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와 단명[壽夭]

일원(一元)이란 것은 천지의 꿈이요, 일세(一世)라는 것은 인물의 꿈이다. 일원은 큰 꿈이고 일세는 작은 꿈이다. 만물 중에는 그 생명이 만 년 천 년을 누리는 것이 있고 백년 십 년을 누리는 것이 있으며 잠깐 났다가 곧 죽는 것이 있다. 장수한다는 것은 긴 꿈이요, 요사한다는 것은 짦은 꿈이다. 꿈을 깨기 전에 목숨이 비록 만 년 천 년이 될지라도 그것은 즉 만 년 천 년의 긴 꿈속의 일일 뿐이다. 저 하룻밤의 꿈이 어떤 것은 해를 지내는 것 같은 오랜 것이 있고 어떤 것은 순식간의 잠깐인 것 같은 것이 있다. 그 길고 짦음이 비록 다르나 모두가 다 환각에서 오는 것이니 한 번 웃고 말아야 할 것인데 꿈속에 있는 자들은 오히려 간절히 연모하여 차마 잊지 못하는구나. 술몽쇄언

송나라의 소강절 선생이 황극경세서에서 정의한 일세(一世)가 30년이다. 그런데 일세가 12번 돌아서 일운(一運)이 되고 일운이 30번 돌아서 일회(一會)가 되고 일회가 12회 돌아서 일원(一元)이라고 하니 계산해보면 129,600(30×12×30×12)년을 단위로 천지(세상)가 한 번씩 변천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개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주의 주기와 한 인간의 주기를 비교해 본다면 그만큼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이고 한 인간의 삶과 하루살이의 삶을 비교한다면 또 그만큼 큰 차이가 난다. 길이로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가치를 메기는 주체의 마음이 멋대로 결정해버리긴 한다. 생명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미물의 삶이든 고결한 인간의 삶이든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겠으나 가치와 장단이 있다. 물론 가치는 미물이든 인간이든 그들의 입장일 뿐이다. 그런데 죽으면 그만이다. 그 존재가 어떤 모습으로든 존재했던 그 기간에서 의미가 있을 뿐 죽고나면 그 존재는 사라질 뿐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생명의 의미가 허무해진다. 그래서 화자는 삶과 죽음을 꿈일 뿐이라고 말한다. 생겨나고 사라짐의 결과에서 본다면 허무하지만 그 과정을 꿈이라고 말한다면 단절(허무)이 아닌 지속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환각에서 오는 것이니
한 번 웃고 말아야 할 것인데
均是一幻覺來可付一笑

삶과 죽음이 꿈과 같다는 것을 확신한다면 한번 크게 웃고 말수 있을까? 생사가 허무함을 인정하기 때문에 웃을 수 있고 다시 태어나는 지속적인 삶이 있음을 알기에 다시 웃을 수 있단 말인가?

生生之謂易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변화라고 일컫소이다.

---

술몽쇄언(述夢瑣言)

---

프롤로그 | 눈뜨고 꾸는 꿈(開眼) | 스스로 불러옴(自求) | 징조와 경험(徵驗) | 마음에 물음(問心) | 뒤바뀜(轉倒) | 진실한 것을 인정함(認眞) | 도장 자국(印影) | 스스로 의심함(自疑) | 범위에 한정됨(圈局) | 무념(無念) | 어둠과 받아들임[昧受] | 항상함을 앎[知常] | 업과 명[業命] | 호랑나비[胡蝶] | 스스로 이룸[自成] | 진실한 것을 인정함 [認眞] | 돌아감을 앎[知歸] | 허망한 환영[妄幻] | 지음과 받음[能所] | 고요하게 비춤[寂照] | 홀로 밝음[孤明] | 원인과 조건[因緣] | 겨울 꿩[冬雉] | 초연(超然) | 스스로를 말함[自敍] | 나를 찾음[求我] | 아직 남아있음[猶存] |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有無] | 귀함과 천함(貴賤) | 둘이 아님(不二) | 인연과 감정[緣感] | 눈 속의 꽃(眼華) | 셋방과 품팔이[賃傭] | 장수와 단명[壽夭]

---

몽념수필(夢念隨筆)

---

자각몽 연습을 시작하며 | 쓰끼다시 | 수면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