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함과 천함(貴賤)

옛날에 낮에는 노비가 되고 밤에는 천자가 되는 사람이 있었다. 모를일이다. 천자가 낮이면 노비의 꿈을 꾸는 것인가? 노비가 밤이면 천자의 꿈을 꾸는 것인가? 잠을 깼을 때는 사람들이 나를 천하다고 하고 꿈 중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귀하다고 한다. 귀하고 천함은 남에게 있지 나에게 있지 않다. 즉 나에게 귀하고 천함은 참으로 뜬구름과 같다. 낮과 밤은 마음에서는 다 허망한 경계이다. 천함이 어찌 족히 걱정할 일이며 귀함이 어찌 족히 교만할 일인가! 세상에 부귀로 스스로 거만한 자는 그 흥에 겨운 꿈을 깨지 못한다. 불교를 사랑한 조선 유학자의 선어록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 가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아주 드물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결국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와 관련있다면 다시 첫번째 문제로 돌아갈 뿐이다. 그런데 재물, 명예, 색욕이라는 것이 따지고보면 나의 만족을 위함이라기 보다는 남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달려있다. 좀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나'를 기준으로 밖을 추구하는가 안을 추구하는가의 문제이다. 나를 위하여 하는 행동에 대한 동인(動因, Driving force)이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귀하고 천함은 남에게 있지 나에게 있지 않다. 즉 나에게 귀하고 천함은 참으로 뜬구름과 같다. 낮과 밤은 마음에서는 다 허망한 경계이다.

화자가 자신의 고귀함을 자랑하여 나에게 귀하고 천함이 참으로 뜬구름과 같다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가 이미 가립(假立)된 존재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나를 위함도 남을 위함도 본래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부귀빈천이 뜬구름과 같다는 뜻이다. '나'라는 기반자체가 처음부터 허망하니까 모두가 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세상에 부귀로 스스로 거만한 자는 그 흥에 겨운 꿈을 깨지 못한다.

'나'라고 부르는 존재에 몸, 느낌, 생각, 행위, 조건 및 관계등이 덧붙여져 물질과 정신의 복합체가 되었을 뿐인데 그 무더기들이 끌어당기는 힘이 워낙 강하다보니 '나'가 되어 '나'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부귀는 이 무더기를 강력하게 접착해주니 달고 흥에 겨워 '나'는 부귀하고 고귀해진다. 가립된 '나'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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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몽쇄언(述夢瑣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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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눈뜨고 꾸는 꿈(開眼) | 스스로 불러옴(自求) | 징조와 경험(徵驗) | 마음에 물음(問心) | 뒤바뀜(轉倒) | 진실한 것을 인정함(認眞) | 도장 자국(印影) | 스스로 의심함(自疑) | 범위에 한정됨(圈局) | 무념(無念) | 어둠과 받아들임[昧受] | 항상함을 앎[知常] | 업과 명[業命] | 호랑나비[胡蝶] | 스스로 이룸[自成] | 진실한 것을 인정함 [認眞] | 돌아감을 앎[知歸] | 허망한 환영[妄幻] | 지음과 받음[能所] | 고요하게 비춤[寂照] | 홀로 밝음[孤明] | 원인과 조건[因緣] | 겨울 꿩[冬雉] | 초연(超然) | 스스로를 말함[自敍] | 나를 찾음[求我] | 아직 남아있음[猶存] |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有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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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념수필(夢念隨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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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 연습을 시작하며 | 쓰끼다시 | 수면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