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ENDIX] 언어의 경계 (-1) × (-1)

in #kr2 years ago (edited)

   오래된 글의 APPENDIX입니다. 스팀잇 본 블로그에는 여러분이 가장 먼저 배운 제2언어는 무엇입니까?로 올라와 있으며, 마나마인에는 약간의 퇴고를 거쳐 최초의 제2언어로 올라가 있습니다.


언어의 경계.png

수학과 일상의 경계에서


   흔히 수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까만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바탕이라”입니다. 때론 +, -, ×, ÷ 정도면 조금은 끄덕이며 읽어볼 의욕을 내기도 하지만, ∀, ∃, ∂, ∇ 처럼 고대 문명의 주술서 같기도 하고 외계어 문자 같기도 한 기호가 등장하기라도 하면, 이내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립니다. 아마도 이는 수식이 갖는 고도화된 언어적 추상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탓일 터입니다. 이를테면, 어린아이들이 오른쪽과 왼쪽의 개념에 익숙해지는 데 애를 먹는 상황과 유사합니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고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관념적인 언어가 쉬울 리 만무한 것입니다. 더욱이 수식은 낯선 기호들과 생소한 문법 체계를 가질 뿐 아니라, 그 개념을 일상에서는 도무지 접할 수 없으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가 배운 수학은 일상에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우리는 손가락을 접어 하나, 둘, 셋을 익혔고, 바둑돌을 집어 덧셈, 뺄셈을 익혔습니다. 눈으로 보이고 손에 잡히는 사물들로부터 수를 깨달았고, 덧셈과 뺄셈, 곱셉과 나눗셈의 이치를 구하였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밥값을 더하고, 물건값에서 할인 금액을 빼며, 품값을 일수로 곱하고, 술값을 머릿수로 나눕니다. 대체 어디서부터 수학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에서 멀어지게 된 것일까요? 루트(√ )가 등장했을 때부터였을까요? 아니면 함수(f )나 시그마(∑)가 등장했을 때부터?

   흥미롭게도, 기초부터 하나씩 톺아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멀지 않은 지점에서 그 경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1) × (-1) = 1’ 입니다. 물론 이 수식을 이루는 각 요소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음수는 꾸어온 빚과 같은 개념이고, 곱하기는 덧셈의 거듭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배가 고파 사과 두 개를 빌려 먹었다면, 내가 가진 사과의 개수는 ‘-2’ 로 표현될 수 있고, 두 개짜리 한 묶음인 사과를 세 묶음 사왔다면, 그 개수는 ‘2 + 2 + 2’를 뜻하는 ‘2 × 3’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인지 이 개념들을 아울러 사용한 ‘(-1) × (-1)’ 은 일상의 언어로 잘 해석이 되지 않습니다. 가령 ‘사과 하나를 -1번 빌렸다’라고 생각해 보면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됩니다. 게다가 어째서 계산의 결과가 양수인 1로 나오는지도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사과 하나를 -1번 빌렸더니, 내 손에 사과 한 개가 남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 수학과 일상의 경계에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1과 -1의 곱은 왜 1이 되는 것이며, 또 이는 어떻게 일상의 언어로 설명될 수 있을까요?

수학의 편에서


   먼저 수학적으로 ‘(-1) × (-1) = 1’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때 ‘수학적으로 생각함’이란 기호를 이용한 형식 논리에서 결론이 기존의 전제로부터 모순없이 도출되는가를 따져보겠다는 말로, 마땅히 우리는 등식을 구성하는 기초 전제들을 확인함에서부터 추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첫째로, 음수는 아래의 수식처럼 그 덧셈이 같은 크기인 양수의 뺄셈과 같고, 그 뺄셈이 같은 크기인 양수의 덧셈과 같습니다.

   a, b > 0 일 때,
1 )   a + (-b) = ab
2 )   a − (-b) = a − (-b) + b + (-b) = a + b

   이러한 음수의 성질은 꽤나 직관적입니다. 전자의 경우, 앞선 예시처럼 사온 사과 6개와 빚진 사과 -2개가 있다면, 사온 사과 중 2개는 갚아야 할 몫으로, 6개에서 2개를 뺀 4개의 사과가 내 몫이 되는 셈을 떠올릴 수 있으며,


6 + (-2) = 6 − 2 = 4

후자의 경우, 동일한 상황에서 자비로운 상대방이 사과 -1개의 빚을 면해 준다면, 4개의 사과에서 다시 -1의 빚을 빼어, 5개의 사과가 내 것이 되는 셈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4 − (-1) = 4 + 1 = 5

   두 경우를 함께 보자면, 음수를 표시하는 ‘ - ’ 기호와 뺄셈을 표시하는 ‘ − ’ 기호는 엄연히 다른 의미이지만, 음수가 곧 뺄셈이 되고 뺄셈이 곧 뒤따르는 수의 부호를 뒤집으며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로, 곱셈은 교환법칙과 분배법칙이 성립하는 연산입니다. 여기서,

