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吳澄)의 한 맛의 이치(理一箴) 1

in #avle-pool3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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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저에게 '天'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저는 '이치理'라고 답하겠습니다. 음양과 오행(陰陽五行)으로 만물이 생겨나고 그 쓰임새가 신비스럽지만 기氣일 따름입니다. 먼저 그 이치가 있어 에너지로서 기氣가 작용합니다. 푸르고 푸른 하늘은 끝 모르게 만물 모두를 포함할 정도로 지극히 큽니다만 형체形가 있는 기 덩어리에 불과하며 사실 이치의 지배를 받습니다. 그 이치는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지만 그 작용에 그침이 없어 하늘이 하늘로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이 지극함입니다. 따로 나누어서 거기에 이름을 붙이려 하니 차별이 생겨날 뿐이죠. 건乾(☰)의 성품과 정상(性情)은 하늘이 그 형태로서 보여주니 묘한 작용을 신령스러움神이라 부르고 통틀어 주재함을 인격화된 상제帝라고 부릅니다. 그 작용이 신비스럽다고 혹은 귀신鬼같다고 하지만 오로지 이치일 뿐입니다. 그 이치는 크고 지극하지요. 하늘이 바로 이 이치로서 하늘이 되어 위에서 주재하고 만물이 이에 힘입어 비로소 시작되었으니 건의 으뜸(元)이라 부릅니다. 땅은 이 이치를 품고 아래에 자리하고 만물은 이 땅의 기운으로 형태를 갖추어 언제나 하늘을 받듭니다. 사람이 비록 하늘과 땅 사이에 끝 모를 옛날부터 있어왔지만 중앙에서 천지와 더불어 신비스런 작용에 동참하니 하나의 이치(理一) 안에 있을 따름입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진실로 하나의 이치 안에 있으니 사람과 만물 또한 어째서 따로 나눌 수 있을까요? 따라서 하늘과 땅, 사람, 만물의 겉모습이 다르지만 하나의 뿌리에 근원을 둔 같은 열매입니다. 분리해서 보니 다르지만 그 이치는 하나一일 뿐이죠.
 
或問予天 予對曰理 陰陽五行 化生萬類 其用至神 然特氣爾 必先有理 以後有氣 蒼蒼盖高 包含無際 其體至大 然特形只 形氣之凝 理實主是 無聲無臭 於穆不已 天之爲天 斯其爲至 分而言之 名則有異 乾其性情 天其形體 妙用曰神 主宰曰帝 以其功用 曰神曰鬼 專而言之 曰理而已 大哉至哉 理之一言 天以此理 位上爲天 物資以始 是謂乾元 地以此理 而位下焉 物資以生 實承乎乾 人生其間 眇然有己 乃位乎中 而參天地 惟其理一 所以如此 天地與人 理固一矣 人之與物 抑又豈二 天地人物 萬殊一實 其分雖殊 其理則一.

신유학(新儒學)이라 부르는 성리학은 천지를 지배하는 법칙으로서 이치(理)를 말하고 그 작용으로서 기(氣)를 말한다. 그 원리의 선후 문제로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이니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니 철학적 논쟁이 있어왔지만 천지 안에서 끝없이 작용하는 생명의 활동을 이치(理)와 기(氣)의 언어로서 서술한다. 인격화된 하늘의 주재자를 설명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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