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혹함이 없어짐(迷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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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물에 비유한다면 곧 맑고 깨끗함은 바탕(體)이요 밝게 비춤은 용(用)이다. 그리고 생각(意)은 물의 흐름이고 망념은 물결이다. 물이 돌고 움직이는 것은 분별하는 마음과 같고 물속의 티끌은 물욕과 같고 물의 오염은 습관과 같고 식견과 같다. 바람은 곧 바깥 경계(外境)이다. 바람이 멈춰 물결이 일어나지 않고 잠잠해져서 티끌이 잠기고 가라앉으면 물은 맑고 깨끗한 모습을 잠깐 드러낸다. 곧 "내가 벌써 견성(見性)에 이르렀다"라고 말하지만 감추어진 미세한 흐름을 알지 못한다. 어렴풋한 색(色)이 엷게 물들어 있어 아직 참된 공(空)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꿈속의 마음이다. 꿈이 없어야 깨달음이 이루어지고 미혹함이 모두 없어져야 견성이다. 불교를 사랑한 조선 유학자의 선어록

마음을 뜻하는 한자 단어 중에 심(心)과 의(意) 그리고 식(識)이 있다. 딱 이거다라고 구별할 수 없겠지만 심(心)은 마음 전체를 통틀어 지칭하고 의(意)는 마음이 내는 목소리(音+心)로 의지가 들어간 생각, 식(識)은 다양한 마음의 모습이 저장된 상태로 풀하하자면 말(言)하고 들은(音) 것을 갈무리하여 창(戈)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는 모든 것으로 무의식이든 교육으로 답습되었든 전체 바탕인 마음(心)에 새겨져 있는 견해라고 볼수 있겠다.

명상을 하는 사람들 중 마음에 일어나는 것들은 모조리 없애서 무(無)가 되게 해야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없앨 수 없는 마음이 결국에는 바탕으로 남는다. 그런데 그 마음 속에 있으면서 모두 없앴으니 깨달았다고 말할 수 없다. 화자가 마음을 물에 비유하듯 물속의 오염 물질을 아무리 없앤다고 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듯 마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미혹함이 없어진다고 마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혹함이 모두 없어진다는 뜻은 마음이 특별히 머무르는 곳이 없는 것이지 마음이 아주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깨달았다는 마음(열반, 천국, 깨달음)에 머문다면 아직 미혹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머무르지 않기에 항상 마음이 깨끗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악도 미혹이고 선도 미혹이고 일어나는 것이 모두 미혹이라서 마음의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머무를 게 없으니 깨끗한 것이다. 그러니 악한 행위나 선한 행위가 머무를 자리가 없는 행위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선한 행위든 악한 행위든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말인가? 그런 뜻이 아니다. 선한 행위에 머물러야 한다거나 악한 행위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마땅히 마음에 머무르는 바가 없어야한다(應無所住而生其心)는 것이다.

깨끗한 물위에 깨끗한 물을 섞는 것이 깨달은 마음의 행위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 사람 스스로가 미혹됨이 사라져서 완전히 깨끗한 마음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오염된 것이리라.


술몽쇄언(述夢瑣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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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념수필(夢念隨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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