1 ) 교환법칙(commutative property)이란, 어떠한 집합 S 위에 정의된 이항연산 • 에 대하여,

ab = ba       ∀ a, bS

의 등식이 성립함을 의미하며,

2 ) 분배법칙(distributive property)이란, 집합 S 위에 정의된 이항연산 • 와 +에 대하여,

    ① (좌분배법칙)

a • (b + c) = (ab) + (ac)       ∀ a, b, cS

    ② (우분배법칙)

(b + c) • a = (ba) + (ca)       ∀ a, b, cS

의 등식이 모두 성립함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교환법칙은 2 × 3 = 3 × 2 처럼 곱하임수와 곱하는수를 뒤바꾸어도 동일한 값을 갖는 성질을 가리키고, 분배법칙은 (1 + 2) × 2 = (1 × 2) + (2 × 2) 나 2 × (1 + 2) = (2 × 1) + (2 × 2) 처럼 곱하임수(또는 곱하는수) 둘을 먼저 더하고 나중에 곱하든 곱하임수(또는 곱하는수) 둘을 각각 먼저 곱하고 나중에 더하든 동일한 값을 갖는 성질을 가리킵니다.

   때로는 이 같은 법칙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 이러한 곱셈의 성질은 매우 특이한 것입니다. 다른 기초 연산인 덧셈과 뺄셈만 보더라도 분배법칙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 가운데 뺄셈은 교환법칙마저 성립하지 않습니다. 나눗셈 또한 둘 중 어느 하나 만족하는 법칙이 없습니다.

   이제 ‘(-1) × (-1) = 1’이 참인 명제임을 보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는 음수의 덧셈을 이용하여 아래의 등식을 세울 수 있고,

1 + (-1) = 0

이어서 양 변에 -1을 곱하여 분배법칙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 1 + (-1) ] × (-1) = [ 1 × (-1) ] + [ (-1) × (-1) ] = 0

   이때 중변의 첫 항인 ‘1 × (-1)’은 ‘(-1) × (-1)’처럼 그 의미를 구하기는 어려우나, 곱셈의 교환법칙에서 그 값이 -1 이 됨을 쉬이 알 수 있으므로,

1 × (-1) = (-1) × 1 = -1

위의 등식은 다음과 같이 변형됩니다.

-1 + [ (-1) × (-1) ] = 0

   그리고 이 등식에서 우리는 바로 (-1) × (-1) 의 값이 1 과 같아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1) × (-1) = 1’은 음수의 덧셈과 곱셈의 분배법칙을 전제 삼아 타당하게 도출되는 결론인 것입니다.

일상의 편에서


   그렇다면 ‘(-1) × (-1) = 1’은 일상의 언어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는 오직 수학적 논리의 귀결로만 이해가 가능한 것일까요? 다행히, 여기에 이를 설명할 좋은 예시가 하나 있습니다. 물론 어떤 예시로든 수학의 추상성 전부를 담아내지는 못하겠지만, 마치 우리가 사과 두 개, 연필 두 자루처럼 특정한 사물들에서 숫자 2를 추상하듯, 구체적인 일상의 사례로써 등식 ‘(-1) × (-1) = 1’ 이 가진 의미를 한번 헤아려 볼 수는 있을 터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갑(甲)은 과수원을 운영하며 을(乙)에게 사과를 판매하고, 동시에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을(乙)로부터 주스를 구매합니다. 아울러 갑(甲)은 을(乙)과의 빈번한 거래 관계에 따른 대금 지급의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월말에 채권-채무를 정산하고 있으며, 현재 그가 갖는 채권-채무의 합계액이 (500 × 20) + (-2,000 × 5) = 0 인 상태입니다. 이때 갑(甲)은 다음과 같은 상황을 맞이하고, 다시 채권-채무의 합계를 계산하려 합니다.

      ① 갑(甲)이 을(乙)에게 새로이 사과 4개를 판매함 (채권의 발생)
      ② 갑(甲)이 을(乙)에게 새로이 주스 2개를 구매함 (채무의 발생)
      ③ 갑(甲)이 을(乙)에게 갖는 사과 4개분의 채권을 포기함 (채권의 소멸)
      ④ 갑(甲)이 을(乙)에게 갖는 주스 2개분의 채무를 면제 받음(채무의 소멸)

   우선, ①과 ②의 상황은 가장 전형적인 곱셈 문제입니다. ①의 경우 사과를 4개 더 팔아 채권이 발생·증가(+)하였으니, 500원을 네 번 더한 값을 계산하면 되고, ②의 경우 주스를 2개 더 사며 채무가 발생·증가(+)하였으니, -2,000원을 두 번 더한 값을 계산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곧 덧셈의 거듭이라는 곱셈의 정의상 각각 ‘500 × 4’ 와 ‘-2,000 × 2’ 으로써 표현될 수 있습니다.

