하고 삼가야 하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일해야 합니다. 일만 명의 병사도 한 장수가 명령을 내리면 천둥 같은 북소리에 맞추어 바람같이 내달리니 감히 어느 놈이 어길 수 있겠습니까? 갖가지 업적은 오직 마음이라는 관리자가 통솔하는 것입니다. 밖으로는 머물 자리에 머물러서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안으로는 굳게 지켜서 더욱 편안해집니다. 모든 도리의 밑바탕은 ‘공경함(敬)’ 한 글자가 주관합니다. 겉과 속이 서로 이어지고 멈춰섬과 움직임이 모두 바르다면 잡초는 없어지고 알곡은 무럭무럭 자라나며 세상이 조화로와 맛나는 술처럼 변화됩니다. 그 마음이 넘쳐흘러 온 세상에 봄이 아닌 곳 없듯하지요.
 
오직 ‘하지 말라(勿)’는 이 한 글자에서 모든 선이 나오니 항상 마음에 챙겨 불어나게 하면 영원히 어긋남이 없게 되죠.
 
天命之性 得之者人 人之有心 其孰不仁 人而不仁 曰爲物役 耳蕩於聲 目眩於色 以言則肆 以動則輕 人欲放紛 天理晦冥 於焉有道 禮以爲準 惟禮是由 非禮勿循 曰禮伊何 理之當然 不雜以人 一徇乎天 勿之爲言 如防止水 孰其尸之 曰心而已 聖言十六 一字其機 機牙旣幹 鈞石必隨 我乘我車 駟馬交驟 孰範其驅 維轡在手 是以君子 必正其心 翼翼兢兢 不顯亦臨 萬夫之屯 一將之令 霆鍧颷馳 孰敢干命 衆形役之 統于心官 外止不流 內守愈安 其道伊何 所主者敬 表裏相維 動靜俱正 莠盡苗長 醅化醴醇 方寸盎然 無物不春 惟勿一言 萬善自出 念玆在玆 其永無斁

어릴때는 하지말라(勿)면 더욱 하고싶은 반동 심리가 있었다. 그런데 하지말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하지 않아야 할 것은 하지 않게 되었다. 계율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묻지마 식으로 하지말라고 요구한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상호 존중에 기반되지 않은 계율은 계율로서 지속될 자격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계율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진화된다. 공자의 계율, 석가의 계율, 그리스도의 계율 등에서 시대를 초월해서도 바뀌지 않을 계율을 움켜잡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고경중마방(古鏡重磨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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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의 세계에도 계율이 있어야 하겠지요. 무엇이 스팀의 계율이 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댓글 혹은 포스팅 에티켓 정도겠죠. 이것도 강요될 수 없는 것이니 무계율의 계율이 아닐까요? (조심스럽지만 정의롭다고 착각하는 몇몇 교조주의적 (구)증인의 강압적 계율은 본래 스팀잇의 특성에 어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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