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덕수(眞德秀)의 ‘정성(誠)’에 대한 묵상 (思誠齋銘)

in Avle 종교 철학 인문학2 years ago (edited)


‘정성스러움(誠)’은 하늘의 도리인데 ‘자연스러움(自然)’에 바탕을 둡니다. 정성스러움을 보존 하는 자가 사람이 되는 것이며 사람으로서 하늘과 합하는 것입니다. 하늘과 사람이 더불어 함께한다’가 본래 '하나 됨(一)’을 뜻합니다. 그런데 어긋나서 멀어졌으니 대개 사물 혹은 현상에 매여 버린거죠.
 
마음이 모두 사물과 현상에 유혹되어 본성이 감정으로 변해버려 하늘된 도리를 참되게 보존하기 어려운거죠. 그러니 어떻게 하늘과 더불어 가까워지겠습니까? 겉모습은 비록 사람이겠지만 다만 사물이나 현상에 물들어 똑같아져버린거죠. 밝디 밝은 조화옹께서 나에게 “사람이 되거라”고 명령했지만 나는 사물과 현상에만 집착하여 어떻게 어질지(仁) 못한 걸까요?
 
자사(子思) 선생님께서는 이 세상의 행태가 안쓰럽고 안타까워 욕심쟁이 폐단을 떨쳐내도록 그 근본 도리를 가르치셨습니다.
 
끝없이 배우고 살피면서 실천하는데, 마음챙김으로, 항상 묵상하고 선한 행위를 움켜쥐고 그것만을 고집하여 오로지 힘쓰는 겁니다.
 
성인과 미친 놈의 본성은 같습니다만 미친 놈은 인간으로서 차마 하지 못하는 ‘거리낌(忍)’을 스스로 내버리고 남들이 열 번하고 그친다면 지는 천 번을 하고도 뻔뻔스럽게 그치지 않고 계속하는 거지요.
 
그렇지만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개면 푸른 하늘이 그대로 드러나고 거울 면의 먼지를 제거하면 밝은 빛이 스스로 완전해집니다. 사람과 하늘이 더불어 함께 함은 경계를 따라 이미 나뉘어졌던 분별상이 다시 조화로운 하나(一)라는 진실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갖가지 망령스웠던 행위를 다시 짓지않습니다.
 
맹자(孟子) 선생님께서는 이것을 계승하여 ‘정성스러움을 묵상(思誠)’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두 스승님을 거쳐 그 가르침이 더욱 뚜렷해지고 밝아졌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성인이 되는 근본이 이렇게 대단합니다. 나에게서 찾으니 정말 멀지 않고 가까운데 있는 거지요.
 
誠者天道 本乎自然 誠之者人 以人合天 曰天與人 其本則一 云胡差殊 盖累於物 心爲物誘 性遂情移 天理之眞 其存幾希 豈惟與天邈不相似 形雖人斯 實則物只 皇皇上宰 命我以人 我顧物之 抑何不仁 維子思子 深憫斯世 指其本源 祛俗之蔽 學問辨行 統之以思 擇善固執 惟日孜孜 狂聖本同 其忍自棄 人十己千 弗止弗已 雲披霧卷 太虛湛然 塵掃鏡空 淸光自全 曰人與天 旣判復合 渾然一眞 諸妄不作 孟氏繼之 命曰思誠 更兩鉅賢 其指益明 大哉思乎 作聖之本 歸而求之 實近非遠

불교 학계에서 명상용어 'sati'에 대한 번역으로 학자, 승려, 수행자들 사이에서 '마음챙김'이 옳은가 '알아차림'이 옳은가로 논쟁이 있었다. 통일된 결론이 나지 않아서 지금은 번역자의 기호에 따라서 선택되는 것 같다. 한자로는 '념(念)'으로 번역되는데 글자를 분해하면 '지금(今)의 마음(心)'이다. 잠자건 깨어있건 죽을때까지 끊어지지 않고 연속되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항상 명료하게 자각함을 강조한다면 '알아차림'이 될 것이고 선한 속성의 마음에 중심을 두고자 한다면 '마음챙김'이 될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유학에서 비슷한 속성으로 선택된 단어가 '사성(思誠)'이 아닐까 생각된다. 풀어쓰자면 '정성스러움을 생각함'이라는 뜻인데 생각할 사(思)가 들어간 주자가 쓴 근사록(近思錄)도 유명하다. '사(思)'를 파자해보면 '마음(心)의 밭(田)'인데 밭전(田)자가 거친 땅을 비옥하게 갈아서 정돈하는 밭갈이의 상징적 의미도 있으니 경작한다는 측면에서 '밭갈아 가는(田) 마음(心)'이란 뜻에서 정성 '성(誠)' 자를 합쳐서 정성됨을 '마음 챙김'하라는 실천적 뜻과 잘 정돈된 정성스러운 마음을 지속적으로 '알아치림'하라는 두가지 속성을 같이 녹아두었다는 생각도 든다.


고경중마방(古鏡重磨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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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러운 마음이란 지극히 어려운 것인가 봅니다. 정성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고집으로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네요

원래 유학에서 정의하는 정성 성(誠)을 진실로 추구하면 긍정적인 측면에서 고집스럽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정적인 측면에서 고집에다가 불통이 더해졌지요. 그래서 조선의 성리학이 고루해졌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했지요. 그것을 추구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명리가 결합되니 교학과 수행에서 불일치해져버린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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