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과 품팔이[賃傭]

조용히 세상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몸은 돈을 주고 남의 집을 빌려서 거주하는 것과 같고 마음은 풀팔이 노동자와 같다. 어째서 셋방살이라 하는가? 빌린 집이 비록 좋다 해도 기한이 되면 나가야 한다. 사람의 몸이 비록 아름다워도 목숨이 다하면 떠나 가야 한다. 어찌 셋방살이가 아니겠는가! 어째서 품팔이 일꾼이라고 하는가? 이 일을 마치면 또 저 일을 한다. 종일 매우 바빠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람의 마음이 만약 이 일에 반연(攀緣)하지 않으면 저 일을 붙잡고 매달린다. 한시도 자유자재하지 못하다. 어찌 품팔이 노역이 아니겠는가! 집은 돈이 있으면 다시 빌릴 수 있으나 몸의 기한을 바꿀 수 있는 재물은 없다. 일꾼은 일을 마치면 그만 둘 수 있으나 마음의 노역은 잠시도 쉴 때가 없다. 꿈속의 몸과 마음도 반드시 인연에 의지하여 이것으로써 진짜다 하고 이것으로써 즐겁다고 한다. 반연하지 않으면 몹시 불편해 한다. 아! 죽고 살고 꿈꾸고 깸에서 자유로운 때가 없구나. 불교를 사랑한 조선 유학자의 선어록

반연(攀緣)은 마음이 대상에 의하여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조건(緣)이 원인(因)을 도와 결과를 발생시키면 그 인연에 끌리고 의지함이 끊이지 않고 연쇄적으로 계속 되는 것이다. 마음은 애초부터 몸(넓게는 물질과 정신)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마음만 존재해도 그게 무언가를 반연하려 하다보니 귀신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악마라고 부르는 귀신이든 만물의 주재자라고 부르는 신이든 반연되지 않으면 작용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이래저래 반연되지 않으면 삶이라고 정의할 수도 없다. 불교에서는 반연의 부정적인 요소를 족쇄라고 불렀다. 10가지 족쇄를 완전히 끊어버리면 해탈자라고 부르는데 해탈(解脫)의 의미도 굴레를 벗어났다(벗을 탈脫)는 뜻이니 족쇄가 풀려버렸다(풀 해解)는 것이다.

18세기에 출판된 프랑스의 연금술관련 그림 책이 있다. 타로카드의 메이저 아카르나 15번 악마(Devil)의 그림과도 유사하다. 족쇄는 즐겁기도하고 괴롭기도 한 법이다. 흥미로운 것은 6번카드(15를 분해해서 더하면, 1+5=6)는 연인(Lover)이다. 두 카드를 한 그림에 모두 담아버렸다. 이 예술가의 풍자적 혜안이 멋있다. 우리에게 반연되는 삶은 항상 이중적이다. 축복이기도 하고 괴로움이기도 하다.

Les cinq livres de Nicolas Val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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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몽쇄언(述夢瑣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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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눈뜨고 꾸는 꿈(開眼) | 스스로 불러옴(自求) | 징조와 경험(徵驗) | 마음에 물음(問心) | 뒤바뀜(轉倒) | 진실한 것을 인정함(認眞) | 도장 자국(印影) | 스스로 의심함(自疑) | 범위에 한정됨(圈局) | 무념(無念) | 어둠과 받아들임[昧受] | 항상함을 앎[知常] | 업과 명[業命] | 호랑나비[胡蝶] | 스스로 이룸[自成] | 진실한 것을 인정함 [認眞] | 돌아감을 앎[知歸] | 허망한 환영[妄幻] | 지음과 받음[能所] | 고요하게 비춤[寂照] | 홀로 밝음[孤明] | 원인과 조건[因緣] | 겨울 꿩[冬雉] | 초연(超然) | 스스로를 말함[自敍] | 나를 찾음[求我] | 아직 남아있음[猶存] |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有無] | 귀함과 천함(貴賤) | 둘이 아님(不二) | 인연과 감정[緣感] | 눈 속의 꽃(眼華) | 셋방과 품팔이[賃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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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념수필(夢念隨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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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 연습을 시작하며 | 쓰끼다시 | 수면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