      ① : 0 + 500 + 500 + 500 + 500 = 0 + [ 500 × 4 ] = 2,000
      ② : 0 + (-2,000) + (-2,000) = 0 + [ (-2,000) × 2 ] = -4,000

   한편, ③과 ④는 ①, ②와 비슷하면서도 ①, ②처럼 곱셈으로 식을 세우기가 애매해 보입니다. ③의 경우 사과 4개분의 채권이 소멸·감소(−)하였으니, 500원을 네 번 뺀 값을 계산해야 하고, ④의 경우 주스 2개분의 채무가 소멸·감소(−)하였으니, -2,000원을 두 번 뺀 값을 계산하여야 하는데, 우리가 아는 곱셈은 뺄셈이 아닌 덧셈의 거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덧셈(+)의 거듭’이란 곱하는수가 양수(+)일 때, 바꿔 말해 곱하임수만큼 발생·증가(+)하는 때를 기준으로 쓴 표현임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③, ④와 같이 곱하임수만큼 소멸·감소(−)하는 경우가 바로, 곱하는수가 음수(-)인 경우이며, ‘뺄셈(−)의 거듭’으로 계산되어야 하는 상황임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③ : 0 − 500 − 500 − 500 − 500 = 0 + [ 500 × (-4) ] = -2,000
      ④ : 0 − (-2,000) − (-2,000) = 0 + [ (-2,000) × (-2) ] = 4,000

   요컨대, ‘(곱하임수) × (곱하는수)’ 의 수식에서 곱하는수는 가감(加減, + 또는 −)의 정보까지 함께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④의 경우로부터 ‘(-1) × (-1) = 1’이 의미하는 바를 일상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음수(-)와 음수(-)의 곱(×)이 양수(+)임은 빚(-)이 반복적(×)으로 감소(-)하여 이득(+)이라는 말입니다. 이를테면, ‘(-1) × (-1) = 1’은 (-1) × (-1) = 0 − (-1) = 1 에서, ‘사과 하나를 -1번 빌렸더니, 내 손에 사과 한 개가 남더라’가 아니라, ‘빚진 사과 한 개를 면제 받아, 사과 한 개의 이익을 얻었다’라고 설명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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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플절망방지 위원회에서 와쏘용ㅋ
사과를 예시로 친절히 설명하셨군요. 이 포스팅은 30달러는 거뜬하단 얘기죠.
에헴.
ㅋㅋ -1 ×-1=1을 일상 언어로 잘 풀어내셨군요(이해한척)
음ㅋㅋ

🤔

채권의 소멸이라는게 흔한일이 아니라 상상이 안되여 선생님 역시 사과파는 사람들은 나처럼 착한가봐(??)

감사합니다ㅋㅋㅋㅋ 정말 끝내 무플일 뻔했네요ㅜㅜ

역시 사과를 좋아하는 분은 채권을 포기하는 법이 없군요!ㅋㅋㅋ

아침엔 사과♡

무플절망방지...ㅠㅠㅠ
찡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이!!ㅎㅎ
30 거뜬히 넘기에 미력하나마 보태고 가요♡

감사합니다! 감동이 배가 되네요

흘... -(-x) 를 빚을 탕감해준다는 표현으로 실생활에 사용하는 방법이 있었네요

근데 위의 표현이나 채무의 소멸이라는 표현이나 결과값이 0이라서 +가 된다는 것이 사라지는 느낌이 있긴 하네요

그니까... 예를 들면
-(-1) = +1 , -2 × (-2) = 4
라고 하면 마이너스의 마이너스곱은 플러스가 되는 것이 확실해보이는데
빚은 탕감한다거나 채무를 소멸시킨다는 표현은 이미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0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느낌이 더 큰 것 같아요
분명 마이너스에서 0이 되면 플러스가 되는 것이 맞음에도 불구하구요 ㅋㅋ

그래서 이것이 수학과 일상 사이에 걸쳐있는 모양인가 봅니다ㅋㅋㅋ 실은 관념관된 숫자의 성질상 그러한 것인데요. 이를 보여주고자 예시에서도 처음 총계를 0으로 두었습니다. 0에서 음수를 빼도 양수이다 라는 것이죠.

오랜만의 풀보팅과 리스팀 ^.^;;

오랜만이라 더욱 반갑습니다!

예전에 전공서적을 공부하다보면 원서보다 한글로 번역된 책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어쩌면 수학의 언어를 일상의 언어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그런 딜레마를 만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ㅎ 그럼에도 왕자님의 시도는 무척 흥미롭고 유의미해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원래 기호가 가진 의미를 바로 받아들이는 것이 명확하고 이해하기 좋지요. 수식에 익숙해 지면 말입니다ㅎㅎㅎ

재미있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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