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하게 취함[妄取]

아직 꿈꾸기 전에는 꿈속에서 천지가 있음을 볼 수 없다. 이미 꿈에서 깬 뒤에도 꿈속의 경계를 볼 수 없다. 이것은 꿈속의 천지와 경계가 모두 내가 망령되게 받아들인 것이다. 아직 태어나기 전에는 이 세계가 있음을 보지 못한다. 이미 죽은 뒤에도 이 세계의 일들과 만물이 있음을 보지 못한다. 이 세계와 대상 경계들은 모두 내가 스스로 벌린 판이다. 그러므로 내가 존재하고 나서야 그 후에 세계와 상대가 있는 것이다. 마음에 진실로 내가 없는데 세계와 경계가 어찌 나에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불교를 사랑한 조선 유학자의 선어록

불교의 무아(無我)는 지금 존재하는 '나'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존재하는 그 '나'라고 하는 것을 정확하고 확고하게 정의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나'가 태어나기 전에는 지금 존재하고 있는 그 무엇인 '나'가 없었고 죽고나면 지금 존재하는 그 '나'는 사라져버린다. 그러니 그 '나'가 영원히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고 허망하게 집착(取)한다는 것이다. 꿈속에서 경험했던 세계가 꿈꾸기이전과 꿈꾸고 난 이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꿈꾸었던 그 순간에만 존재했고 다만 지금 '나'의 기억속에 희미하게 혹은 선명하게 남아있을 뿐인 것처럼 따지고 보면 기억이 웬수이기도 하다. 기억때문에 '나'의 존재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

그러므로 내가 존재하고 나서야 그 후에 세계와 상대가 있는 것이다. 마음에 진실로 내가 없는데 세계와 경계가 어찌 나에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故有我而後有世界事物 心苟無我 世界事物 何有於我

한자말 나(我)를 분해해 본다면 손(手)으로 창(戈)을 들고 무언가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겠다. 존재했던 그리고 존재하고 있는 그리고 존재할 '그 무엇'을 그런데 영원하지 않는 '그 무엇을' 무던히도 지키려고 애쓰다보니 허망하게 취한 것(妄取)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선가에서는 놓아버리라고 한다. 방하착(放下着)은 망취(忘取)하라는 것이기도 하다.

忘取 취하려는 생각을 잊어버리다.

허허 고고참, 망령스럽게 취하고(妄取) 취하려는 생각을 잊어버리고(忘取) 취하려다 망하겠다(亡取) 그런데 세상은 모두 집착의 얼개뿐이로다(網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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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몽쇄언(述夢瑣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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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눈뜨고 꾸는 꿈(開眼) | 스스로 불러옴(自求) | 징조와 경험(徵驗) | 마음에 물음(問心) | 뒤바뀜(轉倒) | 진실한 것을 인정함(認眞) | 도장 자국(印影) | 스스로 의심함(自疑) | 범위에 한정됨(圈局) | 무념(無念) | 어둠과 받아들임[昧受] | 항상함을 앎[知常] | 업과 명[業命] | 호랑나비[胡蝶] | 스스로 이룸[自成] | 진실한 것을 인정함 [認眞] | 돌아감을 앎[知歸] | 허망한 환영[妄幻] | 지음과 받음[能所] | 고요하게 비춤[寂照] | 홀로 밝음[孤明] | 원인과 조건[因緣] | 겨울 꿩[冬雉] | 초연(超然) | 스스로를 말함[自敍] | 나를 찾음[求我] | 아직 남아있음[猶存] |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有無] | 귀함과 천함(貴賤) | 둘이 아님(不二) | 인연과 감정[緣感] | 눈 속의 꽃(眼華) | 셋방과 품팔이[賃傭] | 장수와 단명[壽夭] | 자신이 옳음[自是] | 파리와 벌[蝿蜂] | 귀신과 여우[鬼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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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념수필(夢念隨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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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 연습을 시작하며 | 쓰끼다시 | 수면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