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I V | 베트남 들여다보기 | 아오 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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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 Dai

어제 점심시간이었다.
아오자이 차림의 베트남 학생들이 사진 찍고 있는 것을 봤다. 베트남에서 꽤 오래 지냈기에 익숙해질만 한데 아직도 아오자이는 볼 때마다 시선을 머물게 한다. 아오는 길다는 뜻이고, 자이는 옷이다. 즉 그냥 긴 옷이라는 뜻인데, 비쥬얼은 이름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모든 것을 가리지만 모든 것을 드러내는 옷이라는 별칭이 있듯이.

만다린 칼라, 타이트한 핏의 상체 부분 그리고 하늘거리는 치마가 떠오르는 아오자이는 사실 아주 오랜 전통의 복색과는 거리가 있다.

명나라의 지배를 받기 전, 즉 15세기 이전의 베트남에서는 아오 뜨 턴이라는 의상이 있었다. 허리 아래 부분이 2pieces 인 아오자이와 달리 아오 뜨 턴은 4pieces 로 되어있었다. 편직 기술이 발달하기 전이라, 2pieces의 의상을 만들기 힘들었기 때문에 4pieces 의 의상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치마처럼 입기도 했고, 안에 바지를 받쳐 입기도 했다. 하지만 유교 사상에 쩔어(?)있던 명나라의 지배를 받으면서 바지를 받쳐 입는 행태가 정착됐고, 옷의 핏도 몸의 선을 노출하지 않는 선에서 유지되었다.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기 전에는 보수적 가치관이 의상에 반영되지 않았다. 일상에서 편하게 입거나, 일할 때 착용하던 상의옘과 하의바이라는 의상을 보면 필요에만 충실했음을 알 수 있다랄까. 홀터넥 타입의 옘에는 유교나 보수 같은 단어가 끼어들 구석이 없다.

오늘날의 시선으로 봐도 상당히 노출이 많은데, 의상의 구조적 특성상 속옷을 착용하기 힘들어, 앞 모습의 사진은 업로드 하기가 참 그렇다. ~.~

일할 때나 편안한 일상에서는 옘과 바이, 그 외의 일상에서는 아오 뜨 턴을 입다가, 중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입게 된 아오자이는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오늘날 아오자이의 모습과 비슷하게 변경되었다. 프랑스 식민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개량된 복식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 흐름 속에서 몸에 꽉 끼는 핏, 허리부터 갈라지기 시작하는 치맛단이 등장했다. 몸에 완전히 밀착되는 핏이 부드럽고 얇은 소재와 만나면서 모든 것을 가리지만, 모든 것을 드러내는 옷이 탄생한 것이다.

새로운 아오자이는 선정적이란 비판의 폭격을 받았지만, 정작 이를 입을 여성들은 폭발적인 환호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보수적인 유교적 사고가 짓누르던 사회상에 대한 반발의 심리였을지도 모르겠다. 학생, 교사, 간호사 사이에서 시작된 유행이 들불처럼 번졌고, 주로 예술가들이 이 새로운 아오자이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식민시대가 끝나면서 이념적 대립이 첨예하게 맞서기 시작하자, 애먼 아오자이도 논란의 대상이됐다. 베트남 북쪽에서는 아오자이가 부르주아의 의상이며 식민 시대의 잔재라며 맹비난을 이어갔고, 베트남 남쪽에서는 아오자이의 새로운 디자인도 만들어내며 계속해서 즐겨 입었다.

역사는 승자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베트남 전쟁 이후 아오자이는 다시금 품이 넓은 디자인으로 회귀했으나, 80년대 후반 경제개혁이 최우선의 지상과제가 되면서 타이트한 핏의 아오자이가 부활한다. 재밌지 않나. 당대를 아우르는 담론에 따라 전통 의상의 형태도 변화무쌍 해지는 것이.

베트남을 지배했던 나라들의 영향에 따라 탄생하고 진화한 아오자이는 결국 베트남의 전통 의상이 되었다. 지배 당하고 영향을 받았으나 결국에는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도 그 안에 담고 있는 의상이 아오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날 베트남의 학생, 비행기 승무원, 호텔 리셉셔니스트들 다수가 아오자이를 입는다.

이제 베트남으로 갑니다. - 승무원
어서 오세요. 이게 베트남입니다. - 리셉셔니스트
앞으로도 그럴 것이구요. - 학생

이들의 아오자이를 이런 의미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

_{ps1
직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웬만하면 입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학생 때 교복으로 질리도록 입었고, 너무 불편하다고..}

_{ps2
그래도 하나같이 본인이 아오자이 입으면 이쁘단다.}

_{ps3
옷이 얼굴을 바꿔주지는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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