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게 비춤[寂照]

in SCT.암호화폐.Crypto3 years ago (edited)

번뇌가 없으면 꿈을 꾸지 않고, 인연에 끌림이 없으면 환영이 나타나지 않는다. 진실로 번뇌가 없으면 마음을 비울 수 있으니, 무엇이 꿈이 될 것인가? 진실로 인연에 끌림이 없으면 사물을 대할 때에도 고요할 것이니 무엇이 환영이 되겠는가? 그래서 꿈에서 깨어난 사람의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이 환하고 고요하다. 꿈 그리고 깨달음

대승기신론에 각심초기심무초상(覺心初起心無初相)이란 말이 있다. 한문 구절을 어디에서 끊어 읽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즉 읽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저자의 원뜻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 작자가 아니니 확인할 길도 없다. 한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언어의 속성 자체가 틀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틀때문에 본질을 온전하게 담아낼 수 없다. 그러나 틀이 있어야 본질을 드러낼 수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화자가 말하는 번뇌, 인연 이런 것들도 모두 무의식 기저에 깔려있는 틀과 같다. 내가 생각하는 사고의 틀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기반한다. 그리고 그 언어를 쓰는 문화가 만들어 놓은 사유체계에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기 마련이다. 살아가자니 번뇌와 인연이 아예 없을 수도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은 매한가지이다.

풀어쓰자면 깨어있는 마음(覺心)이 일어나는 그 시점(初起)에서는 어떠한 모습도 없다(無相)는 것이다. 선(禪)의 화두(話頭)와도 같다. 화두는 말머리라는 뜻인데 갑과 을이 대화를 하는 말, 그리고 그 말을 하려고 하는 생각 바로 그것이 일어나기 바로 그 직전에는 어떠한 모습도 없다는 뜻이다. 꿈을 기준으로 다시 풀어쓰자면 우리가 꿈에서 깨어 꿈속의 여러 경험을 기억해 낸다고 하더라도 꿈과 그 기억사이에는 어떠한 모습도 없다.

그래서 꿈에서 깨어난 사람의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이 환하고 고요하다. 故覺夢者 心如明鏡 了然寂照

여기서 깨어난 바로 그 시점의 마음은 밝은 거울(明鏡)과 같은데, 환하고 고요하다는 해석으로 뭉뚱그린 네 글자 마칠(了), 그러할 연(然), 고요할 적(寂), 비출 조(照)의 뜻이 의미심장하다.

마침이 계속되게 그러함 요연(了然) 그런데 고요하게 비춤(寂照)이 동시적으로 일어난다. 여기에는 어떠한 틀(모습)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다시말하자면 일어나는 생각과 생각 사이에 어떠한 번뇌도 인연도 끼어들지 못한다는 뜻이다. 너무 어렵게 말한 거 같다. 그니까,

마음이 연속되는 순간 순간에 잔머리굴리지 말그라. 바로 이거다. 졸라 어렵지만,

화면 캡처 2021-07-31 194414.jpg

우리는 항상 번뇌의 바람을 품고 살아간다. 번뇌가 원래 그러한 것이라면 애써 소멸해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번뇌에 메이지 않으면 된다. 배낭영성

밝은 거울(明鏡)처럼 비추어진 천지의 영상이 바람에 의해 흐트러지듯 살아가는 것이 그놈의 말머리를 찾을 수 없게 잔대가리 바람만 불기때문이란다. 그니까 화자말은 우리가 깨어있지 못하고 맨날 꿈만 꾼다고 말한다. 번뇌에 메이지 않는거 그거 아무나 못한다. 아흐휴!


술몽쇄언(述夢瑣言)


프롤로그 | 눈뜨고 꾸는 꿈(開眼) | 스스로 불러옴(自求) | 징조와 경험(徵驗) | 마음에 물음(問心) | 뒤바뀜(轉倒) | 진실한 것을 인정함(認眞) | 도장 자국(印影) | 스스로 의심함(自疑) | 범위에 한정됨(圈局) | 무념(無念) | 어둠과 받아들임[昧受] | 항상함을 앎[知常] | 업과 명[業命] | 호랑나비[胡蝶] | 스스로 이룸[自成] | 진실한 것을 인정함 [認眞] | 돌아감을 앎[知歸] | 허망한 환영[妄幻] | 지음과 받음[能所]


몽념수필(夢念隨筆)


자각몽 연습을 시작하며 | 쓰끼다시 | 수면마비| 업과 명[業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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